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9)
258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크라토스는 물론이고, 반 슬레인을 비롯해 백시우까지.
‘마왕화’를 한 서우진의 모습을 보곤,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비단 외형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서우진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변한 것이 충격적이긴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우진에게서 느껴지는 경이로운 위압감 때문이었다.
“후우-”
서우진이 숨을 내쉬었다.
숨결에 담긴 혼돈기가 주변의 모든 것을 짓눌렀다.
“자, 자네…….”
그때, 반 슬레인이 가까스로 입을 열어 서우진을 불렀다.
“아까 드린 말씀을 기억해 주세요.”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반 슬레인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답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이 상황을 해결한 뒤에.’
서우진이 시선을 돌려 크라토스를 쳐다보았다.
놈의 눈동자들이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아까 하던 얘기 좀 이어서 해보자. 내 죽음이 누구의 소관이라고?”
적어도 크라토스는 아니다.
서우진의 전신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전능감은, 놈의 경지를 낱낱이 파악했다.
덕분에 알 수 있었다.
크라토스는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혼돈의 왕’이여.]“그렇게 부르지 마라. 나한테는 서우진이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크라토스를 향해 경고했다.
‘혼돈의 왕’이니, ‘세계에 종말을 가져올 자’니.
그딴 수식어를 듣는 것이 싫었다.
“네놈들의 예언대로 행동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저 강림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면 족하다.
하지만 크라토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바꿀 수 없는 정해진 미래이기에 운명이라 부르는 것이다.]놈은 확신하고 있었다.
서우진이 정말로 모든 세계를 끝낼 존재라고 말이다.
“개소리는 그만하고.”
더는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었다.
“그냥 죽어라.”
‘마왕화’를 하며 성격이 살짝 차갑게 변화한 서우진에게, 크라토스와의 대화는 그저 시간낭비에 불과했다.
[잠……!]서우진이 걸음을 떼자, 크라토스가 다급히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서우진의 움직임은 놈이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을 아득하게 초월해 있었다.
퍼억-!
머리가 터졌다.
순백의 비늘과 붉은 피, 찢겨져 나간 살점이 허공에 비산했다.
그야말로 찰나의 시간.
크라토스의 머리 중 하나가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꽤 단단하군.”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서우진이 주먹을 들어 쳐다봤다.
크라토스의 비늘과 뼈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내구력이 있었다.
한 방에 터져 나가긴 했지만, 주먹에서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만큼 놈의 육체는 단단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파스스슷-!
머리가 사라져 축- 처져 있던 목에 점차 힘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터져 나간 머리가 재생을 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무슨 히드라냐?’
신화 속의 히드라처럼 잘려 나간 머리가 두 개로 늘어나진 않았지만, 그 재생 속도만큼은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대화를 요청한다.]완벽히 재생을 끝낸 크라토스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물론 서우진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나로 안 되면, 두 개. 그것도 안 되면 단번에 모조리 베어버리면 될 일이지.”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들었다.
생각보다 단단한 놈의 머리를 단 번에 처리하려면, 주먹보단 검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핏-!
허공에 기다란 선이 그어졌다.
대체 언제 휘두른 것일까?
반 슬레인은 서우진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카 라니엘’은 무려 108번의 참격이 폭발했다.
그 결과…….
크라토스의 육체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 * *
“서둘러라! 오늘 안에 도착해야만 한다!”
선두에 선 테스테론이 소리쳤다.
크라토스의 영역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다.
하지만 기사들의 육체라면, 테스테론의 말처럼 오늘 내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상당히 무리를 해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병사들이 뒤처지고 있습니다.”
한 기사가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북방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라 하지만, 그래도 기사의 속도를 따라올 순 없었다.
결국 서로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테스테론은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었다.
“기사단이 도착하는 것을 최우선 사항으로 둔다. 병사들은 조금 천천히 도착해도 돼.”
만약 정말로 크라토스가 적이라면, 병사들의 전력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병사를 이끌고 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
보급품의 운송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병사들을 인솔할 기사 한 명을 배정해야겠군요.”
“그렇게 해.”
테스테론은 부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렇게 이동해서 버틸 수 있겠어요? 도착하자마자 뻗을 것 같은데.”
뒤에서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계수지가 아일린에게 물었다.
“확실히 무리하고 있긴 합니다.”
상급 기사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조금씩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육체라면 며칠 정도 달린다고 해서 지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이 문제였다.
이 혹독한 북방의 대지를 하루 종일 달린다면, 체력에 문제가 생길 건 분명했다.
“그럼 좀 천천히 이동해야 하지 않을까요?”
계수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물었다.
아무리 빨리 도착을 한다 한들, 싸우지 못하는 상태라면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니요. 그래도 서둘러야 합니다.”
아일린이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영주님은 매시브 가디언의 총사령관이자, 본국의 희망입니다. 그분이 위험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여유를 부릴 시간 따위는 없습니다.”
아무리 무리를 한다 해도.
도착해서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그래도 자신들은 가야만 했다.
“걸을 힘이 없다면 기어서라도 싸울 것이고, 검을 쥘 힘이 없다면 물어서라도 싸울 겁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반 슬레인이 무사할 수 있다면, 목숨 따윈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었다.
푸른 방패 기사단과 매시브 가디언의 병사들에게 있어, 반 슬레인이란 그런 존재였다.
“흐음…….”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관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이해할 순 있었다.
“그래도 별 위험은 없을 것 같은데.”
뒤에 있던 이지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영주 할아버지 옆에는 아저씨가 있잖아요. 그러니 딱히 걱정할 필요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이지아는 서우진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용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데르한의 자르반 평원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그 경이로운 광경을 생각하면, 실감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했다.
“스킬 한 번에 1만 마리가 넘는 에이션트 오크들을 녹여 버렸어요. 그뿐 아니라 사도들과 싸워서도 이겼고요. 크라토스가 얼마나 강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저씨한텐 안 될걸요?”
이지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서우진이 패배하는 모습은 떠오르질 않았다.
단 한 명, 아일린만 제외하곤.
“저도 우진 씨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크라토스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적들과는 그 격이 다른 존재다.
반 슬레인조차도 토벌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다.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놈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 장담할 수가 없었다.
“물론 두 분이 함께 있으니 패배할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로선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지라, 서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는 말이 있다.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다, 그 만에 하나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럼 시온은 끝장이야.’
반 슬레인이라는 거대한 방패가 없다면, 시온은 강림 전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반 슬레인의 지원을 가야만 했다.
아일린의 말에 이지아와 계수지는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크라토스라는 마수가 확실히 강하긴 한가 본데?”
문득 구동환이 말을 꺼냈다.
“그러게요. 점점 마기가 짙어지고 있어요.”
“이 정도면…….”
구동환이 슬쩍 앞서가는 기사들을 쳐다보았다.
“기사들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마기는 마력의 상극이다.
자신들은 괜찮지만, 기사들은 저 마기의 압박에 대항할 힘이 없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구동환의 말을 들은 것일까?
선두에 있던 테스테론이 뒤를 쳐다봤다.
“제국의 하늘탑에서 꽤나 괜찮은 물건을 만들어냈더군. 샌님들이 제법이야.”
“괜찮은 물건?”
계수지가 고개를 갸웃하자, 테스테론이 웃으며 품에서 원판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마기를 이겨낼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하더군.”
그가 꺼낸 것은, 이전 서우진이 죽음의 숲에서 보았던 것이었다.
하늘탑에서는 아이템의 대량 생산에 성공해 각국에 보급을 시작했고, 그것이 푸른 방패 기사단의 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이것만 있다면 마기가 두려워 몸이 굳을 일은 없소.”
구동환은 그것을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일은 없겠군.”
“…발목을 붙잡아?”
테스테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무래도 구동환의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다른 왕국의 용사들은 모두 당신 같은가?”
“무슨 뜻이오?”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반문하자, 테스테론이 코웃음을 쳤다.
“시온의 용사는 항상 겸손했는데 말이지. 후에 힘이 생겼다고 해서 기고만장하며 다른 이를 무시한 적도 없고.”
“…허!”
그제야 말뜻을 이해한 구동환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내가 기고만장했다? 당신들을 무시하면서?”
“내가 틀린 말을 했나?”
둘 사이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설원 위를 빠르게 달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여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계수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 두 사람 왜 저래요?”
이지아가 묻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헬창들끼리 자존심 싸움이 붙은 거지.”
“자존심이요?”
“매시브 가디언에서 동환 씨가 졌거든. 그래서 일부러 시비를 걸고 있는 거야.”
“아!”
이지아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확실히 테스테론 씨가 대단하긴 했죠. 설마 동환 아저씨를 이길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깎인 자존심을 회복해 보겠다고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한심하다는 듯 구동환을 쳐다봤다.
그러곤 옆에 있던 이지아와 김다혜에게 말했다.
“너희는 저런 거 배우지 마렴.”
차라리 쳐다도 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둘의 앞을 가로막아 버렸다.
‘하여간 헬창들이란.’
속으로 한숨을 내쉰 계수지가 시선을 저 멀리 이동했다.
마기가 짙어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