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0)
299화.
커다란 음모나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매시브 가디언에서는 흔하디흔한 일이었다.
‘동생의 원수라…….’
중년인의 동생은 매시브 가디언의 수많은 병사들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지난 토벌 때, 갑자기 나타난 드레이카스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때 죽은 병사였나?’
마왕 강림의 때가 가까워지자, 이상 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드레이카스가 매시브 가디언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도 그런 현상 중 하나였다.
평소였다면 결코 마주칠 리 없던 놈이 나타나자, 병사들은 제대로 된 대비도 하지 못하고 쓸려 나갔다.
다행히 아일린을 비롯한 기사들이 나서서 막아내긴 했지만…….
‘피해가 적진 않았지.’
수십 명의 병사가 당시에 목숨을 잃었다.
10미터에 달하는 놈의 돌진에 휘말린 이들은, 전신이 터져 나가 제대로 된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그리고 중년인의 동생이 그중 하나였다.
‘동생의 시신 대신 놈의 머리라도 떼어와야겠다고 했지.’
물론 그때의 드레이카스는 테스테론에게 토벌되어 해체된 지 오래였다.
그러니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중년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드레이카스의 머리라도 원하는 것이었다.
동생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
‘어려운 일은 아니야.’
10레벨 때도 혼자서 사냥이 가능했다.
100레벨을 훌쩍 넘긴 지금은, 드레이카스 정돈 한 손으로 짓눌러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놈을 잡아 머리를 자르는 것보다, 찾는 게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지배자 급의 몬스터였으니, 개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차피 동료들과 함께 다시 한번 레벨 업을 하러 돌아다닐 때가 되었으니, 겸사겸사하면 될 것이다.
서우진이 받아들이자, 중년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종이뭉치를 가져왔다.
“미리 준비해 둔 겁니까?”
“요한에게 연락을 받자마자 정리를 해둔 거유. 당신이 언제 올지 모르니, 미리미리 준비를 한 거지.”
서우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곳에는 유다인을 추적한 과정이 장황하게 적혀 있었다.
‘이런 건 궁금하지 않고.’
빠르게 종이를 넘겨 마지막 부분을 확인했다.
“여기 있군.”
놀랍게도 이 짧은 시간 동안, 요한은 유다인의 현재 위치를 찾아냈다.
“아직 확정은 아닐 거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추적 중이니 놓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과 정보 길드의 능력이라면 믿을 만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계속 수고 좀 해달라고 전해주세요.”
“그러지.”
담담히 말하는 그의 모습이 왠지 신뢰가 갔다.
물론 태도는 조금 껄렁했지만, 기분이 나쁠 정도는 아니었고.
“그나저나 이름이 뭡니까?”
서우진이 중년인의 이름을 물었다.
“나? 그냥 알렉스라고 부르쇼.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흔한 이름이었다.
본명인지 정체를 감추기 위한 가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었다.
“알렉스,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서우진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뭐요? 요한이 웬만한 건 들어주라 했으니, 한번 말해보쇼.”
“아이에르의 총교단에 말 좀 전해줬으면 합니다.”
“그러지.”
1초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의 연락망을 사용하면, 그딴 건 별다른 수고도 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누구에게, 무슨 말을 전하면 되오?”
알렉스의 물음에 서우진이 단어를 조금 고르다 말했다.
“프레이야님에게. 강림 전쟁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매시브 가디언으로 반드시 찾아올 것. 아, 늦지 않게라는 말도 붙여주세요.”
알렉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프레이야라는 이름은 그도 익히 알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이였으니까.
그녀가 은거를 깨고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 정보도 입수한 상태였다.
하지만 뒷말은 그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거면 되겠수?”
“그렇습니다.”
알렉스는 무슨 뜻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알겠수. 며칠 내로 소식이 전해질 테니, 때가 되면 결과를 알려 드리지.”
“고맙습니다.”
서우진은 그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러자 알렉스가 머뭇거리며 서우진을 불렀다.
“어, 언제쯤 그 대가리를 받아볼 수 있겠수?”
조심스럽게 물었다.
왠지 독촉하는 듯한 느낌을 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것을 눈치챈 서우진이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 * *
“스으읍, 이게 얼마만이야?”
구동환이 두 팔을 벌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 답답한 곳에서 빠져나오니 가슴이 뻥- 뚫리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설원을 바라보며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반 할아버지에게 훈련을 받느니, 차라리 몬스터 떼와 전쟁하는 게 편할 거예요.”
이지아가 몸을 부르르- 떨며 엄살을 떨었다.
“그래도 강해진 건 사실이잖아.”
“하지만 언니. 너무 힘들었어요. 대체 어떻게 해야 사람을 그렇게 굴릴 수 있는 걸까요?”
계수지의 말에 이지아가 울상을 지었다.
엄살이 아니었다.
정말로 차라리 에이션트 오크들과 전쟁을 벌일 때가 훨씬 더 쉬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오랜만에 나오니까 기분은 좋지 않냐?”
구동환이 활짝 웃으며 이지아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건 그렇지만요.”
금세 기분이 좋아져 헤- 하고 웃는다.
“다들 방심은 하지 마. 강해진 건 알겠지만, 그래도 몬스터나 마수들을 얕보다간 큰 코 다칠 수가 있으니까.”
서우진이 들뜬 동료들에게 경고해 주었다.
오랜만의 해방감을 만끽하는 것도 좋았지만, 그들은 지금 몬스터 토벌을 위해 나선 것이다.
한없이 풀어졌다간, 정말로 낭패를 당할 수도 있었다.
“이번엔 어디로 가나요?”
계수지가 물었다.
“음, 일단은 토벌을 나간 병력과 만날 생각이에요.”
현재 매시브 가디언은 토벌을 진행 중이었다.
오이언과 아이에르의 병력 중 일부가 합세했으니, 토벌대의 규모가 꽤 커졌을 것이다.
“예전보다 훨씬 깊숙한 곳까지 토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들을 만난 뒤에 결정하죠.”
토벌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야 정확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듯했다.
괜히 아무런 정보도 없이 움직였다가, 아무것도 없는 설원만 구경하고 돌아올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럼 어서 움직이죠. 다들 좀이 쑤시는 것 같은데.”
계수지의 말대로 동료들은 당장에라도 싸우고 싶어 하는 모양새였다.
반 슬레인에게 훈련받으며 강해지기도 했지만, 서우진에게 받은 선물을 빨리 사용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큰 듯했다.
“그럴까요?”
서우진이 웃으며 강병규를 쳐다봤다.
“잠깐만.”
서우진의 시선에 담긴 의미를 눈치챈 강병규가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마력이 퍼져 나가며 주변을 감싸 안았다.
대규모 병력이 이동한 흔적을 찾는 것은, 그에게 쉬운 일이었다.
아무리 눈이 쌓여 가려졌다 해도, ‘탐색’을 사용한 강병규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이쪽이야.”
북동쪽을 가리킨다.
“꽤 멀리까지 간 모양이야. ‘탐색’의 범위에도 잡히지 않는 걸 보면.”
토벌대가 출발한 지 2주가 훌쩍 지났다.
그 정도면 상당한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딱히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소수였고, 이동 속도 역시 토벌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으니까.
‘한 사흘 정도면 되려나?’
토벌이 진행되고 있어 몬스터에게 시간 낭비할 일도 없었으니, 아무리 늦어도 그 정도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부지런히 따라가자. 빨리 만나면 만날수록, 더 일찍 토벌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서우진의 말에 다들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도 오랜만에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까.
다들 신이 나서 앞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단 한 명, 김다혜만 제외하고.
그녀는 평소처럼 멍한 얼굴로 서우진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뭐, 이런 캐릭터긴 하지.’
김다혜가 다른 동료들처럼 신나서 방방- 뛰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서우진은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도 갈까?
“좋음요.”
둘은 어느새 저 먼 곳까지 달려나간 동료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내가 선물해 준 건 사용해 봤어?”
끄덕-
서우진이 묻자, 김다혜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만 움직였다.
“어땠어?”
그녀에게 준 선물의 이름은 ‘수호’.
공간을 완전히 단절시켜,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결계를 만드는 마법이 새겨진 목걸이였다.
김다혜는 서우진의 물음에 우물쭈물하다, 곧 대답했다.
“감사요.”
뜬금없는 감사인사였다.
“…마음에 든다는 말이지? 다행이네.”
용케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서우진이 작게 미소 지었다.
별로 티는 나지 않았지만, 분명 좋아 하고 있는 듯했다.
그것을 보니 다시 한번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한 달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니까, 신중하게 써야 돼. 함부로 썼다가 정작 필요할 때 못 쓸 수도 있으니.”
“알겠음요.”
김다혜가 다부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중한 성격이니까, 괜찮겠지.’
이지아처럼 가볍지도 않았고, 구동환처럼 기분파인 것도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생각이 깊고 신중하다.
그런 김다혜라면 충분히 고민한 뒤 꼭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할 게 분명했다.
“그래, 너라면 알아서 잘할 것 같다.”
서우진은 김다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곤 앞을 쳐다봤다.
“내기라도 한 건가?”
잠깐 대화를 나누는 사이, 동료들의 모습이 조금 전보다 더 멀어졌다.
“조금 서두르자. 이러다 놓칠라.”
서우진은 조금 더 속도를 냈다.
마음먹으면 순식간에 따라잡고도 남았겠지만, 김다혜의 속도에 맞춰 움직였다.
그렇게 모두가 새하얀 얼음의 대지를 질주했다.
* * *
“난감하군.”
테스테론이 인상을 찌푸리며 저 멀리 펼쳐져 있는 광경을 살폈다.
“…소문을 듣긴 했지만, 북방은 원래도 이렇소?”
오이언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테스테론에게 물었다.
“소문이 어떻게 퍼져 있는진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사실일 거요.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오. 이거 곤란하게 됐군.”
토벌대의 인원은 총 2만 명.
평소의 열 배에 달하는 수였다.
이 정도라면 과할 정도로 충분한 병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토벌대의 앞엔 도무지 셀 수조차 없는 몬스터들이 몰려 있었다.
토벌대가 초라해 보일 정도의 숫자였다.
“적어도 5만.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
하나하나가 병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숫자에서도 앞서니, 도무지 싸울 엄두도 나질 않았다.
“후퇴해야 합니다.”
푸른색의 갑주를 입은 기사 한 명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누가 그걸 모르나?”
부하의 말에 테스테론이 짜증을 냈다.
정면으로 붙었다간 전멸이다.
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하지만 놈들이 토벌대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문제였다.
“놈들이 움직입니다!”
어떻게 후퇴해야 할지 잠깐 고민하는 사이,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전투 준비!”
“전령을 준비해라! 매시브 가디언으로 가서 이곳의 소식을 전해! 지원이 필요하다!”
테스테론이 자신의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이렇게 된 이상, 싸움은 피할 수가 없었다.
‘젠장.’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