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8)
297화.
“……목을 걸 수 있소?”
반 슬레인이 물었다.
지금 네가 내뱉은 말을 얼마나 확신할 수 있냐는 뜻이었다.
디아로크가 피식 웃었다.
“무슨 목까지 걸 정도는 아니고.”
솔직히 말하자면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그가 느낀 것은 마기가 아니었으니까.
처음 보는 형태와 느낌의 기운이었다.
‘혼돈 세계’라는 이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혼돈,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디아로크는 그 낯선 기운 속에서 마왕의 흔적을 느꼈다.
물론 정확히 설명해 보라고 하면 콕 짚어 말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겠소,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백작님께 처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도 나름대로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사는지라.”
반 슬레인이 엄중한 표정으로 경고하자, 디아로크는 레닌스탕의 귀족들이 들으면 기막혀 했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그저 의구심이 들었기에 곁에서 확인을 좀 하고 싶어 따라온 겁니다.”
“흐음…….”
반 슬레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서우진에게서 마왕의 흔적을 발견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지금껏 서우진의 손에 죽은 사도의 수가 몇이던가?
마왕의 추종자들이 계획했던 일을 훼방 놓은 것은 몇 번이고?
그것을 생각해 보면 서우진은 마왕의 대적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없는 것은 아니다만.’
반 슬레인은 서우진에게서 느꼈던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 떠올렸다.
북방 토벌 당시, 갑자기 나타났던 드레이카스가 갑자기 몸이 굳은 일이나, D급 ‘검병’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뛰어난 성장 속도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아이에게 숨기는 게 있다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것이 디아로크가 말했던 것처럼 마왕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서우진이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사도들과 싸울 리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뭔가 알아낸 게 있소?”
“아직은 없습니다.”
디아로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껏 서우진을 따라다니면서 확인한 것이라곤, 그저 그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렇구려.”
반 슬레인은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그럼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작정이시오?”
디아로크는 타국의 귀족이다.
그것도 공작의 위에 올라 있는, 초극의 강자였다.
시온의 입장에선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만한 위치에 있는 이가 왕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매시브 가디언으로 향했다.
그건 문제될 소지가 다분한 행동이었다.
시온의 왕을 무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반 슬레인은 디아로크가 어서 이곳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물었다.
“글쎄요. 아직은 결정하지 않았습니다만.”
히죽- 하고 미소를 짓는다.
“여기에는 다른 용사들도 많던데, 그들도 한번 만나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핑계다.
당분간은 레닌스탕으로 돌아갈 뜻이 없다는 이야기를 돌려 말하는 듯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반 슬레인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골치가 아프게 되었구나.’
이만한 거물이 매시브 가디언에 머물고 있는 이상, 시온의 왕실이나 레닌스탕에서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왠지 조금 복잡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제로 내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적이 아니었으니까.
반 슬레인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얌전히 허락만 해준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소란을 일으키는 것을 불허하오.”
“물론입니다. 제가 그렇게 경우가 없는 사람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웃으며 말하는 디아로크를 바라보며, 반 슬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할 것이오.”
만약 사고를 친다면, 결코 지금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 * *
“아아-”
“오늘은 좀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끄으응!”
용사들이 땅을 나뒹굴고 있었다.
하나같이 더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오직 한 명.
서우진만이 연무장 한복판에 멀쩡한 모습으로 서서 그런 용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이 성장했네.”
서우진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지금 한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20일도 되지 않는 기간이었다.
그동안 동료들은 몬스터의 사냥이라곤 한 번도 하지 못했으니, 레벨 역시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강해졌단 말이지.’
예상하긴 했었다.
서우진 역시 반 슬레인에게 죽기 일보 직전까지 굴러본 경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동료들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상태였다.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요.”
“이 정도는 강해져야 수지가 맞거든?”
하루에 세 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밥을 먹는 동안에도 훈련을 병행했다.
그러니 성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료들의 말을 들은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 양반, 더 독해졌구만.’
아무래도 서우진을 가르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훈련법을 만들어낸 듯했다.
일반 사람보다 훨씬 회복력과 체력이 좋은 용사였으니, 더 빡세게 굴려도 될 것이라 계산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혹한 방법이긴 하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한 듯했다.
서우진이 놀랄 정도였으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9:1로 대련했음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서우진의 모습에 동료들은 고개를 휘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씻고 다시 모이는 게 좋겠다.”
강병규가 끄응- 하는 신음과 함께 말하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땀 좀 씻어내고 잠깐 쉬었다가 보는 걸로 하자.”
그 말에 동료들이 힘없는 모습으로 숙소를 향해 돌아갔다.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지친 듯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 짓던 서우진 역시 몸을 돌렸다.
그도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집무실에 있으려나?’
반 슬레인을 만나야 했다.
디아로크의 문제도 해결을 해야 했지만, 그것보단 따로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우진은 걸음을 옮겨 반 슬레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직 얘기 중인가 본데?’
반 슬레인 옆에 디아로크의 마력도 느껴지는 것을 보니, 둘의 이야기가 꽤나 길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냥 쫓아버리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계속해서 옆에 붙어 다니는 디아로크의 존재가, 서우진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지금까진 딱히 별다른 일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광기에 휩싸여 있던 놈을 생각해 보면…….
‘언제 또 미친 짓을 저질러도 안 이상해.’
그 불안감만으로도 충분히 거슬리는 존재였다.
서우진이 속으로 혀를 차며 걷다 보니 어느새 반 슬레인의 집무실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다.
똑똑-
“들어가도 됩니까?”
노크와 함께 허락을 구하자,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들어오게.”
끼이익-
문을 열자, 눈과 얼음에 잔뜩 부식된 경첩이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그래, 아이들과 회포는 잘 풀었나?”
반 슬레인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덕분에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엄청 성장했던데, 대단하십니다.”
감탄을 섞어 대답하자, 반 슬레인은 허허- 하며 웃었다.
“그게 어디 내 능력 때문인가? 다들 잘 따라와 준 덕분이지.”
‘으음-’
인자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지만, 서우진은 왠지 오한이 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네도 그사이에 꽤 성장을 한 모양일세.”
반 슬레인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 네. 사도 한 명의 목을 베었거든요.”
“호오, 그런가?”
“마르데타인이라는 놈이었습니다.”
서우진은 반 슬레인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동료들에게 한 번 해주었던 이야기라 그런지, 조금 더 짧고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다.
“아이에르가 전쟁을 일으킨 건 그래서였군.”
반 슬레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전쟁이 심각해지지 않고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적은 건 아니었다.
수천의 병사와 수백의 사제, 그리고 신성기사들이 희생되었으니까.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이에르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강림 전쟁의 선두에 서서 싸워야 할 신성왕국이 사실은 마왕의 추종자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그 사실은 전 대륙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의심과 분열을 가져왔다.
그것은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곤란하게 되었어.”
반 슬레인 역시 한 왕국의 대귀족이다.
그러니 이 사태가 불러올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런데 오이언 경은 어디 있습니까?”
이번엔 서우진이 물었다.
아이에르의 소식을 가장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오이언이었다.
매시브 가디언은 너무 외진 곳에 있는 탓에 정보의 전달이 느렸기에, 오매불망 서우진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는 아직까지 서우진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 주둔 병력들과 함께 요새 주변의 토벌을 나갔다네.”
“…토벌이요?”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이 근방의 몬스터들은 씨가 말랐을 텐데.”
서우진과 동료들이 북방에 도착하자마자 한 것이 바로 사냥이었다.
특히나 이 주변의 몬스터들은 그림자도 찾기 힘들 정도로 모두 찾아 죽였다.
그런데 토벌할 만한 몬스터가 남아 있단 말인가?
“적지 않은 수의 몬스터가 남쪽으로 밀려들어 오고 있다네. 마왕 강림의 때가 머지않았다는 뜻이지.”
“아이에르의 병력까지 나서야 할 정도로 수가 많습니까?”
“그렇다네.”
반 슬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꽤나 곤란해졌을 걸세.”
서우진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저희가 또 한 번 사냥을 나서야겠네요.”
몬스터 토벌은 병사들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서우진과 용사들에게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회나 다름없다.
놈들을 사냥하면 사냥할수록, 더욱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은 일이네.”
반 슬레인이 반색했다.
용사들이 나선다면, 병사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반 슬레인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좀 힘들고, 내일 날이 밝으면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나. 자네도 좀 쉬어야지.”
할 수만 있다면 며칠 푹 쉬다 움직여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렇게까지 여유롭진 않았다.
“아참, 그리고 한 가지 더 여쭤볼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
반 슬레인이 얼마든지 질문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은 디아로크를 잠깐 쳐다봤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듯, 따뜻한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서우진은 속으로 잠깐 고민을 했다.
‘뭐, 상관없겠지.’
애초에 반 슬레인에게 물어보라는 얘기를 해준 것이 디아로크였으니까.
서우진의 입이 열렸다.
“육체를 재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