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2)
261화.
‘좋은 판단이야.’
서우진은 동료들과 푸른 방패 기사단이 자리에 멈춰선 것을 알아차리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이군.”
반 슬레인 역시 서우진과 같은 감상을 내뱉었다.
“그러게요. 역시 매시브 가디언의 기사들은 경험이 풍부해서 그런지, 경솔하게 움직이질 않네요.”
정확히는 계수지의 판단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서우진은 푸른 방패 기사단이 결정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허허- 만약 앞뒤 생각지 않고 움직였다면 더욱 굴릴 생각이었는데, 다행이구먼.”
반 슬레인이 웃으며 말하자, 서우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 양반, 어떻게든 굴리긴 굴리겠다는 뜻이네.’
서우진은 눈앞의 괴물이 사람을 어떻게 굴리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
밉상이었던 테스테론이 잔뜩 구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웃음이 났다.
“어서 움직이죠. 누가 올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을 테니.”
이 추위에 불안한 심리상태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한없이 기다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용사들이야 기후에 영향을 덜 받을 테니 문제가 없었지만, 기사들은 다르다.
그들의 육체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북방의 추위는 생명체가 견뎌내기엔 너무도 가혹했으니까.
“그러세.”
둘은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소복이 내려앉아 있던 눈이, 풍압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듯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화아아아아아악-!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 앞에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달려왔나 보네.’
동료들의 모습은 서우진이 떠날 때와 똑같았다.
꾀죄죄한 것이 제대로 씻지도 못한 듯했다.
‘불쌍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자신을 돕기 위해 다급하게 달려왔을 동료들을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해야지.’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
만약 크라토스가 자신조차 당해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적이었다면?
그래서 자신들을 해치운 놈이 용사들을 노리고 왔다면?
기사들은 물론이고, 동료들 역시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를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마운데, 그래도 따끔하게 얘기는 해줘야 해.’
그래야 똑같은 상황에서 저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아저씨이!”
저들도 이쪽을 발견한 것 같았다.
이지아의 반가움 가득한 외침이 들려온 것이다.
“저 아이는 한결같구먼.”
반 슬레인은 아카데미와 매시브 가디언에서 이지아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이지아의 밝은 성격을 꽤나 마음에 들어 했다.
덕분에 반 슬레인은 얼굴 가득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게 장점이죠.”
가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 많기는 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들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대체 누구랑 싸운 거예요? 크라토스! 크라토스 맞죠? 그 괴물이라는 놈이요!”
역시나 이지아는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본래부터 왕성했던 호기심에 더해 서우진이 무사하다는 안도감까지 겹쳐, 마치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갔다.
“이긴 거 맞죠? 얼마나 걱정했는데! 저 말고 다혜도 걱정했어요. 그치? 저 근육 기사 아저씨랑 동환 아저씨도 걱정했고, 또또.”
“그래그래, 걱정해 줘서 고맙다.”
가만히 놔두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었기에, 서우진은 적당한 타이밍에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러곤 동료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보다시피 괜찮아요. 이겼다고 보긴 좀 어려운데, 어쨌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 말에 다들 어깨를 으쓱- 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거 봐. 우리가 도착할 때쯤엔 싸움 다 끝나고 돌아오고 있을 거라고 했지?”
강병규와 구동환이 서우진을 보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들 역시 걱정하긴 했는지, 곁눈질로 서우진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적은 크라토스였나요?”
계수지가 물었다.
“네, 맞아요. 거기에 다른 놈들도 있긴 했지만.”
“다른 놈들?”
“예전에 아카데미에 나타났었던 사자라는 놈이랑…….”
서우진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백시우요.”
모두의 눈이 커졌다.
“아니, 그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튀어나오자,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서우진은 굳이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긴 대화를 나누기엔 좋은 장소도, 시간도 아니었으니까.
일단 매시브 가디언으로 돌아간 후에 이야기해 줘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무사히 돌아오셔서.”
“동감요.”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옆은 조금 심각했다.
“…명령도 없이 출정을 결정한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테스테론과 제임스가 고개를 숙인 채 자신들의 죄를 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인 건 알고 있는 모양이군.”
반 슬레인의 말에 둘의 고개가 더욱 내려갔다.
“너무 경솔한 행동이었네.”
“죄송합니다.”
그들이라고 이렇게 행동해서 안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하지만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영주는 매시브 가디언의 총사령관이자, 시온의 가장 뛰어난 방패였으니까.
만약 반 슬레인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이 척박한 왕국은 몰락하고 말 것이다.
기사들은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았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일린 역시 반 슬레인에게 용서를 구했다.
“허어-”
한숨을 내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들의 마음은 잘 알고 있네. 그래서 고맙기도 허이.”
서우진에게 했던 말이 빈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반 슬레인은 내심 흐뭇해하고 있었으니까.
“허나 이대로 넘어갈 순 없네.”
“감수하겠습니다.”
아일린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복귀 후, 기사단 전원은 나와 대련훈련을 시작할 걸세. 기간은 일주일.”
그 말에 모두가 사색이 되었다.
“여, 영주님.”
테스테론조차 말을 더듬으며 반 슬레인을 불렀다.
“차라리 징계를…….”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움직인 것인데, 내 어찌 징계를 내리겠나? 대련훈련이면 충분하다네.”
허허- 웃으며 말하는 반 슬레인의 모습에, 기사들은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기대가 되는구먼.”
매시브 가디언의 경계태세가 더욱 강화되었다.
반 슬레인에게 원(怨)을 품은 크라토스가 혹시 쳐들어올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도 번갈아가면서 불침번을 서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우진이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크라토스가 그렇게 강했어요?”
그러자 이지아가 궁금하단 표정으로 질문했다.
“음, 강하긴 하지.”
적어도 지금의 동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상대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 정도면 네 말대로 불침번을 서는 게 낫겠네. 괜히 방심하고 있다가 당할 순 없으니까.”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동료들 역시 찬성했다.
“좋아. 당분간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 때까지는 여기에서 머물 예정이니까, 일단 순번부터 정하자.”
다행히 남자의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왔기에 스케줄을 짜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뚝딱 결정지은 뒤, 서우진은 동료들을 향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까는 못한 얘기가 좀 있는데.”
서우진은 백시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왕이요?”
그것을 들은 계수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크라토스의 말을 들어보면, 마왕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마왕이 둘이 되는 겁니까?”
구동환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까지 셋이지만.’
서우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큰일 아닙니까? 마왕의 권속도 못 이기는 판에, 하나가 더 늘어나다니.”
정말로 백시우가 마왕이 된다면, 그야말로 재앙이 따로 없을 것이다.
“큰일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서우진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빨리 레벨을 올리는 것. 그래서 마왕이 둘이든 셋이든. 모조리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죠.”
결국 가장 최선의 방법은 레벨을 최대한 올리는 것밖에 없었다.
서우진의 말에 구동환이 끙- 하는 소리를 냈다.
“너무 당연한 소리라 할 말이 없군요.”
“얼마나 강해지면 될까요?”
이번엔 계수지가 물었다.
“흠…….”
서우진은 잠시 고민을 해보았다.
과연 어느 정도 레벨이 되어야 마왕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지.
‘130레벨 정도면 될까?’
아직 서우진도 도달하지 못한 레벨이다.
그 정도면 마공은 몰라도 반 슬레인은 확실히 넘어서는 경지다.
하지만 마왕을 상대로 이길 수 있냐고 묻는다면,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130레벨 정도가 ‘마왕화’ 상태인 나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단 말이지.’
정확한 레벨을 측정할 순 없었지만, ‘마왕’이 된 서우진은 대략 150~160레벨쯤일 것이다.
만약 백시우가 그 정도로 강해진다면, 130레벨로는 어림도 없었다.
“150레벨. 그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서우진이 자신 없게 말하자, 계수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까지 올리는 게 가능하기는 해요?”
이제 간신히 90레벨 대에 접어들었다.
덕분에 필요 경험치가 점점 미친 듯이 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60레벨 정도를 더 올려야 한다니.
“이전에 소환된 용사들이라면 모를까, 우린 힘들 것 같은데.”
지원할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 있고, 받아야 할 용사들은 98명에 달한다.
당연히 지원이 분산될 수밖에.
“고민을 좀 해봅시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으니까.”
짧으면 1년, 길면 2년.
그사이에 저들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서우진은 비관하지 않았다.
‘한 놈은 내가 맡고, 백시우는 다구리를 치면 돼.’
중과부적(衆寡不敵)이란 사자성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 부족한 레벨이라도, 그 수가 열 명, 스무 명이 넘는다면?
아무리 백시우라 할지라도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그 정도가 가능하려면 전원 130레벨 이상은 되어야겠지만 말이다.
“휴우, 조금 쉴 수 있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군요.”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며칠간 머물 것이란 말에 희희낙락하고 있었는데, 그런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휴식도 중요하긴 하니까. 게다가 지금은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잠시 위험한 일을 피하고 있는 거예요.”
고작해야 며칠.
크라토스의 위협이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만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얼마든지 성장은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어떻게요?”
이지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매시브 가디언 내에는 몬스터라곤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까.
“잊고 있었나 본데, 레벨을 올려야만 성장하는 건 아니야. 아카데미에서도 자주 했었잖아?”
“아, 대련 훈련!”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맞아. 타이밍 좋게도 기사들 역시 대련 훈련을 한다고 하니, 거기에 함께 끼면 될 거야.”
말하는 서우진의 표정에 왠지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