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0)
279화.
거대한 짐승과도 같았던 육체가 반으로 쪼개졌다.
강인했던 근육이 마치 종잇장처럼 너무도 쉽게 잘려 나간 것이다.
사람이 저렇게 쉽게 좌우로 나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것도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의 육체가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카 라니엘’은 마치 공기를 베듯 바론의 몸을 반으로 베어버렸다.
쿠웅-
바들거리며 떨던 놈의 육체가 양옆으로 쓰러졌다.
출혈은 없었다.
잘린 단면은 타오르는 오러에 의해 지져졌으니까.
그저 고기 타는 역겨운 냄새만 풍길 뿐이었다.
서우진은 그것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쉬워.’
‘혼돈 세계’의 영역 내에서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 서우진의 힘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비록 ‘마왕화’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없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너무 쉬웠다.
마르데타인를 죽였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바론.
제노니아나 아르데토스와 비견될 정도의 강자다.
그런 놈이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벨이 안 올라.’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를 죽였다.
서우진의 레벨이 결코 낮지 않았으니 폭업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2~3레벨 정도는 올랐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단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이게 뜻하는 건 하나지.”
혼돈기를 끌어올린다.
그러곤 망설임 없이 ‘카 라니엘’을 아래로 휘둘렀다.
서걱-!
바론의 시체를 조각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 라니엘’은 엉뚱한 땅을 베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 쓰러져 있던 바론의 쪼개진 시체가 어느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흠…….”
이럴 줄 알았다.
“역시 안 죽었나?”
서우진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둘로 나뉜 바론의 육체가 휘청거리며 따로 서 있었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
‘무슨 좀비냐?’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쪼개져 있는 시체가 흐물거리며 서 있는 광경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그로테스크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바론이 얼마나 기괴하냐 따위가 아니었다.
놈의 시체는 빠르게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초재생?’
아니, 그딴 하위 개념이 아니었다.
이건 재생이 아니라, 시간회귀에 가까운 현상이었다.
마치 저 옆에서 ‘혼돈 세계’의 영향을 받아 거꾸로 말을 하고 있는 신성기사처럼.
바론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이거 골 때리네.”
서우진은 이것과 비슷한 모습을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크라토스.
놈이 보여주었던 경이로운 회복은, 지금 바론에게서 발현되고 있는 모습과 유사했다.
“후우-”
만약 정말로 크라토스와 동등한 수준의 회복이 가능하다면, 서우진도 바론을 죽일 수 없다.
‘마왕화’를 했을 때도 할 수 없던 일을 지금이라고 가능할 리가 없었으니까.
‘물론 아직 정확한 건 아니지만.’
조금 더 싸워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까진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죽여보면 될 터.
‘혼돈 세계’는 당분간 서우진에게 무한에 가까운 힘을 부여해 주었으니, 놈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크으으으으.”
서우진이 고민을 마친 그때.
바론 역시 회복을 마치고 완전한 육체로 원상복구 되었다.
고통과 분노가 담긴 낮은 포효가 들렸다.
“다 나았냐?”
서우진은 그런 바론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물었다.
“네놈…….”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만 같은 기세.
하지만 바론은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방금 전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경험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혼돈의 왕’. 사자 놈의 얘기를 듣고 비웃었는데, 정말이었다니.”
날카로운 이빨을 갈며 서우진을 노려보았다.
“‘혼돈의 왕’이든 뭐든. 난 그딴 예언에 관심 없어. 내가 하고 싶은 건, 너희 사도와 마왕이라는 놈을 죽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세계에 종말을 불러올 자, 같은 소리하고 있네.
서우진은 귀찮아서라도 그런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런 이득도 없고, 힘만 드는 일을 왜 한단 말인가?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네가 하고 싶지 않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갑자기 웬 현자 흉내를 내고 있어. 생긴 건 무슨 우디르처럼 생겨가지고.”
짐승, 그 자체인 바론의 말에 서우진은 피식- 웃었다.
외모와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렸으니까.
“그리고 난 운명 따위는 안 믿어.”
그런 것을 신경쓰면서 살기엔, 삶이 너무 팍팍했다.
“…그런가?”
바론은 그런 서우진을 가만히 쳐다보다 갑자기 마르데타인을 불렀다.
“마르데타인.”
“크으.”
놈이 비틀거리며 바론을 향해 다가갔다.
화려했던 사제복은 넝마가 된 지 오래였고, 전신에는 심각해 보이는 부상들이 즐비했다.
‘혈종’ 덕분인지 피는 흘리지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후퇴를 해야겠다.”
“…바론.”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마르데타인이 눈을 크게 떴다.
“오늘 놈을 죽이지 못하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어쩔 수 없다. 이곳에서 놈에게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단 그게 더 나으니까.”
바론은 자신이 서우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굳이 계속 싸울 이유가 없었다.
마르데타인이 아이에르를 조종해 벌이고 있는 전쟁보다 중요한 계획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선, 절대 이곳에서 죽어서는 안 된다.
“젠장!”
마르데타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성왕의 모습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불경하고 상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가면을 벗기로 작정했는지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아이에르를 버리는 수밖…….”
“놀고들 있네.”
서우진이 마르데타인의 말을 끊었다.
그러곤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듣자 하니 가관이야, 아주. 누가 그냥 보내준대?”
서우진은 놈들을 이대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한 명.
죽이는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없는 바론은 제외하더라도, 마르데타인 만큼은 기필코 죽일 생각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왜 왔는데. 나도 얻는 게 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지켜보는 건 여기까지였다.
‘혼돈 세계’를 유지하느라 혼돈기의 소모가 극심했으니, 이제는 끝을 내야 했다.
그그그그긍-!
세계가 움직인다.
혼돈으로 가득찬 세계는 시간과 공간을 제멋대로 주무르며, 마르데타인을 이동시켰다.
그것은 서우진의 뜻이었다.
“뭐, 뭣?”
마르데타인의 눈이 부릅떠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위치가 바뀌었다.
어떻게든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마기를 끌어올려 주변을 박살내고, 땅을 박차 올랐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그는 서우진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이런 미친!”
마기와 함께 뒤틀린 신성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서우진은 그것을 바라보며 손을 휘저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혼돈 세계’는 공간을 뒤틀어 마르데타인의 기운을 먼지처럼 흩어버렸다.
그리고…
이번엔 서우진이 직접 움직일 차례였다.
‘카 라니엘’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번 발을 들어올렸을 뿐이다.
“너는 편히 죽을 생각하지 마라.”
놈 때문에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짜증부터 치솟아 올랐다.
성유라부터 시작해 아이에르가 벌인 전쟁까지.
마르데타인이 꾸민 일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많이도 했다.
특히나 수천 명의 병사를 죽인 것은, 서우진에게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명분이 있고, 죽을 만한 짓을 저지른 이들이라 해도.
그 많은 숫자를 마치 벌레 죽이듯 죽였는데, 아무런 심리적 타격이 없을 순 없었다.
그저 ‘마왕화’ 상태에선 조금 더 냉정한 성격으로 변했기에 버틸 수 있었을 뿐이다.
서우진은 그대로 마르데타인을 걷어찼다.
콰아아앙-!
발에 걷어차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멈춰라!”
뒤늦게 바론이 소리치며 달려드는 것이 보였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피를 뿜으며 허공에 치솟아 오른 마르데타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득-!
손아귀에 잡힌 발목이 마치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이 노오오옴!”
분노에 찬 마르데타인이 괴성을 내지르며 서우진에게 마기를 방출했다.
“신의 분노!”
본래라면 찬란한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빛줄기가 떨어져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르데타인의 신성마법은 마기의 영향 탓인지, 불길하기 짝이 없는 흑색이었다.
검은 기둥과도 같은 거대한 흑광(黑光)이 서우진에게 낙하했다.
“신의 분노는 개뿔.”
이곳은 서우진의 영역.
제아무리 강력한 기술이라 해도 허락을 받지 않은 기운은 침범할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손에 쥔 마르데타인을 그대로 휘둘렀다.
마치 야구 배트처럼.
쩌어어어엉-!
흑광이 깨져 나갔다.
아니, 깨진 것은 마르데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기술을 온몸으로 막아낸 그는, 거의 피떡이 된 상태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놓아라!”
그제야 도착한 바론이 기다란 손톱으로 서우진의 배후를 노렸다.
콰과과과과과-!
공간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며 다가오는 기세가 심상찮았다.
서우진 역시 결코 방심하지 않은 채 스킬을 발동했다.
“천공검.”
‘카 라니엘’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2자루, 5자루, 10자루, 100자루.
찰나의 순간, 무려 100자루로 화한 ‘카 라니엘’이 서우진의 등뒤를 휘몰아치며 바론을 막아섰다.
쩌저저저저저저정-!
1초에도 수백 번의 충돌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손톱이 잘려 나갔다 회복하기를 수차례.
“끄으으!”
결국 바론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손톱은 물론 손가락까지 모조리 잘려 나가 피투성이가 된 채였다.
“넌 좀 기다려라.”
서우진은 그런 바론을 흘깃- 바라보곤, 발을 들었다.
우지끈-!
“끄아아아악! 이 새끼, 죽여 버리겠다! 죽여 버리고 말겠어!”
다리 하나가 짓이겨지다 못해 끊어진 마르데타인이 저주를 퍼부으며 발버둥 쳤다.
뒤틀린 신성력과 ‘혈종’이 다시 한번 육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리였다.
어느새 몸속으로 침투한 혼돈기가 놈의 내부를 휘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운이 퍼지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모든 힘을 집중해야만 했다.
마치 꿈틀거리는 벌레처럼, 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마르데타인을 보던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놈을 박살내면 박살낼수록 통쾌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저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하는 약자를 괴롭히는 듯한 느낌만 들 뿐.
“쯧.”
혀를 찬 서우진이 프레이야를 쳐다봤다.
“뭐 물으실 거라도 있으십니까?”
멍하니 이쪽을 바라만 보고 있던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 그게 무슨 소용일까. 궁금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로 마르데타인을 쳐다본 프레이야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서우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곤, 그대로 마르데타인의 목을 밟았다.
뚝-
거창한 기술도, 심금을 울리는 유언도, 오금이 저리는 저주도 없었다.
서우진은 그저 벌레를 밟아 죽이듯, 그렇게 마르데타인을 밟아 죽였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