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2)
271화.
아이에르에 감춰져 있던 초극의 강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바로 병력을 뒤로 물러야만 했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괴물을 상대하려면, 2만의 병사로는 턱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오직 정찰병 한 명의 보고에 불과했다.
더욱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브로바이슨은 기사단의 일부를 먼저 보냈다.
정찰병의 보고가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확인한 건…….
“전 신성기사단장?”
벌써 10년도 전에 은퇴 후 죽었을 것이라 여기고 있던 괴물이었다.
“살아계셨소?”
자유기사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설마 저 괴물이 살아 있을 줄이야.
만약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브로바이슨은 조금 더 신중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전쟁 자체를 일으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아닌가?’
아이에르는 명백히 선을 넘었다.
세계의 안녕을 위해서, 설령 프레이야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병력을 일으켰을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쉽게 국경을 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이 늙은이의 명줄이 생각보다 길더구나.”
프레이야는 끌끌- 웃으며 기사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드웨인 경은… 5년 전에 귀천하셨소.”
자유기사의 말에 프레이야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런가? 하긴, 그 녀석도 갈 때가 되긴 했겠지.”
드웨인은 브로바이슨의 자랑 중 하나로, 프레이야와는 라이벌 관계였다.
비록 초극의 경지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의 검술은 프레이야가 감탄할 정도로 뛰어났다.
인품과 성격마저도 뛰어나 브로바이슨은 물론이고, 타국에서도 흠모하는 이가 많을 정도였다.
그만한 이가 생을 마쳤다니, 프레이야는 새삼 세월이 야속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추억은 추억으로 묻어두고, 이젠 두 국가 사이의 분쟁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 어찌할 테냐? 만약 덤빌 생각이라면 최선을 다해 상대해 주마. 그것이 너희 브로바이슨에 대한 예의일 테니.”
프레이야의 기운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기 시작했다.
대륙에 그 이름을 떨치던 기사의 위압감이 자유기사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승산은 없다.’
고작해야 3백 명의 기사.
이 정도로는 그녀의 일검도 제대로 받아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비록 그녀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노쇠했다고는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자유기사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로선 당신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오.”
그가 순순히 인정하자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해 주시오.”
이 전쟁은 단순한 침략전쟁이 아니다.
아이에르의 미친 짓을 막고, 대륙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절대적인 명분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 불리하다고 꼬리를 말고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해한다.”
지금 자유기사의 심정이 어떨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해서 내가 당신의 검을 받아낼 생각이오.”
“호오.”
프레이야의 표정에 호기심이 서렸다.
“내 비록 초극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지난날 흘린 땀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소.”
자유기사는 천천히 말에서 내리곤 검을 앞으로 겨누었다.
마력이 흘러나와 은은한 빛의 오러를 만들어냈다.
“나에게 당신의 영예로운 검을 받아낼 기회를 주시겠소?”
만약 자신이 패배한다면 병력을 물리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함축되어 있는 제안이었다.
“좋구나.”
프레이야가 미소를 지었다.
브로바이슨의 기사들은 언제나와 같았다.
명예를 중시하고, 자유로웠으며,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프레이야는 기사의 나라라는 칭호가 레닌스탕이 아닌, 브로바이슨에 훨씬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의 검을 다오.”
프레이야가 손을 내밀자,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이안이 검을 뽑았다.
스르릉-
맑은 쇳소리와 함께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근 10년 만에 검집에서 뽑혀져 나온 프레이야의 검은,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예리하고 아름다웠다.
“조금 떨어지거라.”
건네준 검을 받아 든 프레이야가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실력으로는 저들의 싸움에 휘말려봐야, 좋은 꼴을 보긴 힘들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이군.”
프레이야가 수많은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자신의 검을 내려다봤다.
“다시는 잡을 일이 없을 줄 알았건만…….”
후회인지 기쁨인지 모를 탄식을 내뱉은 후 검을 늘어뜨렸다.
“오너라.”
선수를 양보했다.
그리고 자유기사는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며 땅을 박찼다.
“조심하시오!”
오러가 타오르는 검이 허공을 가르며 그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화아아아아악-!
“과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상급은 넘어선 지 오래였고, 최상급에서도 완숙에 다다른 실력이었다.
계기만 충분하다면 언제든 벽을 넘어 자신과 같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
프레이야는 그의 검에 감탄하며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자유기사의 바람과 같은 검격과는 달리, 너무도 느린 움직임이었다.
마치 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프레이야님!”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이안이 소리쳤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방어를 하기도 전에 자유기사의 검이 그녀의 목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리 생각하는 건 이안밖에 없었다.
검을 내지르는 자유기사도, 뒤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기사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자유기사의 검이 훨씬 빠른 듯 보여도, 결코 프레이야의 목에는 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쩌어어어엉-!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크, 크윽!”
자유기사의 검이 손을 벗어나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대체 언제, 어떻게 움직인 것일까?
찰나의 순간 동안, 프레이야의 검은 이안이 인지할 수조차 없는 속도로 움직였다.
척-
자유기사의 목 언저리에 그녀의 검이 내려앉았다.
그 서늘한 감촉에, 자유기사는 몸을 흠칫- 떨었다.
“내가 이겼구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프레이야.
그녀의 모습을 본 자유기사는 두 눈을 감았다.
“죽이시오.”
그는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자유기사를 죽일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다.
“내가 널 왜 죽이겠느냐? 나는 그런 취미가 없다.”
함부로 살생을 하지 않는다.
비록 전쟁 중이기는 하나, 실력의 차이가 너무도 극심했다.
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승패가 갈릴 수 있는데, 굳이 죽일 이유가 없었다.
그것이 주신을 받드는 이의 참된 모습이었다.
프레이야의 말에 자유기사는 감았던 눈을 떴다.
“왜…….”
자신들은 적이 아니던가?
지금 숫자를 줄여두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을 것이다.
후퇴하겠다는 약속을 하긴 했지만, 적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프레이야는 죽이지 않겠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검을 거두었다.
“약속은 지키거라. 뭐, 브로바이슨이라면 뒤통수를 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적의 명예를 세워준다.
프레이야의 배려에 자유기사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자비에 감사드리오.”
“감사는 무슨.”
프레이야가 손을 휘젓고는 이안을 불러 검을 건네주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자유기사가 몸을 돌렸다.
“복귀한다.”
그 누구도 그 명령에 불복하지 않았다.
프레이야의 힘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대장이 약속한 것을 똑똑히 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비통한 표정으로 뽑았던 검을 수습하고는, 말의 머리를 돌렸다.
“약속은 지키겠소.”
“믿으마.”
단 한 번의 싸움.
그것도 양쪽이 전력으로 맞붙은 것도 아니고, 고작 두 명의 기사가 벌인 싸움에 불과했다.
약속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로 2만에 달하는 병력이 철수할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자유기사와 브로바이슨을 믿었다.
두두두두두두두-!
3백 명의 자유기사가 온 길을 되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후우-”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던 프레이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으십니까?”
이안이 그녀의 팔을 부축하며 물었다.
“조금 지쳤을 뿐이다.”
고작 검을 한 번 휘두른 것에 불과했지만, 프레이야의 노쇠한 육체는 그것마저도 부담스러워했다.
“이래서야 그 미친놈을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미친놈이라면?”
“레닌스탕의 마법사 말이다.”
“아…….”
이안 역시 이번 전쟁에 그가 참전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덕분에 아이에르의 주력 병력이 모두 레닌스탕 군을 막으려 집결하고 있다는 것도.
“그놈을 상대하기 위해 나오신 겁니까?”
“그래. 지금 아이에르에는 그놈을 막을 만한 실력자가 전무하니.”
이안은 순간 부끄러워졌다.
일어나지 않아도 될 전쟁이 일어나, 온전히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프레이야가 다시 검을 들었다는 사실에.
“그런 표정 지을 것 없다.”
프레이야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 이안을 만류했다.
“나도 원하는 일이었으니.”
마지막으로 한 번.
남은 힘을 모조리 불태운 후 주신의 품에 안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프레이야는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이안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한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구경이 끝났으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어떤가?”
갑작스러운 말에 이안이 깜짝 놀라며,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이 숨을 곳조차 하나 없는, 널따란 평지였다.
이안은 혹시 프레이야의 정신이 혼탁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프레이야님, 저곳엔 아무도 없…….”
조심스럽게 입을 열 때였다.
“발견될 줄은 몰랐는데.”
스으윽-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아무도 없던 공간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한 음성과 함께 남자 한 명이 나타난 것이다.
“누구냐!”
그것을 본 이안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 와중에도 프레이야를 보호하기 위해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안이 지켜줘야 할 만큼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비켜라, 이놈아. 방해된다.”
프레이야가 손을 뻗어 이안을 한쪽으로 치웠다.
“어, 어?”
비쩍 마른 그녀의 손에 밀려난 이안이 당황하고 있는데, 남자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아이에르에 당신 같은 존재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 누구십니까?”
“그러는 네놈은 누구냐? 나도 너 같은 놈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느니라.”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내가 먼저 물어봤는데…….”
남자는 작게 투덜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는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서우진?”
프레이야와 이안은 생소한 형식의 이름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런 식의 이름을 쓰는 존재들을 떠올렸다.
“용사?”
“맞습니다.”
서우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