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7)
286화.
‘혼란하다, 혼란해.’
서우진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막아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손발이 어지럽다.
유다인의 검을 막아내면, 뒤이어 디아로크의 마법이 날아왔다.
하나하나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위력의 공격들이다 보니 서우진 역시 전력을 다해 방어를 해야만 했다.
그 덕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할 만해.’
‘혼돈 세계’에 ‘루덴 가르도’를 착용하고, 휘라테온의 도움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태로도 상대할 수 없는 놈이라면, 그냥 도망을 가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거기에 2:1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둘의 공격이 서우진에게 집중되고 있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1:1:1에 가까웠다.
유다인과 디아로크는 서우진을 공격하는 와중에도, 서로의 빈틈을 발견하면 망설이지 않고 기습을 가했다.
그 덕분에 서우진은 조금 더 수월하게 놈들을 상대할 수가 있었다.
화르르르륵-!
거대한 화염의 파도가 밀어닥쳤다.
디아로크가 서우진과 유다인을 동시에 쓸어버릴 요량으로 사용한 마법이었다.
‘쯧!’
유다인을 흘깃 보니, 놈은 마법을 막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기회를 엿보는 듯한 눈치였다.
서우진이 화염을 막는 사이, 그 틈을 찌르겠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너무도 노골적이라 헛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어하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디아로크의 마법은 너무도 강력해, 아무리 ‘루덴 가르도’라 해도 아무런 충격을 입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다인은 그때를 놓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잠깐의 틈 때문에 등을 내줄 순 없지.’
차라리 방어를 하며 빈틈을 보이는 것이 나을 터였다.
“십이천검.”
빛나는 열두 개의 점이 화염의 파도를 꿰뚫었다.
그리고 폭발하는 빛의 폭풍이 순식간에 그것을 집어삼켰다.
쐐애애애액-!
단번에 마법을 파훼하는 장면은 경이로웠다.
하지만 스스로 감탄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바로 뒤에서 목을 노리고 다가오는 유다인의 검이 느껴졌던 것이다.
“어딜!”
미리 대비하고 있던 서우진은 당황하지 않고 발을 찍었다.
쿠웅-!
대지가 흔들린다.
‘혼돈 세계’가 서우진의 의지를 받들어 공간을 재조정했다.
유다인이 발을 딛고 있던 땅이 순식간에 위치를 바꾼 것이다.
하늘은 아래로, 대지는 위로.
덕분에 유다인의 움직임이 꼬였다.
쩌어억-!
목을 노리던 검이 엉뚱한 허공을 갈랐다.
극에 이른 검이 지나간 자리에 기다란 상흔이 만들어졌다.
‘공간 자체를 갈라 버렸군.’
역시 디아로크보다는 유다인이 훨씬 위협적이었다.
만약 행동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저 검이 가른 것은 공간이 아니라 서우진의 육체였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서우진이 ‘카 라니엘’에 회색의 오러를 피워 올렸다.
유다인이 아무리 적응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혼돈 세계’ 내에서의 싸움은 압도적으로 서우진이 유리했다.
“이제 내 차례다.”
둘의 공격을 모두 방어해 낸 서우진이 서늘한 음성을 내뱉었다.
간만에 찾아온 공격 기회였으니 허투루 날릴 생각이 없었다.
“신속, 광폭, 제천.”
세 가지 스킬을 동시에 발동했다.
끼기기기긱-!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육체로도, 한 번에 셋 이상의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내색하지 않고 ‘카 라니엘’을 뻗었다.
대상은 유다인.
평소였다면 디아로크를 노렸을 것이다.
약한 적부터 처리해야 전투가 수월해진다는 건 상식이었으니까.
하지만 디아로크는 죽여선 안 되는 적이다.
그러니 일단은 유다인부터 처리를 한 뒤, 상대해야만 했다.
고오오오오오-!
세 가지 스킬이 합쳐진 검격은 가공할 위력을 품은 채, 허공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흡!”
유다인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삭월.”
동시에 자신의 검술을 펼친다.
실선과도 같은 오러가 초승달 모양으로 퍼지며 ‘카 라니엘’을 향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찮았다.
그럴 수밖에.
일평생을 검에만 매진하여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가 작정하고 뿌린 오러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개의치 않았다.
‘나도 너 못지않게 열심히 했다고.’
검을 잡은 기간은 비교도 할 수 없이 짧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훈련의 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무려 검귀 반 슬레인이 직접 공을 들여 단련시켜 주었으니까.
서우진 본인도 검에 진심이었다.
100레벨을 넘어 초극의 경지에 이르며 얻은 검의 이해도 역시 드높았다.
거기에 스킬의 도움까지 받으니, 유다인의 검에 부족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자신감의 결과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쩌어엉-!
오러가 깨져 나갔다.
흑색이었다.
회색으로 불타오르는 오러는, 흑색의 오러와 검을 단번에 박살내고 유다인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우우우웅-!
한계에 이를 때까지 고도로 압축된 혼돈기가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만약 ‘카 라니엘’이 아니었다면, 온전히 담아낼 수조차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오러는 그대로 유다인의 정수리를 향했다.
이번 충돌로 검을 잃은 그로선, 도저히 막아낼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서우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콰아아아앙-!
놀랍게도 유다인은 막아냈다.
‘어떻게?’
차라리 피해낸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완벽하게 납득할 수 없었겠지만, 막혔다는 것보단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분명 검이 부러졌는데?’
단순히 깔끔하게 절단된 것도 아니다.
혼돈기를 견뎌내지 못한 검이 아예 산산이 박살났다.
검신이라고는 존재하지도 않는 물건으론, 서우진의 참격을 절대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막혔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일단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엇이 ‘카 라니엘’의 참격을 막아낸 것인지.
“…그건?”
흑색으로 불타오르는 오러였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오러라고 부를 수 있을까?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는 유다인의 주위로 검의 형태를 띤 오러들이 떠 있었다.
그 수는 총 36개.
하나하나가 마치 유다인을 보호는 것처럼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뭐냐, 저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검이 아닌 허공에 오러가 맺혀 있는 것도 놀라운데, 그 수가 하나가 아니라 무려 36개에 달했으니까.
게다가 모두 의지가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광경은 놀람을 넘어 경악스러울 지경이었다.
“놀랍다.”
유다인이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서우진의 실력에 감탄한 듯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말하지. 나는 네가 나에게 이 기술을 사용하게 만들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굳이 저런 경이로운 기술을 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웃돌았다.
물론 스킬과 아이템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긴 했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그런 것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실력이니까.
“…놀란 건 내가 더 심한데 말이야.”
‘신룡안’으로 본 36개의 오러는, 서우진의 상상을 아득히 넘어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바론보다 약하다고?’
정정한다.
유다인은 적어도 바론 급의 강자였다.
그것도 훨씬 더 상대하기 어려운.
‘차라리 자기 힘만 믿고 덤벼들던 놈이 쉽지.’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는 순간, 저 미친 숫자의 오러가 자신을 향해 쇄도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디아로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놈은 유다인의 모습을 보곤 아예 전투 의지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다행이긴 한데…….’
괜히 멋모르고 마법을 사용했다간, 둘 다 골로 갈 수도 있었다.
서우진은 분위기 파악을 잘한 디아로크를 속으로 칭찬해 준 뒤, 입을 열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반 슬레인도 저런 기예는 부리지 못한다.
그 말은 곧, 검술만 놓고 보자면 유다인이 반 슬레인을 넘어선다는 뜻이기도 했다.
“너도 언젠간 가능할 것이다. 용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겠지.”
‘…뭐지?’
서우진은 그의 말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검에 정진하다 보면, 뭔가 깨닫는 바가 있을 터. 그날이 되면 오늘의 경험이 벽을 넘어서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
이어지는 말에 확신이 들었다.
“더는 싸우지 않을 생각인가?”
마치 생사를 놓고 다툴 의지가 없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너와는 굳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싸우고 싶진 않군.”
어이가 없는 대답이었다.
“나는 용사야. 너는 사도고.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사이가 아닌가?”
“왜 그래야 하지?”
“그야……!”
너무도 당연한 대답을 하려니 오히려 말이 나오질 않았다.
“넌 오늘 나를 처음 만났다. 그런데도 죽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 그것은 그저 내가 사도이기 때문인가?”
그랬다.
사도니까, 마왕의 추종자니까.
강림 전쟁에서 승리한 뒤 지구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놈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서로 마주한 적이 없다고 해서 예의를 차리며 넘어갈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유다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듯했다.
“벌어질 일은 벌어질 것이다. 그때 서로 얽힌 일을 풀면 될 일이지. 아직 너와 나 사이에는 쌓인 역사가 없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서우진이 봐왔던 사도들과는 너무도 다른 태도와 분위기였기에,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정말로 더는 싸울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냥 죽일까?’
유다인은 강하다.
저 미친 숫자의 오러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였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해도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유다인이 이룩한 검의 경지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우진이 반드시 패배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마왕화’를 하면…….’
아무리 유다인의 검이 하늘 끝까지 닿아 있다 해도.
이길 수 있다.
‘마왕화’를 한 서우진은 존재 자체의 격이 몇 단계나 상승하니까.
잠시 고민하던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는 이렇게 놓아주지 않을 거다.”
그냥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직 디아로크가 두 눈을 환히 뜨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마왕화’를 사용한다면, 뒤처리가 귀찮아질 게 뻔했다.
‘그리고 왠지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거든.’
서우진이 만나왔던 사도들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검에 모든 것을 건 남자에 대한 호감 때문일까?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쉽게 죽이고 싶지 않았다.
‘뭐, 경험치가 좀 아깝긴 한데.’
바로 얼마 전 마르데타인을 죽이며 레벨을 올렸으니, 조금 참기로 했다.
정 필요하면 하늘탑에 감금되어 있는 제노니아를 처리해도 될 일이었으니까.
“그럼 다시 볼 날을 기대하지. 그때는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이었으면 좋겠군.”
오러들이 회전한다.
그리고 그대로 공간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혼돈 세계’로 보호되고 있던 공간이 너무도 쉽게 파괴되었다.
‘진짜 엄청나네.’
짐작은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큰 위력이었다.
유다인은 자신이 뚫은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디아로크, 집착과 아집을 버려라. 그리하면…….”
“닥쳐.”
억눌린 음성이 터져 나왔다.
“너 따위에게 그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 꺼져라.”
날 선 반응에 유다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잘하겠지, 지금까지처럼.”
그 말을 남긴 채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혼돈 세계’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서우진과 디아로크뿐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 일을 해결해 볼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