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7)
276화.
그그그긍-
문이 열린다.
관리가 잘되었는지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서우진의 귀에는 마치 천둥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룡안.’
속으로 되뇌며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이윽고 문이 모두 열리자, 옥좌에 앉아 있는 성왕의 모습이 보였다.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강인해 보이는 얼굴.
휘황찬란한 사제복으로 가리고 있음에도, 여실히 느껴지는 탄탄한 근육.
성왕(聖王)보다는 패왕(霸王)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외모였다.
하지만 서우진에게 중요한 건 그딴 겉모습이 아니었다.
‘신룡안’은 그의 모든 것을 낱낱이 분석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한 올부터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깊숙이 숨겨둔 것들까지.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어둡고 끈적끈적한 기운.
성왕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일말의 흔적도 내보이지 않는 아주 익숙한 기운.
마기였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성왕이 프레이야를 향해 입을 열려던 찰나, 땅을 박찼다.
콰득-!
새하얀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던 바닥이 깨져 나갔다.
파편이 허공에 치솟아 오르기도 전에, 서우진은 성왕의 코앞에 도달했다.
스르릉-
‘카 라니엘’이 뽑혀져 나온다.
그제야 놈이 눈을 부릅떴다.
갑작스러운 공격.
그리고 그 주체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용사라는 사실에, 성왕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프레이야와 약속했던 것처럼,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공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놈을 마주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빨리 확인할 수 있으니까.’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하면, 성왕은 꽁꽁- 숨겨두었던 힘을 개방할 수밖에 없을 터.
서우진은 그것을 노렸다.
“죽어.”
혼돈기가 응집되며, 불타오르는 회색의 오러가 만들어졌다.
화르르르륵-!
오러는 공간을 그대로 찢어발기며 성왕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감히!”
뒤늦게 성왕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너무도 익숙한 기운, 마기가 폭발했다.
콰과과과과과광-!
혼돈기와 마기의 충돌에 별궁이 흔들렸다.
창졸지간에 이루어진 공방이었음에도, 그 여파는 너무도 강렬했다.
“이, 이게 무슨……!”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미테온이 몸을 떨었다.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프레이야가 제자라 소개했던 이가 갑자기 왜 성왕을 공격한단 말인가?
감히 제지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옆에 있던 프레이야를 쳐다봤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그녀라면 이 상황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니, 오히려 미테온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아 사고가 정지한 듯한 표정이었다.
“프, 프레이야 경?”
미테온이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프레이야가 잠시 비틀- 하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설마 정말일 줄이야.”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전보다 더 강력한 충돌이었는지, 천장에서 돌무더기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프레이야는 미테온의 몸을 잡고 그것들을 피해내고는 말했다.
“너는 저것을 느끼고도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게냐?”
“그게 무슨 말…….”
프레이야에게 되묻던 미테온의 눈이 커졌다.
“저, 저건?”
그때서야 자신이 모시던 성왕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느꼈다.
“마기!”
사제들의 가장 큰 대적이자, 절대적으로 막아야 할 저주받은 존재.
마왕과 놈의 추종자들이나 갖고 있어야 할 마기를, 대체 왜 성왕이 지니고 있단 말인가!
미테온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그야말로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고로는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이곳에서 피해라. 그리고 총교단 내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신성기사를 별궁으로 집결시켜라.”
미테온은 어버버- 하며 계속 눈을 끔뻑였다.
“어서 움직여라!”
마력을 담아 소리치자, 그제야 정신을 퍼뜩- 차렸다.
“아, 알겠소!”
미테온이 몸을 돌려 별궁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혼자가 된 프레이야는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싸움을 지켜봤다.
“성왕이 사도라…….”
분노가 차오른다.
감히 주신을 모독하고, 아이에르를 조롱했으며, 세상을 농락한 자에 대한 분노.
프레이야는 검자루에 손을 가져다댔다.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 * *
‘강해.’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첫 일격에서 눈치챘다.
자신을 성왕이라 칭하는 자가 얼마나 강한지.
제노니아나 아르데토스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강력했다.
‘루운발리?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확실한 건 눈앞의 놈이 절대 만만찮은 강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해볼 만해.’
이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마왕화’를 사용하거나, 프레이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승산이 있었다.
‘물론 엄청 힘들기야 하겠지만.’
불가능하진 않을 듯했다.
“꺼져라!”
놈이 발을 구르자 바닥이 쩍- 하고 갈라지며 마기가 터져 나왔다.
“흡!”
심상찮은 위력에 서우진이 뒤로 몸을 날렸다.
콰르르르릉-!
동시에 간신히 버티고 있던 별궁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존재들 중 그것에 깔릴 정도로 약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떨어져 내리는 잔해들을 모조리 쳐낸 서우진은 돌무더기 위에 올라서서 성왕을 내려다보았다.
놈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인데.”
“세상 일이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니까.”
성왕의 말에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너의 정체를 밝혀라, 용사.”
“서우진. 사도라면 내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성왕의 물음에 서우진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해주었다.
“…서우진?”
예상대로 놈은 서우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사자가 말한 그놈이로군. 우리의 일을 몇 번이나 방해했다던.”
“그러는 네 이름은 뭐지? 어차피 죽을 놈이니 궁금하진 않지만, 그래도 모르는 놈을 죽이긴 좀 찝찝해서.”
“건방진 놈.”
서우진의 질문을 가장한 도발에 성왕의 눈동자에 살기가 깃들었다.
“내 이름은 마르데타인. 여섯 번째 사도이자, 네놈을 죽일 존재다.”
성왕, 마르데타인의 대답에 서우진이 눈매를 좁혔다.
‘마르데타인이면 성왕의 이름인데. 그럼 가짜가 대신 아이에르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보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가 된 듯했다.
‘뭐, 이제 와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프레이야나 다른 아이에르의 사제들에겐 상관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정확히 파악을 해야만 하는 사안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에겐 아니다.
본래부터 성왕이 마왕의 추종자였든, 아니면 후에 변절을 한 것이든.
서우진이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으니까.
‘놈을 죽이고, 레벨을 올린다.’
심플하다.
그렇기에 시간을 끌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아까 사자에게 내 이름을 들었다고 했지?”
서우진이 혼돈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물었다.
그러곤 마르데타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쩌나? 이젠 사자인지, 호랑이인지 하는 놈한테서 나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할 것 같은데.”
마치 조롱하는 듯한 서우진의 말투에 마르데타인이 표정을 굳혔다.
“그게 무슨 말이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그의 불안감을 현실화시켰다.
“그놈, 죽었거든.”
마르데타인의 눈이 커진다.
그리고 소리쳤다.
“헛소리!”
“믿기 싫으면 말든지. 난 사실을 얘기해 줬을 뿐이니까.”
어깨를 으쓱- 하며 말하자, 마르데타인이 이를 갈았다.
사실 그는 사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는 놈이기도 했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종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르데타인으로선 그가 싫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놈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강림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그리하여 이 세계를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들에게 바치기 위해서.
사자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말해라. 사자가 정말 죽은 건가?”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마르데타인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이라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크라토스. 그 괴물 같은 놈에게 죽었다.”
서우진의 말에 마르데타인이 멈칫- 했다.
“…크라토스?”
왜 그 이름이 지금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라고 했더라? 아, 맞아. 맹약에 따라 왕의 적을 배제한다고 했었지.”
맹약이란 단어에 마르데타인의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졌다.
서우진은 그 맹약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다른 모양이었다.
“어리석은 놈.”
누구에게 하는 욕설일까?
마르데타인은 나지막이 욕을 내뱉더니 마기를 끌어올렸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듯하군.”
살기가 들끓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굳이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이렇게 대화를 나눈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마르데타인의 평정심을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비록 겉으로는 무감정함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꽤나 동요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사자의 죽음이 그렇게도 충격적인 것인지, 아니면 크라토스가 말한 맹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놈이 평정심을 잃었다는 게 중요했다.
이로써 승산이 조금 더 올라갔다.
서우진은 쾌재를 부르며 ‘카 라니엘’을 움켜쥐었다.
콰과과과과과-!
별궁의 무너진 잔해들이 서우진을 향해 쏘아졌다.
수백, 수천 개의 돌조각이 마치 크레모아처럼 짓쳐들었다.
‘피해야겠군.’
일일이 막기에는 수가 너무 많았고, 그 안에 담긴 힘도 지나치게 강력했다.
서우진은 방어 대신 회피를 선택했다.
직선적인 공격이었기에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옆으로 빠르게 위치를 옮기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조각들을 피해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르데타인이 진짜 노리고 있던 것은 따로 있었다.
파앗-!
놈의 신형이 사라진다.
동시에 주위의 정보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있던 ‘신룡안’이 경고를 보내왔다.
‘젠장!’
놈은 서우진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프레이야님!”
서우진의 외침에 그녀가 검을 뽑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의 속도에 비하면, 너무도 느렸다.
“혹여 방해가 될지 모르니, 너부터 처리를 해야겠다.”
놀랍게도 놈은 분노한 와중에도 일말의 이성을 놓지 않았다.
만약 서우진과 프레이야가 합공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것이란 사실을 눈치챈 마르데타인은, 일단 상대적으로 약한 쪽부터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놈의 신형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였다.
단순히 속도만 따지자면 서우진을 능가하는 것 같았다.
눈 한 번 깜빡일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마르데타인은 프레이야의 지근거리에 도달했다.
그리고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것 참.”
그때였다.
프레이야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도 참 얕보인 모양이구나.”
도저히 시간에 맞춰 뽑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그녀의 검이 어느새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채 허공을 잘랐다.
번쩌억-!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순백의 검광이 뿜어져 나왔다.
“감히 마왕의 떨거지 따위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