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6)
275화.
“뭐, 프레이야 경? 제정신이냐?”
처음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누군가 이 사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프레이야가 나타났다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 치부한 것이다.
하지만 그 소문은 사그라질 줄을 몰랐다.
성문의 경계를 서고 있던 경비병의 입에서부터 퍼진 그 말은, 마치 들불이 일어난 것처럼 총교단을 휩쓸기 시작했다.
‘정말 프레이야 경이라면?’
‘그분이라면 이 악몽과도 같은 상황을 해결해 주실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헛소문이라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정말 사실이길 바라고 또 바랐다.
자신들을 구원해 줄 존재가 너무도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위급 인사들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혹세무민하는 자가 나타났다.’
‘프레이야 경이라니, 차라리 주신께서 현신하셨다는 말이 더 현실성 있겠군.’
그들은 코웃음을 칠 뿐, 손톱만큼의 신뢰도 하지 않았다.
“흐음.”
마르데타인은 갑작스럽게 올라온 보고에 미간을 찌푸렸다.
“프레이야라… 이 보고가 사실인가?”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명백한 사실이라 하옵니다.”
미테온 주교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역시 신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네 생각은 어떠하지?”
마르데타인이 물었다.
그러자 미테온은 식은땀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 않겠사옵니까?”
정론이다.
만약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아이에르의 입장에선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었으니까.
당장에라도 진위 여부를 확인해 봐야 했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설마 그 늙은이가 아직도 살아 있을 줄은 몰랐군.’
그는 실제로 난감해 하는 중이었다.
만약 지금 프레이야를 직접 만난다면,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단박에 눈치채고 말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공들여 준비해 왔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둘 순 없는데…….’
하지만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었다.
이미 프레이야에 대한 소문은 퍼질 대로 퍼진 상태다.
그런 상황에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외면한다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나올 터.
‘힘으로 찍어 누를 수도 없다.’
만약 그랬다간 이미 총교단 안으로 들어와 있는 프레이야가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곤란하게 됐군.’
결국은 그녀를 직접 만나야만 했다.
마르데타인은 어떻게 해야 계획을 망치지 않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성왕 전하?”
미테온은 마르데타인이 갑자기 눈을 감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그냥 이곳으로 불러서 확인하면 될 일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너무도 미심쩍었다.
하지만 미테온은 아무런 의구심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유레아 주교와 같은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네 말대로 직접 그녀를 만나봐야겠군.”
“그럼 지금 당장 이곳으로 부르겠…….”
“아니. 장소를 바꾼다.”
“…예?”
미테온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별궁으로 데려와라. 단,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오직 프레이야만 그곳의 입궁을 허가하겠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미테온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마르데타인의 눈치를 살폈다.
“굳이 왜 그런 복잡한 절차를 밟으시려 하는지 미욱한 저로선 이해를 할 수가 없나이다.”
그냥 바로 이곳으로 불러 확인하면 될 일이다.
굳이 장소를 옮길 필요도, 남들에게 비밀로 할 이유도 없다.
미테온은 그의 심중을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은 대답해 줄 생각 따윈 손톱만큼도 없었다.
“오늘따라 혀가 길구나. 프레이야로 짐작되는 이가 나타났다니, 간이 붓기라도 한 건가?”
“주,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미테온이 곧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청했다.
“쯧.”
마르데타인은 그런 미테온을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다 몸을 일으켰다.
“가서 자신을 프레이야라 주장하는 이를 데려오도록. 별궁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며, 명을 받드옵니다!”
마르데타인이 사라지자, 미테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포로 인해 온몸이 떨려와, 제대로 몸도 가누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움직였다.
만약 늦는다면 또다시 생명이 위험해질지도 몰랐으니까.
‘제발 진짜 프레이야 경이기를.’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미테온은 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미테온의 눈이 부릅떠졌다.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응접실의 문을 열었더니,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던 것이다.
“오랜만이군, 미테온 주교.”
“저, 정말 프레이야 경이시오?”
프레이야가 살짝 굳어 있는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자, 미테온은 경악했다.
“정말이구려, 정말이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나이가 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신성력.
그것은 눈앞의 존재가 진짜 프레이야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간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다, 이토록 늙은 것을 보니.”
프레이야는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는 미테온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 주신이시여.”
미테온은 대답 대신, 주신을 향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간 어찌 지내셨소? 아니, 연락도 한 번 하지 않고! 그러니 당연히 주신의 품으로 돌아갔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소?”
그러곤 프레이야를 향해 서러운 마음을 담아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지아 같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두 사람이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동안, 그는 멀뚱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 그런데 이쪽은?”
뒤늦게 서우진을 발견한 미테온이 물었다.
“…내 제자다.”
“오오!”
미테온의 표정이 밝아졌다.
프레이야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도 경사스러운 일인데, 그녀의 제자까지 있다니?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는 아이에르로선 더할 나위 없이 반길 일이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성왕 전하를 뵈러 갑시다. 지금 별궁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남은 회포는 그 후에 풀도록 하고.”
“별궁에서? 왜 그 외진 곳으로 가는 거지?”
미테온의 말에 프레이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성왕 전하께서 그곳으로 모셔오라고 하시더이다.”
이유는 그도 알지 못해 설명을 해줄 순 없었다.
하지만 서우진과 프레이야는 미테온의 대답에 뭔가를 짐작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가자꾸나.”
한숨을 내쉰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테온이 허허- 웃으며 그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주교면 높은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자연스럽게 말을 놓으시네요?”
서우진이 조용히 속삭이는 음성으로 물었다.
아이에르의 정치 구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주교가 성왕 바로 밑에 있는 위치라는 건 이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프레이야가 아무리 전 신성기사단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교보다 높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자연스레 하대하니, 그게 좀 이상해 보였던 것이다.
“내 친우의 아들이다. 아무리 주교라고 해도, 내 절반밖에 살지 않은 녀석에게 말을 높일 순 없지.”
“그런 것치고는 주교도 존대를 하진 않던데.”
“그래도 위치가 있으니 그 정도는 봐줘야 하지 않겠느냐.”
프레이야는 당연하다는 듯 흘흘- 웃었다.
‘여기도 나이가 깡패이긴 하구나.’
서우진은 속으로 피식- 했다.
“그런데 의심을 사지 않고 잘 넘겼네요.”
서우진은 프레이야에게 자신을 용사라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용사가 총교단에 찾아왔다는 것을 알면, 성왕이 미리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프레이야는 서우진의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것을 믿느냐였는데…….
“내가 그간 쌓아온 신망이 있는데, 당연한 일 아니더냐?”
서우진은 왠지 그녀가 우쭐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굳이 딴죽을 걸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녀는 아이에르에서 전설로 추앙받는 존재라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별궁이라니, 느낌이 좋지 않구나.”
“외진 곳이라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허가받지 않은 이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장소지. 덕분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밖에서 알 수 없기도 하고.”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조용히 처리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느니라.”
프레이야는 아직 희망을 놓지 않았다.
아니, 놓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성왕이 사도라면, 그녀가 평생 동안 간직해 오던 믿음을 배신당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대답하는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도록 하죠.”
서우진은 더 이상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았다.
프레이야의 주름진 얼굴이 너무도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
“아, 잠시 기다려 주시겠소? 성왕 전하께 프레이야 경에게 제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동반 입궁의 허가를 받아야 하니.”
“다녀오너라.”
별궁에 도착하자, 미테온이 양해를 구하고는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느껴지느냐?”
둘만 남자, 프레이야가 서우진에게 물었다.
혹시 별궁 안쪽에서 마기가 느껴지는지 묻는 것이었다.
“흠, 아직은 없네요.”
‘신룡안’까지 발동시켜 보았지만, 마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묘한 기운이 하나 느껴지긴 했다.
‘본 적이 있는 기운이야.’
아카데미에서 성유라와 루페라라는 이름의 추기경이 품고 있던 기운이다.
신성력과 비슷하지만 근본적인 부분이 묘하게 뒤틀려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
프레이야 역시 그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입술을 악다물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다 문득, 머뭇거리는 기색으로 서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만약 정말로 성왕이 사도라면, 어찌할 생각이더냐?”
“이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목을 벨 것이다.
그래야만 하니까.
“프레이야님은 도와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곁에서 놈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지켜만 봐주셔도 충분하니까요.”
오직 혼자서 사냥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경험치가 가장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굳이 노쇠한 그녀를 싸움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아-”
프레이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으로는 부정하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드러나는 정황은 서우진의 말이 옳다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 중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다행히 성왕 전하께서 제자의 입궁도 허락하셨소.”
그때, 안에 들어갔던 미테온이 빠르게 걸어나오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 프레이야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미테온의 얼굴에 땀이 가득했던 것이다.
“그럼 들어가자꾸나.”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프레이야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저벅- 저벅-
침묵이 흘렀다.
들리는 것이라곤 오직 복도를 걸으며 나는 발소리뿐이었다.
이지아가 생각날 정도로 말이 많았던 미테온조차 굳게 임을 다물고 있었다.
덕분에 서우진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을 예리하게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이곳이오.”
미테온이 커다란 문 앞에 멈춰 섰다.
“이 너머에 성왕 전하께서 그대들을 기다리고 계신다오.”
서우진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시리도록 차가운 미소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