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
#2화.
북방에는 대륙에서 가장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서식한다.
6번째 마왕이 전쟁에서 패해 북방으로 향했을 때, 그가 부리던 수많은 몬스터를 데리고 간 때문이었다.
그 종류도 너무 많아 매시브 가디언에선 그것을 기록한 책자가 보급될 정도였다.
게다가 놈들의 번식력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군단을 이뤄 침공을 하곤 했기에, 1년에 한 번씩은 꼭 대규모로 토벌을 실행해야만 했다.
덕분에 매시브 가디언의 병사들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했다.
물론 그만큼 많은 희생이 뒤따르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은 나도 가는구나.”
숙소로 돌아온 서우진은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언젠간 이런 날이 올 것이란 각오는 했다.
자신을 소환한 이유가 판타지 세상을 관광시켜 주기 위함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레벨을 올리고,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 했다.
강림 전쟁이 시작되기 전 용사는 마왕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만 했으니까.
서우진 역시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때가 눈앞에 닥치니 겁이 덜컥 났다.
‘그냥 튈까?’
생각해 보면 자신은 다른 용사들과 다르지 않은가?
애초에 직업 적성부터가 용사들과는 대척점에 있는 ‘마왕’이었고.
그렇게 보면 오히려 몬스터의 편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도망칠 명분은 많았다.
자신을 이렇게 홀대하고 경시하는 놈들을 위해 굳이 목숨까지 걸며 싸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진짜로 튈까?”
서우진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도망을 치면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지.
이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교육을 받았기에 아주 막막하지는 않았다.
“그래, 튀자. 정 안 되면 남의 집 종살이라도 하는 게 뒤지는 것보단 낫겠지.”
이곳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단 그편이 나았다.
“흐음, 흥미로운 이야기로군.”
“우악!”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서우진이 경악하며 벌떡- 일어났다.
“누, 누구냐!”
짧은 은발에 잘생긴 얼굴.
음성의 주인공은 처음 보는 청년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전혀 가늠이 안 됐다.
“이런, 놀랐나 보구나.”
그의 말투는 조금 이상했다.
아무리 많게 봐줘도 서우진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는데, 말을 들어보면 영락없는 노인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런 것을 신경쓰지도 못할 만큼 당황한 상태였다.
“미안허이. 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용사가 한 명 왔다고 들어서 구경을 좀 한다는 게…….”
그 말에 서우진이 속으로 허허- 웃었다.
‘구경이라니, 내가 무슨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잠시 화를 내야 할지, 웃고 넘어갈지 고민하던 서우진은 후자를 선택했다.
단어 선택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에게선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악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누구신데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의심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서우진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에 청년은 아차! 하는 표정과 함께 자신의 이마를 쳤다.
“내가 오늘 실례를 여러 번 범하는군.”
그는 빠르게 자신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예의를 갖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는 매시브 가디언의 총사령관이자, 이 일대의 영주인 반 슬레인이라고 한다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군.”
“푸하하하!”
서우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반 슬레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또 무슨 실수를 저질렀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이 웃은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저기요. 거짓말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셔야지. 본인이 반 슬레인이라고요?”
왕국 시온의 방패라 불리는 철혈의 백작.
일신의 강함이 소환된 용사들과 비견할 만하다는, 이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였다.
안타깝게도 서우진은 지금까지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이곳에 온 이후로 그에 대한 소문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다.
때문에 반 슬레인의 나이가 이제 60을 넘었고, 백발이 성성한 노기사라는 사실 정도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나이가 저보다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냥 정말로 자신을 놀리러 온 병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을 반 슬레인이라고 소개한 청년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띠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칭찬을 들은 것처럼 말이다.
“내 그것을 생각 못 했군.”
청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꼴로 변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잊고 있었지 뭔가.”
무슨 말일까?
서우진은 이해하지 못했다.
“보아하니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할 게 뻔하니, 인사는 조만간 정식으로 하도록 하겠네.”
마치 기대하라는 듯, 서우진을 향해 미소를 지은 그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어?”
말 그대로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그냥 사라져 버렸다.
서우진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을 끔뻑이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우, 뭐야? 귀신이야?”
* * *
근래 날씨가 그리 좋지 않더니, 결국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지구에서도 TV로 이런 걸 몇 번 보긴 했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었다.
“중심을 똑바로 잡지 않으면 날아갈 거예요.”
아일린의 충고에 서우진은 자세를 조금 더 낮추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바람에 날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서우진이 투덜거렸다.
결국 서우진은 도망을 치지 못하고, 토벌이 시작되는 날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도망치지 못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아일린 때문이었다.
평소엔 자신에게 전혀 관심도 없던 그녀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마치 감시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도망을 쳐야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이런 일이 생기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분명 그놈이야.’
자신의 방에 몰래 숨어들어 와 있던 그 사기꾼이 고자질을 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갑자기 태도가 바뀔 리가 없었다.
그래도 서우진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 노력했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토벌에 참가하긴 싫었으니까.
하지만 아일린의 감시는 서우진의 능력으론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시간은 그렇게 하릴없이 빠르게 흘러갔고, 결국은 이날이 오고야 말았다.
서우진은 도축장에 끌려가는 가축의 심정으로 아일린의 뒤를 따랐다.
“와우.”
연병장에는 이미 수많은 병사가 운집해 있었다.
1천? 2천?
매시브 가디언에 이만큼 많은 수의 병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들은 수많은 경험을 쌓은 강병답게, 이 강한 눈보라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앞으로 다가올 몬스터와의 전투에 대비해, 몸과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 서우진을 조롱하던 이들과 같은 놈들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우린 이쪽으로 가죠.”
아일린은 서우진과 함께 앞의 단상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50여 명의 기사가 도열해 있었다.
왕국 시온이 자랑하는 최강의 ‘푸른 방패’ 기사단이었다.
‘쯧.’
서우진이 속으로 혀를 찼다.
저 앞쪽에 기사 테스테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남성 호르몬을 한 200㎏쯤 뭉쳐서 사람의 모습으로 빚으면 저렇지 않을까? 싶은 외모였다.
“아이고, 우리 용사님 오셨네.”
어쩜 저렇게 병사들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말을 하는지.
마초적인 외모와는 달리, 그의 말투는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아, 예.”
서우진은 그런 테스테론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대충 대꾸를 해주었다.
그와 엮여서 좋은 꼴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웬만하면 상종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물론 테소테론은 서우진이라는 맛있는 먹잇감을 놓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이번 토벌에서 잘 좀 부탁드립니다? 우리도 용사 덕 좀 봐야지. 아, D급이시라 좀 힘들려나?”
그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안에는 누구라도 느낄 조롱이 섞여 있었다.
서우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평소였다면 그냥 못 들은 척 넘어갔을 일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서우진의 심기는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이곳에서 도망을 치지도 못했고, 위험한 토벌에 끌려가게 생겼으니…….
평소와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거, 말이 좀 심하시네.”
결국 서우진은 울컥하는 심정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툭- 내뱉고 말았다.
“……뭐?”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까?”
테스테론을 향해 짓씹듯 말을 내뱉었다.
가만히 참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처맞겠지?’
서우진은 검을 향해 손을 뻗으며 생각했다.
테스테론은 일전의 병사들과 달리 기사였다.
단순한 피지컬은 물론이고, 전투 경험 역시 자신을 아득하게 뛰어넘을 게 분명했다.
나중에 성장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저놈과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도…….
서우진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한국의 속담을 몸소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 검, 뽑을 건가?”
테스테론의 목소리 톤이 낮아졌다.
고작 그것뿐이었음에도, 주변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얼핏 살기마저 느껴지는 그의 눈빛에 서우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씨발, 죽기야 하겠냐?’
대우는 엉망이었지만, 어쨌든 이곳 사람들은 자신을 용사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대로 죽이진 못할 것이다.
죽을 걱정도 없었으니, 험한 꼴을 당하더라도 칼침 한 방 정도는 먹여주고 싶었다.
“백작님께서 나오셨으니, 그쯤 하시죠.”
하지만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일린의 한마디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 말을 들은 테스테론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세를 풀며 고개를 돌린 것이다.
아무리 안하무인의 성격의 그라고 해도, 자신의 주군 앞에서까지 함부로 행동할 순 없었다.
서우진 역시 검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잔뜩 긴장했던 탓에 손이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주변의 분위기에 슬쩍 아일린의 눈치를 살핀 서우진이 단상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반 슬레인이라…….’
확실히 저 테스테론조차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사람이긴 한 것 같았다.
동시에 얼마 전 자신의 방에서 본 사기꾼의 얼굴이 떠올랐다.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알아보고 하던가.’
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진짜 반 슬레인을 보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백발의 노기사.
매시브 가디언의 총사령관.
왕국 시온을 포함한 전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
주워들은 말이 워낙 많았기에, 서우진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단상 위에 나타난 반 슬레인의 모습을 확인했다.
“어?”
서우진의 눈이 커졌다.
“쉿-”
아일린이 조용히 하라는 듯 눈치를 줬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저 사람이…… 맞아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눈까지 비비며 물었다.
그 모습에 아일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대답을 해주었다.
“그동안 들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실 거예요.”
놀랄 수밖에!
서우진의 눈에 비친 반 슬레인의 모습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노기사가 아니라 바로 그 사기꾼이었으니까.
“얼마 전에 경지를 뛰어넘고, 육체의 재구성을 이루셨어요.”
“그렇다면…….”
며칠 전 집에서 본 청년이 정말로 반 슬레인이었다는 뜻.
서우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순리대로만 흘러가던가?
괜히 그에게 찍혔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때였다.
흠칫-
서우진의 몸이 굳었다.
반 슬레인의 눈동자가 정확히 이쪽으로 향했던 것이다.
찰나에 불과했는지라 확신할 순 없었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토벌을 시작한다.”
반 슬레인의 입에서 출정을 명하는 명령이 떨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