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6)
295화.
“확실한 건 찾지 못했습니다.”
요한이 말했다.
“제가 찾은 건 그저 강림 전쟁에서 승리한 용사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기록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똑같은 기록이 전부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곳에 남은 사람도 없었나요?”
분명 용사들은 강림 전쟁에서 승리한 뒤, 이곳에 남아 살아간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서우진도 그와 같은 제안을 받지 않았던가.
심지어는 이미 남기로 결정한 용사도 있다고 들었다.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죠.”
앞서 실행된 일곱 번의 소환.
그중에 남는다는 선택을 한 이가 한 명도 없다는 건 좀 이상했다.
하지만 요한은 별것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소수였으니까요. 이상하진 않습니다.”
“아… 그렇죠.”
이번 소환만 특별했던 것이다.
무려 100명이나 되는 이들이 소환되었으니까.
하지만 이전에는 아무리 많아도 열 명을 채우지 못했다.
적을 때는 고작 두 명이라고 했던가?
일곱 번에 걸쳐 소환된 이들을 모두 합쳐도 이번 용사들의 수에 발끝도 미치지 못한다.
“함께 남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욱 돌아가는 것을 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없을 만도 하네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모두 돌아갔단 뜻일까?
“그런데 조금 의심스럽긴 합니다.”
그때, 요한이 말을 이었다.
“너무 인위적입니다. ‘강림 전쟁이 끝나고 용사가 고향으로 돌아갔다’. 모든 기록이 여기까지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쓸 말이 없으니…….”
“아무리 그래도 단 한 줄의 언급도 없다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세계를 구해준 용사들에 대한 칭송도 없고, 그 어떤 업적도 회자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이라곤, ‘카 라니엘’이나 ‘루덴 가르도’와 같은 것들뿐이다.
용사의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건 쓸 말이 없어서 쓰지 않은 게 아니라, 마치 삭제한 느낌입니다.”
요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역시 서우진을 만나기 전까진 단 한 점의 의문도 품지 않았었다.
그런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용사들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건,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럼……?”
“말씀드렸다시피 확실한 건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진님이 이전에 말씀하신 것에 대한 가능성을 부인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토사구팽.
사냥이 끝나면 쓸모를 다한 개를 잡아먹는다.
정말로 용사가 그 사냥개 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서우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였다.
하지만 요한의 말대로 아직 확실한 건 없었다.
“조금 더 알아봐 주세요. 꼭 필요한 정보입니다.”
이 세계가 용사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서우진의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그러니 확신이 필요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번엔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용사라는 존재를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 버렸다.
그것을 알아내려면 정보 길드가 아니라 국가 단위로 나서도 부족할 것이다.
그랬기에 서우진은 노력하겠다는 요한의 대답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대비는 해둬야겠다.’
아직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야 뒤통수를 맞지 않을 듯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야겠군요.”
들어올 때와 달리 서우진은 한층 무거워진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를 알아내는 대로 곧장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매시브 가디언 내에 사람을 심어두었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대륙의 최북단에 있는 매시브 가디언에까지 길드원이 존재하다니.
새삼 대단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서우진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그에게 반지 하나를 건넸다.
“음? 이건 뭡니까?”
“선물입니다. 아이에르에서 챙겨온 거죠.”
그 말에 요한의 눈이 커졌다.
“설마 보고에서……?”
서우진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곤 몸을 돌려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요한은 손에 쥔 반지를 살펴보느라 서우진을 배웅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허허-”
요한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서우진이 주고 간 선물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리엘리아의 은총’이라니.”
손가락에 끼고 있는 것만으로 모든 병마를 막고 무병장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템.
무려 아이에르의 가장 유명한 성물 중 하나였다.
이런 걸 선물이라고 툭- 던져 놓고 가다니.
요한은 감격한 표정으로 서우진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봤다.
* * *
“저게 있으면 어디 아파서 일을 못하진 않겠지.”
건물 밖으로 나온 서우진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아리엘리아의 은총’을 요한에게 선물한 이유는 하나였다.
병 걸려서 아프지 말고 열심히 일이나 하라는 뜻.
‘어차피 용사들에겐 별로 쓸모가 없는 물건이니까.’
인간을 초월한 용사의 육체는, 그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그러니 아무리 효과가 좋은 성물이라 해도, 용사들에겐 무용했다.
그런 물건을 선물로 주며 생색도 낼 수 있었으니, 서우진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였다.
“그나저나 이놈이 어디에 있을까?”
서우진이 기감을 퍼트렸다.
디아로크르 찾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강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흠…….”
그냥 이대로 놓고 갈까?
서우진이 잠시 자리에 서서 고민할 때였다.
“쯧.”
서우진이 혀를 찼다.
갑자기 마력이 움직이며 이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눈치는 빨라가지고.”
자신이 디아로크를 찾아냈듯, 그 역시 서우진의 기운을 주시하고 있었던 듯했다.
“뭐, 어쩔 수 없지.”
만약 여기서 두고 갔다고 해도, 놈은 매시브 가디언까지 찾아올 것이다.
그러곤 제 성질에 못 이겨 난장을 피웠겠지.
그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같이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최소한의 통제가 가능하니까.
“강림 전쟁만 아니었다면…….”
“강림 전쟁이 뭐?”
어느새 옆에 도착한 디아로크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서우진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몸을 돌렸다.
“왜 그러지?”
뒤쪽에서 디아로크가 추궁했지만 무시했다.
“말해라. 마법사는 궁금한 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신경이 곤두…….”
무슨 말을 하든 귀를 닫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어서 가자.’
디아로크 때문에 전력으로 달리진 못하겠지만, 빠르게 움직인다면 오늘 안에 매시브 가디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우진은 동료들을 볼 수 있단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답해라!”
매시브 가디언에 도착할 때까지, 디아로크의 음성은 단 1초도 끊이질 않았다.
* * *
가장 먼저 기운을 눈치챈 건 반 슬레인이었다.
그는 용사들을 굴리는 즐거움에 허허 웃고 있다, 문득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기운 둘을 알아차렸다.
“음?”
고개를 돌려 기감을 집중했다.
주위에선 용사들이 신음과 함께 이제 좀 쉬게 해달라며 애원했지만, 그것을 들을 틈이 없었다.
‘초극의 경지. 하나는 마법사고, 다른 하나는…….’
기운을 가늠해 보던 반 슬레인이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도착했구나.’
너무도 익숙한 기운이었다.
지금도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서우진의 것이 분명했다.
‘헌데…….’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허어, 그새 또 성장했단 말인가?’
분명 매시브 가디언을 떠나기 전의 서우진은 자신과 꽤 간극이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용사들의 성장이 아무리 빠르다 하지만, 반 슬레인이 쌓아온 세월이 결코 짧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서우진의 기운은 이제 큰 차이가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이었다.
‘사도라도 한 명 해치운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속도로 강해지는 것은 말이 되질 않았다.
반 슬레인은 놀란 기색을 감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힘을 풀게. 잠시 쉬도록 하지.”
그 말에 용사들이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하아- 하악-!”
거친 호흡 탓에 목구멍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용사들을 이만큼 굴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놀라웠다.
“오, 오늘은 끝인가요?”
이지아는 이 와중에도 질문을 던졌다.
제발 그러길 바란다는 간절한 표정으로 반 슬레인을 쳐다봤다.
“그렇다네. 금일은 아무래도 이만 정리를 해야 할 것 같군.”
“하, 하하…….”
마음 같아선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건 지쳐 버린 웃음뿐이었다.
“일단 일어나서 정리를 좀 하게나.”
너무도 지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고 싶지 않았지만, 반 슬레인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용사들은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몸에 묻은 땀과 눈을 털어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초월적인 회복력 덕에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빨리 끝나는 거지?”
보통은 새벽 2~3시쯤에 훈련이 끝난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저녁식사 시간도 되지 않았건만, 훈련을 마무리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휴식시간을 주려는 거 아닐까요? 원래 근육도 쉬어줘야 더 성장을 할 수 있는 법이니까.”
계수지의 물음에 구동환이 대답했다.
“그놈의 근육.”
질린다는 듯 이지아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알겠니, 다혜야?”
“나도 모름요.”
계수지가 이번엔 김다혜에게 한 번 물어봤다.
그리고 당연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궁금한 건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빨라요!”
어느새 완벽히 회복한 이지아가 손을 번쩍- 들며 반 슬레인에게 소리쳤다.
“오늘 왜케 빨리 끝나요? 무슨 일 있어요?”
“야, 야!”
구동환이 기겁하며 그녀의 입을 막으려 했다.
괜히 이렇게 물어봤다가 다시 훈련을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지아는 질문을 던졌고, 반 슬레인은 그것을 들었다.
“허허- 그게 그리도 궁금한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
“넵! 궁금합니다!”
구동환의 손을 피한 이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다들 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반 슬레인의 입에서 아쉬우면 조금 더 구르자는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데 들려온 대답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자네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이가 돌아오고 있다네. 이제 매시브 가디언 안으로 들어왔군. 오늘 하루쯤은 회포를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 않은가?”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저씨!”
이지아가 자리에서 펄쩍- 뛰었고, 다른 이들의 표정 역시 밝아졌다.
마침내 서우진이 매시브 가디언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