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1)
260화.
크라토스와 백시우가 떠났다.
남은 것은 몸이 터져 죽은 사자의 조각난 시신과 백시우의 한쪽 팔, 그리고 핏자국이 전부였다.
서우진은 ‘마왕화’를 해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좀 아쉽군.’
멈춰 있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크라토스는 방법이 없어 무리라 쳐도, 백시우를 죽였다면 꽤나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100레벨이 넘어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놈이었으니까.
그런 경험치 덩어리를 그냥 보내준 것이 조금, 아니,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을 달랠 시간은 없었다.
바로 옆에서 반 슬레인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반 슬레인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훗날 듣겠네.”
반 슬레인은 곧장 서우진의 ‘마왕화’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이런 곳에 서서 듣기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서우진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조금 더 내용을 가다듬은 뒤에 설명해 줄 수 있는 시간을 벌었으니까.
하지만 반 슬레인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허나 이건 들어야겠네. 도대체 왜 저들을 놓아준 것인가?”
그가 손을 들어 크라토스와 백시우가 사라진 곳을 가리켰다.
“물론 어려운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네. 나도 귀가 있으니까.”
바로 옆에서 대화를 들었으니, 서우진이 크라토스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타락한 용사는 죽일 수 있었네. 자네가 마왕의 권속을 막고 있는 동안, 내가 그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었지 않나?”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크라토스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반 슬레인이 백시우를 죽일 동안 붙들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유가 무언가? 혹, 내가 그에게 질 것이라 생각한 겐가?”
반 슬레인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서우진이 그냥 놓아줄 이유가 없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 건 아닙니다.”
물론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반 슬레인은 서우진이 ‘마왕화’를 하지 않는 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자다.
백시우가 아무리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진 그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이 백시우를 놓아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서 놓아준 겁니다.”
“피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무슨 피해가…….”
“푸른 방패 기사단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서우진의 말에 반 슬레인이 입을 다물었다.
“제 동료들도 함께 오고 있군요. 그 뒤에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마왕화’를 한 서우진의 감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게 퍼져 있었다.
덕분에 반 슬레인이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속도로 보면 한 시간 내에 도착할 듯하네요.”
“한 시간…….”
반 슬레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백시우를 죽이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기도 했다.
방심한 틈을 노려 팔 한쪽을 자르긴 했지만, 둘이 제대로 붙는다면 결코 쉽게 싸움이 끝날 리가 없었다.
적어도 푸른 방패 기사단과 용사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는 전투가 이어질 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백퍼센트 싸움에 휘말리겠지.’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끼리 벌이는 전투는 너무도 위협적이다.
아무리 멀찍이 떨어져 구경한다 해도 절대 안전하다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영악한 백시우라면, 서우진과 반 슬레인의 약점을 공략하는데 주저함 없을 게 분명했다.
“괜한 피해를 키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도 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은 보내주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반 슬레인이 두 눈을 감았다.
서우진의 말에는 전혀 틀린 게 없었으니까.
아무리 백시우를 죽이는 것이 대의라고는 하지만, 그게 자신의 기사와 병사들의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다.
“허허, 녀석들. 시키지도 않은 짓을.”
말을 하는 반 슬레인의 표정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비록 원치 않은 일이기는 했지만, 부하들이 자신을 이토록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없었다.
“돌아가면 한 번 굴려야겠군.”
물론 대가는 좀 치러야겠지만 말이다.
“오해해서 미안하네.”
반 슬레인이 서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요. 영주님께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서우진이 손을 내저었다.
스승과도 같은 이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크라토스가 한 말의 뜻이 뭘까요?”
서우진은 말을 돌리기 위해 백시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분명 새로운 왕이라 했네.”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라는 말도 했었죠.”
크라토스는 백시우가 새로운 마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자도 백시우를 납치해 간 것을 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마왕이라…….’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
‘설마 나처럼 되는 건 아니겠지?’
백시우가 ‘마왕화’를 해서 덤빈다고 생각하자,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
물론 서우진이 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쉽게는 이기지 못할 게 분명했다.
‘역시 죽일 수 있을 때 죽여놨어야 했는데.’
서우진 역시 반 슬레인 못지않게 아쉬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놈을 그냥 보내주려니 속이 쓰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게도 동료들은 소중했으니까.
백시우 같은 놈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할 순 없었다.
“아무래도 제국을 비롯한 타국에도 이 정보를 알려야겠네.”
“그래야겠죠.”
SSS급 용사가 마왕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를 해두어야만 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강림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백시우라는 이름의 마왕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일단은 돌아가세. 녀석들이 여기까지 오길 기다리다간 내 머리가 하얗게 새겠네.”
반 슬레인의 난이도가 높은 농담에, 서우진은 입을 열지 못했다.
* * *
“음?”
테스테론과 티격태격하며 선두를 달리던 구동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정지!”
그리고 동시에 손을 들고 소리쳤다.
“갑자기 무슨 일이오?”
갑작스러운 행동에 테스테론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구동환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마기가 사라졌소.”
방금 전까지 끔찍할 정도로 강렬했던 마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그 말은?”
테스테론이 묻자, 뒤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싸움이 끝났다는 뜻이죠.”
계수지였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나왔다.
“일단 여기서 전투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요.”
전투는 끝났다.
누가 승리했는지는 자신들로선 아직 알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누가 승리를 했든 상관없었다.
만약 크라토스가 이겼다면 자신들마저 해치우려 올 것이고, 서우진과 반 슬레인이 이겼대도 이쪽으로 돌아올 테니까.
“그러니 이곳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편이 나아요.”
그녀의 말에 테스테론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합당한 대처였던 것이다.
“전투 준비를 갖춰라!”
테스테론의 명령에 기사들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검을 뽑았다.
스르릉-!
수십 개의 검이 동시에 발검되었음에도, 들리는 소리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그것만 보더라도 이들이 얼마나 잘 훈련되어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우리도 준비하죠.”
기사들을 보며 속으로 감탄한 계수지가 동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럽시다.”
가장 먼저 대답한 구동환이 ‘변신’을 했다.
“…미친.”
‘마법소녀’가 된 그의 모습을 처음 본 기사들이 침음성을 내뱉었다.
“끔찍하군.”
“저게 대체 무슨 해괴한 모습이란 말인가?”
마치 못 볼꼴을 보았다는 듯, 시선마저 외면하며 욕설을 내뱉는 이도 있었다.
“그래도 몬스터라고 공격하는 사람은 없네요.”
기사들의 모습을 본 이지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기사들이라고 병사랑은 달리 인내심이 깊은가 봐.”
계수지는 실제로 기사들이 깜짝 놀라 검을 겨눌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실제로 자르반 평원에서 에이션트 오크들을 토벌할 당시, 구동환을 몬스터로 착각해 공격한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람하다 못해 거대하기까지 한 근육질 사내가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싸우는 모습은, 그만큼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매일 보는 우리도 힘든데 저분들은 오죽할까?’
계수지는 진심으로 기사들을 걱정했다.
“왜? 뭐?”
구동환이 뭐가 문제냐는 듯,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물론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구동환을 시작으로 모두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며 언제든지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시작했다.
“감각 유지해. 개미 한 마리도 놓쳐선 안 돼.”
크라토스쯤 되는 존재라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나타나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
불시의 기습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계속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계를 해야만 했다.
후우우우우우웅-.
북방의 칼날 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마법 처리가 되어 있는 코트를 입고 있어 냉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왠지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크라토스가 이겼다면 어떻게 하지?’
계수지는 조금 불안해졌다.
서우진마저도 감당할 수 없던 괴물을 자신들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도망을 쳐야 하나?’
거기까지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도망은 불가능하다.
그만한 괴물이 자신들을 따라잡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차라리 지금처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편이, 훨씬 더 승산이 높을 것이다.
‘제발 우진 씨가 오기를…….’
너무 긴장한 탓일까?
어깨가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적당한 긴장은 전투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계수지는 천천히 힘을 빼며 딱딱하게 굳은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온다.”
그때, 구동환의 무거운 음성이 들려왔다.
저 멀리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두 명?’
사람처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크라토스의 외형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으니까.
실제로 인간과 비슷한 외형의 몬스터나 마수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 않던가?
계수지는 결코 마음을 놓지 않은 상태로, 두 개의 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바람만 가득한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계수지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옆에서 김다혜의 음성이 들려왔다.
마치 처음부터 그럴 것이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너무도 태연한 음성이었다.
“우진 아저씨임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