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7)
256화.
“이상하네요.”
빠른 속도로 달려가던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느껴지나?”
아직 반 슬레인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전체적인 무력은 그가 앞서고 있었지만, ‘신룡안’ 덕분에 감각 자체는 서우진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싸우고 있습니다.”
“음?”
반 슬레인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은 크라토스를 깨운 것이 사도들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에서 깬 크라토스가 싸우고 있다니?
둘은 같은 편 아니었던가?
“혹시 사도가 아닌 다른 사람들인 걸까요?”
서우진이 물었다.
하지만 반 슬레인은 부정적이었다.
크라토스의 영역에 도달하려면, 적당히 강한 걸론 부족하다.
북방의 추위와 몬스터들은 결코 얕볼 수가 없는 장애물이었으니까.
적어도 초극의 경지에 근접하거나, 그에 닿은 존재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제국의 수호자나 다른 초인들이 크라토스를 깨울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크라토스라는 마수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으니…….
“사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걸세.”
“그럼 같은 편끼리 싸우고 있다는 말인가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크라토스에게는 같은 편이 아닐 수도 있겠군.”
그저 기나긴 잠을 깨운 불청객으로 여길 수도 있었다.
“정확한 건 직접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네.”
반 슬레인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자신들끼리 얘기를 해봐야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거의 다 도착을 했으니, 곧 확인할 수 있겠네요.”
두 사람은 계속해서 속도를 높였다.
‘쯧.’
그러다 문득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의 기운이 확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 거대한 마기는 크라토스일 테고, 다른 하나는 처음 느껴보는 놈이야.’
문제는 남은 하나였다.
‘사자로군.’
반 슬레인의 말대로, 크라토스와 싸우고 있는 건 마왕의 추종자들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들끼리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곤란해질 수도 있겠는데.’
지금이야 서로 싸우고 있다지만, 자신들이 도착한다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용사는 그들의 주된 적이었으니까.
‘분명 우리가 타깃이 되겠지.’
크라토스 하나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그런데 사자와 사도까지 한 번에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우진이 옆에 있는 반 슬레인을 흘깃 쳐다봤다.
‘차라리 혼자 왔으면 더 편했을 텐데.’
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마왕화’를 하면 됐으니까.
크라토스의 힘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긴 해도, ‘마왕화’를 한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 슬레인이 옆에 있는 이상은 함부로 ‘마왕화’를 시전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용해야겠지.’
어차피 황제도 알고 있는 상태였으니, 이제 와 기를 써가며 감출 필요까진 없었다.
‘정 안 되면 황제의 이름을 팔아서라도 납득을 시키면 돼.’
그곳에서 반 슬레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느니, 차라리 ‘마왕화’를 해서 모두 처리하는 편이 백번 나았다.
겸사겸사 레벨도 올리고 말이다.
‘그런데 남은 한 놈은 누구일까?’
느껴지는 마기의 양을 보면 초극의 경지에 닿아 있었다.
그럼 사도일 것이다.
‘그런데 왠지 익숙하단 말이야.’
분명 처음 느껴보는 마기였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은 기분이 들었다.
게랄드, 레이나, 부운발리, 제노니아, 아르데토스, 베노인.
그동안 만나봤던 사도들을 모두 떠올려 봤다.
하지만 비슷한 기운을 지닌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처음 보는 놈이라는 건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뭐, 직접 확인을 해보면 알겠지.’
이제 곧 도착한다.
그때 놈의 얼굴을 확인하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 더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서우진의 눈에 세 존재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게 크라토스인가 보네요.”
다른 둘의 몇 배나 되는 크기였는지라, 가장 먼저 확인이 가능했다.
“느껴지는 기운에 비해 크기는 작은데.”
그래서 더 위험해 보였다.
특히나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열두 개의 머리에서, 섬뜩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상황을 지켜볼까요? 아니면 곧바로…….”
서우진이 반 슬레인에게 물어보던 때였다.
전면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서우진!”
그것을 들은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크라토스의 음성은 아니다.
사자의 음성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주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어쩐지 어디선가 느껴본 기운이다 싶었다.”
백시우다.
예전과는 아주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놈은 자신을 향해 살기를 터트리고 있었다.
서우진은 그런 백시우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냈다.
“오랜만이다, 이 새끼야.”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쉴 새 없이 뇌전이 내리치고, 바람과 검이 허공을 찢었다.
1초에도 수백, 수천 번의 격돌이 이어졌다.
덕분에 얼어붙은 대지는 본래의 형태를 잃은 지 오래였다.
마력과 마기, 그리고 혼돈기가 뒤섞여 끔찍한 상흔이 새겨졌다.
“서우진! 서우진!”
백시우가 검은 뇌전을 뿌리며 달려들었다.
“그만 불러라, 정 들겠네.”
서우진은 피식- 웃으며 뇌전을 피하곤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서걱-!
백시우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뭉텅 잘려 나가며 마치 눈처럼 떨어져 내렸다.
“진짜 많이 크긴 했네. 설마 내 검을 피할 줄이야.”
서우진이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실종된 지 수개월.
그동안 백시우는 무슨 짓을 한 건지 서우진 못지않게 강해진 상태였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서우진을 발견한 백시우가 달려드는 것을 시작으로, 난전이 벌어졌다.
반 슬레인과 사자가 싸움에 끼어들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저놈이 움직이지 않는 건 다행이긴 한데.’
서우진의 시선이 가만히 서서 지켜만 보고 있는 크라토스를 향했다.
놈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관찰을 하듯, 싸움을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신경이 쓰이긴 하네.’
만약 크라토스가 백시우와 사자의 편을 들어 전투에 참여한다면, 그때부턴 정말 재앙이 펼쳐진다.
‘그전에 싸움을 끝내야 돼.’
백시우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하긴 했다.
때문에 천천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이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니었다.
‘죽이자.’
서우진의 눈빛에 살기가 깃들었다.
백시우가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지금이라면 ‘마왕화’를 하지 않고도 쉽게 죽일 수 있었다.
‘십이천검.’
스킬을 발동했다.
‘카 라니엘’에 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웬만한 사도들의 목도 단숨에 찢어발길 위력의 빛이 별자리를 만들어내며 백시우를 향했다.
“감히 이따위 잔재주로!”
백시우는 그것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전의 내가 아니다!”
백시우의 전신에서 검은 마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기는 순식간에 빛을 뒤덮었다.
“네놈의 검격 따윈 내 힘 앞에선 무용지물……?”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던 백시우의 눈이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손톱만 한 작은 빛이 그의 마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이럴 수는 없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100레벨을 넘기며, 서우진도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자는 아직 부족하다 말했지만 믿지 않았다.
서우진이 아무리 빨리 성장해 봐야, 자신의 속도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다.
‘안 돼!’
마치 눈이 녹아내리듯, 자신의 마기가 녹아내렸다.
빛으로 이루어진 별자리가 백시우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도저히 피할 수도, 막아낼 수도 없는 공격이었다.
‘나는 또다시 지는가?’
첫 패배.
그리고 두 번째 패배.
모두 같은 사람에게 경험했다.
그 이후로는 결코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마기를 받아들이고, 사자의 뒤를 따른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또 진다고?’
백시우의 눈에 절망이 서렸다.
서우진에게 몇 번이나 같은 패배를 했다는 생각에, 좌절과 고통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지고 싶지 않다, 지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서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말이다.
[단순히 배교자의 장난감이라 치부하기엔, 지닌바 간절함의 크기가 범상치 않구나.]백시우의 목이 잘려 나가기 직전.
크라토스의 음성이 모두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서우진의 ‘십이천검’이 빛을 잃었다.
“…뭐?”
서우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크라토스가 무슨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빛을 쳐다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스킬이 사라졌다.
아니, 그보단 강제로 해제되었다는 쪽이 더 정확한 표현인 듯했다.
100레벨이 넘는 용사의 스킬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막아내는 존재라니.
서우진은 등골이 쭈뼛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지금 상태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깨달았다.
‘‘마왕화’를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나중에 반 슬레인에게 시달릴지언정,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혼돈의 왕’이여.]크라토스가 서우진을 불렀다.
[오늘은 배교자의 목으로 만족하고 떠나는 것이 어떠한가?]“…뭔 개소리야?”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서우진이 인상을 찌푸리자, 크라토스가 말을 이었다.
[배교자의 행동이 판데모니엄의 뜻에 반하였으나, 그 가치가 없다 할 순 없으니. 진정한 왕이 강림할 날을 대비하여…….]“크라토스!”
그때, 사자가 놈의 말을 막았다.
“나를 도와 용사를 죽여라! ‘혼돈의 왕’을 죽여라! 그래야만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도 그 위대한 뜻을 이룰 수 있다! 저놈이 살아 있다면 모두가 끝장이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교자라는 건 사자를 뜻하는 말인가 보군.’
왜 그렇게 부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잠시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크라토스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면 상당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배교자여, 너의 역할은 여기까지다.]“헛소리다! 너는 내 계획에 대하여 알지 못해!”
잔뜩 흥분한 사자가 크라토스를 향해 삿대질을 해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네가 진정한 마왕의 권속이라면! 용사를 죽여야만 한다! 그것이 판데모니엄의 맹약이며, 네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유이니까!”
크라토스가 사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크라토스는 열두 개의 머리를 끄덕였다.
[네 말이 옳다. 맹약을 지켜야겠지.]잠잠했던 놈의 마기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너무도 거대해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압도적인 마기.
그것이 다시 한번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맹약에 따라, 왕의 적을 배제하겠노라.]퍼억-!
동시에 사자의 몸이 터져 버렸다.
마치 부풀어 버린 풍선처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