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5)
264화.
정확히 말하자면 총알받이다.
오이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서우진은 아이에르 군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었다.
그들보단 매시브 가디언에 주둔하고 있는 이들이 백배는 더 소중했다.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전우였으니까.
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아이에르 군을 이용할 수 있다면, 기꺼이 이용할 생각이었다.
만약 정말로 크라토스나 백시우가 쳐들어온다면, 저들을 앞에 세워 방패막이로 사용해 막는다.
그럼 매시브 가디언의 전력은 최대한 보존할 수가 있었다.
냉정한 결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뭐, 정말로 쳐들어 올 것 같지도 않고. 말했던 것처럼 그냥 보험이지, 보험.’
만에 하나를 위한 대책.
“…우리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오이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을 마주치고도 아직 살아 있다는 건, 놈이 그만큼 강력한 존재라는 뜻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희는 시간만 잠깐 벌어주면 되니까. 내가 도착할 때까지.”
크라토스가 매시브 가디언에 나타나 학살을 저지른다면, 그때 발생할 거대한 마기를 감지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 정도라면…….”
잠시 생각하던 오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만 들어가자고. 험지를 오느라 꽤 힘들었을 텐데, 안쪽에서 쉬면 될 거야.”
안락한 침실은 아니었다.
매시브 가디언이 아무리 거대하다고는 하지만, 12만 명에 달하는 병력이 묵을 만한 숙소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반 슬레인은 그들이 임시로 머물 수 있는 천막을 쳐두었다.
그리 좋은 시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추위 정도는 충분히 막아줄 수 있을 터.
“배려에 감사하오.”
오이언이 감사를 표하자,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나 말고, 저 요새의 주인한테 해. 모두 그 양반이 준비한 거니까.”
“그리하겠소.”
서우진이 시선을 돌려 옆에 있던 아에론을 쳐다봤다.
그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서우진이 ‘검은 존재’라는 것도, 오이언이 저런 태도를 취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대화는 끝났으니 이제 다들 데려오지?”
“…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그러곤 오이언을 쳐다봤다.
어떻게 하냐고 묻는 듯했다.
“전군 요새를 향해 이동을 재개한다.”
“알겠습니다.”
오이언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에론이 몸을 돌려 신성기사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잠시 후.
12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이 매시브 가디언 안으로 들어갔다.
* * *
매시브 가디언에 때아닌 소란이 벌어졌다.
타국의 병력이, 그것도 12만에 달하는 수가 들어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소란스러울지언정,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다.
이미 그들이 올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 슬레인은 대련 훈련을 중단하고, 병사들을 지휘해 아이에르 군을 통제했다.
중간에 쓸데없는 기 싸움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큰일로 번지지는 않았다.
반 슬레인과 오이언의 통제력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그렇게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인원이 많아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끝이 났구려.”
“영주님 덕분입니다.”
오이언은 반 슬레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허허- 이 늙은이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모두 그대의 능력이 출중해서 가능했던 일인 것을.”
두 사람은 서로를 칭찬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보급품 걱정은 없을까요?”
그 사이를 비집고 서우진이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음, 왕실에서 최대한 신경을 써주겠다 약속했네. 제국에서도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으니, 먹고, 입히고, 재우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걸세.”
“제국이 말입니까?”
반 슬레인의 말에 오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국에게 아이에르 군은 적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실질적인 전쟁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움을 줄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제국이 지원을 해주었다니?
오이언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황제가 직접 윤허했다더군.”
“황제가 왜……?”
“뭐, 안 쳐들어와서 고맙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서우진이 대충 둘러댔다.
허술한 대답이긴 했지만, 가장 정답에 가까운 대답이기도 했다.
정말로 황제는 그런 마음으로 지원을 약속한 것이었으니까.
물론 서우진의 입김도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기보단, 여기서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해 보는 게 나을 듯하군요.”
“이 아이의 말이 맞네. 어찌 되었든 상황은 나쁘지 않으니, 여기서 어찌 적응할지 계획을 세우는 편이 좋을 걸세.”
아무리 풍족한 지원이 있다고 해도, 마냥 먹고, 자면서 보낼 순 없었다.
뭐라도 할 일을 정해야만 했다.
“토벌은 어떤가?”
반 슬레인이 의견을 제시했다.
안 그래도 매년 행하는 토벌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이 굴러들어 왔으니, 예전보다 훨씬 쉽고 안전한 토벌을 진행할 수 있었다.
“토벌이라…….”
오이언이 고민에 빠졌다.
북방은 대륙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마경이다.
하지만 이름값에 비해 알려진 바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북방의 토벌은 오롯이 시온이 도맡아 하고 있었기에, 타국에 정보가 퍼지지 않은 까닭이었다.
때문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익숙지 않은 곳에서 괜히 휘하 병력을 잃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네. 토벌은 매년 해왔던 것이고, 이번에는 용사들도 있으니.”
반 슬레인의 말에 오이언이 서우진을 바라봤다.
“용사들과 함께 토벌을 진행하는 것이오?”
만약 눈앞의 서우진과 함께 싸운다면,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이언은 그런 기대감을 담아 물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쉽게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린 따로 움직입니다.”
용사가 무려 열 명이다.
서우진을 제외한다 해도, 아홉 명이나 된다.
그들이 병력과 함께 움직이며 몬스터를 토벌하는 건, 효율이 극히 떨어져 서로에게 좋지 않았다.
“우리가 북동쪽. 토벌대는 북서쪽.”
정북방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 토벌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아이에르 군은 매시브 가디언의 병력과 함께 움직이면 되었고.
“함께 움직이진 않아도, 부담은 훨씬 덜하겠지.”
드넓은 북방의 절반을 용사들이 맞는다.
심지어 가장 큰 문제였던 얼음벌레 마저 씨가 마른데다, 병력의 수는 압도적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신이라고 하긴 부끄럽네만, 내가 함께할 걸세.”
반 슬레인이 그들을 이끈다.
“아, 영주님께서 직접!”
오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수호자나 다른 초극의 경지에 오른 강자들에 비해, 반 슬레인은 저평가되어 있었다.
그의 무력을 직접 목도한 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초극의 경지에 오른 괴물인 것은 확실하다.
서우진을 제외한 다른 용사들에 견주어봐도, 아직은 압도적으로 강했다.
그런 반 슬레인이 병사들을 이끈다면…….
“그럼 저희도 토벌에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이언은 반 슬레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거절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좋네. 그럼 곧장 일정을 잡아야겠군.”
“아이에르의 병사들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2주쯤 뒤에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그러는 게 좋겠네. 그동안은 하던 훈련을 계속하면 되겠군.”
“제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훈련이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
“물론이네.”
말하는 반 슬레인의 표정이 왠지 즐거워 보였다.
“…그 훈련이라는 건 무엇입니까?”
오이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용사들이 하는 훈련이라니?
평생을 훈련과 단련에 힘쓰는 기사로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아, 자네도 함께하겠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걸세.”
반 슬레인이 은근한 음성으로 제안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오이언은 그것에 낚이고 말았다.
* * *
아이에르의 분위기는 혼돈, 그 자체였다.
벌써 몇 번째 징집인가?
믿음으로 무장한 신도들의 입에서도 불만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선동하는 자들을 모두 추포해 본보기를 보여라.
그 와중에 내려진 성왕의 명령이었다.
덕분에 수천 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희생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아이에르 전역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일 뿐.
마르데타인은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주신에 대한 믿음이 깨져 나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군.’
믿음을 잃는다는 건, 곧 신성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마기와는 상극인 그것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강림 전쟁에서 유리해질 터.
마르데타인은 적극적으로 백성들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한 행태를 말리려던 이가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지방을 다스리고 있던 추기경들 중 몇몇이 총교단으로 돌아와, 성왕에게 간언을 한 것이다.
하지만 옳은 말을 내뱉은 대가는 파문과 죽음이었다.
순식간에 여섯 명에 달하는 추기경이 목숨을 잃자, 더는 그를 말리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독주였다.
전쟁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백성들을 수탈하고,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 군으로 끌고 갔으며, 눈과 입을 가렸다.
그야말로 공포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주신을 향한 찬송과 기도 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총교단은 사라졌다.
지금은 오직 적막과 두려움만 가득한, 죽은 도시로 변해 버렸다.
“미테온.”
마르데타인이 3인의 주교 중 광명의 미테온을 불렀다.
“명하소서.”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마르데타인 앞에 부복했다.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어떠하지?”
“그, 그것이…….”
미테온은 땀을 닦으며 빠르게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출정 준비를 끝낸 상태라는 보고가 얼마 전에 들어왔나이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늦어도 사흘 내에는 국경을 넘을 것이라 예상되옵니다.”
“그런가?”
마르데타인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사흘.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에르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우리의 병력도 제대로 준비가 되었겠지?”
“그, 그렇사옵니다. 총 8만에 달하는 병력이 적들의 심장을 뜯어낼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이니, 심려치 마옵소서.”
하지만 말이 8만이지, 무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다 끌려온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런데도 미테온은 그렇게 보고할 수가 없었다.
‘나도 유레아 주교의 뒤를 따라갈 순 없으니…….’
바로 얼마 전.
횡포를 견디다 못한 유레아 주교가 마르데타인에게 읍소를 했다.
부디 백성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유레아는 지금 대예배당의 벽장식이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숨이 붙어 있는 채로 말이다.
미테온은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좋군. 지금 바로 신성기사단을 소집해라. 전쟁이 시작되기 전, 그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어야 할 듯하니.”
“영광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미테온은 고개를 조아리며 방을 빠져나갔다.
당장 신성기사단을 소집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경을 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탁탁-!
노구를 이끌고 복도를 빨리 걷고 있는데, 앞쪽에서 신성기사 한 명이 다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레닌스탕이 국경을 넘어 침공을 시작했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