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
#27화.
성유라는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의 모습에 잔뜩 신이 난 표정이었다.
“1년 만이네. 잘들 지냈어?”
“신수가 훤하네. 신성 왕국에서 잘해줬나 봐?”
“그러는 너야말로 몸이 더 커진 거 아니야?”
성유라의 질문에 남자, 박진한이 껄껄- 웃으며 알통을 만들어 보였다.
“38레벨이 됐거든. ‘금강역사’ 직업을 얻은 다음부턴, 레벨이 오를 때마다 근육이 붙더라. 개쩔지?”
박진한은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마치 한 마리의 야생마를 보는 것같이 조밀한 근육이 가득했다.
“넌 어때? 마법은 잘돼가냐?”
박진한이 ‘초열법사’의 직업을 얻은 친구, 김태진을 보며 물었다.
“나도 38레벨. 아오, 내가 더 높을 줄 알았는데…….”
김태진은 박진한과 같은 레벨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어딜 혼자 잘난 척을 하려고.”
아무래도 같은 등급에 비슷한 지원을 받다 보니, 성장 속도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유, 유라야, 안녕.”
이번에 인사를 한 사람은 ‘드래곤 테이머’의 직업 적성의 소녀였다.
“태은아! 어떻게 지냈…… 어? 어깨에 그거 뭐야?”
“임태은! 그거 설마 드래곤이야?”
부끄러워하는 임태은의 어깨에는 손바닥만 한 생명체가 올라가 있었다.
처음엔 도마뱀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평범한 도마뱀의 등에 날개가 돋아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응응. 얼마 전에 계약한 아기야. 이름은 이노센트. 아직 100살밖에 안 돼서, 매일 잠만 자.”
무슨 아깽이를 다루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은 용종 중에서도 최상위 종이다.
100살밖에 되지 않은 해츨링이라 하더라도, 지금 이곳에 있는 용사들 대부분은 찜 쪄 먹을 수 있을 정도.
거기다 귀엽기까지 하니 성유라는 부러운 눈빛으로 임태은을 바라봤다.
“레벨은? 레벨은 몇인데?”
“나, 나는 35…….”
그녀의 레벨을 들은 성유라는 살짝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자신의 레벨이 더 높았던 것이다.
“나는 무려무려 40! 내가 제일 높지?”
친구들 중에서 가장 높은 레벨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지, 성유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야, 너는 SS급 ‘성녀 후보’잖아. 당연히 우리보다 더 빨리 올렸겠지!”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성유라는 SS급 직업 적성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
“나 이제 ‘성녀 후보’ 아니거든?”
“어? 다른 직업 얻었어?”
“그런 경우가 아예 없진 않다던데.”
친구들이 ‘뭔데? 뭔데?’ 하며 물었다.
그러자 성유라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새침하게 대답했다.
“후보 딱지 뗀 지가 언젠데. 이젠 ‘성녀’라고 불러줄래?”
그녀는 10레벨이 되어 직업을 얻으며, ‘성녀 후보’가 아닌 ‘성녀’가 된 것이다.
당연히 신성왕국 아이에르에서는 난리가 났다.
지난 천 년간 성녀라는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었는데, 뜬금없이 이계에서 소환된 용사가 그 직업을 얻은 것이다.
당연히 성유라에 대한 지원은 전폭적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이루어졌다.
“S급 쩌리들은 30레벨 대에서 노세요. 나는 40레벨에서 놀 테니까.”
친구들을 놀리며 깔깔- 웃은 성유라는 이내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는 마지막 남은 친구를 쳐다봤다.
“백시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오랜만의 재회에도, 이 잘생긴 친구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뭔가 고민에 빠져 있는 표정이었다.
“응? 아, 스킬 활용에 대해서 생각 좀 하고 있었어.”
“…1년 만에 보는데도 그렇게 범생이 티 내야겠어?”
“하하, 미안미안.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백시우는 성유라의 핀잔에 웃으며 사과했다.
“레벨 얘기하고 있었지. 너는 몇이야? SSS급이니까, 한 43? 44? 그쯤 됐겠지?”
S급인 친구들과의 레벨 차이가 그 정도이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나는 이제 51이네. 너희는 몇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백시우의 모습에, 친구들이 입을 다물었다.
51레벨이라니…….
아무리 등급이 높을수록 성장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특히 성유라는 꽤나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백시우가 뛰어나다는 건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차이가 나다니.
그의 옆에 서도록 항상 노력해 왔던 성유라로선, 말문이 턱- 막힐 정도로 자존심이 상했다.
“…대단하네.”
하지만 질투를 느낀다고 해서, 백시우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대단한 놈이 자신의 친구라는 사실에 조금 우쭐해지기까지 했다.
“재수없는 놈.”
“왜 맨날 너만 이렇게 잘난 건데?”
다른 친구들 역시 압도적인 재능에 투덜거렸다.
갑자기 욕을 먹기 시작한 백시우가 당황한 표정으로 변명하려던 때였다.
쾅-!
갑작스런 소음과 함께, 누군가의 덤덤한 음성이 들려왔다.
“또 덤빌 사람?”
‘누구지?’
백시우는 서우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여기에 있는 것으로 봐선 용사인 듯한데, 본 기억이 없었다.
“아, 그 아저씨네, D급이라던.”
백시우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성유라였다.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가리켰다.
“그런데 방금 싸운 건가?”
분위기를 보아하니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았다.
서우진 앞에 누군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으니까.
‘한 방이야.’
때리는 소리는 한 번만 났다.
그 말은 곧, 주먹질 한 방에 정신을 잃었다는 뜻이다.
“어? 저 사람, 이진호 씨 아니야?”
“맞아. 잘생긴 아저씨. B급이라고 했는데, 왜 저기서 쓰러져 있지?”
쓰러져 있는 사람은 B급.
그리고 서 있는 사람은 D급.
백시우는 그 광경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등급은 절대적이다.
제국에서 성장을 돕던 기사들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이야기고, 자신 역시 충분히 실감하고 있었다.
낮은 등급의 용사가 높은 등급의 용사를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등급 간의 차이는, 쉽게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컸으니까.
그런데 D급이 B급을 상대로 승리했다?
백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서우진을 향해 다가갔다.
“야, 야! 너 어디 가?”
친구들이 말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호기심.
한 번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반드시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이내 백시우는 서우진의 앞에 섰다.
그러곤 물었다.
“어떻게 한 거죠?”
* * *
서우진은 살짝 당황했다.
‘갑자기 이놈이 왜?’
백시우는 유명인사다.
적어도 용사들 사이에선 그의 등급과 얼굴을 모르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놈이 다짜고짜 다가왔다.
‘싸우자는 건 아닌 거 같고…….’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또 덤빌 사람?’ 하고 말하자마자 다가왔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표정을 보아하니 투기보단, 호기심이 가득했다.
거기에 질문까지.
문제는 그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거야?’
공부에는 소질이 없던 서우진이기에, 그냥 대놓고 물었다.
“뭘요?”
“어떻게 이기신 거냐고요.”
서우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시비 거는 건가?’
하지만 무시하는 것이라고 보기엔, 백시우는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주먹을 들고, 얼굴을 때렸죠.”
그게 끝이다.
실제로 서우진은 그 행위 이상의 다른 것을 한 게 없었다.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주먹으로 코를 때렸을 뿐.
물론 마력을 조금 두르긴 했지만…….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두 배가 넘는 레벨 차이를 보이는 이진호를 한 방에 기절시키긴 힘들었을 것이다.
서우진의 성의 없는 대답에, 백시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말투는 정중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 번 때려달라는 겁니까?”
“네.”
서우진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말 시비를 거는 게 아닐까?
“안 될 건 없는데.”
백시우는 이진호와 다르다.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적어도 주먹 한 방으로 백시우를 기절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검을 사용하면……?’
그래도 승리를 확신하진 못하겠다.
마력과 스킬을 제한한 상태라면 모를까, 전력을 다하기엔 둘의 레벨 차이가 너무 심했다.
게다가 눈앞의 상대는 ‘검신’이 아니던가?
왠지 모르게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누군가 서우진을 도와주었다.
“야, 백시우. 저 아저씨가 난감해 하잖아. 거기까지만 해.”
성유라였다.
어느새 친구들과 다가온 그녀는 백시우를 만류했다.
“어휴, 저 또라이. 궁금한 거 못 참는 성격 또 나왔네.”
“아저씨, 죄송합니다. 얘가 싸우자는 건 아니고, 그냥 미친놈이라 이래요.”
그들은 서우진에게 사과를 하고는, 버둥거리는 백시우를 끌고 뒤로 물러났다.
“괜찮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딱히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었다.
백시우에게 무시를 당한 것도 아니고, 욕을 먹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저런 놈이 있으니, 앞으로 조금 고달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51레벨이라니. 반 슬레인도 울고 가겠네.’
물론 정말로 싸운다면 그가 쉽게 지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반 슬레인조차 백시우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얼른 더 강해져야겠어.’
현재 서우진의 실력은 일반 용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레벨은 낮았지만, 검술과 마력을 다루는 솜씨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거기에 ‘마왕’의 스킬까지 합치면?
웬만한 A급 용사들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을 터.
하지만 백시우와 그 친구들은 조금 달랐다.
지원과 버스에만 의존하지 않은 티가 났다.
서우진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곁들였을 것이다.
특히 백시우.
그는 한날한시에 소환된 용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다른 이들과 격이 달랐다.
‘저런 놈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거지?’
시온을 떠나오며 조금 자신이 있었다.
이 정도라면 용사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그것은 이진호를 때려눕힐 때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백시우와 친구들을 본 뒤, 다시 경각심이 생겼다.
‘이대론 안 돼.’
적어도 동급의 레벨까진 올려야 했다.
그래야만 생존을 장담할 수 있을 것이다.
‘젠장, 레벨을 어떻게 올리지?’
제국에서도 용사들의 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런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남들보다 빠르고, 강하게.
그걸 위해서라면 무슨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아저씨, 너무 나대지는 마세요.”
‘응?’
잠깐 고민에 빠져 있는데, 웬 개소리가 들려왔다.
성유라였다.
그녀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팔짱을 끼고는 서우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는 주제파악 잘하시더니, 갑자기 튀려고 하시네. 능력이 안 되면 그냥 가만히 계세요.”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그녀는 백시우가 친구들에게 끌려가자, 갑자기 막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예전에 처음 왔을 때처럼. 알았죠? 그냥 구석에서 눈치나 보고 계세요. 괜히 소란피우지 마시고. 어차피 들러리에 불과하잖아요.”
그러니까 자기보다 더 눈에 띄지 말라는 말이었다.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성유라는 서우진이 겁을 먹었다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거봐요. 조용하니까 얼마나 좋아? 그럼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요. 제가 신경 안 쓰게.”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팰까?’
백시우는 몰라도, 쟤 정도는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
성유라의 말은 대부분 개소리였지만, 한 가지는 맞았다.
‘조용히 지내자.’
괜히 나대서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말고.
이진호를 떡실신시켜 놨으니, 대놓고 시비를 거는 놈은 이제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조용히.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