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5)
294화.
서우진은 북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등에는 자신의 몸보다 더 커다란 짐을 잔뜩 메고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콧노래마저 부르는 모습을 보니, 꽤나 기분이 좋은 듯했다.
“시끄럽다.”
옆에 있던 디아로크가 핀잔을 주자, 서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옆을 돌아봤다.
“시끄러우면 그냥 돌아가. 왜 계속 따라오면서 잔소리야?”
놀랍게도 디아로크는 여전히 서우진을 따라오는 중이었다.
총교단에서 볼일을 보고 나면 돌아갈 줄 알았는데, 매시브 가디언까지 따라올 기세였다.
떼어놓고 갈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디아로크는 반드시 뒤쫓아올 기세였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못 봐주겠군.”
계속되는 콧노래에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서우진은 신경쓰지 않았다.
정 거슬리면 그냥 돌아가겠지, 하며 더욱 크게 불렀다.
“쯧.”
그러자 디아로크는 고개를 휘젓더니, 마법을 사용했다.
“사일런스.”
대상이 된 존재의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는 마법이었다.
덕분에 서우진의 입에서 더는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질 않았다.
디아로크는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내가 화염 마법에만 일가견이 있다고 착각을 하는데, 사실 나는 다른 마법에도 소양이 있다악!”
빠악-!
서우진이 주먹으로 놈의 뒤통수를 갈기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마법이 해제된다.
“허튼 짓 하지 마라. 한 번만 더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면, 그대로 땅에 파묻어 버리고 떠날 테니까.”
까드득-
서우진의 말에 디아로크가 이를 갈았다.
하지만 덤벼들진 않았다.
그랬다간 정말로 파묻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서우진은 그런 디아로크를 잠시 쳐다보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벌써 여기까지 왔네.”
익숙한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요한이 운영하고 있는 정보 길드가 있는 곳이었다.
이제 매시브 가디언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기서 볼일을 좀 보고 제대로 달리면, 오늘 안에는 도착할 수 있겠다.’
돌아가기로 했던 일주일을 까마득히 넘어섰다.
일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으니, 서우진은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도 선물을 챙겨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약속을 어긴 대가를 조금이라도 치르기 위해, 서우진은 아이에르의 보고를 탈탈- 털어왔다.
오죽하면 뒤에서 보고 있던 미테온이 어억-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을 떨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막지 못했다.
서우진이 아이에르를 위해 해준 일이, 보물들에 비해 결코 작다할 수 없었으니까.
결국 서우진은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모조리 챙겨,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떠날 수가 있었다.
“디아로크.”
서우진이 문득 옆에서 구시렁거리고 있는 놈을 불렀다.
“뭐냐?”
퉁명한 음성이 들려왔다.
“프레이야님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은 것 같으냐?”
“흐음, 글쎄다.”
디아로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내가 볼 땐 1년도 채 남지 않은 것 같던데.”
그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정도도 후하게 쳐준 것이었다.
그만큼 프레이야의 상태는 심상치가 않았다.
당장 오늘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걱정이 되나 보군.”
“아무래도 그렇지. 다신 못 볼 수도 있으니까.”
서우진이 프레이야와 딱히 끈끈한 인연을 쌓은 건 아니었다.
그저 며칠간 동행하며, 대화한 게 전부였다.
사도들과의 전투 역시 거의 홀로 했으니, 전우라는 느낌도 적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안타까웠다.
강력한 전력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가 강림 전쟁에서 한 번도 싸워보지 못한 채 스러진다는 게 너무도 아쉬웠다.
만약 그녀가 계속 살아 있다면, 큰 도움이 될 텐데.
“혹시 육체의 재구성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고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모른다. 그것은 검귀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어차피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으니까.”
“하긴.”
다른 사람보단 반 슬레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를 터였다.
“그런데 이 소도시에는 왜 들르려는 거냐?”
이번엔 디아로크가 물었다.
특색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변방의 작은 도시다.
서우진이 굳이 이곳을 방문하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 뭐 좀 알아볼 게 있어서.”
“그게 뭐… 아니, 됐다.”
물어봐야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눈치챈 것일까?
디아로크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여기서 기다려.”
정보 길드의 건물 앞에 도착한 서우진이 말했다.
“같이 들어가지? 혼자 길거리에 서 있는 것도 이상한데.”
“아니, 근처 식당이라도 들어가 있어.”
디아로크가 같이 들어가려 했지만, 서우진은 거절했다.
지금부터 나눠야 할 대화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기 때문이었다.
“…흥!”
디아로크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그가 어디서 이런 홀대를 받아봤을까?
하지만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이 서우진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디아로크의 모습이 사라지자, 건물의 문이 열렸다.
끼이익-
예의 그 낡은 경첩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요한이었다.
“아이고, 오셨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레 서우진을 맞이했다.
‘역시.’
요한은 서우진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타이밍 좋게, 디아로크가 사라지자마자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었다.
“들어가시죠.”
요한이 문을 활짝 열고 말하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능력이 좋아.’
평범한 사람들은 따라오지도 못할 속도로 움직였다.
그런데도 요한은 자신의 동선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다.
그 방법은 알 수 없었지만, 능력이 부족하다면 흉내도 낼 수 없는 일임은 분명했다.
서우진은 속으로 다시 한번 요한을 인정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몸을 감추고 있는 이들의 수도 정확히 이전과 똑같았다.
‘크루시엘의 요원도 마찬가지고.’
천장에는 여전히 전에 본 36호가 은신해 있었다.
아는 척을 할까 하다 그냥 자리에 앉은 서우진이, 맞은편에 자리한 요한을 쳐다봤다.
“활약이 크셨던데.”
먼저 입을 연 것은 그였다.
“사도도 잡고, 전쟁도 막고. 그 짧은 시간에 일을 많이도 해결하셨습니다.”
순수한 감탄이 섞여 있는 음성이었다.
이런 엄청난 일들을 단기간에, 그것도 혼자 해낸 것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운이 좋았죠.”
서우진이 겸양을 떨자, 요한이 피식 웃었다.
서우진이 한 일은 위업에 가까운 것이다.
단순히 운이 좋다고 가능한 게 아니란 뜻이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더는 얼굴에 금칠을 하지 않았다.
서우진이 그런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라 판단한 것 같았다.
“그런데 레닌스탕의 디아로크 공작이 왜 여기까지 온 겁니까?”
요한이 물었다.
디아로크가 서우진을 따라다닌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정보를 취합해 가설을 세워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건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디아로크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따위의 말만 할 뿐,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한번 뒤를 캐볼까요?”
요한이 은근한 표정으로 말하자,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괜히 건드렸다간 좋은 꼴을 못 볼 겁니다.”
누가 자신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디아로크는 결코 가만있을 성격이 아니었다.
“쩝, 역시 그렇군요.”
요한 역시 그냥 해본 소리였는지, 금세 포기했다.
“그나저나 좀 아쉽게 됐습니다. 기껏 사도의 위치를 알아봐 줬는데 놓쳐서.”
서우진이 민망한 표정으로 말하자, 요한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다행히 도망친 유다인의 위치를 거의 찾아냈으니, 다음에 처리하면 될 일입니다.”
“…벌써?”
유다인을 놓친 게 고작 며칠 전이다.
심지어는 서우진조차 그가 어디로 향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상황 아니던가.
그런데 요한은 놀랍게도 이미 유다인의 위치를 거의 잡아냈다.
“정보로 먹고사는 놈인데,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요한이 껄껄-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능력이 좋다는 건 몇 번이나 느꼈지만, 아무래도 서우진의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듯했다.
“확실해지면 사람을 보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서우진은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부탁할 게 있습니다.”
“루페라 추기경 말씀이십니까?”
정확하다.
요한의 능력은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에 국한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쪽의 능력이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긍정하자, 요한은 잠시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것을 바라실 것 같아 이미 조치를 취해놓긴 했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는 걸 보아하니,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듯했다.
“행적이 묘연합니다. 아무래도 제삼자가 끼어든 것 같은 흔적이 보입니다.”
“제삼자?”
“가장 유력한 건 공간을 다루는 능력의 사도입니다. 게랄드가 그런 능력이 있었죠. 하지만 그는 죽었으니…….”
“마법사일 확률도 있지 않습니까?”
마법사들 중에는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마력의 흔적이 전혀 남질 않았습니다. 오직 마기의 역겨운 향기만 느껴질 뿐이었죠.”
그 말은 곧, 사도나 다른 마왕의 추종자가 개입했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그런 능력을 지닌 사도가 있습니까?”
“알려진 바로는 없습니다.”
요한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짐작이 가는 바가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서우진은 더 궁금한 게 많았지만, 애써 참으며 묻지 않았다.
지금 말해주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알겠습니다. 그럼 매시브 가디언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겠군요.”
“기다림이 길진 않을 겁니다. 길드의 인원을 총동원해서 찾고 있으니, 금세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 자신의 능력을 믿어달라는 듯한 표정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딱히 압박하거나 재촉하지 않아도 요한은 알아서 잘할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바론이나 유다인의 위치도 가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우진에겐 더욱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36호가 정신을 잃었다.
이전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지자, 요한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개의치 않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전에 소환되었던 용사들에 대해서는 좀 알아보셨습니까?”
강림 전쟁에서 마왕을 물리치고 승리한 자들.
그들의 뒷이야기가 필요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