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0)
269화.
찬미(讚美)의 도시, 안도르.
아이에르 제2의 수도라 불리며, 총교단을 제외하면 가장 큰 면적의 아름다운 도시다.
찬미라는 별명에 걸맞게, 안도르에는 언제나 주신을 향한 찬양과 칭송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옛 이야기.
지금의 안도르에선 아름다운 음악은 들을 수가 없었다.
도시 전체를 흐르는 건 찬양과 칭송이 아닌, 긴장감과 두려움뿐이다.
“적의 위치는?”
안도르를 비롯한 주변 영지의 치안을 맡고 있는 추기경, 이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루거리까지 도달했습니다.”
신성기사의 보고에 이안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병력은 브로바이슨의 주력 병력이었다.
그 수는 2만.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안도르의 방어 병력이 문제였다.
이곳에는 고작해야 2천 명도 채 되지 않는 병사가 전부였으니까.
신성기사라고 해봐야 눈앞에 있는 충직한 이를 포함해, 겨우 다섯 명밖에 없었다.
안도르의 성벽 역시 수성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브로바이슨의 군대를 막아낼 수 없었다.
‘파병을 보내선 안 되었다.’
본래 안도르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은 2만이 넘었다.
신성기사 역시 두 개의 기사단이 상주하고 있어, 잘만 운용한다면 적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두 번에 걸친 파병에 대부분의 병력이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강제 징집을 통해 남아 있던 사내들까지 끌려가, 도시를 방어할 수 있는 사람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 브로바이슨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주게. 우리가 적들을 막아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이안이 물었다.
하지만 신성기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킬 뿐,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침묵은 불가능하다는 뜻인가?”
“……송구합니다.”
이 정도의 병력 차이라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막아낼 수가 없다.
혹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라도 있다면 모를까.
“지원 요청에는 아직도 답이 없는가?”
“최대한 빨리 보내겠다는 답신이 오긴 했습니다.”
안도르는 아이에르에서도 총교단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도시였다.
그런 대도시를 허무하게 잃을 순 없었기에, 총교단에서도 반드시 지원을 보내주겠다 약속해 주었다.
문제는 그 지원이 언제쯤 도착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총교단에서는 우리를 버린 듯하군.”
브로바이슨이 하루거리까지 다가왔음에도, 지원 병력은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틀 안에는 도착해야 적들을 막는 흉내라도 낼 텐데…….
“도시 내의 분위기는?”
“두려워하고 있긴 하지만, 잘 통제되고 있습니다.”
그간 이안의 통치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에 대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안도르는 피난을 가는 시민들로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브로바이슨은 공정한 것으로 유명하니, 그나마 다행이군.”
그들은 함부로 양민을 약탈하고 학살하지 않는다.
물론 전쟁이란 이름이 붙은 만큼,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끝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적어도 전쟁 범죄에 가까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브로바이슨은 그만큼 신사적이고 공정한 왕국이었으니까.
“차라리 백기를 내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어.”
“추기경님…….”
신성기사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평소였다면 결사항전을 부르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이에르였으니까.
거기에 필패가 결정되어 있는 전투였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라면, 이안의 말대로 차라리 항복을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다간 전쟁이 끝난 후, 그 결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지만 말이다.
이안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현재의 자신과 안도르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무엇인지.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안은 마침내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도시의 문을 열게.”
“추기경님!”
신성기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이안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저 담담한 음색으로 물었을 뿐이다.
“다른 방도가 있는가? 소중한 병사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 말고 말이야.”
당연하게도 그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만약 싸운다면 자신들의 의지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훗날 용감한 결정이었다며 찬사를 받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뿐.
너무도 많은 이의 목숨이 사라진다.
“주신께서도 나의 결정을 이해하실 걸세.”
자신이 믿는 주신이라면…….
이안은 부디 그러기를 바랐다.
“다른 방도가 없는 것 같으니, 내 말대로 백기를 걸고 문을 열게.”
신성기사는 비통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추기경님의 말씀대로 문을…….”
“다른 방도가 있다면 어찌하겠느냐?”
그때, 누군가의 음성이 신성기사의 말을 끊고 들려왔다.
마치 나이가 지긋한 노파의 것처럼 거칠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누구냐!”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악한 신성기사가 검을 뽑았다.
이곳은 안도르에서 가장 경계가 삼엄한 곳들 중 하나인, 추기경의 집무실이다.
허가받지 않는 이는 결코 들어올 수 없는 심처 중 심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구도 그런 허가를 받지 않았다.
때문에 이안은 이 음성의 주인이 브로바이슨에서 보낸 암살자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방도가 있다면 어찌할 것이냐고?’
자신을 암살하러 온 암살자가 저런 질문을 할 리가 없었다.
“멈추어라.”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신성기사의 행동을 막았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 속.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정체를 밝히시오. 자신의 모습을 감춘 이와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으니.”
이안은 단호하지만, 예의를 갖춘 태도로 입을 열었다.
만약 그의 생각이 맞다면, 음성의 주인은 적이 아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생각은 옳았다.
“사제가 되고 싶지 않다고 울면서 반항하던 꼬맹이가 추기경이 되다니. 세월 참 많이 흘렀구나.”
마치 이안을 아는 듯한 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이는, 나이가 많은 노인이었다.
하지만 노쇠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짐작도 되지 않는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저 작은 몸이 담고 있기엔, 너무도 광활했다.
‘마치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신성력의 바다.
그리고 이안은 그것을 이전에 느껴본 적이 있었다.
“설마?”
눈이 커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존재의 얼굴이었다.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이안은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물었다.
“아직 허락을 해주지 않으시더구나. 덕분에 장성한 네 모습도 보게 되었으니, 좋지 않으냐?”
노파의 웃음기 섞인 말에 결국 이안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프레이야 기사단장님.”
이미 죽어 사라졌을 것이라 여긴 아이에르의 수호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마음이 착잡하다.”
브로바이슨 군을 이끌고 있는 베르토안 백작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신성왕국이라 불리던 곳이 어찌 이리 황폐해졌는지…….”
베르토안이 심란해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아이에르의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2만이라는 수의 병력을 끌고 왔지만, 제대로 된 전투는 해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전투라 불릴 만한 건 단 한 번.
국경을 넘을 때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오직 행군만 하고 있었다.
“다른 왕국은 어떠하다던가?”
베르토안이 묻자, 정보를 담당하고 있던 참모가 다가왔다.
“트리안 역시 우리와 같은 상황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레닌스탕은?”
“아무래도 아이에르의 주력은 모두 레닌스탕 군을 막는 것에 집중하는 듯합니다.”
가장 많은 수의 병력을 동원한 왕국은 레닌스탕이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다른 두 왕국보다 훨씬 강력했으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큰 피해는 입지 않았으면 좋겠건만.”
“다행히 ‘그’가 나섰기에 레닌스탕의 피해는 거의 전무하다 합니다.”
“…그런가?”
동맹의 병력이 거의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소식에도, 베르토안의 표정은 나아지질 않았다.
“허나 아이에르의 희생은 컸겠지.”
“안타깝게도 3천에 달하는 이들이 전사하였습니다.”
적지 않은 수였다.
“성왕의 횡포 때문에 애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구나.”
베르토안은 그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러니 어서 이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런 무의미한 피를 더는 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모의 말에 베르토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것은 대의를 위함이었다.
미쳐 돌아가는 아이에르를 가만히 놔두면, 세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 판단했기에 검을 뽑아 든 것이다.
물론 그런 명분이 있다고 해서 마음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부디 안도르도 옳은 선택을 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지금까지 브로바이슨 군을 마주친 도시들은 항복이나 도주를 선택했다.
도저히 맞서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기에 내린 결정일 터였다.
베르토안은 안도르 역시 같은 선택을 하길 바랐다.
“첩보에 의하면 안도르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은 고작 2천에 불과합니다. 그 수로는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2천 대 2만.
어떻게 봐도 결과가 정해져 있는 싸움이었다.
안도르의 지배자인 이안 추기경은 생명을 중시하고, 합리적인 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이번에도 옳은 결정을 할 것이다.
“병사들에게 충분한 음식을 나눠주고, 휴식을 취하라 명하게.”
안도르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반나절도 되지 않는다.
오늘은 행군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내일을 대비해야만 했다.
안도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으니까.
“그리하겠습니다.”
참모가 공손히 대답하곤 베르토안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움직일 때였다.
“정찰대가 복귀한다!”
저 멀리서 병사 한 명이 빠르게 말을 달려 본진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복장과 깃발을 보니, 정찰을 나갔던 병사들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움직임이 왠지 다급해 보였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도록.”
베르토안은 조금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보통 정찰대는 12인이 한 개 조로 움직이는데, 오직 한 명만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정찰병은 엉망이 된 모습으로 베르토안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베르토안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정찰병은 숨까지 헐떡이며 보고하기 시작했다.
“안도르에 대적 불가한 존재의 등장이 확인되었습니다! 신원은 미상! 곧장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베르토안을 비롯한 참모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대적 불가한 존재.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아이에르에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가 있단 말인가!”
참모 중 하나가 물었고, 정찰병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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