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4)
283화.
휘라테온의 도움을 받은 서우진은 그야말로 나는 듯한 모습으로 대지를 질주했다.
‘신속’까지 사용할까 하다, 혼돈기를 조금 아끼기 위해 그만두었다.
‘지금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고, 어쩌면 도착하자마자 바로 전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르니까.’
유다인이라는 놈에게 질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방심은 할 수 없었다.
크라토스나 바론 같은 경우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능력 때문에 고전할 수도 있었으니까.
“아무리 바빠도 아낄 수 있는 건 아끼는 게 좋지.”
서우진은 유다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요한의 정보 길드에서도 아는 정보가 극히 적었다.
워낙 활동이 적은 사도였기 때문이었다.
유다인에 대해 밝혀진 것이라고는 이름과 성별, 그리고 초극의 경지에 오른 검사라는 것 정도뿐이었다.
무슨 능력을 사용하는지, 그 수준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다.
마치 실재하지 않고 소문만 무성한 존재 같았다.
유다인은 그만큼 베일에 싸여 있었다.
‘용케도 위치를 특정했네.’
서우진이 속으로 감탄했다.
놈의 위치를 알아낸 것만 봐도 요한과 그의 정보 길드가 얼마나 뛰어난 조직인지 알 수가 있었다.
잘만 사용한다면, 크루시엘 못지않게 뛰어난 효율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 처리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지.”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만의 정보 조직을 구축하고, 사도를 잡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레닌스탕의 그 마법사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디아로크.
‘이놈을 어떻게 처리한다?’
죽이는 건 안 된다.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긴 했지만, 그만한 전력을 제 손으로 죽이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이 전쟁을 막으려고 한 이유가 이 세계의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함이니까.’
그런 상황에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를 죽인다?
사도들이나 할 법한 일이었다.
“그럼 결국 제압만 해야 된다는 뜻인데……. 이거 돌겠구만.”
디아로크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는, 프레이야에게 충분히 설명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면 근접에 약하겠지?’
서우진은 용사들 중 마법계 직업인 이들을 떠올려 봤다.
대표적으로 진태성과 김태진이 있었다.
그 둘의 전투 스타일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근접전이 유리할 듯했다.
‘보통 마법사들은 육체 능력이 부족하니까.’
용사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레벨이 오르면 육체 능력도 함께 상승하니까.
전투 직업, 비전투 직업, 근접 딜러, 원거리 딜러를 가리지 않는다.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강인한 육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의 진짜 마법사들은 아니었다.
경지를 높이기 위해 수많은 궁리와 궁구를 하며, 정신적은 세계관을 확장하는데 집중한다.
필연적으로 육체에 대한 성장은 경시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 부분을 잘 공략하면 의외로 쉽게 승부가 날 수 있을지도 몰라.’
듣기로 디아로크는 화염 쪽에 특화되어 있는 마법사라고 했다.
대인과 광역을 가리지 않는 전 방위적 파괴 마법.
‘근접으로 승부를 보는 게 정답이야.’
물론 디아로크를 지키기 위한 호위 병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라면 그 정도는 무시해도 될 터.
‘초극의 경지에 오른 놈이 지키고 있는 게 아니라면 상관없지.’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디아로크를 상대할 방법을 결정했다.
물론 일이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된다.
‘내가 신도 아니고. 모든 변수를 예측해서 완벽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리가 없지.’
지금은 그저 대략적인 얼개만 구성하고, 방향성만 잡으면 된다.
서우진은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땅을 박찼다.
왠지 느낌이 좋았다.
어떻게든 일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얼른 끝내고 돌아… 가?”
대지를 질주하던 서우진이 걸음을 멈추었다.
우뚝-!
마치 관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단 한 순간에 땅에 박힌 듯 멈춰 버린 것이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제자리에 정지한 서우진이 얼굴을 굳히며 ‘신룡안’을 발동시켰다.
화아아아아악-
감각이 폭발적으로 영역을 넓히며 주변의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저기는?”
전방 5㎞쯤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
요한이 준 정보에 따르면, 사도 유다인이 숨어 있는 소도시였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마기와 마력.
초극의 경지에 이른 두 존재 사이에서, 경천동지할 위력의 공격들이 쏟아지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서둘러야겠군.”
서우진의 신형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사라졌다.
* * *
“이노센트 플레임!”
순수한 불꽃의 기둥이 땅을 뚫고 치솟아 올랐다.
마치 화산이 터져 새하얀 용암이 분출되는 듯한 광경이었다.
콰과과과과과-!
그 지름은 무려 10m에 이르고, 높이는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자연재해.
순백의 불꽃에 닿은 모든 것이 불타오르고, 녹아내리다 못해, 소멸했다.
오직 한 명.
유다인이라는 이름의 사도만을 제외하고.
“갈라져라.”
번쩌어억-!
흑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불꽃의 기둥이 정확히 위에서 아래로 잘려 나갔다.
디아로크의 눈매가 좁아진다.
설마 자신의 마법이 이토록 쉽게 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
“그동안 꽤나 많이 는 모양인데? 마왕한테 알랑방귀 좀 뀌었나 보지?”
조롱 섞인 비웃음이 유다인을 도발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저 내리그었던 검을 회수할 뿐이었다.
“…재미없는 놈.”
디아로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그를 향해 물었다.
“말해라, 유다인.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지?”
디아로크는 그를 알고 있었다.
둘은 이미 몇 번이나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워온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고작 3년 전.
그날 유다인은 디아로크에게 패배해 간신히 숨만 붙은 상태로 돌아갔다.
그래서 당분간은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간 고작 이런 곳에 쥐새끼처럼 숨어 있었던 거냐?”
“기다리고 있었다, 디아로크.”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음성.
유다인은 마치 기계처럼 무뚝뚝한 모습으로 물었다.
“나를 기다렸다?”
디아로크가 킥- 하고 웃는다.
“설마 그날의 복수를 하겠다는 웃기지도 않는 이유 때문이냐?”
얼굴 가득 비웃음이 걸렸다.
“이쯤 되면 인정해라, 유다인. 넌 죽었다 깨어나도 날 못 이겨.”
그것은 지금까지의 싸움으로 이미 충분히 증명이 되고도 남았다.
8전 8승.
유다인과의 싸움에서 디아로크가 거둔 전적이다.
지금껏 놈은 단 한 번도 그를 이긴 적이 없었다.
“이번은 다를 것이다.”
“매번 같은 말만 하는군.”
벌써 네 번째다.
저 말을 듣는 것이.
디아로크는 웃음기를 지우고 살기가 가득한 눈동자로 유다인을 노려보았다.
그러곤 입을 열었다.
“오늘은 기필코 네놈의 창자를 끄집어내 모조리 불태워 주마.”
섬뜩한 선언이었다.
물론 유다인은 아예 무시하는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브사티안 백작.”
디아로크가 뒤쪽에서 경악한 표정으로 굳어 있는 바스티안을 불렀다.
“바스, 바스티안입니다.”
이 와중에도 이름을 정정해 주는 것을 보면, 꽤나 담력이 큰 것 같았다.
피식- 웃음을 흘린 디아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따윈 뭐든 상관없으니, 병사들을 데리고 후퇴해라.”
“…후퇴 말씀이십니까?”
바스티안은 그제야 놀란 표정을 지우고 심각해진 얼굴로 물었다.
“돕겠다는 말은 하지 마라. 너희는 도움이 안 되니까.”
초극의 경지에 오른 두 존재의 싸움이다.
일반 병사들은 그 수가 수만이든, 수십만이든 아무런 도움이 될 수가 없었다.
바스티안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최소한 10㎞ 이상은 물러나. 그래야 좀 안전할 거다. 가능하면 더 물러나고.”
10㎞라니?
대체 어떤 싸움이 벌어질지 상상도 되질 않았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바스티안은 지체하지 않고 물러나 병력을 뒤로 물렸다.
방금 전의 광경을 직접 목도한 지휘관들은, 혹여 휘말릴 새라 다급히 병력을 이동시켰다.
그렇게 병사들이 정신없이 후퇴하고 있을 때였다.
“인페르노 캐논.”
디아로크의 손바닥에서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불이 터져 나왔다.
마치 포탄처럼 뿜어져 나온 화염구는 유다인을 향해 날아가며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풀과 대지, 심지어는 공기까지.
초고온의 열기를 견뎌내지 못한 모든 물체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 사라졌다.
“어림없다.”
그것을 본 유다인이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좌에서 우, 횡으로 그어진 검격이었다.
콰아앙-!
폭음이 터져 나온다.
인페르노 캐논은 이노센트 플레임과 달리, 쉽게 잘려 나가지 않았다.
그저 검날에 닿는 순간 폭발을 일으켰을 뿐이었다.
어찌나 거대한지 이미 수 킬로미터 밖으로 벗어난 병사들의 살이 새빨갛게 익을 정도였다.
하지만 둘은 병사들에게 신경을 쓸 정신이 없었다.
눈앞의 적에게만 집중할 정신도 부족했으니까.
콰과과과광-!
쩌억-!
화염이 터지고, 참격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디아로크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놈…….’
지금껏 단 한 번도 패배를 한 적이 없었다.
유다인이 강한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영원히 자신을 따라 잡을 수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조금 전 유다인이 말했던 것처럼 놈의 검을 받아내는 것이 점점 더 버거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좋은 거라도 주워 먹은 거냐?”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강해질 리가 없었다.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유다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마기를 가득 머금은 오러가 화염의 벽을 갈기갈기 찢어발긴 후,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을 뿐이다.
“…젠장.”
못 막는다.
이 검을 막을 만한 마법을 발동하려면 최소한 10초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여유가 없었다.
‘피해야 해!’
그건 가능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대로 검을 피해 움직인다면, 팔 한 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유다인의 검보다는 빠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으득-!’
찰나를 수십 번 쪼갠 시간 동안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결과를 도출해 낸 디아로크가 이를 악다물었다.
‘포기한다.’
팔을 잃는 것이, 머리가 두 쪽 나는 것보단 나을 터.
디아로크는 왼팔에 마력을 때려 붓고는,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쯔어어억-!
마력의 막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순식간에 만들어진 18겹의 마력배리어가 순차적으로 파훼된다.
하나, 둘……. 그리고 열일곱.
마지막 남은 하나의 배리어에 검날이 닿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쐐애애애애애애액-!
누군가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