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9)
268화.
황제의 서신에 적힌 말은 간결했다.
-3국 연합군을 도와, 아이에르의 야욕을 분쇄시켜 달라.
다시는 전쟁 따위의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달란 이야기였다.
황제는 그 대가로 서우진과 그의 동료들에게 무제한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보물 급의 무기는 물론이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내주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물론, 그 기간은 강림 전쟁이 종식될 때까지로 한정되어 있긴 했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전쟁이 끝나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갈 테니까.
‘어차피 전쟁에 개입할 생각이긴 했는데…….’
물론 그 개입이라는 것이 직접 전쟁을 수행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우진이 노리는 것은 바로 성왕과 사도들이었다.
크라토스와의 전투로, 아직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성장해야만 했기에, 그들을 노릴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전쟁 때문에 벌어질 피해도 좀 막고.
‘어차피 할 일. 대가도 주겠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지.’
서신을 읽고 잠시 생각에 빠져든 서우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고 전해주세요.”
“그리하겠습니다.”
36호는 대답과 함께 다시 천장으로 몸을 숨겼다.
‘직접 갈 줄 알았는데.’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이 정보 길드에 잠입해 있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보고 자체는 다른 방법을 사용할 모양이었다.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고.’
36호가 어떻게 소식을 전할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다른 것에 집중해야만 했다.
요한이 가져올 정보.
아이에르의 성왕과 어딘가에 숨어 있을 사도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과연 정보가 있을까?’
요한의 능력이 꽤 출중하다는 건 알아냈다.
하지만 타국의, 그것도 기밀 중 기밀까지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정보가 부족하다면, 그냥 크루시엘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면 되겠지.’
사실 그 편이 더 쉽고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
지금도 천장 위에 몸을 숨기고 있는 36호에게 물어보면, 몇 분도 되지도 않아 정보를 물고 올 테니까.
이런 촌구석의 정보 길드에까지 잠입하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니, 그 정도의 역량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요한을 기다렸다.
‘만약 예상보다 정보의 질이 괜찮다면…….’
서우진이 속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 *
“빨리 모아와! 아이에르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정보라면 급을 나누지 말고 몽땅 긁어오란 말이야!”
본래 요한은 정보 길드의 수장답지 않은, 느긋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평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급했다.
그것은 단순히 의뢰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거액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테이블 위에 가득 쌓인 금화는 대단했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그만한 금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저 용사지. 그리고 뭔가 거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우진이 아이에르의 전황을 궁금해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전쟁은 훗날 벌어질 강림 전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었으니까.
하지만 성왕과 사도의 거취를 동시에 묻는다는 건?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어.’
정보 길드의 수장으로써,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촉이 섰다.
요한은 부하들이 가져다주는 정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성왕, 성왕… 사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정보들을 읽어가던 요한이 멈칫- 했다.
두뇌가 빠르게 회전한다.
‘아이에르는 제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지.’
하지만 그 명분이라는 것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고작 그 정도의 이유로, 이런 시기에 전쟁을 일으킨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결국엔 주변국들의 반발을 사, 아이에르의 본토가 공격을 받기 시작했을 정도로 말이다.
‘마치 나라를 망하게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 아니라면, 그런 결정을 할 리가 없는데.’
서우진의 의뢰를 떠올린다.
그리고 동시에, 정말 말도 되지 않는 가설이 하나 세워졌다.
벌떡-!
요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진득하게 흐른 식은땀 덕분에 등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설마……?”
요한은 자신의 생각을 부정해 봤지만, 그의 머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 판단했다.
“직접 묻는 수밖에 없겠군.”
때마침 정보의 정리가 끝났다.
“여기 있습니다.”
난리법석을 떨며 헤집은 것에 비하면 너무도 적은 분량.
고작해야 종이 몇 장에 불과한 내용이 전부였다.
요한은 그것을 받아 들고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이곳 정리하고, 모두 대기하고 있어.”
어리둥절해하는 부하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린 요한이 문을 나섰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킨 뒤, 서우진이 기다리고 있을 응접실로 향했다.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와중에도,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똑똑-
노크하고 문을 열자,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우진의 얼굴이 보였다.
“정보는 모두 준비됐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요한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가장하며 자신이 가져온 정보를 넘겼다.
“생각보다 빨랐네요. 능력이 꽤 좋은 길드인가 봐요?”
서우진은 웃으며 그것을 받아 들곤 읽어 내려갔다.
‘오, 괜찮은데?’
서우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에르와 3국 연합군의 전황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서우진이 궁금했던 건, 바로 성왕과 사도들의 위치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요한이 전해준 종이에는 그들의 위치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정말로 정확한 건지는 직접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거짓은 아닌 듯했다.
서우진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의뢰비는 여기에 쌓여 있는 정도면 충분합니까?”
서우진이 테이블 위의 금화를 가리켰다.
“충분하다 못해 넘치죠, 하하.”
요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 어색해 보였다.
서우진은 그것을 눈치챘지만,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한 것 같은데?’
힌트가 적지는 않았다.
만약 그것들을 알아차리고, 정보들을 제대로 취합할 능력만 있다면.
‘성왕이라는 놈의 정체를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요한의 표정을 보면 정답에 가까운 추론을 이끌어낸 듯했다.
‘이 정도면 합격.’
정보의 질도 그랬지만, 이 짧은 시간에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요한의 능력은 만족스러웠다.
“그럼 의뢰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른 대화를 좀 해볼까요?”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다른 대화 말입니까?”
요한의 표정이 묘해졌다.
의뢰가 아닌, 다른 대화를 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요한을 보며 웃음을 지은 서우진이 손가락을 들었다.
“듣는 귀를 좀 줄이고 시작하죠.”
“예? 그게 무슨?”
요한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서우진의 손가락 끝에서 혼돈기가 흘러 나왔다.
손톱보다 작게 뭉친 혼돈기는 곧장 위로 치솟아오르더니, 몸을 숨기고 있던 36호의 머리를 강타했다.
퍽-!
아주 작은 소음과 함께, 36호가 정신을 잃었다.
적어도 한 시간 안에는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요한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곤 동시에 부하들을 호출하려 했다.
서우진이 자신의 길드를 공격하려는 것이라 생각한 듯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서우진의 행동이 훨씬 빨랐다.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니, 그냥 자리에 앉으세요.”
쿠웅-!
엄청난 압박감이 요한의 두 어깨를 짓눌렀다.
그의 힘으론 도저히 저항할 엄두도 나지 않는 위압감이었다.
덕분에 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잔뜩 겁에 질린 음성은 사시나무 떨 듯 떨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달랐다.
두려움에 빠진 상황 속에서도, 살 방도를 찾기 위해 주변을 빠르게 훑고 있던 것이다.
냉정하게 가라앉아 있는 눈동자를 본 서우진은, 요한의 겁에 질린 모습이 연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성격도 대범한 듯하고.’
더욱 마음에 들었다.
“요한 씨라고 했었나요?”
서우진은 정말로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두 손을 펼치며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요한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도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을 향해 슬금슬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랑 같이 일해볼 생각, 있으십니까?”
요한의 눈이 커졌다.
자신이 연기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려 애썼다.
“당신의 능력이 마음에 들어서요.”
빈말이 아니었다.
서우진은 정보 조직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느끼고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크루시엘을 이용하면 되긴 했지만, 제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었다.
크루시엘은 여전히 자신을 의심하며 뒤를 캐고 있었고, 강림 전쟁이 끝난다면 언제든 뒤통수를 칠 가능성도 존재했다.
그러니 제국의 입김이 닿지 않은, 자신만의 정보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한과 이 정보 길드가 꽤 마음에 들었고.
“…무슨 일인지 자세하게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그는 연기를 집어치웠는지 무겁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
순박한 시골 아저씨로만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 조직의 주인에 걸맞은 분위기와 표정으로 바뀐 것이다.
“성왕의 정체에 대한 의심이 들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식은땀까지 흘리지 않았던가.
요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은 자신의 목적을 말해주었다.
“저는 그런 놈들을 사냥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정보가 좀 필요하죠.”
“그런 정도라면 지금처럼 의뢰만 하셔도 충분할 텐데요?”
굳이 정보 길드를 이용할 것도 없이, 제국에 말만 하면 이보다 양질의 정보들을 갖다 바칠 것이다.
그 편이 훨씬 빠르고 쉬울 터인데, 굳이 함께 일을 하자니?
요한은 그 말을 믿지 못했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떻게 설명해 줘야 그가 받아들일지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에둘러 말하지 않고, 돌직구를 날리기로 결정했다.
“저는 제국을 믿지 않습니다. 아니, 이 세계의 국가들을 모두 믿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서우진의 말에 요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말씀은, 사냥이 끝난 개를 뜻하는 겁니까?”
토사구팽(兎死狗烹).
서우진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을…….”
“확신합니까?”
요한의 불신 어린 말을 끊었다.
그러곤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까지 겪어온 바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던데요.”
만약 서우진의 힘이 조금만 부족했더라면, 황제와 제국의 손아귀에 목줄이 채워졌을 것이다.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런 경험을 이미 몇 차례나 해본 서우진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
거래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협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결코 신뢰할 생각이 없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저도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게 당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