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1)
300화.
“한 마리도 안 보이네.”
잔뜩 신이 나서 달리던 행동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사그라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새하얀 설원은 그만큼 조용하고, 심심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는커녕 야생동물조차 보이지 않는 이 척박한 땅에서, 즐거운 기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기껏 반 슬레인의 마수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건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달리는 것밖에 없으니…….
흥이 식을 만도 했다.
“이거 또 계속해서 이동만 해야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죠. 앞선 토벌대가 이미 한번 쓸어버렸을 테니.”
구동환이 투덜거리자, 계수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미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꽤 심심하겠는데.”
이틀간 달리면서 본 생명체라곤, 작은 토끼 한 마리가 전부였다.
그러니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하루 정도면 토벌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참죠.”
강병규가 하하- 웃으며 구동환을 달랬다.
“이제 슬슬 ‘탐색’에도 토벌대의 위치가 감지될 때가 되었… 응?”
말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도 발견한 겁니까?”
그 모습에 구동환이 물었다.
하지만 강병규는 대답하는 대신, 서우진을 쳐다봤다.
“야, 우진아. 누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나도 느꼈어.”
조금 전부터 강력한 마력을 지닌 사람 한 명이 빠르게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기사인가?’
특별할 건 없었다.
마력 량이 많긴 했지만, 자신이나 다른 동료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무리 잘 쳐 줘봐야 중급 기사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급한 기색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서 확인해 보고 올게.”
서우진은 동료들에게 말하곤 땅을 박찼다.
쐐애애애애액-!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공간을 가로질러 갔다.
기사로 추정되는 이가 있는 곳까진 꽤나 거리가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 이동했던 속도라면, 두어 시간 후에나 마주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서우진에게 그 거리는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제대로 움직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 고작 몇 분.
서우진은 푸른 갑주를 입은 기사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서, 서우진님!”
갑자기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서우진을 보고 기사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확실히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인데…….’
기사의 행색은 그리 좋지 못했다.
전신에 피칠갑을 하고, 뭔가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던 것이다.
다행히 부상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선, 피는 자신의 것이 아닌 듯했지만…….
“무슨 일입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몬스터입니다!”
앞뒤를 다 잘라먹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어떤 상황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많습니까?”
“최소 5만!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기사는 매시브 가디언으로 지원을 요청하러 가던 중이었기에, 자세한 정보를 숙지한 상태였다.
‘오래 못 버티겠군.’
토벌대의 병력은 2만이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숫자.
하지만 몬스터의 수가 그 몇 배에 달한다면?
아무리 매시브 가디언의 병사들이 정예라고는 해도, 그리 오래 버틸 순 없을 것이다.
“어느 쪽입니까?”
서우진의 말에 기사가 손을 들어 한 쪽을 가리키며 다급히 말했다.
“이 방향으로 하루 거리입니다. 서우진님의 속도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혹시 모르니 매시브 가디언에 소식을 전해주세요. 저와 동료들이 먼저 가서 돕고 있겠습니다.”
“부, 부탁드립니다!”
기사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서우진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아무래도 뒤에 남아 있는 이들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곤 뒤를 돌아봤다.
“우진아! 무슨 일이야?”
“어? 그분은?”
뒤따라온 동료들이 기사를 발견하곤 눈이 동그래졌다.
그의 상태를 보고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아무래도 좀 더 서둘러야겠다.”
서우진의 음성은 조금 무거웠다.
* * *
“좌측이 뚫리는 중입니다!”
“세 대는 왼쪽 구멍을 틀어막아! 몸을 바쳐서라도 막으라고!”
수만의 몬스터와 병력이 충돌했다.
피와 살점이 떨어져 내리며 순백의 설원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비규환(阿鼻叫喚).
날카로운 발톱에 몸이 꿰뚫린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고, 몬스터의 포효가 그것을 집어삼켰다.
푸른 갑주를 입은 기사들은 최전방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만으로 모든 전선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이언 경!”
더는 버틸 수 없다 판단한 테스테론이 뒤를 향해 소리쳤다.
화르르르륵-!
그러자 북방의 눈보다 더 새하얀 오러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신의 이름으로, 불경한 것들을 모두 참하라!”
오이언의 거대한 외침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신성기사들이 전면으로 나섰다.
서거거걱-!
동시에 수백 마리의 몬스터 머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 틈을 타 지친 푸른 방패 기사단이 후방으로 빠졌다.
“절대 사수하라!”
신성기사단은 강력했다.
애초에 제국을 치기 위해 출정했던 이들이었으니, 실력이 부족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신성마법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며, 몬스터 대군에 맞섰다.
“축복을!”
오이언은 눈앞에 있는 이름 모를 거대한 몬스터를 양단한 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제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하늘에서 은은한 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아이에르 사제들의 주특기인 신성마법, 주신의 축복이었다.
잠깐 사이에 지칠 대로 지쳤던 이들은, 빛이 몸에 닿자 서서히 회복되었다.
‘나쁘지 않군.’
뜨겁게 과열되었던 근육이 진정되기 시작하자, 테스테론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르가 수많은 왕국 사이에서도 강대국으로 손꼽히던 이유가 실감났다.
‘웬만해선 죽지 않겠다.’
일격에 즉사하지 않는 이상은, 계속해서 회복과 전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테스테론은 신상기사들에게 붙어 있는 별명을 떠올리곤 피식- 웃었다.
‘괜히 바퀴벌레라 불리는 게 아니었어.’
그들의 생명력은 정말로 질릴 정도로 대단했다.
“후우-”
신성기사들의 전투를 지켜보며 몸을 회복시키던 테스테론이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선전 중이었지만, 분명 한계는 있었다.
신성기사와 사제들도 인간인 이상은 지치게 마련이었다.
그들이라고 무한히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직 남은 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자신들은 분명 열세였다.
‘얼마나 걸릴까?’
방어선이 뚫리고 학살이 시작될 때까지.
테스테론이 예상하기론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듯했다.
점점 강력한 몬스터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스테론, 저기 저거 말이야.”
그와 마찬가지로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제임스가 한쪽을 가리켰다.
“드레이카스 맞지?”
제임스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10미터가량의 거대한 덩치가 보였다.
마치 드래곤과 같은 모습의 아룡종 몬스터.
“그렇군.”
테스테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진짜 X된 거 같은데?”
한 마리 정도라면 큰 문제가 아니었다.
테스테론과 제임스만 나서도 쉽게 상대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드레이카스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하나, 둘, 셋… 많기도 하다.”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것만 무려 일곱 마리였다.
저놈들이 전선에 도달하면, 아무리 축복을 받은 신성기사라도 절대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헛웃음을 터트리던 제임스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더는 쉴 여유가 없을 것 같지?”
테스테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여야겠다.”
아직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신성마법의 효과가 좋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완전 회복을 시켜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게 가능한 건 오직 용사들의 레벨 업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임스의 말대로 여유는 없었다.
“적어도 드레이카스의 수는 좀 줄여둘 필요가 있어.”
만약 놈들이 한 번에 들이닥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어쩌면 단번에 병력이 전멸할지도 모른다.
그전에 미리 대비를 해두어야만 했다.
테스테론은 제임스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부하들을 집결시켰다.
그 수는 30명.
전원이 중급 이상의 경지에 오른 기사들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따로 행동한다.”
“드레이카스입니까?”
그들 모두는 북방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었다.
테스테론이 왜 자신들을 불러모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 놈들과 충돌하기 전에 미리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다가갈 방법이 없습니다.”
드레이카스와의 거리는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수많은 몬스터로 가득차 있는 상태였고.
“놈들을 치려면 저길 뚫어야 하는데…….”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저 많은 몬스터를 통과해 드레이카스를 요격하는 건 무리였다.
“오이언 경에게 부탁할 생각이다.”
테스테론의 말에 기사들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오이언은 최상급 기사다.
아직 초극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초인의 영역에 발을 디딘 자였다.
자신들이 길을 열고, 오이언이 드레이카스를 상대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했다.
“사제도 필요할 거야.”
제임스가 제안했다.
“어떻게든 길을 열어 놈들을 처리하는 건 가능하다 해도, 돌아올 체력이 부족할 수 있어.”
만약 저 사이에 갇혀 고립된다면, 절대 살아나올 수 없다.
오이언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자신들은 100% 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테스테론은 고개를 저었다.
“사제까지 데리고 갈 여력은 없다.”
아이에르 사제들의 신성마법은 대단한 효과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직접 전투보단, 후방 지원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 말은 곧, 사제의 호위를 위해 전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럼 드레이카스에게 도달하는 것도 실패할 수 있다.”
테스테론이 담담하게 말하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리끼리 가는 수밖에.”
제임스는 어깨를 으쓱- 하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포기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직감했다.
‘우린 저기에서 죽겠구나.’
테스테론은 자신들의 죽음을 대가로 드레이카스들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지금 바로 출발합니까?”
그런데도 동요는 없었다.
마치 언젠간 이런 날이 오리란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너무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오이언 경을 모셔 와라. 그분께 작전을 설명하고, 곧장 움직인다.”
“알겠습니다.”
기사 중 한 명이 전선의 선두에 서 있는 오이언을 부르기 위해 달려갔다.
“…안 두렵나?”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서서 기다리던 테스테론이 부하들에게 물었다.
“두렵긴 무슨.”
대답은 제임스에게서 들려왔다.
“이 북방에서 몬스터와 싸우다 죽는 게 뭐가 대수라고.”
익숙한 일이다.
동료를 보내는 일도, 죽음을 각오하는 일도.
“이번엔 그냥 내 차례라고 생각하면 편해. 그렇지?”
동의하듯 묻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내 가족과 전우를 위하여!!”
그들은 아이에르 군과 달리, 주신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전의를 다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