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3)
262화.
매시브 가디언은 천혜의 요새다.
얼음과 석재로 쌓아올린, 이름 그대로의 거대한 성벽이었다.
하지만 매시브 가디언의 진짜 힘은 성벽이 아닌, 그곳에 주둔한 병력으로부터 나온다.
6백 년 전, 요새가 세워진 뒤부터 지금까지.
매시브 가디언의 병사들은 단 한 번도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훈련을 멈춘 적도 없었다.
때문에 매시브 가디언에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들은 이곳을 ‘통곡의 벽’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훈련하는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마치 통곡처럼 들린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도 들려왔다.
다른 때보다 훨씬 크게.
“허어억!”
“우웩! 하아, 하아!”
여기저기서 기사들이 구토를 하며 나자빠졌다.
입김도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였음에도, 그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일어나게, 아직 끝나려면 멀었으니.”
반 슬레인은 그런 기사들을 향해 냉정하게 명령했다.
“아, 알겠습니… 우욱!”
테스테론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다 허리를 숙이곤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쯧쯧.”
그 모습을 본 반 슬레인이 혀를 찼다.
“그간 자네들에게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나 보군. 이렇게 나약해서야.”
그 말을 들은 테스테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제국의 수호자가 아닌 이상, 이 훈련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대련 훈련은 지옥과도 같았다.
“용사들을 보게. 아직도 팔팔하지 않은가?”
반 슬레인의 말에 기사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서우진의 동료들이 몸을 풀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훈련을 했음에도, 저들은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인다네.”
기사들이 입술을 짓씹었다.
“아무리 용사들이 평범한 존재들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훈련에서까지 밀려서야 되겠는가?”
“…아닙니다.”
테스테론은 이를 악다물며 검을 집어 들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다른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온은 대륙의 그 어떤 국가보다 자부심이 강하다.
그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승부감마저 뛰어났다.
그러니 반 슬레인에게 저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나자빠져 있을 기사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의를 불태우는 그들의 모습에 반 슬레인이 미소를 지었다.
“오시게.”
콰아아아앙-!
* * *
“저 양반한테 또 낚였네.”
기사들이 땅을 뒹굴며 구토를 해대는 모습을 본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뭘 낚여요?”
“아무것도 아니야.”
이지아에 물음을 어물쩍 넘어간 서우진은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훈련은 좀 어때요?”
“…죽을 것 같네요.”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도움은 되는 것 같은데요?”
“동감요.”
용사들이 각자의 생각을 내뱉었다.
엉망이 된 그들의 모습을 본 서우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꽤 굴렀네.’
반 슬레인의 훈련이 얼마나 악랄한 수준인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힘들 것이다.
다른 이들에 비해 체력이 약한 비전투 직업들은, 이미 몇 번 토를 했는지 얼굴이 핼쑥해져 있었다.
“힘들어도 버티세요. 그러면 수지 씨 말대로, 꽤나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확실해요? 그냥 괴롭힘 당하는 것 같은데.”
이지아가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서우진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예전에 같은 훈련을 받았어. 그러니까 믿어. 며칠만 견뎌도 확 달라질걸?”
서우진 역시 자신들과 같은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에, 동료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아무래도 서우진이 이렇게까지 강해진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뭐, 상관없겠지. 실력이 향상되는 것만은 확실하니까.’
물론 그만큼 개고생을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저씨는 왜 같이 안 해요?”
그때, 이지아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응? 나?”
“치사하게 혼자만 쏙 빠져나가고.”
서우진이 속으로 허허- 웃었다.
치사하다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
“내가 훈련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건 아니고.”
“그럼 따로 할 일이라도 있어요? 보니까 맨날 노는 것 같던데요?”
“…나도 나름대로 일이 있긴 하거든? 그리고 내가 끼면 너희가 훈련을 못해.”
서우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서우진이라고 왜 훈련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반 슬레인 정도의 존재라면, 같이 검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런데도 함께하지 않는 건, 둘의 수준이 너무도 높았기 때문이었다.
“검격 하나, 참격 하나에 주변이 쑥대밭이 될 거야.”
아무리 힘을 뺀다고 해도, 주변 100미터 이내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럼 저희 훈련도 물 건너가겠군요.”
“그렇죠.”
계수지의 말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모두 이해한 것 같았다.
물론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도 느껴졌다.
“같이 고생 안 하는 게 그렇게도 억울하냐?”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서우진은 이지아가 왜 자신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건지 눈치채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저는 참가 못합니다.”
말을 끝낸 서우진이 흘깃- 기사들을 쳐다봤다.
‘음, 끝났네.’
바닥에 널브러진 기사들은, 더 이상 일어날 체력도 남아 있지 않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젠 용사들 차례였다.
“자, 잡담은 여기까지. 다들 충분히 쉬었죠?”
서우진이 손뼉을 치며 말하자, 다들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조금 더 쉬었으면 좋겠는데.”
이지아가 소심하게 반항을 해보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응, 안 돼. 얼른 일어나서 뛰어가.”
하지만 서우진이 단호한 표정으로 재촉하자,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뗐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아!”
용사들은 마치 지옥에라도 걸어 들어가는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서우진 역시 몸을 돌렸다.
‘그럼 나도 할 일을 좀 해볼까?’
* * *
오이언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저 멀리 보이는 요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웅장하다 못해 거대하기까지 한 성벽.
12만에 달하는 그의 병력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컸지만, 사실 그의 머릿속엔 다른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성왕 전하께서 정말로…….’
바로 얼마 전, 오이언의 명령을 받아 총교단으로 떠났던 아에론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총교단에서 보고 들은 것을 보고했다.
‘아에론이 거짓을 고할 리가 없으니, 사실이라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이번에 아이에르에서 일으킨 전쟁은 마왕의 추종자들이 꾸민 음모라는 얘기였다.
“이단의 손에 놀아나다니.”
오이언은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덕분에 북방의 살을 에는 추위도, 아름다운 설원도, 거대한 매시브 가디언도.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고민이 깊으신 듯합니다.”
너무 생각에 빠져 있던 탓일까?
아에론이 바로 옆까지 다가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평생을 충성해 왔던 이가 마왕의 추종자라니, 충격받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그의 말에 아에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하시겠습니까?”
“글쎄…….”
마음 같아서야 이 병력을 끌고 아이에르로 돌아가 그 이단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검은 존재’와의 약속을 지켜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병력을 아이에르로 끌고 간다면, ‘검은 존재’가 가만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
‘무의미한 희생을 발생하게 둘 순 없지.’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가만히 매시브 가디언으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시온에서 별말 없이 받아주어 다행입니다.”
사실 아에론은 시온이 입국을 거부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 누구도 이렇게 쉽게 시온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왕국이 타국의 12만에 달하는 병력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인단 말인가?
심지어 시온은 아이에르와 그리 사이가 좋은 국가도 아니었다.
아에론처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온은 입국의 허가뿐만 아니라, 보급을 비롯한 편의까지 봐주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마치 ‘검은 존재’가 시온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한 모습 아닌가?
‘생각해 보면 제국도 마찬가지지.’
제후국들 역시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고 길을 열어주었다.
황제의 명이 있었다고 하니, ‘검은 존재’는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후의 계획은 일단 매시브 가디언으로 들어간 이후 생각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아에론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흐음.”
대화를 일단락 짓자, 그제야 매시브 가디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견고해 보이는군.”
크기와 높이도 대단했지만, 오이언은 성벽의 단단해 보이는 방호력이 가장 인상 깊은 듯했다.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욱 인상 깊군요.”
“인간을 상대하려고 만든 요새가 아니라던데.”
“강림 전쟁 당시 마왕을 막기 위해 지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물론 시온의 촌놈들만 그리 주장하고 있지요.”
아에론이 웃으며 말하자, 오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너의 말은 틀렸다. 저곳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 지어진 게 분명하다.”
그것이 정말로 마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인간과의 전쟁 때문에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그렇게 보기엔 성벽이 너무도 높고 두꺼웠다.
“저만한 크기의 요새를 짓느니, 그 예산을 다른 곳에 돌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겠지.”
게다가 위치 역시 오이언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대륙의 최북방에 있는 국가 시온.
그리고 그곳에서도 가장 끝단에 위치한 게 매시브 가디언이다.
이 위로는 그 어떤 인간도 살지 못했다.
그런데도 매시브 가디언은 북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에론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지만, 오이언이 그의 말을 막았다.
“시온을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대륙에서는 촌놈이라 부르며 무시하지만, 그들의 힘은 결코 우리의 아래가 아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엄청난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투기, 투지, 전의, 그리고 열망.
이런 기운이 이 먼 곳까지 전해질 정도였으니, 결코 약할 리가 없었다.
“병사들에게 주의를 주도록,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명을 받듭니다.”
그렇게 아에론이 오이언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몸을 돌릴 때였다.
저 멀리, 매시브 가디언 쪽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음?”
오이언 역시 뒤늦게 그것을 발견하곤 눈이 커졌다.
“저건……?”
마치 걷는 듯한 모양새였는데, 그 속도가 놀라웠다.
마치 공간을 접어서 달리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성큼 가까워질 정도로 말이다.
날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의 기다란 코트를 입은 채, 한 자루의 검을 덜렁거리며 다가오는 사람.
바로 서우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