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3)
272화.
서우진이 전장에 도착한 건 때마침 자유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시점이었다.
타이밍을 잘 맞췄다고 기뻐한 그는, 이내 몸을 숨겼다.
‘염라’를 응용한 덕에 완벽히 자신을 감출 수 있었다.
그렇게 전장을 관찰하던 서우진은 프레이야를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초극의 경지?’
처음 보는 얼굴이다.
아이에르에 저렇게 나이가 지긋한 강자가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새로운 강자.
심지어는 그 경지가 결코 자신의 밑이 아니었다.
‘아니, 더 높은가?’
‘신룡안’으로도 완벽히 파악이 되지 않는 것으로 봐선, 자신보다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는 존재였다.
‘반 슬레인 정도는 아닌데…….’
그에 못지않은 괴물임이 틀림없었다.
서우진은 속으로 허허- 웃었다.
이놈의 세계는 웬만큼 강해졌다고 생각하면, 생각지도 못한 강자가 툭 튀어나온다.
서우진이 황당해하고 있는 사이, 서로 대화가 오가더니 싸움이 벌어졌다.
결과는 싱거웠다.
굳이 고민을 해볼 필요도 없이, 초극의 경지에 올라 있는 노인이 일검에 끝을 낸 것이다.
‘이제 돌격을 하려나?’
두 사람의 약속을 듣긴 했지만, 서우진은 그것이 지켜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틀렸다.
경갑을 입은 기사들이 정말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브로바이슨…….’
강병규의 말대로, 꽤나 신의가 있는 국가인 것 같았다.
‘응?’
그런데 그때였다.
초극의 경지에 올라 있는 존재가,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고작 한 번에 충돌이었음에도, 꽤나 지친 것처럼 몸을 비틀거린 것이다.
‘아…….’
서우진은 금세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이가 너무 많아.’
몇 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언제 생명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늙었다는 것이다.
‘저런 몸으로 전장에 나오다니.’
정말 대단했다.
그러면서도 저런 노파까지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아이에르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성왕이라는 놈을 처리한 다음, 전쟁을 종식시켜야겠군.’
아이에르의 힘은 강림 전쟁에 반드시 필요하다.
병력도 병력이었지만, 그들이 가진 신성력이 중요했다.
마기가 마력을 누른다면, 신성력은 마기를 압도할 수 있으니까.
이런 웃기지도 않는 전쟁에서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존재들을 소모해선 안 된다.
‘그리고 저 노기사도.’
그녀는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나약하다.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 한들, 젊음을 되찾을 정도가 아닌 이상은 세월을 이길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싸울 수만 있다면.
그녀의 힘은 더없이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건 젊음을 되찾는 건데.’
그런 방법은 서우진도 알지 못했다.
‘혹시 반 슬레인이라면 알까?’
그는 먼저 그 길을 걸어간 경험자다.
만약 저 노쇠한 여기사에게도 방향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그래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서우진은 다방면으로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그녀와의 관계를 좋은 쪽으로 트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서우진이 고민하고 있는데, 문득 프레이야라 불린 노기사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설마?’
서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염라’는 공간의 틈에서 지옥의 사슬을 소환해 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스킬이다.
서우진은 ‘염라’에서 공간의 틈을 이용하는 부분만 떼어내 사용했다.
웬만한 강자들도 서우진의 존재를 눈치조차 채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초극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프레이야는 자신을 정확히 쳐다보고 있었다.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구경이 끝났으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어떤가?”
‘젠장.’
들킨 것이 확실했다.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회피하려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녀가 강하긴 했지만, 지쳐 있는 지금은 서우진의 속도를 따라올 순 없을 테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모습을 드러내는 쪽을 선택했다.
‘염라’를 해제하고, 공간의 틈에서 걸음을 옮겨 빠져나왔다.
“발견될 줄은 몰랐는데.”
“누구냐!”
옆에 있던 사제가 소리를 치는 것이 들렸다.
노기사와는 달리 서우진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아이에르에 당신 같은 존재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 누구십니까?”
서우진은 그를 잠시 무시하고는 물었다.
일단은 그녀의 정체부터 파악한 뒤, 대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는 네놈은 누구냐? 나도 너 같은 놈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느니라.”
“내가 먼저 물어봤는데…….”
서우진은 작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상대는 나이가 많은 노인이었으니, 자신이 먼저 소개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는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서우진?”
그들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 바로 정체를 알아차린 듯했다.
“용사?”
중년의 사제가 말했고,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두 사람의 눈이 커진다.
“어째서 용사가 여기에?”
사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서우진의 이름을 기억해 낸 듯했다.
“‘성녀’ 살해자!”
서우진을 뜻하는 칭호는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에르에선, 서우진은 ‘성녀’를 살해한 자로 가장 많이 불렸다.
수많은 신도에게 추앙받던 성유라를 살해했으며, 그 덕에 아이에르가 망국으로 향하는 길을 연 장본인이었으니까.
“뭐, 그렇게 불리기도 하죠.”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눈앞의 사제 역시 자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의 예상은 벗어났다.
사제는 잠시 표정을 굳히긴 했지만, 이내 서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내가 아이에르를 대표할 만큼의 위치는 아니오. 하지만 그대에게 감사는 표해야겠군.”
그러더니 대뜸 서우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저는 ‘성녀’를 죽였습니다만?”
“알고 있소.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지. 때문에 사과 역시 해야만 할 것 같소.”
사제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일을 겪게 하여 미안하오.”
그는 서우진이 만나본 다른 아이에르의 사람들과는 좀 달랐다.
서우진의 행동이 불러일으킨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와 사과를 하는 것으로 봐선, 작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감사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닙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저도 유감이긴 합니다.”
서우진은 사제를 향해 정중한 태도로 마주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제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존중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헌데 이곳에는 무슨 일이오? 지금 용사들은 아카데미에서 훈련에 힘을 쓰고 있다 들었는데.”
“아, 그건 말이죠.”
서우진이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성왕의 목을 따러 가던 중에 싸움 구경을 하기 위해 들른 거란 말을 할 순 없었으니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이렇게 쉽게 들키는 상황은 상정하지 않았기에, 빠르게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때, 프레이야가 나서며 서우진을 곤란함에서 구해주었다.
“용사라… 처음 보는구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맞다. 어르신도 소개를 해주셔야죠. 저는 했으니까요.”
서우진은 마침 잘됐다고 생각하며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흐음…….”
프레이야는 잠시 서우진을 빤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이 늙은이는 프레이야라고 한다네. 지금은 은퇴한 지 오래지만, 이전에는 신성기사단의 단장직을 수행한 적이 있지.”
그녀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은퇴한 기사까지 불러서 참전시켰다는 말이군.’
예상했던 대로 아이에르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한 듯했다.
“헌데 용사들은 모두 너와 같으냐?”
프레이야가 물었다.
서우진은 그 질문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건 아닙니다.”
“하긴, 모두가 너와 같다면, 강림 전쟁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겠지.”
프레이야는 서우진의 경지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너의 기운이 조금 생소하다. 용사라 그런 것이냐?”
놀랍게도 그녀는 혼돈기까지 눈치챘다.
‘반 슬레인도 거기까진 눈치를 못 챘는데.’
서우진은 프레이야의 평가를 조금 더 상향했다.
“그것도 아닙니다. 이 기운은 저만 가지고 있거든요. 다른 용사들은 대부분 마력을 다루죠.”
“호오.”
프레이야의 호기심이 조금 더 짙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기운이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는지 궁금하구나.”
프레이야는 당장에라도 혼돈기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열망을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녀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여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가 않네요.”
프레이야가 당장 싸울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던 서우진은, 정중하게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쯧.”
프레이야가 혀를 찼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그녀였으니까.
“그럼 이제 이 녀석의 질문에 답을 해주려무나. 아카데미인지 뭔지 하는 곳에 있어야 할 네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어쩌면 이대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냥 쉽게 넘어갈 순 없었다.
“아이에르의 총교단으로 향하던 중에 전투가 일어났기에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서우진은 대답을 해주었다.
괜히 거짓을 섞어 이야기하기보단, 진짜 이유를 말이다.
물론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았다.
“총교단 말이오? 그곳은 왜……?”
사제가 눈을 찡그렸다.
서우진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보단, 현재 총교단의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대가 그곳에 들어갔다간, 난리가 날 게 분명하오.”
자신과는 다르다.
총교단에 있는 이들은 분명 서우진을 적대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런 때 그곳으로 향하는 건, 괜한 분란을 조장할 수 있었다.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서우진은 총교단으로 가는 이유까진 말을 해주지 않았다.
“흐음.”
뭔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제가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용사, 그것도 ‘성녀’를 살해한 이가 총교단으로 갈 이유로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는 듯했다.
하지만 성왕을 죽이러 간다는 것을 알아차릴 순 없었다.
“그럼 함께 가자꾸나.”
그때, 프레이야가 나서며 다시 한번 서우진을 곤란에 빠뜨렸다.
“…함께 말입니까?”
“나도 총교단으로 갈 생각이었다. 브로바이슨이 물러나기로 하였으니,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지.”
프레이야가 세상에 다시 나온 것은 브로바이슨을 상대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안도르를 떠나 총교단으로 가야만 했다.
“몸이 늙으니 혼자 이동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니 도움을 좀 주지 않으련?”
갑자기 약한 척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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