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4)
293화.
아쉽게도 루페라의 추적에는 완전히 실패를 해버렸다.
아이에르의 총교단에 남아 있던 신성기사 대부분을 급파하여 주변을 수색했지만, 흔적조차 찾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우진은 어쩔 수 없이 총교단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기약 없이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었으니까.
바론이 마음에 걸리긴 해도 당장 어찌할 방법이 없는 이상, 미뤄두었던 일을 먼저 해결하는 편이 더 나았다.
“여기도 오랜만이군.”
총교단에 도착하자, 옆에 있던 디아로크가 퉁명한 음성으로 말했다.
“와본 적이 있나 보지?”
“물론이다.”
‘그리 좋은 일로 온 건 아니다만’라는 뒷말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아이에르와 레닌스탕은 본래부터도 사이가 나빴다고 하니, 시비라도 걸러 왔겠거니 하면서 말이다.
서우진이 자신의 말을 받아주지 않자 디아로크는 투덜거리며 뒤를 따랐다.
“정지. 신분을 밝혀주십시오.”
총교단으로 들어가는 관문 앞에서 병사 한 명이 길을 막아섰다.
근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검문검색을 철저히 하고 있는 듯했다.
서우진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서우진님!”
신성기사였다.
“아는 놈이냐?”
디아로크가 물었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싶어 멀뚱히 서서 그를 기다렸다.
빠르게 관문으로 다가온 신성기사는 자신에게 경례를 하는 병사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뒤 서우진을 쳐다봤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중하기 그지없는 태도.
“서우진님이 총교단에 도착하시면, 곧장 모셔오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 말에 서우진은 눈앞의 신성기사가 프레이야나 미테온의 명령을 받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습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만났던 사이론 일행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들도 정중한 태도를 취하긴 했지만, 서우진에 대한 적의를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으니까.
그런데 눈앞의 신성기사는 적의는커녕, 오히려 호감이 가득해 보였다.
‘대충 상황을 전해 들은 건가?’
솔직히 서우진이 아이에르에 푸대접을 받을 입장은 아니었다.
멸망에 이를지도 모를 왕국을 구해준 존재였으니까.
비록 내부 상황 때문에 서우진의 이름을 성지로 공표를 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눈앞의 신성기사는 서우진이 아이에르에 베풀어준 은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뭐, 잘됐네.’
아무리 서우진이라고 해도, 적의를 지닌 눈으로 자신을 대하는 이들을 보는 게 편할 리가 없었다.
섭섭하기도 했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대우를 해주니 마음이 좀 풀리는 듯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신성기사는 디아로크의 정체도 묻지 않은 채, 둘을 성궁으로 데리고 갔다.
길을 가며 마주친 신성기사와 병사들이, 서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나같이 호의 가득한 모습이었다.
‘뭐지?’
총교단을 떠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성궁 내를 향해 들어갔다.
“기다렸다.”
가장 먼저 서우진을 반긴 것은 바로 프레이야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녀는 며칠 사이 더욱 늙어 보였다.
안 그래도 노쇠했던 육체가, 지금은 거의 한계에 달한 것 같았다.
‘마력도 불안정하군.’
변한 것은 육체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지탱하고 있던 거대한 마력이 줄줄- 새어 나오는 중이었다.
마치 생명력이 새어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흘흘, 걱정할 필요 없느니라. 오랜만에 무리했더니, 조금 지쳤을 뿐이니.”
프레이야가 얼마 남지 않은 이를 드러내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녀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았군.”
옆에 있던 디아로크가 툭- 하고 말을 내뱉었다.
‘이 미친놈이?’
서우진은 깜짝 놀라며 디아로크를 노려봤다.
이게 당사자 앞에서 할 얘긴가?
“너도 오랜만이구나, 미친 꼬맹이.”
하지만 프레이야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표정으로 디아로크에게 아는 척을 했다.
“흥, 벌써 죽어 나자빠진 줄 알았더니, 용케 아직까지 살아계셨소.”
놀랍게도 놈은 프레이야를 향해 반존대를 사용했다.
물론 말투는 불손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서우진에겐 생소한 장면이었다.
‘저놈은 자기 왕국의 왕한테도 반말을 찍찍- 내뱉을 줄 알았는데.’
그만큼 프레이야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둘이 아는 사이였습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그러자 프레이야가 흘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지. 레닌스탕에 웬 미친 천재가 나타나 분탕을 치고 다닌다 하여, 볼기짝을 몇 번 두들겨 준 적도 있느니라.”
“옛 얘기는 그만하시오. 지금의 난 그때와는 전혀 다르니.”
‘…사실이구만.’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정말로 프레이야에게 볼기짝을 맞은 모양이었다.
음, 상상이 잘 되질 않았다.
“그래, 레닌스탕의 꼬맹이가 여기까진 무슨 일로 왔는고?”
그녀가 서우진에게 바란 건, 디아로크를 막고 레닌스탕 군이 철수하는 것까지였다.
저 미친놈이 총교단에 오는 상황은 전혀 상정하지 않았을 터.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이오. 이 녀석에게 볼일이 있는 것이니, 신경 끄쇼.”
불손하다, 불손해.
서우진은 디아로크의 뒤통수를 한 대 칠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프레이야의 말이 한 발 빨랐다.
“그럼 밖에 나가서 좀 기다리려무나. 나는 저 아이와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여느 동네 할머니처럼 말을 했지만, 그 음성은 단호했다.
“…흥!”
디아로크 역시 그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콧방귀와 함께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간 것을 보니 말이다.
“그래도 철이 좀 들었는지, 이 늙은이를 배려하는 법도 배운 모양이다.”
“…저게요?”
대체 어딜 봐서 배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서우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 일단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론의 사체가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면목이 없구나.”
프레이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음, 어떻게 된 겁니까?”
사이론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듣긴 했지만, 다시 한번 물었다.
“루페라라는 빌어먹을 년이 사체를 지키고 있던 아이들을 해하고 달아났다.”
방비를 단단히 해두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아무래도 암습과 은신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듯하더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까지 상정해서 방비를 해두었어야 했는데.’
이제 와 추궁해 봐야 무슨 소용일까.
프레이야의 지친 표정을 본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아쉽게 됐네요. 그래도 추적을 계속하고 있으니,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찾는다 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지금 아이에르의 힘으론 바론을 처리할 방법이 전무했으니 말이다.
“만약 바론을 찾는다면 도움을 청해도 괜찮겠느냐?”
프레이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둘의 싸움을 직접 눈으로 목도했기에,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일입니다.”
바론을 처리하는 건, 서우진에게도 매우 중요했다.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초극의 강자가 뒤를 노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좋지 않은 때에, 좋지 않은 장소에서.
바론이 나타난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처리해야겠지.’
죽이지 못한다면, 다신 부활할 수 없게 봉인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 바론의 행방을 아는 것은 오히려 프레이야보다 서우진에게 더욱 중요했다.
“고맙다.”
프레이야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너에게는 계속해서 힘든 부탁만 하게 되는구나.”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은근슬쩍 거래에 대한 운을 띄웠다.
“뭐, 대가를 받기로 했으니까요.”
아이에르의 보고.
그 안에서 서우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지고 가게 해주겠다는 약속 말이다.
“흘흘-”
프레이야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랬지. 내가 대가를 약속했었지.”
그녀의 모습에 서우진은 속으로 안심을 했다
‘얘기가 잘 풀렸나 본데?’
성왕의 자리가 공석이라 쉽게 결정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회의에서 재가가 떨어졌다. 그러니 내일 보고로 가서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될게야.”
미소가 지어졌다.
여차하면 훔쳐서 달아날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잘 풀릴 줄이야.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순순히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자 프레이야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말이다. 아이에르를 구해주어 고맙구나.”
서우진이 아니었다면, 아이에르는 분명 망국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대륙에도 심대한 피해를 끼친 채, 온갖 오욕을 뒤집어썼을지도 모른다.
서우진이 해준 일은 그 모든 것을 막아낸 것이었다.
프레이야뿐만 아니라, 아이에르의 모든 이가 고개를 숙여야 할 일이었다.
“따로 원하는 것이 있느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주겠다.”
보고 내의 보물이라는 커다란 대가 외에도 그녀는 뭔가를 더 해주고 싶었다.
“음…….”
그 말에 서우진이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딱히 생각이 나는 건 없었다.
서우진에게 필요한 건 오직 레벨 업뿐이었지만, 그것은 프레이야나 아이에르가 나서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다.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강림 전쟁이 벌어지면, 아이에르의 모든 힘을 다해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그 말에 프레이야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왕을 막는데 아이에르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 존재를 막지 못한다면 이 세계가 멸망하고 말 테니까.
그런데 서우진은 그것을 요구했다.
사실 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이었다.
프레이야는 서우진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하겠다. 아이에르와 나는, 전력으로 강림 전쟁에 임할 것을 약속하겠느니라.”
“그거면 됩니다.”
서우진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강림 전쟁에서 승리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서우진이 가장 바라는 것이었다.
“여기가…….”
“아이에르의 가장 중요한 것들을 모아놓은 곳이오.”
서우진의 뒤를 따라오던 미테온이 작게 속삭였다.
“대단하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크진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은 결코 범상치 않았다.
“이건 뭡니까?”
서우진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검 한 자루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그건 ‘광야’라는 검이오. 3대 성왕께서 사용하시던 성검이지.”
미테온은 ‘광야’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 구구절절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궁금해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어떤 능력이 있습니까?”
서우진은 이 검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카 라니엘’ 대신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선물로 주기엔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칠 정도로 좋은 물건이다.
그리고 이곳엔 그런 물건이 가득했다.
‘다들 좋아하겠군.’
미테온의 설명을 들으며 서우진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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