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4)
263화.
“별 탈 없이 도착했네.”
서우진은 매시브 가디언으로 다가오고 있는 아이에르 군의 모습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12만.
기사와 병사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서 얼어붙은 대지를 걸어오는 중이었다.
‘얼어죽는 사람이 나오는 거 아니야?’
미처 북방의 혹한을 계산하지 못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본 병사들은 모두 이 추위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만 봐왔다 보니, 다른 왕국의 병사들도 별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매시브 가디언으로 다시 와보니,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북방은 더욱 추워졌고, 저들은 추위에 익숙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 부분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서우진은 괜히 자신 때문에 아이에르의 병사들이 떼로 동사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아이에르 군은 딱히 고생을 하지 않았다.
물론 장거리 행군으로 인한 피로는 극심했다.
하지만 시온에서 보급을 비롯한 대부분의 편의를 제공해 준 덕에, 동사나 아사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서우진은 괜한 걱정을 하며, 그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오이언이라고 했던가?’
가장 선두에 선 이의 얼굴이 보였다.
서우진의 기억에 남아 있는 기사였다.
자신을 두려워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비굴하진 않았다.
때문에 그에게 아이에르 군의 통솔을 맡긴 것이었다.
오이언이라면 전임 총사령관들처럼 헛짓거리를 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맞았다.
여기까지 별문제 없이 도착한 것을 보면 말이다.
탁-!
서우진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이언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동시에 옆에 있던 신성기사 한 명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차차창-!
주위에 있던 이들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우진을 경계하며 오이언을 보호하기 위한 방진을 짰다.
“흠…….”
나쁘지 않았다.
매시브 가디언의 푸른 방패 기사단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정예들인 것 같았다.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용사들 중 한 명이죠.”
“용사?”
“지금 서우진이라고……?”
신성기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억 속에 서우진이라는 이름이 단단히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성녀’를 살해한 이로군.”
오이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이에르가 일으킨 전쟁의 명분을 제공한 용사.
지금은 그 전쟁이 성왕의 음모라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신성기사들은 서우진에게 품고 있던 악감정을 털어내지 못했다.
‘성녀’는 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살해라는 표현은 좀 듣기 거북한데.”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쳐 버린 ‘성녀’를 막았다, 아닙니까?”
성유라는 제국의 아카데미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을 살해했다.
서우진은 그런 성유라를 막은 것 이고, 그 결과가 그녀의 죽음이었을 뿐이다.
물론 그 속내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긴 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러했다.
“…실례했소.”
오이언은 순순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검을 집어넣어라. 그는 우리의 적이 아니니.”
“하지만…….”
신성기사들은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아직은 심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오이언이 엄한 기색으로 그들을 쳐다보자, 어쩔 수 없이 경계태세를 풀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오이언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오. 그런데 용사가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인지 물어도 되겠소? 내가 알기로 모든 용사는 현재 아카데미로 복귀했을 터인데.”
그의 말대로 용사들은 에이션트 오크의 토벌이 끝난 뒤, 아카데미로 복귀해 개인정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몇몇 사람들은 휴식 대신 성장하는 걸 선택했거든요. 저희도 그중 하나죠.”
“저희? 그 말은 이곳에 용사가 더 있다는 말이오?”
“저를 포함해 정확히 열 명이 매시브 가디언에 머물고 있습니다.”
서우진의 대답에 오이언의 눈이 커졌다.
설마 그렇게나 많이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이해했소. 그런데…….”
오이언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서우진님은 왜 여기까지 직접 오신 것이오?”
아무래도 어떤 호칭을 써야 할지 생각한 듯했다.
‘님’이라는 호칭에 슬쩍 웃음을 지은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 했다.
“마중이라고 대답해 봐야 믿지 않으실 것 같고. 솔직히 할 말이 좀 있어서요.”
“나와 말이오?”
오이언이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가 일면식이 있었던가?”
그는 ‘검은 존재’가 아닌, 서우진을 처음 만난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할 말이 있어 왔다니?
오이언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잠시 둘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주변의 기사들을 물러달라는 이야기였다.
“불가합니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아에론이 다가오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쪽이 좋지 않은 의도로 온 것이 아니란 건 알겠습니다만, 오이언 경은 군의 최고 사령관입니다. 그러니 호위에 만반을 기해야만 합니다.”
말로는 서우진을 믿는다 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의심이 가득해 보였다.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아에론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중이었다.
그러니 서우진이 아무리 용사라 하더라도 믿지 못하는 것이었고.
아니, 애초에 용사라는 말도 불신하고 있는 듯했다.
“많은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서우진이 시선을 돌려 아에론에게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곁을 비울 순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단둘만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 모습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최소한으로 줄이죠.”
최대한 양보를 했다는 듯 말하자, 오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들을 물리고, 자네만 남도록.”
“오이언 경!”
아에론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럴 수는……!”
“부탁이네.”
오이언이 담담하게 말하자, 아에론이 멈칫했다.
설마 그의 입에서 명령이 아닌, 부탁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아에론은 결국 그 말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자신만은 남아서 호위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은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에론은 대답하고 난 뒤, 주변의 기사들을 뒤로 물렸다.
그들은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되겠소?”
신성기사들이 멀어지자, 오이언이 물었다.
“충분합니다.”
이 정도면 대화를 나눠도 들리지 않을 듯했다.
“그래, 할 말이란 게 무엇이오? 나는 짐작이 되는 게 없소만.”
오이언의 말에 서우진의 표정이 변했다.
아니, 변한 것은 표정만이 아니었다.
분위기 자체가 변했다.
서우진에게서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위압감이 뻗어나와, 그들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흡!”
깜짝 놀란 오이언이 숨을 들이켰고, 아에론은 검자루에 손을 가져다댔다.
“이게 무슨……!”
“조용.”
서우진이 호통을 치려던 아에론의 입을 막았다.
혼돈기의 압박에, 입은 물론이고 손가락 하나도 까딱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 서우진을 노려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체 무슨 짓이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이언이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다.
서우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에게는 낯이 익었던 것이다.
‘설마?’
육체에 강제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공포스런 기운.
죽는 날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검은 존재’와의 것과도 너무도 닮아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하느라 수고했다.”
말투마저 하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따질 수도 없었다.
서우진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혹시 당신은……?”
머릿속에 하나의 가정이 떠올랐다.
“거기까지. 굳이 입 밖으로 내뱉을 필요는 없어.”
바라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의 궁금증을 풀기엔 충분한 대답이었다.
‘그래서 단둘이 이야기를 하자고 했던 것이구나!’
오이언은 그제야 서우진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묻지 말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서우진의 차가운 음성에 오이언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을 새겨듣지 않은 대가가 어떠한지,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좋아.”
서우진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서우진은 그들을 압박하고 있던 혼돈기를 거둬들였다.
진이 빠져 버린 아에론이 휘청거리는 것이 보였지만, 신경쓰진 않았다.
그저 오이언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곤 입을 열었다.
“이곳으로 보낸 이유가 궁금했을 거다.”
“…그렇소.”
왜 하필 이 척박한 북방일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도 없이 고민을 해보았지만, 답이 나오진 않았다.
때문에 궁금증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따로 해줘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거짓이다.
서우진이 오이언을 매시브 가디언으로 보낸 건, 그저 여기밖에 부탁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를 할 순 없었기에, 서우진은 머리를 쥐어 짜내가며 이유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엇이오?”
오이언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 먼곳까지 오게 했으니, 시킬 일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곳 병사들이랑 함께 매시브 가디언 좀 지켜라.”
“…잘못 들었소만.”
오이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설마 고작 그런 일을 맡기자고 12만에 달하는 병력을 이 먼 북방까지 보냈을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매시브 가디언을 지켜라.”
“대체 무엇으로부터 말이오? 몬스터? 마수? 그딴 놈들을 막기 위해 이 많은 병력을 동원했소?”
오이언이 따지듯 물었다.
그만큼 서우진의 말이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크라토스.”
그런데 서우진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다른 이름이었다.
“크라토스? 그게 뭐요? 새로 나타난 마왕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오이언이 비꼬듯 말하자, 서우진이 말을 이었다.
“마왕은 아니지만, 너희에겐 그 못지않게 위험한 녀석이다. 네 번째 마왕의 권속이니까.”
그 말에 오이언이 입을 다물었다.
화가 나서 쏘아붙였는데, 돌아온 말이 심상찮았다.
“그런 놈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소.”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야. 기록도 적어서 그냥 전설로 치부하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바로 얼마 전, 놈이 깨어났다. 내가 두 눈으로 확인했지.”
농담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런 존재가 있다는 뜻인데…….
“당신이 직접 상대하면 되는 일 아니오? 우리가 싸우는 것보단, 그게 훨씬 나을 터인데.”
“물론 상황이 허락한다면 그럴 생각이야. 너희는 일종의 보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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