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
#29화.
“……누구세요?”
서우진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마법사가 그를 데리고 간 곳에서 만난 이는, 처음 보는 남자였다.
“반갑습니다, 서우진 용사님.”
솔직히 저 용사님이라고 불리는 거, 꽤나 낯부끄러웠다.
‘차라리 매시브 가디언에서처럼 용사 양반이나, 서우진 씨가 나은데. 용사님이 뭐야? 대한민국 군대도 아니고.’
하지만 제국인들은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모두 용사님이라고 불러댔다.
“저는 우서라고 합니다.”
뒤에 이어진 제국의 백작이라는 얘기는 귀에 잘 안 들어왔다.
‘우서? 우서?’
속으로 웃음을 참느라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아침부터 이런 자리로 초대를 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우서는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아, 네. 괜찮습니다.”
간신히 표정을 수습한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아침 수련도 끝났고, 남은 건 식사뿐이었는데.
‘여기서 먹는 게 더 맛있겠군.’
서우진의 앞에는 진수성찬이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화려한 요리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
“시장하실 텐데, 일단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를 나눌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안 그래도 꽤나 체력을 소비해서 배가 많이 고프던 차였다.
서우진은 사양하지 않고 식사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에서의 일정은 다음 주부터였죠?”
아카데미.
제국에서 마련한 이 거대한 시설을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학문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에서 교육하는 건, 오로지 전투기술과 생존기술들이었으니까.
1년간 어느 정도 레벨 업을 한 용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교관들의 교육을 통해 전투기계로 탈바꿈하는 곳.
당연히 교관들은 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기사와 마법사들이었다.
‘다른 이유도 있을 테고.’
바로 경쟁이었다.
100명의 용사를 한 곳에 몰아두면, 경쟁심을 느껴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판단한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다른 용사들의 성장에 경각심을 느끼는 이가 한둘은 아니었으니까.
“아마 맞을 겁니다.”
아카데미의 공식적인 교육 일정이 시작되는 건 다음 주였다.
그전까지는 용사들끼리 안면을 익히고, 개인적인 정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제가 이렇게 서우진 용사님을 초대한 이유는 한 가지 제안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안?’
한창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우서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서우진의 위치는 좀 애매했다.
용사이긴 하지만 D급 10레벨은 낮아도 너무 낮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어제 이진한을 떡실신시킨 것도 서우진이 대단해서라기 보단, 맞은 놈이 반푼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작 한 번의 다툼으로 평가가 바뀌기에는 선입견이 너무도 강했다.
D급은 쓰레기라는…….
그런 자신에게 무슨 제안을 한다는 걸까?
서우진은 궁금증과 동시에 경계심을 느꼈다.
대가 없는 친절은 없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분위기를 보면 나쁜 이야기 같지는 않은데.’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기로 했다.
“무슨 제안입니까?”
서우진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는 물었다.
“저희 가문에서는 용사님들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제국과는 별개로 말이죠.”
우서의 제안은 간단했다.
백작가의 지원을 받아 더욱 성장하라는 것이었다.
“이미 이 제안을 받아들인 용사님들이 계십니다. 그중에는 A등급도 세 분이나 계시죠.”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제국의 지원과 백작의 지원을 모두 받으면, 성장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테니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자리까지 만들어서 제안을 하는 것일까?
그것도 표면적으로는 별 볼 일 없는 자신에게?
“……저는 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만.”
기브 앤 테이크는 기본이다.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뭔가를 원할 게 분명했다.
서우진의 말에 우서가 웃었다.
“지금 당장 서우진 용사님께 바라는 건 없습니다. 다만, 훗날 강림전쟁이 끝난 후.”
우서 역시 식사를 끝내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바라봤다.
“저희 가문에 작은 힘을 보태주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서우진은 그 말뜻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세력 다툼인가?’
마왕이라는 거대한 적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몇 번이나 세상이 종말을 맞이할 뻔했다고 하지 않았나?
모든 사람이 힘을 하나로 모아 대항해도 부족할 판에, 벌써부터 그 이후의 권력 구도에 대한 준비를 하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서우진은 감탄했다.
물론 좋은 쪽의 의미는 아니었다.
“저는 D급에 불과한데요.”
서우진이 의아한 건, 다른 높은 등급의 용사들이 즐비한데 왜 자신을 선택했냐는 것이었다.
“등급보다는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겠습니까?”
우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서우진이 아니었다.
‘왜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전쟁이 끝난 뒤,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레벨은 지금보다 몇 배로 올라갔을 테고, 등급이 낮으니 후방에 배치되어 생존확률도 높다.
그렇게 살아남은 서우진은 얼마나 강할까?
‘D급이라고 해도, 웬만한 기사들은 아득하게 뛰어넘겠지.’
용사들 사이에서나 쩌리 취급을 당하지, 전력으로 사용하기엔 충분히 강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다른 귀족들이 탐내지도 않으니,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을 테고.
서우진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 추측이 사실인지, 아니면 망상에 불과한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맞을 것 같았다.
마음에 안 들었다.
누구는 목숨을 걸고 전쟁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권력에만 눈이 먼 이야기들이.
그리고 우서는 지금 뭔가 크게 잘못생각하고 있었다.
“저희는 전쟁이 끝나면 본래 세계로 되돌아간다는 걸 잊으신 거 아니죠?”
마왕을 막고, 전쟁이 끝나면 용사들은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별 미련이 없는 이는 이곳에 남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힘도 있고, 권력도 생길 테니까.
실제로 과거 소환된 용사들 중에서는 남는 이들이 몇 명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돌아가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인터넷은 못 참지.’
서우진 역시 당연히 돌아갈 것이다.
딱히 가족이라 부를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기 계속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엿같은 마왕인데.’
세상을 정복할 생각이 아니라면,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터. 지금은 그저 호의를 받아주시는 정도면 됩니다.”
느낌이 좋지 않다.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보였던 우서의 모습이, 왠지 음습하게만 느껴졌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우진은 대답을 보류했다.
솔직한 심정으론 당장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괜히 귀찮은 일이 발생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자신을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많은데,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이지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하하!”
얼마든지 기다리겠다며 호탕하게 웃는 우서.
서우진은 마주 미소 지으며, 남은 식사를 마저 끝냈다.
속으로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 * *
“어디를 갔다 온 거죠?”
아일린은 아침에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난 서우진을 향해 물었다.
“아, 시간낭비 좀 했어.”
맛있는 요리를 먹긴 했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무슨 일 있었나요?”
“별일 아니었어. 그보다, 넌 어디 다녀온 거야?”
서우진과 마찬가지로, 아일린 역시 아침 일찍부터 어디론가 사라졌었다.
제국에 도착한 이후부터 계속 어딜 그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저도 볼일이 좀…….”
하지만 이번에도 아일린은 대답을 회피했다.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다음에 얘기해 줘.”
“그럴게요.”
서우진은 캐묻지 않았다.
언젠가 때가 되면 아일린이 먼저 말을 꺼낼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 정도 관계는 되었으니까.
“그럼 오늘 볼일은 끝난 거야?”
서우진의 물음에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당분간은 없을 것 같아요.”
“그럼 잘됐다. 오랜만에 대련이나 할까?”
아일린과는 한동안 검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의 그녀는 하급 기사에 불과했지만, 힘만 센 어린아이와 다름없던 서우진과 대등한 대결을 벌이기엔 충분했다.
아니, 검술만으론 오히려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매일 검을 섞다 보니 꽤 친한 사이가 되었고, 검술 역시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서우진이 점점 자신의 힘에 익숙해질수록 차이가 벌어져, 요즘엔 대련을 할 일이 없었지만…….
‘여기선 딱히 같이 어울릴 사람도 없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 아일린의 수련을 겸해 대련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 아저씨다! 어디 갔었어요? 한참을 찾았는데에!”
하지만 방해꾼이 나타났다.
대체 어디서 난 것인지, 이지아가 막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는 후다닥- 달려왔다.
그녀의 옆에는 어제 본 여자들도 있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인사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질 않았다.
소개를 받은 직후, 바로 이진호와 시비가 붙었으니까.
“여긴 홍설 언니, 여긴 다혜. 어제 봤었죠?”
다행히 이지아가 다시 한 번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서우진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아일린. 제 친구죠.”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홍설이라고 해요. 지아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어, 저는 김다혜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죄송합니다.”
서우진이 사과를 했다.
한창 재밌을 시간에 자리를 파토 내버렸으니.
“아, 아니에요! 오히려 저희가 죄송하죠. 괜히 이상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맞아요. 죄송요.”
두 사람은 정말로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오직 이지아만이 싱글싱글 웃으며,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었다.
“근데 뭐하려고요? 우린 이제 수도 구경 나가려고 하는데, 아저씨랑 아일린 언니도 같이 갈래요? 레닌탕스랑 다르게 여기는 볼거리가 엄청 많대요!”
레닌탕스가 시온보다는 크고 발전한 왕국인 건 맞다.
하지만 제국과는 비교하기도 민망한 약소국인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당연히 시골 왕국보다는 제국의 수도 쪽이 훨씬 재미있겠지.
하지만 서우진은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구경을 할 시간에, 검을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는 게 더 이득이었다.
“우린 이제 수련하려고. 친구들이랑 구경하고 와.”
“엑? 또 수련이요? 아침에도 했잖아요.”
“그건 아침 수련이고.”
서우진의 말에 이지아가 무슨 괴물 보듯이 쳐다봤다.
그녀로선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레벨만 올리면 될 일을, 대체 왜 힘들게 몸을 써가면서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이지아밖에 없는 것 같았다.
“같이해도 될까요? 그 수련이라는거.”
“저도요.”
유홍설과 김다혜가 갑자기 합류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홍설 언니! 김다혜!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같이 놀러 가기로 했잖아아.”
깜짝 놀란 이지아가 두 사람의 팔을 붙잡았지만, 생각을 바꾸진 못했다.
서우진은 그런 둘을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와의 대련은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진호는 한 방에 나가 떨어졌고.
이번 기회에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미래를 위해서.
“등급이랑 레벨이 어떻게 돼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