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1)
280화.
대체 얼마만의 레벨 업일까?
서우진은 오랜만에 경험하는 충만감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 검은 공간은 안 나타나네.’
언제부터였을까?
서우진이 ‘이계마왕록’이라는 거대한 책을 읽은 후부터였던 것 같다.
뭔가 다른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를 해보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 검은 공간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밝은 빛만 뿜어져 나오며 서우진과 프레이야를 회복시켜 줄 뿐이었다.
“크아아아악!”
하지만 반대로 바론은 타격을 입었다.
마치 불길에 타들어가는 것처럼 화상을 입으며 연기를 뿜어댔다.
물론 금세 회복을 하긴 했지만, 그 짧은 순간 동안 엄청난 고통을 느꼈는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마기를 상대하는데 신성력보다 더 치명적인 거 아닌가?’
레벨 업 시 발현되는 빛은 마기를 품고 있는 존재의 살갗을 태우고, 아군의 부상을 회복시킨다.
이 정도면 아이에르가 자랑하는 사제들의 신성력보다 훨씬 더 효과가 뛰어난 것 같았다.
지금까진 그냥 게임처럼 당연한 현상이라 여겼는데, 바론의 모습을 보니 제대로 한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쌓인 일들 좀 마무리하고.’
일단 지금은 바론의 처리부터다.
서우진은 슬쩍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한 뒤, 바론을 응시했다.
바닥이 나고 있던 혼돈기가, 레벨 업 한 번에 모두 회복되었다.
덕분에 ‘혼돈 세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늘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론을 죽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었다.
크라토스와 마찬가지로, 베고, 찌르고, 불태우고, 조각을 내도.
놈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또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것이 무한하진 않겠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마왕이 아닌 바론이 이 세계를 진즉 지배하고도 남았을 터.
“이젠 네 차례야.”
서우진의 싸늘한 시선이 바론에게 닿았다.
“…넌 날 죽일 수 없다.”
“그건 지금부터 한번 확인해 보면 될 일이지. 난 네가 불사의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꿈틀-
서우진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바론의 표정이 구겨졌다.
“내가 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너 역시 오늘 이 자리에서 날 죽일 수 없다.”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반복했다.
허장성세를 부리는 것 같진 않았다.
‘정말로 죽지 않는 걸까?’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대로 놈을 놓아줄 순 없으니까.
“죽일 수 없다라…….”
서우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바론을 향해 말을 이었다.
“그럼 어디 한번 계속 살아나 봐라.”
‘카 라니엘’이 ‘광폭’과 ‘신속’을 품고 쏘아졌다.
“헛수고다!”
바론은 마르데타인처럼 쉽게 당하지 않았다.
애초에 둘의 차이는 과장을 좀 보태 하늘과 땅 정도로 컸기 때문이었다.
조금 반응이 늦긴 했지만, 놈은 가까스로 ‘카 라니엘’을 피해냈다.
사악-!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 나가 허공에 떠올랐다 혼돈의 시간 속에 파묻혀 사라졌다.
서우진의 공격은 빨랐다.
너무도 빨라 프레이야는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 역시 초극의 경지에 올라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대단한 건 서우진뿐만이 아니었다.
바론 역시 경악할 만한 속도로 서우진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가끔 피부가 베이며 핏방울이 튀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전심전력을 다한 바론의 움직임은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 서우진에 못지않게 빨랐다.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움직임.
마치 짐승의 그것과도 닮아 있었다.
서우진은 속으로 감탄했다.
지금까지 싸워온 그 어떤 적과는 달랐다.
‘변칙적이야.’
예상이 불가능했다.
분명히 벨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던 공격이 몇 번이나 허무하게 빗나가 버렸다.
거기에 자잘한 공격은 그냥 맞으며 공격해 온다.
그러니 서우진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내가 이겨.’
아무리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 해도, 한계는 있는 법이었다.
우뚝-!
서우진은 ‘혼돈 세계’를 조종해, 바론의 몸을 붙잡았다.
공간을 고정시키고, 시간을 되돌린다.
중력은 사방으로 작용하며 상하좌우의 방향까지 어지럽히자, 결국 바론은 제자리에 멈춰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바론의 눈에 다급함이 서렸다.
경이로운 크기의 마기가 폭발하듯 일어나고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현상’을 깨부순다.
고작해야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서우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처음 바론을 베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단순하지만 자연스러운 검로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바론의 몸에 검흔(劍痕)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거미줄과 같은 흔적이 각인되었다.
도저히 셀 수조차 없는 수많은 상처.
푸화아아아악-!
피가 뿜어져 나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니,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라 할지라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치명상이었다.
하지만 바론은 이번에도 꿈틀거리며 시간을 거꾸로 돌리기 시작했다.
“어딜!”
다시 회복할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서우진은 발을 쿵- 하고 구르며, 스킬을 발동했다.
‘염라’.
‘혼돈 세계’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며, 검은색의 쇠사슬이 튀어나왔다.
“잡아, 찢어라.”
서우진의 뜻을 받든 쇠사슬들이 바론을 휘감았다.
“크아아아! 놓아라!”
발버둥을 쳐봤지만, ‘염라’의 쇠사슬은 쉽사리 놈을 놓아주지 않았다.
챠르르르르-!
바론과 쇠사슬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균열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쇠사슬은 무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조차도 단번에 끊어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그런 것이 무려 수십 개.
바론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리며 저항했다.
그러자 쇠사슬 중 하나가 끊어졌다.
‘염라’가 강력한 기술이고, ‘셀레스티얼 윙’의 버프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바론을 완전히 속박하는 것은 아직 무리였던 것이다.
쩡-! 쩌정-!
하나가 끊어지기 시작하자 연쇄적인 파괴가 일어났다.
“크으으으으!”
눈까지 붉게 충혈될 정도로 마기를 집중하자, 남아 있던 쇠사슬마저 모두 끊어지며 힘을 잃었다.
그리고 그때.
서우진이 움직였다.
아직 회복하지 못한 전신의 상처에, 다시 한번 검격이 가해졌다.
쩌억-!
수백 조각으로 나뉘었다.
단순히 둘로 쪼갠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참격.
바론의 마기는 어떻게든 육체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붕괴하고 말았다.
“후우-”
벌써 두 번째 죽음이다.
아니, 죽음에 이를 만한 상처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론은 죽지 않았다.
또 레벨 업을 하지 못했으니까.
“정말 질기구만.”
서우진은 감탄인지 짜증인지 모를 감정을 담아 한숨을 내쉬곤, 손가락을 튕겼다.
딱-!
동시에 ‘지고화’가 피어올랐다.
그 무엇이든 존재조차 태워 버릴 수 있는 화염.
아까는 상처의 단면만을 지졌지만, 이번엔 육체, 그 자체를 불태워 버릴 생각이었다.
“설마 연기가 뭉쳐서 다시 부활하고 그런 건 아니겠지?”
옛날에 봤던 한 일본 만화의 내용을 떠올린 서우진은 그대로 ‘지고화’를 육편에 던졌다.
화르르르륵-!
회색의 화염이 바론의 육체를 집어삼켰다.
‘음, 이제 한계다.’
꽤나 많은 스킬을 한 번에 사용해서 일까?
서우진은 혼돈기의 양이 상당히 줄어든 것을 느꼈다.
더는 ‘혼돈 세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제대로 죽는 걸 확인하고 해제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럴 여유는 없을 것 같았다.
‘혼돈 세계’의 사용을 중지했다.
스스스스스슷-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뒤죽박죽 섞여 있던 대지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혼란스럽던 시간 역시 본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허억-!”
“이게 대체…….”
의도치 않게 휘말렸던 신성기사와 사제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혼돈 세계’ 내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들뿐이다.
그 이하로는 그저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과 마력이 고갈된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세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방황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수백에 달하는 이들은 모두 탈진한 상태로 쓰러지며, 서우진 쪽을 바라봤다.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었다.
바로 서우진이 이 모든 것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경외와 공포를 담은 시선이 느껴졌다.
서우진은 그것을 의식적으로 무시하고는 ‘셀레스티얼 윙’을 해제했다.
‘혼돈 세계’가 사라지자, 어그러졌던 시간의 흐름이 본래대로 돌아오며 사용시간이 끝나 버린 것이다.
“응?”
그런데 별다른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히 끔찍한 통증이 몰려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저 짜릿한 느낌이 전부였다.
‘레벨 업을 한 덕분인가?’
‘셀레스티얼 윙’은 육체에 과부하를 걸어 본신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이 끝나면 과부하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었고.
서우진은 ‘셀레스티얼 윙’이 지속되는 시간 동안, 레벨 업을 했다.
당연히 과부하 되었던 육체는 한 차례 회복이 된 상태였기에 어느 정도 통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 하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대충 레벨 업을 한 덕분이겠거니, 생각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바론의 육체가 있었다.
“…이거 진짜 대단하네.”
놀랍게도 바론은 죽지 않았다.
온몸이 수백 조각으로 토막난데다, ‘지고화’로 태웠음에도.
여전히 회복하기 위해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타격이 심한지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이대로 뒀다간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서우진이 손을 뻗었다.
콰앙-!
폭음과 함께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이래도 재생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
싸늘하게 말을 뱉은 서우진은, 그대로 바론의 육편 중 일부분을 그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남은 부분은 손수 챙겼다.
꿈틀거리는 것이 역겨울 정도로 징그러웠지만, 이대로 뒀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보단 나았다.
“프레이야님. 이것 좀 처리해 줄 수 있겠습니까?”
서우진이 손에 든 육편 조각을 가리키며 물었다.
“…처리?”
전투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 왔던 그녀는 서우진이 무슨 생각을 짐작했다.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봉인해 두면 되겠느냐?”
절대 다시는 하나로 합치지 못하도록.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립니다.”
안 죽는다고?
바론에게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차라리 죽길 바라게 만들어주마.’
영원히 땅속에 파묻혀 살아가도록.
놈을 잡아 경험치를 얻지 못한 것은 좀 아쉽지만,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았다.
서우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이미 본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된 별궁의 위로, 어두워진 밤하늘이 보였다.
‘이제 돌아갈까?’
약속한 일주일이 코앞이었다.
이젠 매시브 가디언으로 다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