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2)
301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오이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능합니다. 아니,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테스테론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오이언을 설득했다.
“지금 놈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수천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을 겁니다.”
“나의 기사들이라면…….”
“못 막아요, 오이언 경.”
이번엔 제라드가 나서 그의 말을 끊었다.
“신성기사들이 강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드레이카스는 못 막습니다. 왜냐고요? 놈들은 진짜 위험하니까.”
그 자체가 지닌 힘만으로도 지배자를 자처할 정도의 몬스터다.
하지만 드레이카스의 진짜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권속 비슷한 걸로 삼아 부릴 수 있는 놈입니다. 지금처럼 단순히 돌격만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작전을 짜서 공격할 겁니다.”
물론, 그 작전이란 것은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드레이카스의 지능이 그리 높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단순한 작전도 지금 상황에선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 전선은 작은 틈도 벌어져선 안 됩니다. 만약 구멍이 뚫려서 막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전투는 끝나고 학살이 시작될 겁니다.”
지금이야 기사들이 앞장서서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지만, 그게 뚫린다면?
후방에 있는 병사들로는 몬스터를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럼 남은 건 일방적인 학살뿐이다.
“하지만…….”
오이언은 망설였다.
두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의 검은 고작 저딴 몬스터들 따위에게 흔들릴 정도로 가볍지 않았으니까.
“그 작전대로라면 당신들은 죽음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오.”
그가 망설인 이유는, 바로 푸른 방패 기사단 때문이었다.
함께 작전을 하기로 한 삼십여 명의 기사는 모두 중급과 상급으로 이루어진 이들이었다.
대단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생환할 가능성이 높냐고 물으면, 오이언은 결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뻔히 죽을 것을 알고 세운 계획을 아무렇지도 않게 따를 순 없었다.
“괜찮습니다.”
테스테론이 고개를 저었다.
“우린 이미 각오하고 있는 일이니, 오이언 경께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가 해야 할 걱정은 자신들이 아니라, 남아 있는 병력이다.
무려 2만에 달하는 수.
“우리가 희생해서 저 많은 수를 살릴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죠.”
제라드 역시 웃으며 오이언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지금 움직여야 합니다. 더 지체하면, 그땐 정말 늦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 모습에, 오이언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하지만 오이언은 저들을 그냥 죽도록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가능하다면 함께 살아서 돌아오도록 합시다.”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감사합니다.”
테스테론이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라드.”
“경로는 다 짜놨다. 지금 바로 움직이면 돼.”
“그럼 출발하지.”
별동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이언을 선두로 테스테론과 제라드가 그 뒤를 받쳤고, 남은 기사들이 따르는 쐐기 형태였다.
“단숨에 뚫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막히면, 바로 고립되고 말 겁니다.”
“주의하겠소.”
제라드의 설명에 오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제들이 그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특별한 신성마법을 사용해 축복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기도였을 뿐이다.
“갑시다.”
오이언의 검에서 새하얀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길을 열어라!”
번쩌억-!
오러가 떨어져 내리고, 앞을 막고 있던 몬스터들이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33명의 기사가 질주를 시작했다.
* * *
전투는 해가 지고, 다시 뜰 때까지 이어졌다.
단 1초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전투에 모두가 지쳐 가기 시작했다.
특히나 병사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잠도 자지 않고 계속해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막아내다 보니, 결국은 한계에 부딪힌 듯했다.
“주신의 손길!”
뒤쪽에서 사제들이 쉴 새 없이 신성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전과는 달리, 큰 효과를 보여주진 못하는 중이었다.
사제들의 신성력 역시 바닥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억- 헉-!”
조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며, 몇 명이나 남았지?’
자신이 이끌던 백인대를 확인해 보았다.
‘…젠장!’
정예 중 정예라 자부했던 자신의 부하 100명 중, 남아 있는 건 고작 육십여 명에 불과했다.
무려 40명에 가까운 이들이 전사했다.
‘이런 피해를 입은 건 그 용사 양반이랑 얼음벌레를 잡을 때 이후로 처음인데!’
눈동자에 서서히 절망이라는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분명 눈에 띄게 밀리는 형세는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히려 토벌대 쪽이 조금 더 유리했다.
푸른 방패 기사단과 신성기사단이 번갈아가며 전면을 방어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피해가 없을 순 없었다.
가랑비에 몸이 젖듯, 토벌대의 피해는 점차 그 크기를 누적해 가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어느 순간 둑이 터지듯 밀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전에 지원이 와야 할 텐데.’
솔직히 자신들만으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몬스터들을 밀어낼 수도 없었고,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방패처럼 굳건하게 지킬 수도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버티고 또 버티며 지원이 오길 기다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전령은 아직 매시브 가디언에도 도착하지 못했겠지.’
적어도 일주일은 걸리는 거리다.
아무리 쉬지 않고 달려도, 그것보다 빨리 도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이후 반 슬레인이 직접 나서서 여기까지 오는데 하루.
‘8일이라니.’
헛웃음이 나온다.
이제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도 체력은 한계에 도달했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그런데 일주일을 더 버틴다?
절대 불가능하다.
차라리 적이 자신과 같은 인간이었다면 사정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군대였다면, 그들도 휴식은 취할 테니까.
하지만 눈앞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놈들은 몬스터다.
놈들이 쉬기 위해 잠시 병력을 뒤로 뺀다는 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결국은 이대로 계속 싸워야 한다는 건데…….’
조한의 눈에 깃든 좌절감이 한층 더 짙어졌다.
“이럴 때 용사라도 있었다면.”
문득 서우진이 떠오른다.
처음 봤을 땐 나약하고 찌질하기 그지없던 용사.
하지만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더니, 이제는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거대한 존재가 되었다.
만약 그가 옆에 있었다면, 이렇게 절망하지 않았을 텐데.
조한은 이를 악다물며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집결해!”
그러곤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신성기사들의 틈을 비집고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더는 잡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럴 때에 창과 칼을 한 번이라도 더 휘둘러야만 했다.
“방진을 갖춰! 대기해!”
병사들은 조한의 명령에 맞춰 단단히 한 곳으로 모여 커다란 방패가 되었다.
단단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진영이었지만, 적의 기세가 너무도 거세 보였다.
‘한 번만 막자, 한 번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만 놈들의 공격을 버텨내면, 기사들이 도와줄 것이다.
조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소리쳤다.
“찔러어어어-!”
창을 뻗는다.
채앵- 뚝-!
예리하게 벼려진 창날은 몬스터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그리고 단단하던 창대가 놈의 힘을 버티지 못해 부러졌다.
‘조졌네.’
조한은 죽음을 떠올렸다.
아이스 트롤이라 불리는 몬스터의 주먹이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대장!”
“막아아!”
뒤에서 부하들이 다급히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미 늦었다.
저들의 창이 닿기 전에 머리가 먼저 박살나고 말 것이다.
조한은 두 눈을 부릅뜨고 놈을 노려보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놈의 얼굴을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그런데 그때,
콰직-!
아이스 트롤이 짓이겨진다.
문자 그대로였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발로 밟은 것처럼, 피곤죽이 되어 얼음대지에 눌어붙었다.
“뭐, 뭐냐?”
당황한 조한이 눈을 끔뻑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오랜만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며 인사를 건넸다.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애송이 용사?”
* * *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억-!
단 일 검에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반으로 쪼개진 채 몸을 뉘였다.
‘젠장.’
처음엔 웬만하면 동료들에게 맡기고 뒤로 빠져 있으려고 했다.
수만의 몬스터는 경험치 덩어리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도착한 뒤에는 그 생각을 모두 날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시체, 시체, 시체.
눈에 보이는 것은 모조리 시체들이었다.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는 듯했지만, 적어도 1천 명 이상의 희생자가 생겼다.
서우진으로선 예전의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수많은 병사가 희생되었던 그때를 말이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동료들의 레벨 업을 시키려고 병사들의 희생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었으니까.
촤아아아아악-!
분노를 담은 참격에 몬스터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용사다! 지원이 왔다!”
그것을 본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아- 하아-”
기사들 역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크게 외쳤다.
“모두 쓸어버려!”
동시에 미사일이 날아왔다.
휘유우웅- 콰아아아아아앙-!
김다혜의 ‘토마호크’였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충격파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서우진의 동료들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윈드 브레이커’.
‘낙엽 밟기’.
‘러브 아이덴티티 미라클 쇼크’.
‘디스트로이어’.
수많은 스킬들이 발동되며, 몬스터들이 터져 나갔다.
동료들 역시 눈앞의 참혹한 광경에 분노하며, 절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이봐, 용사 나리!”
서우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조한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사 양반들을 좀 구해주게!”
“…기사?”
조한이 가리키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드레이카스가 무려 열두 마리나 존재했고, 그 사이에서 익숙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은 곧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파앙-!
공기를 박차곤 그쪽을 향해 쏜살처럼 날아갔다.
‘신속’까지 사용한 덕분에, 그가 이동하는 모습을 인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번쩌어억-!
순백의 오러가 허공을 가르며 드레이카스 한 마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오이언인가?’
이만한 신성력이 담긴 오러를 사용할 만한 이는 그밖에 없었다.
순백의 오러는 드레이카스의 머리를 베어내곤 그대로 사라졌다.
하지만 다른 놈들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뒀다간, 아무리 오이언이라 해도 무사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서우진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드레이카스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쿠아아아아아아앙-!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충격.
얼어붙은 대지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모두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