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
#25화.
“사람이 많네.”
서우진은 살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의 주변은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이니까요.”
정확히는 제국의 국경이지만.
서우진과 아일린은 마침내 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솔직히 중간에 무슨 이벤트 같은 게 일어나지 않을까? 하며 기대하긴 했다.
소설이나 영화에 보면 많이 나오지 않던가?
산적이라던지, 몬스터라던지.
‘응, 그런 거 없었어.’
두 사람은 너무도 편안하게 여정을 마쳤다.
아니, 편안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였다.
“이쪽으로.”
너무도 많은 인파에 질려 머뭇거리고 있는데, 아일린이 그런 서우진을 데리고 한쪽으로 향했다.
‘왠지 익숙해 보이는데.’
제국을 와본 적 있는 것일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히 목적지를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북방 시골에 처박혀 있던 촌뜨기 기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뭐, 자주 와본 모양이지.’
지금은 그런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신경쓸 정신이 없었다.
아일린의 뒤를 따라 조금 걷다 보니, 한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2층짜리 회색빛 건물이었다.
“여긴 어딘데?”
서우진이 물었다.
아무리 봐도 용사들이 재집결할 장소로는 보이지가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요.”
그러고는 혼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제국에 도착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목적지는 제국의 수도였으니까.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더 걸어야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시간이 촉박할 텐데.’
마차라도 타고 가면 좋으련만, 시온에서 준 여비로는 턱도 없는 일이었다.
그것으론 숙식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길가에 서 있을 때였다.
“어? D급 아저씨다.”
흠칫-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음성에 서우진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
“맞죠? 맞죠? 와, 오랜만이에요!”
고개를 돌리자, 160㎝도 안 되는 듯한 작고 아담한 체구의 여자아이가 보였다.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용사다.’
정확히 무슨 등급인지, 직업적 성이 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 것을 모두 기억하기엔 시간도 너무 흘렀고, 당시의 서우진의 멘탈이 정상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얼굴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웬 초딩까지 소환됐냐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으니까.’
그만큼 눈앞의 여자는 어려 보였다.
물론 그녀가 스무 살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더욱 난리가 나긴 했지만.
“반갑습니다.”
“우와, 어떻게 여기서 만나죠? 혹시 지금 제국으로 가시는 거예요? 잘됐다, 잘됐다! 우리 같이 갈까요? 아, 혹시 일행 없어요? 저는 같이 가는 분들이…….”
말이 많다.
마치 명절날 오랜만에 본 조카 같았다.
뭐가 그리 궁금한 것이 많은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통에 서우진은 귀에서 피가 나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될 정도였다.
“우진 씨?”
그때, 뒤에서 구원자가 나타났다.
바로 아일린이었다.
“이분은 누군가요?”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여자아이를 발견하곤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용사야.”
“이지아라고 해요! 와, 언니는 기사예요?”
붙임성도 좋은 아이다.
‘아니, 아이라기엔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지.’
겉모습으로 보면 삼촌과 조카 정도겠지만 말이다.
“아, 용사님이셨군요.”
아일린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자신의 소개를 했다.
“저는 시온의 기사, 아일린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반가워요! 여자 기사님은 처음 봐요. 신기하다!”
이지아는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었다.
“이지아 씨도 지금 가는 겁니까?”
내버려두면 끝도 없을 것 같아 서우진이 나서며 말을 잘랐다.
“맞아요. 저희도 이제 제국의 수도로 돌아가는 중이었어요. 벌써 1년이나 지났다니, 시간 엄청 빠르지 않아요?”
“저희?”
지금 눈앞에는 이지아 한 명밖에 없었다.
“응? 다 어디 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 앗, 여기요! 저 여기 있어요!”
말을 하던 이지아가 손을 번쩍- 들더니 누군가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그것을 들은 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대체 어딜 가셨던 겁니까? 한참 찾았습니다.”
“헤헷. 아는 분을 만나서 저도 모르게 움직였지 뭐예요?”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은 붉은색의 갑주를 입고 있는 기사들이었다.
귀여운 외모의 이지아와는 달리, 마초적인 느낌이 가득 풍기는 우락부락한 헬창들이었다.
‘테스테론이 한가득이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테스테론과 맞먹는 육체의 기사가 다섯 명이나 있었다.
“…누구십니까?”
그들은 서우진과 아일린을 경계하며 물었다.
“푸른 방패 기사단의 아일린입니다.”
“시온?”
“아, 북방의 그…….”
서우진의 소개를 하기도 전이었다.
그런데도 시온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그들의 얼굴에서 경계는 사라지고 웃음이 서렸다.
“북방의 수호자셨군. 그럼 옆에 계신 분은 소문의 그 용사님이겠고.”
명백한 무시가 가득 담겨 있는 웃음이었다.
D급 용사가 시온으로 갔다는 소문이 꽤나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았다.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릴 때였다.
“잠깐만요! 제가 아는 분이거든요? 무례하게 굴지 말아주실래요?”
이지아가 먼저 나서며 호통을 쳤다.
“계속 그러면 진짜 확 그냥! 아주 혼나요?”
허리에 양손을 얹고 혼을 내는 그녀의 모습은 귀여웠지만, 기사들은 웬일인지 잔뜩 움츠러들었다.
“죄송해요, 아저씨.”
“하하-”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이지아를 본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괜찮습니다. 뭐,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시브 가디언에서 병사들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 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분들은 제가 있던 레닌스탕 왕국의 기사님들이에요. 제국까지 저를 데려다주신다고 해서 같이 다니고 있죠.”
‘그럴 필욘 없는데 말이에요’ 하며 서우진에게 뒷말을 속삭였지만, 이 자리에서 그것을 듣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험험.”
기사들이 민망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그러곤 손을 내밀었다.
“난 붉은 바람 기사단의 제르민이오. 이 녀석들은 내 부하지. 시온의 기사를 만나게 되어 반갑소.”
“…반갑습니다.”
아일린은 그 손을 마주잡으며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맞다! D급 아저씨, 저랑 같이 가요.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괜찮죠?”
갑작스런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쁠 것은 없었다.
이지아가 말이 너무 많긴 했지만, 솔직히 지루한 것보단 시끌벅적한 것이 더 나았다.
서우진은 아일린을 쳐다봤다.
“어떻게 할까?”
같이 동행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아일린이 거북해하면 굳이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저는 괜찮아요.”
“오예! 그럼 같이 가는 거죠?”
이지아는 신이 났는지, 방방 뛰었다.
저 모습을 보고 누가 이십대 초반의 아가씨라 생각할까?
‘누가 봐도 초딩 조카지.’
“저희 마차로 가요. 꽤 크니까 다 같이 타도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이지아는 대답도 듣지 않고 쌩- 하니 앞장서서 걸어갔다.
“우리도 가자. 마차라니,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네.”
안 그래도 기한이 촉박했는데 잘됐다.
두 사람은 빠르게 멀어지는 이지아와 기사들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여긴 왜 들른 거야?”
서우진이 물었다.
제국에 도착하자마자 들른 곳이었으니, 뭔가 중요한 곳인지 궁금했다.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아일린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왠지 살짝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에 서우진은 더 묻지 않았다.
“이쪽이에요-! 얼른 오세요-!”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이지아가 펄쩍펄쩍거리는 것이 보였다.
“지치지도 않나 봐.”
“그래도 가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겠네요.”
“그렇지?”
서우진은 웃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이지아 씨는 등급이 어떻게 되죠?”
마차는 이지아가 말 한대로 꽤 넓었다.
물론 기사들 전부가 탈 정도는 아니었지만, 서우진과 아일린이 타기엔 충분했다.
“저는 A급이요. 직업은 ‘피스트 마스터’구요. 레벨은, 짜잔! 무려 26입니다! 키는 148! 나이는 21!”
등급 하나 물었을 뿐인데, 개인정보를 죄다 읊어주었다.
지구였으면 보이스 피싱당하기 딱 좋은 성격이었다.
‘그나저나 ‘피스트 마스터’라니. 저 작은 체구로?’
우다다다- 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이지아의 모습을 생각하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저씨는요? D급이라는 건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는데, 직업은 뭐예요?”
이번엔 이지아가 물었다.
“아, 저는 ‘검병’입니다. 레벨은 뭐, 이제 10이네요.”
대답하며 슬쩍 이지아의 표정을 살폈다.
역시나 조금 불편해 하는 느낌이었다.
서우진이 그럼 그렇지, 하며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이지아가 말했다.
“아저씨. 말 편하게 놓으면 안 돼요? 계속 존댓말 들으니까 불편한데.”
‘아, 그쪽이었어?’
서우진의 레벨이나 등급 따위가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하, 그럴까?”
고작해야 네 살 차이.
하지만 너무도 어려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서우진은 쉽게 말을 놓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제국의 수도에 도착할 때까지 이지아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오죽하면 그 냉정한 아일린조차 질린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왕국의 용사들이 어떻게 성장을 했는지, 왕국에서 무슨 지원을 받았는지 등등.
매시브 가디언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도착! 드디어 도착했어요! 제국의 수도에!”
마차 문이 벌컥- 열리며 이지아가 밖으로 튀어나갔다.
“와아, 역시 제국은 제국이에요. 그쵸?”
서우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시온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함이 느껴졌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차 밖에서는 깔끔한 제복을 입고 있는 근위병들이 도열한 채, 그들을 맞이했다.
“레닌스탕에서 오신 이지아 님, 맞으십니까?”
“네! 맞아요. 제가 이지아예요.”
그녀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럼 이쪽이…….”
“서우진입니다.”
대충 무슨 말이 나올지 알아차린 서우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확인되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서우진은 그의 안내를 따라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커다란 문을 지났다.
그러자 눈앞에 여느 한국의 대학 캠퍼스보다도 커다란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이번에 소환된 용사님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기관입니다.”
‘이번에 만들었다고?’
자신들이 소환된 게 이제 고작 1년이다.
그사이에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지었다.
‘한국이었으면 부실공사니, 날림공사니 욕을 들어 먹었겠지만…….’
이곳엔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러니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닐 터.
‘그걸 감안해도 믿기지 않는 속도야.’
제국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커다란 것 같았다.
시온이었으면 최소 5년 이상은 걸렸을 대공사를 벌였을 텐데.
서우진이 감탄하며 구경하는 사이, 이지아는 계속해서 재잘거렸다.
“여기는 뭔가요? 어, 저기는 연무장 맞죠? 엄청 크네! 와아, 엄청 멋있는 건물이에요!”
안내하는 병사는 힘들어하는 내색 하나 없이, 그녀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일행은 마침내 한 건물 앞에서 멈추었다.
“이곳이 앞으로 용사님들이 머무실 기숙사입니다.”
기숙사라 소개한 건물 앞에는 처음 소환되었을 때 보았던, 바로 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제8차 마왕 침공을 막기 위해 소환에 응해주신, 이계 용사님들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