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8)
267화.
“…여기가 맞아?”
서우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눈앞의 건물을 살폈다.
한 100년은 묵은 것 같은 허름한 외관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거창한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심한데.”
정문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가 가르쳐 준 이곳은, 도시 유일의 정보 길드였다.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었지만, 왠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바(Bar)나 펍(Pub) 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말이지.”
클리셰 아니던가?
있지도 않은 화이트 드래곤의 눈물 같은 술을 시키며 암호를 주고받는 것.
그런데 정작 도착을 해보니 술집은커녕, 노크만 해도 무너질 것 같은 폐가다.
“그냥 아까 그 병사한테 물어볼 걸 그랬나?”
단순한 지리 정도면 아까 그 병사도 충분히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정보를 더 물어보기 위해 굳이 정보 길드를 찾은 것인데, 이런 상태라면 차라리 병사에게 돌아가는 것이 나을 듯했다.
끼이이익-!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녹슨 경첩이 울음을 터트렸다.
“응? 누구십니까?”
밖으로 나온 사람은 사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였다.
덥수룩한 수염과 더벅머리가 지저분해 보였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맑았다.
“혹시 손님? 하하하, 그럴 리는 없겠죠?”
사내는 혼자 말하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여기가 정보 길드입니까?”
서우진은 멀뚱히 그를 쳐다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 진짜 손님이셨나?”
사내의 음성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설마 서우진이 정말로 이곳을 방문한 손님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이게 얼마만의 손님인지……. 아,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오시죠!”
사내는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서우진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꽤 깔끔한데?’
외관과 다르게, 건물 내부는 상당히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먼지나 거미줄 따위는 보이지 않았고, 금이 간 곳도 없었다.
아예 다른 장소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길드는 맞는 것 같네.’
바깥의 모습은 일부러 그렇게 꾸몄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비밀 조직의 본부처럼.
‘뭐, 그렇게 보기엔 너무 허술하지만.’
일개 병사도 알 정도였고, 안에서 나온 남자는 마치 식당 자리를 안내하듯 서우진을 안쪽으로 들이는 모습도 엉성해 보였다.
“그런데 처음 뵙는 분이시네요? 이 도시에서 제가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사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슬쩍 물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정체를 말해줄 뻔했다.
‘이거 봐라?’
이 길드의 평가를 조금 더 상향해야 할 것 같았다.
이 정도로 방심을 이끌어내며 상대의 정보를 캐내는 솜씨는 결코 우습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왔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서우진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는 것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정보 길드를 병사도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때문에 거리낌 없이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사내의 눈이 반짝였다.
“기사님… 은 아니신 것 같고.”
매시브 가디언의 기사라면 푸른 방패 기사단밖에 없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들의 상징인 푸른 갑주를 입지 않고 있었다.
사내는 잠깐 생각을 하다,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용사님이십니까?”
이번엔 서우진이 놀랐다.
저런 추론이 가능하다는 건, 자신과 동료들이 매시브 가디언으로 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이동하며 그 누구에게도 용사라는 티를 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생각보다 능력이 좋으신 것 같군요.”
서우진은 순순히 인정을 했다.
굳이 속일 이유도 없거니와, 사내는 이미 확신을 하고 있는 눈치였기 때문이었다.
“허, 살면서 용사를 보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감격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혹시 악수라도 한번 해주실 수 있으실는지?”
한없이 가벼운 행동이었지만, 서우진은 더 이상 그런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의 손을 마주잡으며 물었다.
“제 이름도 맞추실 수 있을까요?”
너무 갑작스런 질문이었을까?
사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그것까진 잘 모르겠군요. 저희가 그 정도로 뛰어난 정보력을 지니고 있진 않아서.”
그렇게 말하며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서우진이 허락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답을 해주시면, 놔드리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손에서 은은한 통증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끄응-”
사내는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체념하며 입을 열었다.
“D급 ‘검병’ 서우진님이 아니십니까?”
그의 대답에 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놔주었다.
‘역시.’
이 조직의 능력은 꽤나 출중했다.
물론 제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비밀정보기관 크루시엘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대단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영업 비밀이라 좀…….”
사내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거부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을 듣는 걸 포기했다.
‘예상되는 게 몇 개 있기도 하고.’
시온과 연관이 있는 용사라면 서우진밖에 없었다.
게다가 매시브 가디언을 오가면서 얼굴이 노출되기도 했다.
능력이 있는 정보 조직이라면, 그런 중요한 사실을 놓칠 리가 없었다.
‘대충 그런 거 몇 개를 취합해서 보면, 내가 튀어나오겠지.’
말로는 간단했지만, 이런 결과를 도출해 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것이었다.
서우진은 다시 한번 저들의 평가를 높였다.
“이쪽입니다.”
복도와 계단을 지나 3층에 도착한 사내가 서우진을 한쪽 방으로 안내했다.
‘한 30명 정도 있고…….’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 건물 내에는 숨어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암살자의 느낌보다는 감시자의 느낌이 훨씬 더 강했다.
경지가 그리 높지는 않아 조금 허술하긴 했다.
웬만한 기사들이라면 모두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도 한 명.
서우진이 들어온 방의 천장에 숨어 있는 사람만은 좀 달랐다.
“제법인데.”
“예?”
혼잣말을 들은 사내가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봤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젓고는 의자에 앉았다.
‘암살자다.’
극한까지 벼려진 살기의 냄새가 풍겨왔다.
다른 이들과 달리, 암살자는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아니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은밀히 숨어 있었다.
저 정도의 실력자가 이런 촌구석의 작은 도시에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하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고 사내가 권한 소파에 몸을 앉혔다.
“무슨 일로 저희를 찾으신 건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서우진의 맞은편에 앉은 사내가 물었다.
조심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먼저 소개를 좀 듣고 싶은데요.”
“아!”
서우진의 말에 사내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긴장했더니 본의 아니게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사내는 사과를 하곤, 자세를 바로잡더니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요한입니다. 시온의 작은 정보 길드, 우제트의 주인이기도 하죠.”
‘작은 길드는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정보 길드를 보지 못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요한의 능력이나 숨어 있는 이들의 경지를 생각해 보면, 절대 얕잡아 볼 수 있는 조직은 아니었다.
정말로 이 정도가 그런 약소 조직이라면, 다른 대규모 길드의 힘은 한 국가에 필적할 정도라는 뜻이었으니까.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서우진이라 합니다. 만나서 반갑군요.”
둘은 다시 한번 악수를 했다.
“그럼 서우진님, 무슨 일로 저희를 찾으셨는지……?”
정보 길드를 찾을 일이 뭐가 있을까?
당연히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아이에르로 가는 길이 표시된 지도와 정보 몇 가지를 좀 알고 싶어서요.”
“…아이에르 말입니까?”
요한의 표정이 묘해졌다.
“지금 그곳에 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죠. 그래서 가는 건데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뗐다.
“원하시는 정보는 무엇입니까?”
“일단은 현재의 전황이 어떤지 듣고 싶군요. 그리고 성왕의 위치와 가능하다면 아이에르 내에 숨어 있는 사도들의 위치까지.”
처음엔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말이 이어질수록, 요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사도라는 게 설마 마왕의 추종자들을 뜻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놈들 얘기 맞습니다.”
“으음…….”
요한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이에르에서 벌어진 전쟁의 상황을 가르쳐 주는 건 쉬운 일이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정보가 도착하고 있었고, 딱히 큰 비밀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성왕 마르데타인의 위치와 사도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건 좀 곤란한 의뢰군요.”
그런 정보는 함부로 전달할 수가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피를 흘릴 수 있는 민감한 것들이었으니까.
“모르신다면 그냥 지도만으로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다른 길드에 의뢰를 해도 되니.”
서우진은 정중히 말했지만, 그 말의 뜻은 명확했다.
‘너희가 모르면, 능력 있는 다른 조직에 물어보겠다.’
빤히 보이는 수작이었지만, 그만큼 효과는 좋았다.
요한의 자존심이 반응을 한 것이다.
“…비용이 만만찮게 들 겁니다.”
그 말에 서우진이 씨익- 웃었다.
‘돈 얘기를 꺼냈다는 건, 정보가 있다는 뜻이지.’
감탄스러울 정도다.
이런 촌구석에 있는 정보 길드가 성왕과 사도들의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면 되겠습니까?”
서우진이 가죽 주머니를 꺼내 뒤집었다.
그러자 금화가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고작 손바닥만 한 크기였지만,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주머니였기 때문이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금화의 양은, 과장을 좀 보태 영지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정보료가 아무리 비싸다 하더라도,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리를 해서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인 금화를 본 요한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겠습니다.”
서우진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요한은 인사를 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쿵쿵-
다급하게 움직이는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곤 숨어 있던 부하들에게 정보들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도 들렸다.
피식-
굳이 ‘신룡안’을 쓰지 않아도,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암살자의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기척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담하게 서우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깃털이 내려앉듯,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크루시엘 시온 지부를 맡고 있는 36호라 합니다.”
“…크루시엘?”
설마 이곳이 크루시엘의 지부였단 말인가?
36호의 말에 서우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잠시 몸을 숨기기 위해 이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제국의 정보 조직 요원이 시온의 정보 조직에 잠입해 있다니.
대체 크루시엘은 얼마나 큰 조직인지 짐작도 되질 않았다.
그때, 36호가 자신의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서우진에게 건넸다.
“황제 폐하께서 서우진님께 이 서신을 전달하라 명하셨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