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5)
254화.
“휘유, 저긴 볼 때마다 감탄스럽네.”
구동환이 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매시브 가디언의 성벽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두 번째 보는 광경이었지만, 그 압도적인 크기와 위용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덕분에 다른 용사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구동환의 말에 동의했다.
“그나저나 이제 고작 2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엄청 오랜만에 돌아온 것 같지 않아요?”
이지아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사냥했으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지.”
계수지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지난 2주간 그들은 먹고 잘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사냥만 하며 지냈다.
때리다 지친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엄청 성장했잖아.”
“그렇긴 하죠.”
구동환의 말에 이지아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원 10레벨 이상 성장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카데미였다면 10레벨을 올리는데 최소한 세 달은 넘게 걸렸을 텐데.”
“세 달이 뭐야. 반년은 걸렸을 걸?”
50레벨이 넘은 뒤부턴 레벨을 올리는 속도가 눈에 띄게 저조해졌다.
데르한에서 에이션트 오크들을 사냥하며 속도가 붙긴 했지만, 그것도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제자리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선 고작 2주 만에 이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괜히 마경이라고 이름 붙은 게 아니네요.”
그야말로 몬스터 밭이었다.
그들의 손에 죽은 몬스터가 흘린 피가 새하얀 설원을 물들이며 붉은 평원처럼 만들 정도로 말이다.
“이대로 100레벨까지 쭉쭉 올리자고!”
구동환이 으하하- 웃으며 걸음을 서둘렀다.
‘생각보다 레벨 업이 빠르네.’
그들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도 이만큼 빠를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90레벨 대에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한 두 달 정도로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빨라도 너무 빨랐다.
‘얼음벌레 덕을 봤어.’
놈은 그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많은 경험치를 주었다.
거기에 100마리가 넘는 얼음벌레의 서식지까지 발견해 토벌했으니, 레벨이 오르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계획을 좀 수정해야 할까?’
본래대로라면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한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최소한 1년은 지나야 100레벨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했다.
‘6개월.’
그 안에 100레벨을 찍는다.
이후엔 북방을 떠나 함께 사도와 마왕의 추종자들을 사냥하러 다니면 될 듯했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을 게 분명했다.
‘강림 전쟁에 대비해서 좋은 훈련이 되겠지.’
100레벨이 넘는 아홉 명의 용사라니.
그 정도면 제국에 비해서도 결코 꿀리지 않는 힘이었다.
‘뭐,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고.’
지금 중요한 건 매시브 가디언으로 돌아가 보급하고, 사냥 루트를 짜는 것이었다.
“아일린, 혹시…….”
서우진이 옆에 걷고 있던 아일린을 부르자, 그녀가 쳐다봤다.
“몬스터들 서식지가 궁금하신 거죠?”
“어? 어떻게 알았어?”
서우진이 깜짝 놀라 눈을 끔뻑였다.
“저도 같이 사냥을 했으니까요.”
아일린은 용사들과 사냥하며, 그들이 레벨 업을 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 왔다.
그리고 그들이 얼음벌레 서식지를 초토화시킬 때 가장 많은 성장을 한 것도 알았다.
때문에 서우진이 그런 곳과 비슷한 장소를 더 찾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얼음벌레 서식지만 한 곳은 없어요. 적어도 제가 아는 지식에 한해서는요. 하지만 조금 부족하긴 해도, 꽤나 도움이 될 만한 곳들은 몇 군데 알고 있어요.”
아일린의 말에 서우진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식량을 보급받은 뒤에, 그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그, 그래, 고마워.”
설마 그렇게나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음에 보답이라도 해야겠군.’
아일린은 기사이니, 좋은 검을 한 자루 구해주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정지!”
그때, 앞쪽의 성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정체를 밝… 어? 아일린 경!”
경계 태세를 갖춘 후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병사가 아일린을 알아보곤 뒤를 향해 손짓을 했다.
“용사들이 복귀했다! 성문을 열어!”
그그그그긍-!
이 문을 지나간 지 고작 2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성문은 다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깨진 얼음이 땅으로 떨어져 내리며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씻고 싶다. 얼른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침대에 눕고 싶어!”
“저도요. 너무 찝찝해요.”
“동감요.”
용사들은 2주 만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들어갑시다.”
그렇게 서우진이 아일린과 함께 앞장서서 매시브 가디언으로 들어갈 때였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아주 먼 곳.
서우진의 감각이 미치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거대한 마기가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으, 으윽!”
“뭐야? 저거 대체 뭔데?”
“흐윽!”
그것을 느낀 용사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너무도 거대해,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용사들은 버티고 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것마저 불가능했다.
“아일린!”
서우진은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고 쓰러지는 그녀를 부축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일린은 눈을 뜨지 못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기운에 압도되어, 전신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우, 우진 씨!”
계수지가 입술을 짓씹으며 서우진을 불렀다.
어떻게 하냐는 눈빛이었다.
‘젠장.’
전에 느낀 불길함의 정체가 이것이었나 보다.
서우진은 아일린을 조심스럽게 땅에 눕힌 뒤 용사들을 쳐다봤다.
“아일린을 좀 부탁합니다. 이 안쪽도 엉망일 테니, 그쪽도 챙겨주세요.”
“아저씨는요? 설마 저기를 가려는 거예요?”
이지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지금 느껴지는 마기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했다.
아무리 서우진이라 하더라도 결코 저 마기의 주인에겐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말리려는데,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 아저씨 혼자서는 안 돼요!”
절대 보낼 수 없다는 듯, 서우진 앞에 서서 팔을 벌려 막기까지 했다.
그것은 김다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은 서우진이 떠나지 못하도록 어떻게 해서든지 막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누가 혼자 간대?”
“…네? 하지만 우리보고 여길 부탁한다고 했잖아요.”
이곳에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게 용사들을 제외하면 누가 있단 말인가?
“한 명 더 있잖아. 너희보다 강한 사람이. 그렇죠?”
말하던 서우진이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자네 말이 맞네.”
반 슬레인이었다.
그는 성문 밖을 향해 걸어나오고 있었다.
“나도 함께 갈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대신, 자네들에겐 이곳을 좀 부탁하지.”
말하는 반 슬레인의 얼굴은 더없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 *
“지상 최강의 마수라는 별명을 지닌 것치고는 너무 작군.”
백시우가 말했다.
“크기와 격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사자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건 알고 있지만, 전혀 강해 보이지 않는데?”
백시우는 눈앞에 있는 크라토스를 바라봤다.
열두 개의 머리가 달려 있는 드래곤이 설원에 몸을 뉘인 채 잠들어 있었다.
작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5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크기였다.
설원과 같은 새하얀 색의 비늘이 전신에 돋아나 있었고, 머리와 같은 수의 날개가 등 뒤에 고이 접혀 있었다.
“신기한 형태이긴 하다만, 딱히 강해 보이진 않는군.”
잠에 들어 있어서일까?
백시우는 크라토스에게서 그 어떤 위협적인 느낌도 받지 못했다.
“네 번째 마왕의 권속이다. 당시 강림 전쟁에서 크라토스에게 죽임을 당한 인간의 수가 수십만에 달하지.”
“그게 뭐 대수라고.”
사자의 말에 백시우가 피식- 했다.
“평범한 사람 따위는 수십만이든, 수백만이든 아무런 의미가 될 수 없다.”
자신 역시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사자에게서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지금도 말이다.
“어쨌든 저놈을 사냥하면 된다는 얘기지?”
“그렇다. 크라토스를 사냥하고, 그의 정수를 취한다면… 너는 왕의 이름에 걸맞은 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
씨익-
백시우가 미소를 짓는다.
섬뜩하리만치 잔혹한 표정이었다.
“그럼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지,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
스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백시우의 허리춤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황제가 하사한 보검이었지만 마기에 영향을 받아 마검으로 변화한, ‘이름을 잃은 검’이었다.
“서두르지 마라.”
백시우는 얕보고 있는 듯했지만, 사자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만약 크라토스를 쉽게 보고 방심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알려진 것의 절반만 돼도 어려운 싸움이 될 테니.’
사자는 천천히 마기를 끌어올리며, 전신의 감각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흐음.”
그것을 확인한 백시우 역시 마기를 순환시켰다.
우우우우웅-
둘의 마기가 서로 공명하며, 그 크기를 점점 키웠다.
‘아직은 부족하다.’
첫 공격에 최대한 큰 피해를 입혀야만 했다.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전투가 수월해질 수 있었다.
사자는 서두르지 않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옆에 있는 백시우의 인내심이 조금씩 바닥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기를 끌어올렸더니, 이성이 마비되고 있는 듯했다.
‘쯧.’
사자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래도 조금 더 시간을 끌었다간 백시우가 먼저 폭발할 것 같았다.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군.’
사자는 곧장 공격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해라.”
“좋아.”
백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당장에라도 출수할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셋, 둘, 하나……?”
카운트다운을 하던 사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냐? 지금 공격하면 되는 건가?”
그 모습이 이상했던 백시우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하지만 사자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젠장.’
눈이 마주쳤다.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크라토스의 심연과 같은 검은 눈동자가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죽는다!’
크라토스에 대한 소문은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놈은 정말로 지상 최강의 마수라는 수식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짐승이었다.
만약 혼자서 싸운다면 결코 이기지 못할 절대적인 존재.
하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다.
“공격해라!”
사자의 외침과 동시에 백시우가 검을 휘둘렀다.
‘극뢰천섬’.
세상을 쪼개 버릴 뇌전이 크라토스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쿠르르르르르릉-!
사자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끌어모았던 마기를 모조리 폭사하며 크라토스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크라토스에게서 세상을 모조리 뒤덮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마기가 터져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