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6)
255화.
서우진은 얼어붙은 대지를 달렸다.
일행과 천천히 이동할 때와는 달리, 신형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누구일까요?”
서우진이 문득 물었다.
“사도는 아니네.”
그러자 반 슬레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기엔 너무 강력한 마기일세.”
그의 말이 맞았다.
사도는 서우진도 몇 번이나 마주쳤다.
그중에 가장 강력하다는 제노니아나 아르데토스와도 싸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마기의 주인은 그들을 아득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서우진과 반 슬레인이 절로 긴장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놈이라면…….”
“이 북방에 하나 있지 않은가?”
“크라토스라는 놈이겠군요.”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한 마기를 품고 있을 만한 놈은 크라토스밖에 없었다.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군요.”
“이 정도면 오히려 소문이 부족하지.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네.”
말하는 반 슬레인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아니, 점점 놈에게 가까워질수록 더욱 굳어져만 갔다.
‘그럴 만하지.’
서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크라토스의 마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했다.
지금의 서우진으로써도 감히 맞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마왕화를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쯧.’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크라토스의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우리 둘이 덤비면 이길 수 있을까?’
서우진은 피부를 찔러대는 마기를 가늠해 보았다.
‘아슬아슬하겠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놀랍게도 크라토스는, 자신과 반 슬레인이 합한 것과 비슷한 크기의 기운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도 심각해졌다.
단순히 크라토스의 힘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일개 마수 한 마리가 이 정도인데, 강림 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하면 대체 어떤 놈들이 등장한다는 거지?’
등골이 싸해진다.
물론 크라토스 같은 괴물이 널려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사냥해 왔던 몬스터나 마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놈들이 잔뜩 등장할 게 분명했다.
거기에 마왕까지 생각하면…….
‘더 성장해야 돼.’
100레벨을 넘어 초극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진짜 마왕은 자신이 ‘마왕화’를 한다고 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서우진은 조금은 풀어졌던 긴장의 끈을 단단히 조였다.
쿠르르릉-!
서우진의 발에 닿은 땅이 주저앉았다.
크레바스 위를 덮고 있던 얼음과 눈이 무너지며 커다란 틈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과 반 슬레인의 움직임은 빨랐다.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둘은 이미 크레바스를 넘어 작은 점이 되어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놈이 갑자기 왜 깨어난 걸까요?”
서우진이 물었다.
“이유가 너무 많이 떠올라서 하나를 댈 수가 없군.”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마왕의 강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2~3년.
북방의 기후가 심각할 정도로 변화하기 시작했으니, 크라토스가 깨어났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다른 이유라면 자네들 때문일 수도 있고.”
“저희요?”
서우진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려다 멈칫- 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사냥한 장소가 크라토스의 영역 바로 옆에 있는 얼음벌레 서식지였다.
그 여파를 느낀 놈이 잠에서 깨어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또 뭐가 있을까요?”
서우진이 묻자, 반 슬레인이 답했다.
“누군가가 깨웠을 경우.”
그 대답에 서우진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계속해서 느껴지던 불안함.
‘그놈들인가?’
내심 사도가 북방에 왔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던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들이 왜 이곳에 왔나 싶더니, 크라토스를 깨우기 위함이었던 것 같았다.
“짐작되는 바가 있나 보군.”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북방에 온 이후로 계속 신경에 거슬리던 것이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쉬웠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그 불안함의 정체를 확인했다면, 크라토스가 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지금 해야 할 건 조금이라도 빨리 놈의 영역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놈이 이동을 시작하면 끔찍한 재앙이 들이닥칠 테니.’
그전에 이 척박한 북방에서 해결을 해야만 했다.
“서두르세.”
반 슬레인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둘은 크라토스의 영역을 향해 질주했다.
* * *
“…놀랍군.”
사자가 허탈한 음성을 내뱉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것은 옆에 있던 백시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아무리 크라토스라도 상당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군.”
백시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고오오오오오오-
어느새 크라토스는 몸을 일으켰다.
5미터에 불과한 덩치.
하지만 백시우는 놈의 머리가 하늘에 닿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만큼 크라토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차르르르륵-!
백색의 비늘이 얼음대지와 스치며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은데?”
열두 개의 머리가 이쪽을 쳐다보자, 미증유의 마기가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계획에 변경은 없다.”
그런데도 사자는 여전히 전의를 꺾지 않았다.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놈을 상대로 어떻게?”
백시우가 사자를 향해 이죽거렸다.
“놈이 방어력이 강력하다고는 하나 한계는 있다. 우리 둘의 힘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처음 공격으로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한 것은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물러날 순 없었다.
‘그랬다간 다 끝장이다.’
백시우를 새로운 왕으로 만들고, 자신이 그 위에 서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절대 그렇게 둘 순 없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놈을 사냥해야만 했다.
“…퍽이나 가능하겠군.”
백시우가 턱짓으로 크라토스를 가리켰다.
놈의 열두 개에 달하는 머리에서 검붉은색의 마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이런! 피해라!”
그것을 확인한 사자가 다급히 외쳤고, 둘은 급히 몸을 날렸다.
피유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앙-!
마치 레이저가 쏘아지는 것처럼, 마기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와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젠장!”
공격은 피했지만 폭발의 여파가 너무도 컸다.
백시우는 자신을 덮치는 충격파에 이를 악물며 검을 휘둘렀다.
“만변뢰!”
수천, 수만 번의 참격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크윽!”
백시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기적절하게 방어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전신이 삐그덕거린 것이다.
‘정말 이길 수 있나?’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크라토스가 얼마나 강력한 괴물인지 말이다.
“삭월풍!”
사자의 외침과 동시에 스산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피피피피핏-!
걸리는 모든 것을 잘라낸 잿빛 바람이 크라토스를 향해 날아갔다.
“공격해!”
백시우는 사자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검을 들어올렸다.
‘천뢰.’
100레벨에 도달하며,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의 ‘천뢰’가 떨어져 내렸다.
번쩌억-! 쿠르릉-
빛이 떨어져 내리고, 짐승의 울음 같은 천둥이 대기를 울렸다.
하지만…….
쩌저저저저저정-!
크라토스의 비늘은 그 모든 것을 모조리 튕겨내 버렸다.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방어력이었다.
“하, 돌아버리겠군.”
지상 최강의 마수라는 별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백시우는 자신의 검이 통하지 않는 크라토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광기가 서린 섬뜩한 미소였다.
북방에 도착한 이후, 계속해서 억눌러 왔던 살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 것이다.
화아아아악-!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검은 마기가 ‘이름 없는 검’을 뒤덮으며 불길한 오러가 만들어졌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보자.”
백시우의 검이 공간을 갈랐다.
검은 뇌전이 그 뒤를 따랐다.
1초에 수천 번의 검격이 크라토스의 비늘에 충돌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사자 역시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백시우를 도왔다.
하지만 그뿐.
크라토스는 그 모든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며, 심유한 눈동자로 그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배교한 자여.]그때, 크라토스의 음성이 둘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크윽!”
사자가 비틀거렸다.
음성에 담긴 힘이 뇌를 뒤흔든 것이다.
“…말을 해?”
백시우는 검을 멈추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수가 말을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잡아온 수천, 수만 마리의 마수 중 대화가 통하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마수는 말 그대로 마기에 영향을 받아 변화한 짐승이었으니까.
아무리 지능이 높아진다고 해도, 지성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크라토스는 달랐다.
놈은 열두 개의 머리에 달린 스물네 개의 눈동자로 사자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너의 그 욕심이 혼돈을 부르는구나.]그 말에 사자가 흠칫- 놀랐다.
“…혼돈?”
단어 그대로의 뜻보다, 다른 것이 먼저 떠올랐다.
‘혼돈의 왕’인 서우진.
설마 그를 뜻하는 건가 싶어 눈을 크게 뜨자, 크라토스는 사자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너는 오늘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네가 부른 혼돈이 너를 삼키고, 네가 만든 그 장난감마저 처절하게 부술 것이다. 그로 인해 수백 년을 기다려온 나의 기다림 역시 끝나리니.]머리 중 가장 커다란 것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천추의 한이로구나.]크라토스의 음성은 너무나도 구슬펐다.
마치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비통함과 애통함이 가득했다.
“…개소리!”
사자는 그런 크라토스를 향해 소리쳤다.
“나는 죽지 않는다!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오직 하나! 네놈뿐!”
우우우우웅-!
사자의 양팔에 삭풍이 휘감긴다.
“새로운 왕의 탄생을 위해 네놈의 머리를 내놓아라!”
다시 전투가 이어졌다.
백시우와 사자의 공격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하지만 크라토스는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은 채, 그것들을 모두 받아내기만 했다.
10분, 20분, 한 시간.
공격이 계속되자 결코 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크라토스의 비늘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적은 아니군!”
그것을 본 백시우가 더욱 신나게 참격을 날렸다.
쩍- 쩌적-!
균열이 점점 커졌다.
이대로 조금만 더 하면, 비늘 안의 속살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크라토스가 문득 그 둘의 뒤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을 확인한 사자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하나가 아닌, 둘이다.
동시에 그는 본능적으로 가까워져오는 존재가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 전 크라토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혼돈’.
‘죽음’.
그 두 가지 단어를 한 번에 지닐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서우진!”
옆에 있던 백시우가 비명과 같은 외침을 터트렸다.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반 슬레인, 그리고…….’
백시우가 소리쳤던 것처럼, 서우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