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8)
287화.
총교단이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지난밤 24명이나 되는 신성기사와 60명이 넘는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흉수가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살해당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총교단 한복판에서 그 많은 수가 죽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래서? 바론의 사체 조각들이 모조리 사라졌다는 말이냐?”
“…그렇소.”
미테온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허어- 이 어찌.”
혹시나 이런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할 정도의 방비를 해두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 탓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체 경계를 어찌 섰기에 그런 참담한 일이 벌어진단 말이냐?”
미테온을 질책하는 프레이야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바론의 사체가 사라진 것은 큰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분노한 이유는, 바로 죄 없는 신성기사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때문이다.
“분명 유기적인 연락이 가능하도록 경계태세를 갖추라 하지 않았느냐.”
변고가 벌어지면, 1분 내에 지원이 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명령했었다.
그래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변고가 일어난 것을 보니, 아무래도 프레이야의 명령은 중간에 묵살이 된 듯했다.
“어쩔 수 없었소. 현재 지휘체계가 정상이 아닌지라…….”
미테온으로써도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는 프레이야의 명령을 그대로 전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에르의 현 상황은 정상이 아니었다.
성왕의 자리가 비어 있는데다, 엄청난 수의 정식 지휘관들이 시온으로 가 돌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 총교단 내에 있는 지휘관들은 초임이거나,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체계가 잡힐 리가 없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으니, 명령 계통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흉수는 밝혀냈더냐?”
프레이야가 물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가 없었다.
관련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하지만 이번 일을 저지른 흉수는 찾아야만 했다.
놈이 훔쳐간 것이 다른 것도 아닌, 바론의 사체였으니까.
“마기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소.”
“흐음.”
신성력은 마기와 상극의 기운이다.
극소량을 사용했더라도, 사제들이 그 흔적을 놓칠 리가 없었다.
“마기를 사용하지 않는 마왕의 추종자라…….”
과연 그게 가능한 놈이 존재할까?
“다른 단서는?”
“사체를 빼낸 이가 동쪽으로 도주하는 것을 본 병사가 있소. 당시엔 단순한 범죄자라 여겨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이 역시 명령 체계의 누락으로 발생한 일이었다.
다시 한번 표정을 일그러뜨린 프레이야가 입을 열었다.
“추적에 능한 이들을 모아 뒤를 쫓거라.”
“이미 추적대를 구성했소. 아마 지금쯤 출발할 준비를 마쳤을 것이오.”
미테온은 능력이 뛰어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주교라는 자리까지 올라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믿음과 더불어 출중한 정치력과 실행력이 있었다.
눈치도 꽤 빨랐기에 죽어 사라진 마르데타인 역시도 곁에 두고 열심히 부려 먹었던 것이고.
“늦지 않게 흉수를 잡길 바라야겠군.”
프레이야는 그리 말하면서도, 잡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수십 명의 신성기사와 병사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한 실력자다.
그런 놈이 쉽게 잡혀줄 리가 없었다.
“전황은 어찌 되어가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쌓여 있는 일이 한가득이다.
흉수를 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르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었다.
“다행히 브로바이슨과 트리안은 철군을 알려왔소. 성지에 적혀 있는 내용을 신뢰한다며, 아이에르의 정상화를 기원한다는 전서까지 보내왔지.”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었다.
성왕이 미친 짓을 저질렀던 건, 그가 마왕의 추종자였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이에르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내용이었다.
주신에 대한 신앙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무능함을 고백하는 꼴이었으니까.
그런데도 그리 밝힐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르의 상황이 너무도 좋지 않았기에, 뼈를 스스로 도려내는 걸 택한 것이다.
그래야만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정상적인 신성왕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성지가 먹히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두 국가는 믿어주기로 한 듯했다.
‘빚을 졌군.’
아이에르는 언제고 그 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
“허나 레닌스탕은…….”
산적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레닌스탕.
다른 두 국가와는 다르게, 그들은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속력을 내 총교단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우진에겐 아직 연락이 없나?”
프레이야는 서우진에게 그들을 막아달란 부탁을 했다.
구두약속이긴 했지만, 아이에르의 보고까지 대가로 내세우면서 한 부탁이었다.
“지금쯤은 레닌스탕 군과 마주할 때가 되었을 거요. 그런데 정말 그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오?”
미테온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 역시 서우진이 강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무려 두 명의 사도와 싸우면서도 승리를 거머쥐었으니까.
그 ‘혼돈 세계’라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스킬은,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할 정도였고.
하지만 그런데도 미테온은 서우진이 레닌스탕 군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엔 불에 미친 마법사, 디아로크가 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미테온은 마르데타인이나 바론보다도 디아로크를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에게 사도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본 존재에 불과했다.
마치 옛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괴물과 비슷한 수준의 느낌밖에 없던 것이다.
하지만 디아로크는 다르다.
실제로 놈은 아이에르와 부딪히며, 몇 번이나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었다.
그럴 때마다 아군은 심대한 타격을 입었고.
실질적으로 능력의 체감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랬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강하다.”
프레이야가 말했다.
“그건 알고 있소만, 과연 디아로크와 겨룰 정도의 수준인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흘흘-”
미테온의 말에 프레이야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 녀석 수준이라면, 디아로크가 아니라 마공과 자웅을 겨뤄볼 만할 게다.”
미테온의 눈이 커졌다.
설마 서우진이 그 정도란 말인가?
“물론 지금은 어렵겠지. 허나, 녀석이 용사라는 걸 감안하면 머지않아 그녀를 능가할 수 있을 터. 그러니 고작 디아로크 따위에게 패배할 리 없다.”
프레이야의 단호한 말에 미테온의 불안감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소식은 조금 기다리면 들어올 게요. 그렇지 않아도 그곳의 상황을 주시하라 명령을 해두었으니, 결판이 나면 곧장 전령이 올 것이오.”
프레이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레닌스탕을 효과적으로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할 수가 있다.
“그때가 되면, 새로운 성황을 선출해야겠지.”
“…그렇소.”
성왕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최고명령권자가 없으니, 일 하나를 처리하려고 해도 한세월이 걸린다.
프레이야와 미테온이 아니었다면, 내전까지 벌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거기까지 사태가 번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새로운 성왕을 옹립해야만 했다.
“마땅한 이가 있느냐?”
“아직은 검증 중이오.”
아무나 데려다가 성왕으로 임명할 순 없는 일이다.
정석대로라면 성왕이 직접 100일간의 기도를 통해, 주신의 뜻을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터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니, 추기경들과 함께 머리를 쥐어짜 내어 새로운 후보자를 찾아내고 있었다.
아직은 지지부진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럴 때 주신께서 직접 신탁을 내려주시면 더할 나위가 없을 텐데…….”
하지만 주신이 마지막으로 신탁을 내려준 게 무려 2백 년 전이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나서주실 것이다.
주신은 자신을 믿는 이들을 내팽개칠 정도로 비정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모쪼록 성왕의 후보를 찾는데 신중을 기하거라.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반드시 그리할 것이오.”
미테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번 바닥까지 떨어진 국격이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믿는 신의 얼굴에까지 먹칠을 했다.
그러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좋아. 이제 나가지. 추기경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국정회의 시간이 다가왔다.
둘은 방금 나눈 대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회의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바론의 사체를 훔쳐 달아난 놈의 추적부터 레닌스탕 군의 동태, 그리고 성왕 후보까지.
의논해야 할 주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당분간은 하루 종일 비슷한 주제로 회의를 이어가야만 했다.
왠지 벌써부터 지칠 것 같은 기분에 힘겹게 방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때.
탁탁탁탁-!
누군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면이 있는 자였다.
프레이야가 은퇴하기 전부터 신성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던, 꽤나 경력 있는 선임기사였다.
어찌나 급히 달려온 것인지, 그는 거친 숨까지 몰아쉬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프레이야가 물었다.
그가 직접 이곳까지 왔을 정도면 필시 평범한 일은 아닐 터.
혹시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자 신성기사는 숨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보고를 시작했다.
“레, 레닌스탕 군이 후퇴를 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 * *
서우진은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디아로크를 내려다봤다.
‘흐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놀라웠다.
생각보다 놈이 너무 잘 싸웠던 것이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지.’
유다인에게 형편없이 당하기만 한 것은, 그저 그놈이 사기적으로 강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근접전에도 일가견이 있을 줄이야…….’
유다인이 떠난 뒤.
서우진은 남아 있는 디아로크를 제압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르데타인과 별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같은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였지만, 서우진은 ‘혼돈 세계’를 비롯한 여러 방법을 동원했으니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근접전을 시도했다.
기사에 비해 육체 능력이 부족한 마법사를 상대하는데 있어, 근접전은 최고의 방법이었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디아로크는 육박전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아니, 그 정도의 수준을 벗어났다.
웬만한 최상급 기사 정도는 가볍게 찜쪄 먹을 수준이었다.
마법에 더해 예상치 못한 박투술까지 더해지니, 일시적으로 서우진이 밀리기까지 했다.
물론 금세 상황을 역전하긴 했지만,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후우-”
그렇게 한 시간에 가까운 전투가 이어지고, 결국엔 서우진이 승리했다.
패배한 디아로크는 광기가 가득한 눈동자로 서우진을 노려보다 정신을 잃고 말았다.
괜히 그 시선에 찝찝해진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혼돈 세계’를 해제했다.
그러자 뒤죽박죽 얽혀 있던 세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벽이 뚫렸다! 공작 각하를 구조하라!”
안절부절못하며 ‘혼돈 세계’ 밖에서 벽이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던 레닌스탕 군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