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5)
284화.
서우진이 전장에 도착하자마자 본 광경은 유다인이 디아로크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는 장면이었다.
마기로 이루어진 오러는 한눈에 보기에도 강력한 힘을 내뿜고 있었다.
디아로크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배리어 역시 엄청난 강도를 자랑했겠지만, 아쉽게도 오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쩌저정-!
반투명한 마력 배리어가 사정없이 깨져 나갔다.
18겹이나 되는 두께였지만, 이대로라면 단 1초도 채 막지 못할 게 분명했다.
‘당하겠군.’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법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몸을 뒤로 날리는 것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유다인의 움직임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몸을 완전히 피하기 전에 검이 도달할 것이다.
적어도 팔 하나.
운이 나쁘면 치명상에 가까운 부상을 입을 것이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땅을 박찼다.
혼돈기를 극한까지 운용을 한 덕분일까?
서우진은 총알보다도 빠른 속도로 폭발하듯 앞을 향해 튀어나갔다.
콰아앙-!
서우진의 발에 담긴 힘을 견디지 못한 땅이 터져 나갔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리가 닿기도 전에 서우진이 먼저 전장의 한가운데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검부터!’
지체하지 않고 유다인의 손을 향해 발을 뻗었다.
혼돈기로 가득차 있었기에, 서우진의 공격에는 산을 부술 정도의 거력이 담겨 있었다.
뒤늦게 그것을 눈치챈 유다인이 급히 검로를 틀었다.
하지만 늦었다.
서우진의 발등이 유다인의 손목을 걷어찼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크으윽!”
인간의 손과 발이 부딪힌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폭음이 터지고,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음…….’
서우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디아로크의 마력 배리어는 한 겹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검을 놓치지 않았어.’
서우진의 공격은 단순했지만, 엄청난 위력을 담고 있었다.
전력을 다해 혼돈기를 실어 날린 공격이었으니, 당연했다.
산을 부술 만한 힘이 담겨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데 팔이 통째로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충격에도 놈은 검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놈… 강하다.’
정확히 얼마나 강한 놈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서우진의 웬만한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는 듯했다.
‘귀찮게 됐는데.’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놈이었기에, 솔직히 경시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오히려 유다인보단 디아로크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골치 아플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잘못 생각한 듯했다.
‘이거 방심했다간 큰 코 다칠지도 모르겠어.’
물론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서우진에겐 ‘마왕화’라는 사기 스킬이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바론과 싸울 때 사용했던 ‘혼돈 세계’와 ‘셀레스티얼 윙’의 조합이 있었으니까.
유다인에게 생각지도 못한 이능이나 마능이 있지 않은 이상은, 서우진이 패배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일이 힘들어진 것도 사실.
서우진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디아로크의 앞을 가로 막았다.
“…누구냐?”
디아로크의 음성이 등뒤에서 들려왔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구해줬으니,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지금 서우진의 모든 정신은 유다인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내 말이 안 들리냐? 방금 누구냐고 물어봤…….”
“용사인가?”
발끈하는 디아로크의 말을 끊고, 유다인이 물었다.
‘어우.’
고작 말 한마디였음에도 끈적끈적한 마기가 들러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단순히 마기의 양만 따지자면 제노니아나 바론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은데, 순도가 장난이 아니게 높다.’
지금껏 서우진이 만나봤던 그 누구보다 짙은 마기였다.
초극의 경지에 든 존재가 아니라면, 방금 전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 전투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다.
물론, 서우진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미 초극의 경지에 도달했기도 했고, 애초에 마기는 서우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니까.
“서우진이다.”
이름을 밝혔다.
그러자 유다인이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데타인이 프레이야에게 죽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 너로군.”
“그래. 내가 놈의 머리를 베었다.”
“…바론도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유다인의 눈동자에 의구심이 서렸다.
그가 본 서우진은 분명 강했다.
하지만 마르데타인과 바론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마르데타인을 죽였으며, 바론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아, 그 짐승 같은 놈? 놈은 못 죽였어. 안 죽더라고.”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산산이 조각낸 후에 땅에 묻었다. 다시는 살아날 수 없도록 말이야.”
“…믿을 수 없다. 네 실력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유다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서우진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 생각하는 듯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아?”
스르릉-
‘카 라니엘’을 뽑는다.
그러곤 서늘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 테니까.”
지금 놈이 걱정해야 할 건 바론 따위가 아니었다.
자신의 목이 위험한 상황에 누가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서우진은 이곳에서 유다인을 고이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가?”
그 말에 일리가 있다 생각했는지, 유다인 역시 손목을 풀며 검을 고쳐 쥐었다.
물론 자신이 죽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붙잡아두고 물어보면 될 테지.”
마기가 치솟는다.
별다른 기교는 없었다.
그저 검 하나에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집중한 모습이다.
바론이 예측 불가능한 맹수와 싸우는 느낌이었다면, 유다인은 정반대였다.
‘극한까지 자신을 갈고닦은 검사.’
오직 검 한 자루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왔다는 기세가 여실히 느껴졌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서우진은 유다인과 비슷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 슬레인.’
대륙의 모든 강자에게 검귀라 불릴 정도의 존재다.
대체 얼마나 검에 미쳐 살았으면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
유다인 역시 반 슬레인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경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마음가짐만큼은 결코 밀리지 않는 듯했다.
서우진은 얼굴을 굳히며 ‘카 라니엘’을 들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싸움이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일말의 방심도 침범할 수 없도록.
그렇게 둘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바로 그때였다.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개X밥 호구로 보나.”
등뒤에서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는 열기가 느껴졌다.
흠칫- 놀란 서우진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주먹만 한 불꽃이 옆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화르르륵-!
그 열기에 머리카락 몇 가닥이 불타올랐다.
콰아아아아앙-!
서우진이 피해낸 불꽃은 그대로 유다인에게 날아가 폭발을 일으켰다.
“이걸 피해?”
서우진은 그제야 디아로크의 얼굴을 쳐다봤다.
번들거리는 눈동자.
어떻게 봐도 광기가 가득차 있는 것으로밖엔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이쪽이 사도인 거 아니냐?’
디아로크의 얼굴은 그야말로 미친 살인마에 가까웠다.
오히려 무뚝뚝한 표정의 유다인 쪽이 훨씬 더 호감이었다.
마력과 마기의 차이만 없었다면, 서우진은 분명 디아로크를 사도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뭡니까?”
유다인과의 전투에 앞서, 괜한 불안 요소를 뒤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같은 편이 확실함에도 다짜고짜 공격을 해대는 미친놈을 말이다.
“뭐? 뭡니까? 하!”
디아로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뱀이 연상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놈은 내가 죽일 거다. 그러니까 넌 빠져.”
피부가 따끔해질 정도의 살기였다.
그것은 비단 유다인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걸리적거리면 나도 죽이겠다는 뜻인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방금 서우진이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사실도 잊은 듯했다.
아니, 그것조차도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퍽이나 가능하겠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
서우진은 예의 따위는 개나 줘버리란 태도로 말했다.
“방금 뒤질 뻔한 놈을 구해줬더니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렸네.”
몸을 돌려 디아로크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물론 유다인에 대한 경계는 풀지 않은 상태였다.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디아로크를 쏘아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이랑 싸우면 넌 져.”
도발이 아닌, 사실이었다.
서우진이 본 둘의 차이는 심했다.
마력량은 디아로크가 앞섰지만, 마기의 순도와 경지 자체는 유다인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만약 이대로 서우진이 빠진다면, 디아로크는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목이 잘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빠져. 괜히 나대다가 뒤지지 말고.”
서우진의 독설에 디아로크가 입을 다물었다.
그도 자신이 유다인에게 밀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물러날 생각은 여전히 없어 보였다.
“죽어도 내가 죽는다. 이건 나와 유다인의 싸움이니, 빠져야 할 건 너다.”
‘본래 서로 아는 사이였나?’
서우진은 디아로크의 말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사도와의 싸움이라고 보기엔, 놈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연이 끼어 있는 듯했다.
“거절한다.”
그래도 물러설 순 없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를 사도의 손에 허망하게 잃을 순 없으니까.
“물러나, 저놈은 내가 처리할 테니.”
이번엔 조금 진중하게 말했다.
부탁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꺼지라는 식의 막말도 아니었다.
“그럴 수 없다. 저 새끼는 내가 막아야…….”
“하아-”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결국 서우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희 둘이 무슨 사이였는지,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그딴 건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사도의 목을 쳐서 조금이라도 강림 전쟁에서 우세해지는 것. 그거뿐이니까 더는 막지 마라.”
겸사겸사 레벨도 더 올리고 말이다.
“만약 그걸 방해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라고 권하고 싶은데? 만약 계속해서 이딴 식으로 나오면…….”
서우진의 혼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증유(未曾有)의 기운 앞에, 둘의 마기와 마력이 쪼그라들었다.
혼돈기는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하고, 짓눌렀다.
쿠구구궁-!
디아로크의 무릎이 살짝 꺾였다.
그의 육체로는 너무도 강력한 압박감을 도무지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존심 때문에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 얼굴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차라리 그냥 같이 덤벼라. 둘 다 동시에 상대해 주지.”
유다인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고, 디아로크는 또라이다.
온 집중을 다해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를 놈까지 신경쓸 신경이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한 번에 둘 다 상대하는 것이 편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한번 꺾어두긴 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덤벼, 이 새끼들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