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8)
277화.
세상이 둘로 쪼개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순백의 오러가 피어오르는 검은, 그대로 마르데타인의 가슴을 갈랐다.
쩌어억-!
핏방울이 튀어 올랐다.
적지 않은 양의 출혈이었다.
만약 그가 일반인이었다면, 방금 당한 일격만으로도 사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인데다, 마기까지 받아들여 특수한 ‘이능’까지 있었다.
‘혈종’.
서우진이 몇 번이나 봤던 ‘이능’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촤르르륵-!
뿜어져 나오던 핏줄기가 허공에 멈칫하더니, 그대로 다시 마르데타인을 향해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크으으!”
놈은 그제야 뒤늦게 신음을 터트리며 뒤로 물러섰다.
“쯧.”
그 모습을 본 프레이야가 혀를 찼다.
불시에 가해진 예상치 못한 검격이었다.
마르데타인은 노쇠한 프레이야의 공격이 이토록 위력적일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덕분에 그녀는 그 틈을 노릴 수 있었다.
약간의 무리까지 감수하며 떨친 검격이었는데…….
“아쉽군.”
반으로 쪼개 버릴 생각이었으나, 마르데타인은 약간의 부상만을 입었을 뿐 멀쩡했다.
“네년이 감히!”
“마왕의 떨거지라 그런가, 입도 더럽구나. 당장 그 냄새나는 입을 다물거라. 지금 당장 찢어버리고 싶으니.”
프레이야의 혀는 검보다도 예리했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픽- 하고 웃고 말았다.
하지만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프레이야의 손끝이 잘게 떨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색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그녀의 육체는 한계에 다다른 게 분명했다.
만약 마르데타인이 다시 한번 달려든다면, 이번엔 막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전에 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었다.
“지고화.”
초고열을 품고 있는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고화’는 서우진의 회색 오러와 합쳐지며, 세상 모든 것을 불태울 법한 형상으로 화했다.
그것을 눈치챈 마르데타인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는 것이 보였다.
‘늦었어.’
하지만 서우진의 움직임은 빨랐다.
오랜만에 ‘신속’까지 사용했다.
그의 신형은 그야말로 빛살과 같은 속도로 공간을 뛰어넘었다.
스거억-!
‘지고화’와 융합된 오러가 대기를 불태우며 마르데타인의 가슴을 다시 한번 헤집었다.
“크아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혈종’도 그의 출혈을 막아내지 못했다.
상처 부위가 초고열의 화염에 그대로 지져졌으니까.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타격은 더욱 심각했다.
단순히 살가죽과 뼈만을 베어냈던 프레이야의 검과는 달리, 혼돈기가 놈의 육체를 통째로 갉아먹기 시작했다.
울컥- 하며 피를 토해낸 마르데타인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벌써 몇 번째 후퇴이던가?
제대로 된 공방도 몇 번 해보지 못한 채, 계속해서 밀리기만 했다.
“이, 이놈이……!”
“생각보다 튼튼하네.”
놀랍게도 마르데타인은 아직 두 발로 서 있었다.
이번 일격으로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가 불가능한 수준의 부상을 입힐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마르데타인은 견뎌냈다.
심대한 상처를 입긴 했지만, 그것이 치명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느린 속도이긴 했지만, 서서히 회복까지 하고 있었다.
서우진에게 입은 부상을 모두 회복하려면 적어도 하루는 꼬박 걸릴 속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신성력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에게선 마기와 더불어 어딘가 뒤틀려 있는 신성력 역시 느껴졌다.
그 크기가 미약해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았다.
“네놈의 존재가 우리의 계획에 방해가 될 것이라던 사자의 말이 옳았군.”
대충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그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다행?”
마르데타인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에서 네놈을 처리한다면, 우리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테니.”
그 말에 실소가 절로 나왔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여기서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실제로 밀리고 있는 것도 서우진이 아닌, 마르데타인이었다.
그는 육체에 심각한 훼손을 입었음에도, 자신만만해 하고 있었다.
“그래, 이대로라면 내가 불리하겠지.”
두 번에 걸쳐 입은 부상 때문에, 마르데타인은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를 수 없는 상태였다.
이대로 싸운다면 서우진 한 명도 제대로 감당하기 힘들 게 분명했다.
“거기에 저 늙은 년까지 있으니, 네가 승리를 확신할 만하다.”
마르데타인은 한쪽에서 검을 든 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프레이야를 가리켰다.
그녀는 사실 더는 무리할 수 없었지만, 놈은 아직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부상 때문에 감각이 둔해진 건가?’
어쩌면 경황이 없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르데타인이 오판하고 있다는 건 서우진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프레이야는, 그 존재만으로도 강력한 견제 수단이 되어줄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자기가 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건데.’
서우진이 알지 못하는 다른 수가 남아 있는 듯했다.
“말로만 주절거리지 말고, 그냥 덤벼라. 어서 끝내고 돌아가서 쉬게.”
일부러 도발을 했다.
화를 내며 앞뒤 재지 않고 공격을 해올 수 있도록.
그런데 마르데타인은 서우진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신중해진 기색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네놈이 강한 건 인정하지. 내가 정상적인 상태였다 해도, 쉽게 승부를 낼 수 없을 정도다. 허나…….”
마르데타인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들었다.
“너희가 그렇듯, 나 역시 혼자가 아니다.”
“뭐?”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마르데타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없었던 한 존재가 허공에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말이다.
“늦었다, 바론.”
마치 심연과도 같은 기다란 흑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짧은 바지 하나만을 입은 채, 상체의 거대한 근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존재.
인간이라기보단, 짐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대체 왜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소름끼치는 마기가 느껴졌다.
“늦긴. 딱 좋은 타이밍에 온 것 같은데.”
바론이라 불린 입이 양옆으로 길게 찢어졌다.
사람과는 다른, 날카로운 치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은 바론이 정말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웅-!
허공에 떠 있던 바론의 신형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낙하의 충격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마치 추락하듯 땅에 내리꽂혔다.
별궁의 잔해들이 커다란 소음을 내며 먼지구름을 만들어냈다.
“아이에르의 늙은 신성기사와 용사라… 꽤나 재미있는 조합이구나.”
바론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서우진을 쳐다봤다.
흠칫-!
‘무슨 놈의 살기가…….’
확실히 깨달았다.
저놈은 사도다.
그것도 마르데타인 따위의 수준이 아닌, 제노니아나 아르데토스와 비견될 정도의 강자.
‘아니, 그보다 더 강한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서우진이 확신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었다.
‘곤란한데…….’
전세가 순식간에 역전이 되었다.
마르데타인 한 명이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론이라는 강자가 추가되며 급격히 전력이 기울어졌다.
‘프레이야님은…….’
그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마르데타인의 마기를 넘어서는 양이었다.
하지만 그뿐.
그녀의 노쇠한 육체는 그 거대한 마력을 제대로 다룰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두세 번이 한계일까?’
전력을 다 한다면, 고작 그 정도만으로도 더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나는?’
바론과 자신을 비교해 보았다.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마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 모두 내보이고 있어, 굳이 ‘신룡안’을 쓰지 않아도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가 있었다.
‘내가 불리하다.’
바론은 정말로 강했다.
어쩌면 그간 서우진이 만나왔던 그 어떤 사도들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크라토스를 빼면 가장 강할 거야.’
제노니아나 아르데토스도 바론에 비하면 조금 부족할 듯싶었다.
그때,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신성력을 품은 사람들이 무너진 별궁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신성기사들인가?’
미테온 주교가 이곳의 상황을 제때 전달한 것 같았다.
‘2백 명 정도.’
못해도 중급 이상의 기사들이 대략 2백여 명이 달했다.
그 정도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전력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그들로선 마르데타인조차 제대로 막아낼 수 없을 테니까.
‘적어도 1천 명 이상의 사제는 있어야 돼.’
그 정도 숫자가 신성력을 모은다면, 상처 입은 마르데타인 정도는 잠시나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신성력은 마기와 상극의 기운이었으니까.
그들이 프레이야를 보조한다면, 충분히 할 만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그 많은 수가 모이려면,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도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지만, 아직은 한참 부족했다.
마르데타인과 바론이 바보도 아니고, 신성기사와 사제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 줄 리가 만무했다.
‘결국은 선택을 해야 한단 소린데…….’
한숨이 나온다.
바론이란 놈이 툭- 튀어나올 줄 알았다면, 최대한 속전속결로 마르데타인의 목을 베었어야 했다.
괜히 싸움을 조금 더 편하게 해보겠다고 격장지계를 건 것이 실수였다.
차라리 그 시간에 놈을 죽였더라면 이런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텐데.
‘어쩌겠냐. 내 잘못인 것을.’
서우진은 속으로 혀를 차곤 어깨를 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은 일단 이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고민은 끝났나?”
마르데타인이 서우진을 향해 물었다.
놈의 얼굴에 걸려 있는 비릿한 미소가 꽤나 역겨웠다.
“프레이야님.”
서우진은 그런 마르데타인을 무시하고 프레이야를 불렀다.
“말하거라.”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5분. 만약 제가 그동안 승부를 보지 못한다면, 저 좀 구해주세요.”
“…뭐?”
“신성기사랑 사제들을 이용하면 가능할 겁니다.”
프레이야는 서우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지만, 상관없었다.
곧 싸움이 시작되면 알 수 있을 테니까.
‘‘마왕화’는 안 돼.’
보는 눈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곳에서 ‘마왕화’를 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특히나 이곳은 신성왕국 아이에르.
서우진이 ‘검은 존재’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나를 처단하겠다고 왕국 전체가 달려들지도 모르지.’
농담처럼 생각하긴 했지만,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상대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놔두자.’
가능성이 적긴 해도 서우진에겐 아직 놈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었다.
“루덴 가르도.”
검은빛이 터져 나온다.
동시에 흑색의 갑주가 서우진의 전신을 뒤덮기 시작했다.
“휘라테온.”
바람이 불었다.
멸종되었다 알려진 신수가 서우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서우진은 마르데타인과 바론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셀레스티얼 윙.”
화아아아아악-!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