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
#28화.
‘그래, 기대한 게 잘못이지.’
서우진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뱉곤, 이지아를 쳐다봤다.
“그래서요, 제가요. 어제 일을 수습하려고 얼마나 애를 쓴 줄 아세요?”
그녀는 절대 입을 쉬는 법이 없었다.
저 조그마한 입으로 어찌나 재잘거리는지,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혹시 어릴 때 LA에 살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왠지 모 야구선수가 떠올랐지만,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음, 지아야.”
서우진이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평소였다면 그냥 두었을 것이다.
조금 시끄럽기는 해도, 그게 용납될 정도로 귀여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좀 곤란했다.
“나 수련 좀 하면 안 될까?”
토벌이 끝난 날부터 지금까지.
서우진은 단 하루도 수련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테스테론의 검에 옆구리가 찔려 피를 콸콸- 쏟아냈을 때도, 이를 악물고 검을 갈고닦았다.
그것은 제국에 도착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기 전, 땀을 좀 흘리려고 나왔는데…….
이지아가 어떻게 안 것인지 연무장에 와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수련이요? 지금 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아침마다 그렇게 검을 휘두르는 거예요? 이상하네. 굳이 그렇게 안 해도 우린 강해지잖아요. 아, 아저씨는 D급이라 그런 건가?”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그래, 맞아. 나는 약해서 수련을 빼먹으면 안 되거든?”
“앗! 죄송해요. 제가 방해를 했나 봐요.”
헤헷- 하면서 웃는 모습이 귀엽긴 했다.
다행히 말을 알아들은 이지아가 서우진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우-”
서우진은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는 검을 들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내려치기.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반 슬레인은 항상 기본을 강조했다.
덕분에 서우진은 한 번의 휘두름도 절대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모든 정신과 힘, 마력까지 집중해 휘둘렀다.
그러니 당연히 힘이 들 수밖에.
고작 열 번도 채 휘두르지 못했음에도 서우진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10레벨에 도달해 상급 기사의 힘을 얻은 이가, 고작 그 정도에 힘들어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일검, 일검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는 뜻이었다.
팔이 바들바들 떨려오고,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당장에라도 검을 놓고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서우진은 결국 100번을 꽉 채운 뒤에야 검을 거두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억지로 고르기 시작했다.
호흡의 중요성은 첫 전투에서 아일린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그렇게 몇 초가 지나자 숨 쉬는 게 조금 편해졌다.
“파하-!”
억누르고 있던 숨을 내뱉곤 맺혀 있던 땀을 닦아냈다.
개운하다.
지구에서의 서우진이었다면, 절대 느껴보지 못할 감각이었다.
녹초가 될 정도로 몸을 움직이고는 개운하다니.
수많은 헬창이 왜 그렇게 운동에 목숨을 거는지 조금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와, 아저씨! 지금 진짜 기사 같았어요.”
한바탕 수련이 끝나자, 이지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도도도- 달려와 말을 걸었다.
그 모습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레닌스탕에서 본 기사 아저씨들도 그렇게 수련하곤 했거든요. 빨간색 촌스러운 갑옷을 입은 아저씨들인데, 그중에서도 미카라는 분이 가장 셌어요.”
전에 본 붉은 바람 기사단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서우진이 보기엔 멋들어진 갑주였는데…….
“근데 그 미카 아저씨는 검에서 막 불빛이 번쩍번쩍였어요. 무슨 검이 아니라 형광등을 든 줄 알았다니까요? 웃기죠?”
‘형광등?’
아마 이지아가 이야기하는 건 오러인 것 같았다.
그 파괴적인 기운을 형광등이라 표현하다니…….
“아저씨는 그거 못 해요? 보니까 검 쓰는 다른 용사들은 대부분 쓸 줄 알던데. 아직 아저씨는 레벨이 낮아서 안 되나?”
새삼 느끼는 건데, 이지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잘했다.
“오러 말이지?”
검뿐만이 아니라, 냉병기를 쓰는 대부분의 용사들은 ‘오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세계의 기사가 쓰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기사들의 오러는 끝없는 수련 끝에 얻은 깨달음을 토대로 발현된다.
때문에 그러한 경지에 오른 이들은 그야말로 극소수.
하지만 용사들은 스킬이라는 편하고 사기적인 시스템을 이용해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그 어떤 수련도, 깨달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한 파괴.
용사들에게 ‘오러’란 적을 더 쉽게 죽일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서우진이 1년간 무지막지한 수련을 거치고, 많은 배움을 얻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진짜 오러를 깨우치기엔 요원했다.
‘오러.’
스킬을 사용하자, 화르륵- 하며 서우진의 검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맞아요! 와, 아저씨도 할 수 있었구나. 아직 못하실 줄 알았는데.”
스킬로 발현된 ‘오러’.
‘그래서 용사들이 사기라는 거야.’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힘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기사들이 질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도 언젠간.’
스킬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오러를 피워내고 싶었다.
그 경지가 아직 요원하긴 했지만, 노력을 하다 보면 언젠간 가능하지 않을까?
테스테론이 들었으면 배를 잡고 비웃을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아저씨, 이제 수련 끝났으면 우리 밥 먹으러 가요. 어제 갑자기 연회가 끝나는 바람에 제대로 먹질 못했더니, 계속 배고프단 말이에요.”
이지아가 서우진의 팔을 붙잡고 졸라댔다.
서우진이 쓰게 웃었다.
솔직히 조금 더 몸을 풀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 환영연회 자리가 엉망이 된 것에는 자신의 책임이 컸으니, 이쯤에서 아침 수련을 끝내기로 했다.
“그래. 밥 먹으러 가자.”
“오예! 아침밥이다, 아침밥!”
이지아는 신이 났는지 우다다- 하며 식당으로 달려갔다.
서우진이 피식- 하며 그 뒤를 따라가려는데, 웬 남자 한 명이 갑자기 나타나 그의 앞을 막아섰다.
“서우진 님?”
용사는 아닌 것 같았다.
한국 사람으로 보기엔, 너무도 이질적으로 생겼던 것이다.
용사들은 전부 10~20대로 이뤄진 한국인이었으니, 이쪽 세계 원주민인 것 같았다.
“누구시죠?”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찾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말투는 정중했다.
느껴지는 분위기 역시 호의적이었다.
‘나쁜 일로 부르는 건 아닌 것 같고.’
서우진이 슬쩍 남자의 뒤쪽을 쳐다봤다.
이미 자신은 잊었는지, 이지아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당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뭐, 알아서 잘 먹겠지. 인싸니까.’
이지아는 혼자 둬도 괜찮을 것 같았다.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이렇게 아침부터 자신을 찾는 사람.
그것도 이쪽 세계의 원주민.
누군지 전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제 입으로 밝히기엔 곤란한지라… 서우진 님께 해가 될 분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궁금하기도 했고.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칫했다.
“저, 제가 지금 땀을 많이 흘려서요.”
식당도 아니고, 이렇게 정중하게 초대를 하는 자리에 땀투성이로 가는 게 조금 꺼려졌다.
“그건 괜찮습니다. 잠시만…….”
남자는 웃으면서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마법?’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마법주문영창이라는 걸 눈치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짧은 주문영창이 끝나자, 서우진의 몸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곤 이내 방금 씻고 나온 것처럼 뽀송뽀송해졌다.
“허-”
서우진은 감탄했다.
마법의 신기함에 놀란 건 아니었다.
마법은 시온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으니까.
레벨 업을 하고 스킬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봤을 땐, 마법도 그리 큰 신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우진이 감탄한 건 다른 이유였다.
‘대체 누구기에 이런 마법사를 심부름꾼으로 쓰는 거지?’
당연한 말이었지만, 마법사는 희귀하다.
또한 귀하게 쓰인다.
능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중급 이상의 마법사들은 작위를 하사받기도 할 정도였다.
그런데 고작 심부름꾼?
자신을 부른 상대가 누군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이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마법사에게 고개를 숙여준 뒤, 그의 뒤를 따라 연무장을 벗어났다.
* * *
“용사들의 성장 속도는 어떻죠?”
여인이 물었다.
온갖 서류들 속에 파묻혀 있는 그녀는,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어울리게도 피곤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평균 25레벨에 도달했습니다.”
“음, 생각보다 느린 거 같은데.”
“소환된 숫자가 숫자다 보니, 지원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던 용사의 수가 무려 100명이나 되었으니, 예전처럼 전폭적인 지원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S급 이상의 5인은 모두 30레벨을 돌파했고, 그중 ‘성녀’는 40, ‘검신’은 50을 넘어섰습니다.”
“그건 좋은 소식이네요.”
확실히 등급이 높으면 성장 속도도 빨랐다.
거기다 개인적으로 노력까지 하니, 다른 용사들과 격차가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해요. 다른 용사들의 평균 레벨도 최대한 빨리 올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국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었습니다. 마왕강림 때까지, 충분히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좋아요.”
여인은 부하의 보고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제 소란이 조금 있었다고 들었어요.”
“아, 별일은 아닙니다. 용사들끼리의 사소한 다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다 보니 이런 갈등이 발생하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심각한 일도 아니고 고작해야 주먹다툼 정도였으니, 그의 말대로 별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D급 10레벨. 등급도 낮고 레벨도 형편없는 이가 일방적으로 팼는데, 별일이 아니라고요?”
여인의 음성이 차가워졌다.
동시에 방안의 기온도 같이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에게서 뿜어진 마력에, 입김이 나올 정도로 싸늘해진 것이다.
“그, 그게…….”
남자는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다.
“가서 확인해요. 혹시 자신을 감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 철저하게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시온을 다녀오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남자는 다급히 대답을 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흠…….”
여인이 서류 한 장을 손에 쥐었다.
“‘검병’이라…….”
서류에는 바로 서우진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내용은 별것 없었다.
등급과 레벨, 직업, 그리고 매시브 가디언에서 있었던 일들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실시한 토벌 작전 이후, 지금까지 수련만 해왔다?”
그것도 그 반 슬레인과.
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만으로도 서우진은 여인이 주목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
아니, 다른 용사들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는 게 오히려 특별한 걸까?
여인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들겼다.
“내가 신경쓸 필요 없겠지.”
굳이 서우진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확인해야 할 사항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조금 마음에 걸린다고, 고작 D급의 쓰레기 같은 직업인 용사까지 챙길 여유는 없다.
제국 비밀 첩보국, 크루시엘.
그곳의 국장 아그나는 서우진의 서류에 큼지막한 도장을 찍었다.
[9급 관리 대상.]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