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9)
298화.
현 세대에 육체의 재구성을 이룩한 존재는 꽤 많았다.
모습을 감추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도 있을 테고, 사도 중에서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중 서우진이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수 있는 이는 단둘.
마공 마르테스와 검귀 반 슬레인뿐이었다.
“육체의 재구성이라…….”
반 슬레인이 수염 한 올 없는 자신의 매끈한 턱을 쓰다듬었다.
“혹시 따로 방법이 있습니까?”
물어보는 서우진의 표정에는 미약한 간절함이 스며 있었다.
“그걸 물어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나?”
반 슬레인은 곧바로 대답을 해주는 대신, 질문의 이유를 물었다.
“아, 그게 말이죠.”
서우진이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이에르에서 프레이야라는 분을 만났거든요.”
“프레이야?”
반 슬레인의 눈이 커졌다.
“그분이 아직 생존해 계신단 말인가?”
그 역시 프레이야를 알고 있는 듯했다.
‘하긴,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지.’
초극의 경지에 오른 강자였으니까.
그것도 전 시대의 신성기사단장이지 않은가.
그 이름이 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습니다. 이번 전쟁 때문에 다시 세상에 나오셨더군요.”
서우진의 말에 반 슬레인이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 참 좋은 소식일세.”
초극의 강자가 한 명 더 늘었다는 건, 강림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크게 상승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뿐.
서우진이 자신에게 했던 질문을 떠올리곤 표정을 굳혔다.
“혹여 그분께 필요한 일이던가?”
육체의 재구성.
은퇴한 지 10년이 넘은 노기사.
그 두 단어를 조합해 보면, 서우진이 물어본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맞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노쇠하셨습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른다면, 길어야 1년.
어쩌면 반년도 채 살지 못하고 숨을 거둘 확률이 높았다.
프레이야의 육체는 그만큼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다.
“강대한 마력을 이용해 가까스로 버티고는 계시지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서우진의 말에 반 슬레인이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타까운 일일세.”
프레이야라면 강림 전쟁에서 그 누구보다 강력한 힘이 되어줄 수 있을 텐데.
그녀는 신성력을 사용하는 신성기사였으니, 동급의 다른 존재들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으니까.
“방법이 없는 겁니까?”
서우진이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할 수만 있다면 프레이야와 함께 강림 전쟁에서 싸우고 싶었다.
‘최소한 강림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네.”
다행히 반 슬레인은 그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허나, 결코 쉽지는 않지.”
“…그게 무엇입니까?”
서우진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을 재촉했다.
“가장 확실한 건 본인의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 경지에 오르는 것이지.”
이건 기각.
그게 가능했다면 프레이야는 벌써 이룩했을 것이다.
이제 와 그런 노쇠한 육체로 수련을 해 경지를 높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긴 하다네.”
“그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서우진 역시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였다.
자신이 도와서 그녀가 육체를 재구성할 수만 있다면…….
“허나, 막대한 기운이 필요하지. 적어도 동일한 경지에 이른 이가 다섯 정도는 모여야 할 정도의 양이네. 심지어 그 방법을 사용하는 건 도움을 주는 존재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쉽게 사용할 수 없네.”
잠깐 환해졌던 서우진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애초에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 다섯을 찾는 것도 쉬운 건 아니었다.
대륙 전체를 뒤져도,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수에 불과하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서우진은 그들 중 꽤 많은 이와 친분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과 반 슬레인, 그리고 대공과 마공까지 합치면 넷이다.
‘거기에 이놈까지.’
서우진이 눈을 돌려 차를 홀짝이고 있는 디아로크를 쳐다봤다.
물론 그는 코웃음을 치며 거부할 게 뻔했지만, 패서라도 말을 듣게 하면 될 터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모두 나에게 빚을 지고 있으니까.’
적어도 매정하게 거절을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많이 위험한가요?”
바로 도움을 주는 이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
“그렇다네. 어쩌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다른 막대한 기운들로 프레이야의 마력 회로를 강제로 뚫는다.
하지만 성질이 다른 다섯 기운이 한데 모으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당연히 반발하고, 배척하며, 서로를 배제하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위험하다.
‘다들 한가락 하는 양반들이니 죽지는 않겠지만…….’
마력회로가 엉키고 찢어지며 그간 쌓아왔던 경지를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안 되겠군요.”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그들에게 이런 위험까지 감수해 달라고 부탁할 순 없었다.
“그럼 다른 방법…….”
“멍청한 놈.”
기대감이 사라진 표정으로 다시 한번 물으려는데, 옆에서 디아로크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뭐?”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데 시비를 걸어온다.
서우진은 오늘 푸닥거리 한번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디아로크를 노려봤다.
“다시 한번 말해봐. 뭐라고?”
은은한 혼돈기까지 섞여 있어 위압감을 주었지만, 놈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멍청한 놈이라고 했다. 멍청한 놈.”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안 그래도 계속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살살 긁어주니 더는 참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 오늘 한번 뒤지게 맞아봐라.”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내딛는데, 디아로크가 말했다.
“굳이 다섯이 있어야 할 이유가 있나? 필요한 건 그저 막대한 기운 아닌가?”
멈칫-
그러고 보니 반 슬레인은 반드시 다섯 명의 초극의 강자가 필요하단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초극의 경지 다섯 명이 모여야 할 정도로 막대한 기운이 필요하다고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너라면 그 정도 힘을 낼 수 있지 않나?”
디아로크가 서우진이 착용하고 있는 팔찌를 쳐다봤다.
‘셀레스티얼 윙’.
두 배에서 최대 다섯 배까지 힘을 증폭해 주는 마법이 걸린 아이템이다.
“그것을 사용한다면 너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텐데. 물론 그 반동은 오롯이 홀로 견뎌야겠지만 말이야.”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한다면, 서우진 혼자서도 초극의 강자 다섯 명 분의 힘을 내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디아로크가 말한 것처럼 그 대가가 결코 가볍지는 않겠지만…….
‘할 만해.’
고통이야 익숙하다.
‘셀레스티얼 윙’ 사용하며 몇 번이나 견뎌낸 경험도 있다.
주변에 자신을 해할 만한 위험이 없다면, 충분히 시도를 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서우진은 잠시 디아로크를 내려다보다, 다시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
“고맙군.”
“뭐라고? 안 들리는데?”
도움을 줘 고맙다는 인사를 했는데, 놈이 피식- 웃으며 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반응하지 않았다.
괜히 대꾸를 했다간 더 귀찮아질 수 있었으므로.
대신 반 슬레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방법이 있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를 강림 전쟁에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서우진은 기꺼이 나서서 그 방법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쪽인가?”
서우진은 매시브 가디언 안쪽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늘은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았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가득했기에 달빛을 가리고 있었다.
덕분에 깜깜한 어둠 속을 뚫고 좁은 골목길을 뱅뱅 돌았다.
“이쯤인 것 같았는데.”
요한이 가르쳐 주었던 말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익숙한 모습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요한이 있던 촌구석의 정보 길드와 완벽히 같은 모양의 건물이었다.
“여기인가 보군.”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했다.
쿵쿵쿵-
묵직한 소음이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끼이이익-
‘이 소리까지 똑같네.’
문이 열리며 낡아빠진 경첩이 비명을 질렀다.
“누구십니까?”
문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인이었다.
“요한이 이곳으로 가라고 하던데.”
“요한?”
중년인이 서우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오쇼.”
방문이 허락되자, 서우진은 중년인의 뒤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내부 구조도 똑같았다.
다른 것이라곤 곳곳에 숨어 있던 조직원들이 한 명도 없다는 것뿐이었다.
‘설마 이런 건물이 대륙 곳곳에 똑같이 서 있는 건 아니겠지?’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걷다 보니, 요한과 대화를 나누었던 방과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그래, 기다리고 있었수.”
중년인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껄렁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소식이 들어온 게 있나 보군요.”
“유다인이라는 개잡놈에 대한 게 들어오긴 했수.”
중년인이 히죽- 웃는다.
“그런데 맨입으로 가르쳐 주긴 좀 그렇고. 뭔가 받아야 할 것 같은디.”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표정이었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간이 부은 건지, 욕심에 눈이 먼 건지.
설마 용사를 눈앞에 두고 저런 태도를 취할 줄은 몰랐다.
‘요한이 따로 말을 해놨을 텐데.’
이 정보 조직은 서우진과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놓고 이렇게 돈을 요구한다?
요한의 능력은 대단했지만, 아무래도 조직의 운영은 조금 미숙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뭘 원하지?”
서우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만약 선을 넘는다면 그냥 뒤지게 패놓고 정보를 들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는 게 정보 길드의 미래에도 좋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뭐, 큰 걸 원하는 건 아니고.”
그런데 그가 바라는 건 서우진이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몬스터 한 마리만 사냥해서, 대가리를 좀 잘라다 가져와 줄 수 있으슈?”
“…몬스터 대가리?”
돈이나 재물을 원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건 또 뜬금없는데.’
서우진은 그가 무슨 생각으로 몬스터의 대가리를 잘라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쓸데가 좀 있어서 말이지. 그걸 가져다준다면, 앞으로 내 아는 모든 정보를 갖다 바치리다. 물론 평생 공짜로.”
왠지 말을 하는 중년인의 표정이 초조해 보였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뭔가 사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대신 유다인에 대한 정보를 먼저 들어야겠습니다.”
“물론이지! 그건 바로 줄 수 있으니, 잠깐만 기다리쇼!”
중년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쯤 벗겨진 머리에 맺혀 있던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그런데. 어떤 몬스터의 머리가 필요하죠?”
서우진이 묻자, 빠르게 방을 벗어나려던 중년인이 멈칫-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진득한 살기가 묻어 있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드레이카스라는 놈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