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7)
266화.
붉은 갑주의 기사들이 질주를 시작했다.
앞을 막고 있던 병사들은 그 거센 기세에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쓸려나가기 바빴다.
일 검에 한 명씩.
고작 5백 명도 되지 않는 기사에게 3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다.
“막아! 막으라고! 도망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결 심판하겠다!”
지휘관들의 외침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뒤로 물러서는 병사들의 목을 그 자리에서 쳐버린 것이다.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병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었다.
“쯧, 대체 이 작전 세운 사람이 누구야?”
적의 공격을 막아줄 성벽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와 적과 싸우다니.
“숫자가 적으니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거겠지.”
뒤쪽에서 진영을 갖추고 있던 신성기사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병력의 차이는 명확했다.
이쪽은 수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있었고, 저쪽은 고작해야 4백여 명의 기사가 전부였으니까.
아무리 레닌스탕의 기사들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병력의 차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듯했다.
“놈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줄어드는 것은 아이에르의 병사들뿐이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전면에 나서야겠군.”
비록 제대로 훈련도 되지 않은 잡졸들이라 하지만, 더 이상의 병력 손실은 곤란하다.
“1대 앞으로. 2대와 3대는 양 날개를 맡고, 나머지는 후방을 받친다.”
선임 기사의 명령에 신성기사들이 전의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들의 수는 350.
병사들과 연계하여 공격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었다.
“준비됐나?”
“그렇습니다!”
그들은 말에 올라 검을 뽑아 든 채 명령을 기다렸다.
선임 기사의 돌격 명령이 떨어지면, 곧장 적의 옆구리를 물어뜯을 태세였다.
“좋아. 그럼 진겨…… 억?”
명령을 내리려던 선임 기사의 눈이 커졌다.
붉은 갑주의 기사들 머리 위로 누군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마법사?”
“…설마 그 빌어먹을 놈은 아니겠지?”
신성기사들의 눈에 불안감이 서렸다.
하지만 설마는 언제나 사람을 잡는 법.
마법사는 레닌스탕의 기사들의 붉은 갑주와 같은 적발을 휘날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병사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적염(赤炎)이다!”
“미친 방화범 새끼가 여기에 있다!”
놀란 것은 병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신성기사들 적발의 마법사의 모습에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저 빌어먹을 놈이……!”
“후퇴! 당장 후퇴해라!”
선임 기사가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적발의 마법사가 대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거대한 포효와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인페르노 버스터.”
마치 심령마저 울리는 듯한 음성이었다.
동시에 인세에 지옥이 강림했다.
그그그그그그그그-!!!
초고열의 화염이 대지를 불태우고, 신성기사와 병사들까지 집어삼켰다.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지위와 실력을 막론하고, 모두 공평하게 녹아내렸다.
그렇게 겨우 10초나 지났을까?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땅 위에 서 있는 것은, 오직 붉은 갑주의 기사들뿐이었다.
* * *
“전쟁이 벌어졌다더군.”
연무장에 들어선 반 슬레인이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이었다.
오늘도 지옥 같은 훈련을 기다리고 있던 기사와 용사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은 오이언이 어색한 표정을 짓자, 이지아가 손을 번쩍- 들며 질문했다.
“이번엔 또 어디서 난 건가요?”
“…아이에르라네.”
반 슬레인의 시선도 오이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이에르의 군대는 전부 여기에 있는 걸요?”
매시브 가디언엔 12만의 아이에르 병력이 모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전쟁이라니?
“혹시 주변국들과의 전쟁입니까?”
오이언이 물었다.
짐작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네. 레닌스탕을 비롯한 왕국들이 연합해 아이에르의 국경을 넘었다더군.”
“결국…….”
오이언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전에 아에론에게 보고를 듣긴 했다.
주변국의 분위기가 심상찮아 성왕이 또다시 징집을 하고 있었다고.
그 보고를 들었을 땐 설마 정말로 쳐들어올까 싶었는데, 결국엔 전쟁이 발발한 듯싶었다.
“그대와 병사들은 돌아갈 수 없네.”
오이언의 표정을 본 반 슬레인이 말했다.
당장에라도 병사들을 이끌고 아이에르로 돌아가 참전하고 싶다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오이언은 자신이 그럴 수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건, 그가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이니.’
만약 병사들과 함께 아이에르로 돌아가려 한다면 ‘검은 존재’, 아니, 서우진이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전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오이언은 아직 아이에르에 충성을 하고 있었다.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라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신성왕국 아이에르는 그의 조국이었으니까.
비록 직접 참전을 하진 못하더라도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아이에르가 밀리고 있는 형세일세.”
파죽지세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이다.
레닌스탕뿐 아니라 트리안과 브로바이슨 역시 승승장구하며 아이에르를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그렇습니까?”
오이언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우리 왕국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안타깝다.
하지만 막을 수도 없다.
아이에르를 지배하고 있는 성왕은 인류와 세계의 적이었으니까.
그가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아이에르는 결국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멸망의 길을 걷는 편이 나았다.
“기다려 보게, 지금 방법을 찾고 있으니.”
반 슬레인의 말에 오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위로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각오하고 있던 일이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국가 간의 전쟁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가…….”
말하던 오이언이 입을 다물었다.
문득 한 명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반 슬레인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서우진, 그 아이가 어떻게든 해결을 해보겠다 했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서우진.
그 괴물 같은 존재가 나선다면?
‘어쩌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성왕을 징치하고 아이에르를 놈들의 손에서 구해낼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다.
“지금 그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미 아이에르로 떠났다네.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움직이더군.”
“어? 그럼 더는 우리랑 같이 안 움직이는 거예요? 아저씨가 같이 사냥하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지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뭔가 심각한 분위기였지만,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녀석아, 그런 건 좀 이따 물어봐도 되잖아.”
구동환이 옆에 있던 이지아의 이마에 꿀밤을 먹이며 혼을 냈다.
하지만 반 슬레인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을 전해달라 했네. 대련 훈련이 끝나기 전에 돌아올 테니, 요령피우지 말고 열심히 훈련을 받으라고 말이야. 돌아와서 검사를 하겠다고 하더군.”
그 말에 모두가 헛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훈련 성과를 검사한다는 말 때문이 아니었다.
“무슨 전쟁을 옆집 아저씨들 싸움 말리는 것처럼 말하네.”
“그게 가능하긴 해요?”
대련 훈련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일주일.
서우진은 고작 그 시간 안에 전쟁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한 것이다.
“우리는 가는 데만 일주일은 걸릴 거 같은데 말이지.”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대담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어쨌든 우진 씨가 직접 갔으니, 해결이 되긴 하겠지.”
구동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럼 얼른얼른 훈련 시작하시죠. 검사받을 때 혼나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겠네.”
“아! 그러네. 얼른 훈련해요!”
용사들은 재빨리 몸을 풀며 훈련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오이언은 눈을 끔뻑였다.
혹시 저들 역시 서우진이 ‘검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 * *
“흐음…….”
설원을 지나자 파릇한 풀이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 시간 정도 걸렸나?”
엄청난 속도였다.
처음 이 세계에 소환되어 매시브 가디언으로 향할 당시엔, 이 정도 거리를 움직이는 데 꼬박 10일이 걸렸었다.
그런 곳을 고작 세 시간 만에 주파하다니.
자신이 얼마나 강해진 것인지 새삼 실감이 갔다.
“그건 그거고, 이제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서우진은 아이에르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한다.
대충 제국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는 것 정도가 정보의 전부인데…….
“문제는 제국이 넓어도 너무 넓다는 거지.”
무작정 움직인다면 시간을 꽤 낭비할 수도 있었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 하는 서우진으로선, 약간의 지체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무슨 길드 같은 게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게임이나 소설의 단골로 출연하는 조직.
보통 의뢰를 받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그런 조직이 이 세계에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까진 서우진이 딱히 이용할 일이 없었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뭐, 거창한 정보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길만 찾으면 되는 거니까.”
서우진은 기억을 더듬어 여기서 가장 가까운 도시를 떠올렸다.
“이쪽 길을 따라 쭉 가면 되겠군.”
거리를 생각하면 몇 분 걸리지도 않을 듯했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곧장 땅을 박찼다.
마치 깃털이 날아가듯, 너무도 가벼운 움직임으로 쏜살같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그리 크지 않은 소도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런 곳에도 길드가 있으려나?”
정보 조직 같은 게 존재하기엔 너무도 작아 보였기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일단은 도시 내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정지!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정문을 향해 다가가자,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 한 명이 서우진을 멈춰 세웠다.
그의 표정에는 의심과 의문이 동시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우진이 온 방향은 북방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일행도 없이 혼자서 오는 사람이니, 수상할 수밖에 없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오는 길입니다.”
“매, 매시브 가디언 말입니까?”
병사의 눈이 커진다.
“여기 통행증표.”
반 슬레인이 건네준 증표를 보여주었다.
푸른색의 방패가 새겨진 손가락만 한 패였다.
그것을 본 병사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추, 충!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서우진을 매시브 가디언의 기사라 여기는 듯했다.
“들어가도 될까요?”
서우진의 말에 병사는 당연하다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든 병사의 모습에 슬쩍 웃은 서우진이 한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혹시 이 안에 정보 길드나 용병 길드 같은 곳이 있을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