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5)
274화.
지금 당장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라는 것을 이해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럴 방법도 없었고.
아무리 서우진이 의심스러운 정황과 증거를 들이밀며 설득을 시켜봐야, 프레이야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난 뒤에야 믿을 것이다.
‘지금은 약속 하나 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만약 성왕이 사도인 것이라는 게 확인된다면, 서우진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
그것이 목적이었다.
“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프레이야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곤 한참 동안이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뒤,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 뜻에 따르도록 하겠다.”
‘됐다!’
서우진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원하던 바를 이루었으니, 이젠 거리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허나 만일 거짓임이 밝혀진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게다.”
프레이야는 차가워진 눈동자로 서우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흥- 괜히 심력을 낭비했더니 피로가 쌓이는구나. 어디 쉴 곳을 좀 찾아보겠느냐?”
“아!”
그러고 보니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민거리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동속도였다.
“혹시 조금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은 힘드십니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대로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테니 뭔가 수를 찾아야만 했다.
“네놈도 내 나이쯤 되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게다.”
힘들다는 뜻이었다.
‘어찌한다…….’
그녀를 두고 혼자 몰래 움직일 순 없다.
그러려면 진즉에 했어야 했다.
지금은 성왕을 두고 약속까지 한 마당이었으니, 절대 혼자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이동 수단이 필요해.’
기차가 있으면 좋았을 테지만, 여긴 아이에르다.
제국처럼 전 국토를 돌아다니는 기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 마을에서 말이나 마차라도 구해야 할까?’
서우진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다.
하지만 말을 팔 만한 가장 가까운 마을은, 이 속도로 걷는다면 이틀 정도 걸리는 거리에나 있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하… 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서우진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진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본래는 지극히 높은 격을 지니고 있는 존재.
“휘라테온.”
서우진이 바람의 신수를 불렀다.
화아아아아아악-!
포근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것과 동시에, 푸른색 털뭉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프레이야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시, 신수?”
그녀는 휘라테온을 보곤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는 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까마득한 과거에 이미 멸종되어 사라졌다 알려진 신수가 세상에 다시 나타났으니 말이다.
“…정말 신수로구나!”
서우진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휘라테온을 관찰하던 프레이야가 다시 한번 탄성을 내뱉었다.
신화 속의 존재라고 보기엔 외형은 특별할 것 없었다.
그저 귀가 달린 털뭉치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보았다.
아직 그 힘은 미숙하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높은 격이 느껴졌다.
“대체 어떻게? 아니, 어디에서…….”
“헬데인에서 주웠습니다.”
서우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프레이야에게 휘라테온을 얻게 된 경위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허어-!”
그 과정을 들은 그녀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마목이라니?’
마경 헬데인에 있는 마목의 존재는 익히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크게 관심은 없었다.
헬데인은 아이에르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그녀가 방문할 기회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마목 안에서 신수의 알이 발견되었다.
‘세상에는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구나.’
괜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오지 못한 지난날이 후회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갑자기 왜 불러냈느냐?”
방금 전까지 둘은 이동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빨리 움직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고민하던 서우진이 갑자기 신수를 소환했으니,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실험을 하나 해보려고 합니다.”
“…실험?”
“네, 잠시만.”
서우진은 프레이야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휘라테온을 향해 말을 걸었다.
“혹시 바람으로 저분의 몸을 들어올릴 수 있어?”
삐익-!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몸을 흔들었다.
하긴, 아직 성장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해도 무려 신수다.
사람 한 명 들어올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이후다.
“그 상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까?”
서우진이 생각한 건 프레이야를 바람에 실어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휘라테온의 힘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 같았다.
그런데 녀석이 부정적인 대답을 내뱉었다.
삐빅-!
마치 그건 안 된다는 듯, 털뭉치가 좌우로 흔들렸다.
“음? 안 돼? 아니, 왜?”
설마 안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휘라테온은 대답 대신,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프레이야를 향해 다가갔다.
“오…….”
프레이야는 신수가 다가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겼다.
안 그래도 저 보드랍게 생긴 털뭉치를 한 번 만져 보고 싶던 참이었다.
스윽-
휘라테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녀석은 몸을 비틀며 피하더니, 등 뒤로 돌아갔다.
그러곤 그대로 프레이야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버렸다.
“응?”
“이 녀석아, 지금 뭐하는…….”
두 사람이 휘라테온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하는데, 돌풍이 불어왔다.
화아아아아아악-!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휘라테온의 기운이 가득 담겨 있는 그 바람은 프레이야의 주변을 빠르게 휘몰아치더니, 이내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건?”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휘라테온이 날개로 변하고 있었다.
총교단의 분위기는 혼란, 그 자체였다.
매일같이 패배했다는 소식이 밀려들었으며, 그때마다 징집과 징발이 이루어졌다.
이전에 아에론이 방문했을 때보다 훨씬 악화된 분위기였다.
결국 수탈을 참다못한 이들이 총교단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성왕이 총교단의 봉쇄를 명한 탓이었다.
허가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만약 그 명령을 어기고 탈출을 감행하다 적발될 시에는, 그 자리에서 즉결 처분을 당했다.
덕분에 총교단의 외곽에는 목이 잘린 시체들이 수도 없이 매달렸다.
성왕의 명령에 불복할 시엔 같은 꼴을 당할 것이란 경고였다.
신성왕국 수도의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믿기지 않는구나.”
프레이야가 말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총교단과 지금의 총교단은 아예 다른 도시라 해도 무방했다.
“이건 흡사 주신의 신전이 아니라, 판데모니엄이 아니더냐?”
주신을 향한 찬송과 자애로운 웃음소리 대신, 죽음과 비명만이 가득하다.
이 먼곳까지 들릴 리가 없었음에도, 프레이야는 백성들의 고통에 찬 신음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서우진 역시 충격을 받았다.
요한을 통해 대충 총교단의 분위기를 듣기는 했다.
하지만 정보와 실제로 보는 것의 차이는 꽤나 컸다.
지금껏 수많은 죽음을 봐왔다 생각하는 서우진조차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으니까.
“정녕 성왕께서…….”
프레이야는 뒷말을 씹어 삼켰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녀의 마음속엔 서우진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래도 빨리 도착해서 다행이네요. 시간이 지체되었다면 무고한 희생이 더 늘었을 테니.”
놀랍게도 두 사람은 고작 하루 만에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개로 변한 휘라테온이 프레이야를 이동시켜 준 덕분이었다.
그 속도는 놀라워서, 서우진조차도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그 녀석한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이야…….’
생각해 보니 서우진은 시간이 날 때마다 혼돈기만 주입해 주었을 뿐, 녀석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본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능력이 있을 수도 있어.’
서우진은 이번 일이 끝나면 미뤄왔던 것들을 제대로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휘라테온도 그렇고, 아직은 제대로 써먹을 기회가 없던 ‘루덴 가르도’까지.
만약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서우진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뭐, 일단은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지.’
서우진은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고 있는 프레이야와 함께 총교단을 향해 다가갔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한참을 걸은 뒤에야 총교단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멈추어라!”
곧 기다렸다는 듯 경비병의 위압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서우진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외침이 들렸다.
“정체를 밝혀라!”
평범한 검문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적대적인 분위기였다.
서우진은 프레이야를 쳐다봤다.
그러자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내 이름은 프레이야 카 로이안이라 한다. 전 신성기사단의 단장이자, 신실한 주신의 종으로서 성왕 전하의 명을 받고 복귀하였으니, 그리 아뢰거라.”
그녀의 음성에는 거대한 신성력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함과 동시에, 작금의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으허헉!”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 기운을 정면으로 받은 병사는 거의 졸도하기 직전이었다.
몸을 옥죄어오는 신성력도 문제였지만, 그녀의 이름이 더 큰 문제였다.
“프, 프레이야 경?”
그녀의 이름은 아이에르에서 전설로 통한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이자, 주신의 첫 번째 검으로 불리던 최강의 기사였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전쟁 때문인지, 그녀의 이름이 더욱 자주 오르내렸다.
만약 프레이야 경이 살아 있었다면, 주변국들도 감히 침공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전설이 살아서 돌아왔다.
가짜라고 치부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보여준 신성력은 진짜였으니까.
초극의 경지에 오른 신성기사가 아니라면,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초월적인 격.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병사는 반쯤 혼이 빠진 모습으로 안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난리가 나겠네요.”
서우진이 담담하게 말을 했다.
“그렇겠구나…….”
프레이야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그녀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설이 귀환.
그 한 가지만으로도 총교단은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빠져들 것이다.
하지만 진짜 큰 난리는 그 이후에 벌어질 예정이었다.
만약 서우진의 말대로 성왕이 정말 사도라면?
서우진이 놈의 목을 베고, 놈의 정체를 만천하에 폭로했을 때.
총교단을 비롯한 아이에르는 지금까지완 차원이 다른 혼란을 경험할 게 분명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