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79)
278화.
‘5분.’
‘셀레스티얼 윙’의 지속 시간이다.
증폭률은 본래의 능력보다 3~4배.
덕분에 지속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능력을 그 정도 수준으로 뻥튀기 하지 않는다면, 저 둘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 지겠지.’
마르데타인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바론.
저놈은 너무 강하다.
갑자기 서우진의 기운이 몇 배는 커지는 것을 본 놈들이 눈을 크게 떴다.
“셀레스티얼……!”
서우진이 사용한 ‘마법’이 무엇인지 깨닫곤, 곧장 마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늦었다.
단 1초의 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서우진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서우진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있던 휘라테온이 바람을 일으켜 그의 기척을 감추고, 속도마저 증가시켜 준 덕분이었다.
“막아라!”
바론이 경고성을 내뱉었고, 그것을 들은 마르데타인이 다급히 팔을 들어 목을 방어했다.
콰아아아앙-!
“커헉!”
허를 찔렸다.
당연히 검으로 자신의 목을 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온 건 단순한 발차기였다.
물론 그 위력은 범상치 않았다.
발끝에 찔린 복부가 꿰뚫리는 듯한 통증과 함께, 마르데타인이 포탄처럼 뒤로 날아갔다.
“제법이다!”
바론은 그런 자신의 동료를 쳐다보지 않았다.
오히려 빈틈을 발견했다는 듯, 서우진의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촤라라라락-!
열 개의 손가락에서 기다란 손톱이 뽑혀 나왔다.
하나하나에 마기로 강화된 오러가 맺혀 있었다.
아직 거리가 있었음에도 느껴지는 기세가 흉흉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무런 위기감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의 그에겐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은 발을 뻗은 자세에서 몸을 빙글- 돌려 바론을 쳐다봤다.
그리곤 ‘카 라니엘’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쩌어어엉-!
“크윽!”
바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후 지금껏 단 한 번도 꺾인 적이 없던 그의 손톱이, 형편없이 잘려 나간 탓이었다.
심지어는 충돌 시에 느껴진 거대한 기운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젠장!”
바론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가려고?”
물론 서우진은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바론이 물러서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접근하며 다시 한번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서걱-!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은 단순한 검격.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힘과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결국 바론은 ‘카 라니엘’의 검날에 팔 한 쪽을 베이고 말았다.
“크으으으!”
불행 중 다행으로 잘려 나가진 않았지만, 검상이 꽤나 깊어 보였다.
‘역시 빨라.’
서우진은 그런 바론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분명 머리를 잘라 버릴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놈은 그것을 피해냈다.
비록 완벽하게 피하진 못해 팔이 베이긴 했지만, 그 정도에 그친 것도 서우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거 좀 문제가 되겠는데.’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했으니, 충분히 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마르데타인을 발차기 한 번에 날려 버릴 때까지만 해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론이 생각보다 더 뛰어난 실력이 있었다.
‘본능… 인가?’
바론은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존재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짐승과 유사할 정도로 불규칙적이었던 것이다.
예상이 아닌, 본능.
서우진에겐 그것이 더욱 상대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용사들은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다고 들었는데, 너는 좀 다르군. 혹시 네가 서우진이라는 놈이냐?”
바론이 물었다.
‘영악하기도 하군.’
서우진은 놈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
‘‘셀레스티얼 윙’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낭비시킬 생각이겠지.’
하지만 서우진은 가만히 서서 놈의 농간에 당해주지 않았다.
‘속전속결!’
남은 시간은 4분 남짓.
그 안에 승부를 봐야만 했다.
“마역선포.”
스킬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스킬이었다.
혼돈기가 순식간에 소모되기 시작했다.
마치 영혼까지 뿌리째 뽑혀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대하다 못해 광대하기까지 한 기운이 빠르게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때,
서우진의 눈앞에 글자들이 새겨졌다.
마치 상태창을 보는 것처럼.
[스킬 ‘마역 선포’의 사용을 위한 필수 기운인 ‘마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체 기운을 발견했습니다.] [‘혼돈기’로 명명된 기운을 사용하여 스킬 ‘마역 선포’를 발동합니다.] [스킬 ‘마역 선포’가 ‘혼돈 세계’로 변경됩니다.]서우진은 글자들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대충 서우진의 기운인 혼돈기로 마기를 대신한다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다른 스킬들을 사용할 땐 이런 문구가 보이지 않았다.
왜 ‘마역 선포’를 사용할 때만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스킬이 변경되다니?
서우진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혼돈 세계’라는 이름의 스킬이 완전히 발동되었다.
구구구구구구궁–!!!
세계가 일그러졌다.
혼돈기에 잠식된 영역 내의 모든 것이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우진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이, 마구잡이로 바뀌고 뒤틀리며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냈다.
“뭐, 뭐냐?”
바론의 눈이 커진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언제든지 싸움에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던 프레이야도, 방금 막 자리에서 일어난 마르데타인도.
그리고 이곳으로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던 신성기사와 사제들까지.
갑작스레 바뀌어 버린 세계의 모습에 움직임을 멈추고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작 시전자인 서우진조차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경계! 경계하라!”
“주변을 살펴!”
순백의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이 현상을 마왕의 추종자들이 일으킨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마기로 인한 스킬이 아니었으니, 별다른 효과를 발휘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미친…….’
서우진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혼돈 세계’는 그 이름에 너무도 걸맞은 스킬이었다.
위아래가 뒤바뀌고, 중력이 엉뚱한 곳으로 작용되었으며, 빛과 어둠이 서로 다른 성질로 점멸하길 반복한다.
아니, 그마저도 착각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혼돈으로 가득찬 세계.
하지만 서우진은 그 속에서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히려 정신이 더욱 선명해지고, 감각이 곤두섰다.
마치 이 안에서는 그 어떤 것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전능감.’
‘마왕화’를 했을 때나 느낄 수 있던 감각이었다.
“후우-”
서우진은 심호흡을 하며 ‘셀레스티얼 윙’의 남은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3분, 2분, 10분, 1분, 2시간.’
시간의 흐름조차도 제멋대로였다.
신성기사들 중 몇몇은 마치 역재생을 하는 것처럼 거꾸로 움직이기도 했고, 2배속을 한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셀레스티얼 윙’의 지속 시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었다, 줄었다, 계속해서 변화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확신했다.
‘혼돈 세계’ 내에 있는 한, ‘셀레스티얼 윙’이 해제될 리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씨익-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시간의 제한이 사라진 버프형 마법과 모든 것이 서우진의 지배하에 놓인 영역까지.
“이건 질려야 질 수가 없는 싸움이 되겠네.”
무적(無敵)이다.
적어도 혼돈기가 모두 소모되어 ‘혼돈 세계’가 해제될 때까진, 이 안에서 서우진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는 없었다.
* * *
프레이야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5분이 지나면 자신을 구해달라던 서우진의 말뜻을 이해하고, 언제든 움직일 태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그리고 이 현상의 중심에는 서우진이 있는 듯했다.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용사로써 초극의 경지에 오른 것은 납득했다.
원래 그런 것이 가능한 존재들이었으니까.
성왕이 사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그들이 서우진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도 애써 이해했다.
자신이 촌구석에서 은거해 있는 사이,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역사가 있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기술을 사용하는 존재는 그녀의 긴 세월 속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한 영역의 모든 법칙을 뒤틀어 버리는 존재라니?
솔직히 말하자면 성왕이 사도였다는 사실보다, 그것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콰아아우으음-
폭발이 일어나다 사라진다.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처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폭발의 영향력 내에 있던 바론은 아니었다.
비명과 함께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아니, 아래인가?’
방향 감각조차 잃었다.
그나마 초극의 경지에 이른 덕에 이렇게라도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제정신도 유지하지 못하는 중이었으니까.
오직 한 명, 서우진만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본래부터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처럼, 너무도 익숙해 보였다.
스각-!
‘카 라니엘’이 마르데타인의 손목을 잘라냈다.
비명을 지르는 듯했지만 아무것도 들리진 않았다.
분노로 가득찬 마기가 뿜어지고, 압도적인 위력의 마법이 터져 나갔다.
하지만 그것들은 단 하나도 서우진의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마치 주변의 공간이 왜곡되어 있는 것처럼, 그의 공격은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빗겨 지나갔다.
“흘흘-”
프레이야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서우진은 바론과 마르데타인을 어린아이 다루듯 가지고 놀고 있었다.
부탁했던 5분은 이미 지난 지 오래.
이대로라면 그녀가 나설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콰득-!
서우진이 찔러 넣은 ‘카 라니엘’이 바론의 가슴을 꿰뚫었다.
“끄으윽!”
이번엔 소리가 들렸다.
고통에 가득찬 신음소리가 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네놈 새끼가 역시 ‘혼돈의 왕’이었구나!”
‘혼돈의 왕?’
처음 듣는 단어에 프레이야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현상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더욱 자세히 듣기 위해 마력까지 끌어올려 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서우진은 바론의 가슴에 검을 꽂은 채, 한참 동안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사이 마르데타인이 한 번 더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도 발차기 한 번에 나뒹굴었다.
아이에르를 지배하던 성왕의 꼴사나운 모습을 본 프레이야는, 오히려 타오르던 분노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서우진의 음성이 들려왔다.
“…니, 이제 그만 죽어라.”
그것은 사형선고였다.
“헛소리! 내가 그냥 당할 성 싶……!”
거대한 마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프레이야조차 짐작할 수 없는 크기였다.
기나긴 그녀의 삶 속에서, 이 정도 크기의 힘을 느낀 적은 단연코 한 번도 없었다.
“위험!”
깜짝 놀란 프레이야가 서우진을 향해 외치며 달려들려 할 때였다.
스으으윽-
너무도 자연스러운 움직임.
마치 물이 흐르는 듯이 유려한 검로(劍路)가 그려졌다.
그리고…….
바론의 육체가 반으로 나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