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3)
302화.
테스테론은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설마 이렇게 많을 줄이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드레이카스는 일곱 마리였다.
미처 보지 못한 놈들이 있다고 가정하면, 열 마리쯤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정도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은 죽겠지만, 적어도 드레이카스라는 괴물들은 섬멸할 수 있을 테니까.
놈들만 처리해도 피해는 확실히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판단하고 움직였는데…….
‘설마 열다섯 마리나 있을 줄이야.’
대체 어디서 이 많은 놈이 나타났단 말인가?
평생을 매시브 가디언에서 보내며 마주친 수보다도 많았다.
그뿐인가?
트랑가도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있었다.
그것을 본 제라드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 짓던 모습이 떠올랐다.
‘트랑가 무리라니…….’
듣도 보도 못한 경우였다.
자신과 제라드가 상정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서는 상황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오이언과 합심해서 드레이카스 세 마리를 죽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상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제라드.”
테스테론이 자신의 동료를 불렀다.
“바쁜데 왜 불러?”
자신의 반쯤 벗겨진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아낸 제라드가 물었다.
“후퇴해라.”
“…뭐?”
홱- 하고 이쪽을 돌아본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작전은 실패다. 지금이라면 돌아갈 수 있으니, 가능할 때 후퇴하는 게 맞다.”
테스테론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아직 체력과 마력이 남아 있었으니까.
“웃기고 있네.”
하지만 제라드는 코웃음을 쳤다.
“내 말을 들…….”
“혼자 남아서 뒤지려고?”
테스테론이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바보인 줄 아냐? 이 근육덩어리 새끼야.”
후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누군가 후방에서 몬스터들을 막아주어야만 했다.
그리고 테스테론은 그 역할을 자처해서 할 생각이었다.
“네가 그러면 다들 ‘아이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하고 갈 거 같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조금이라도 전력을 유지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다.”
테스테론이 입술을 깨물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앞을 가로막고 있던 처음 보는 몬스터가 목을 떨구며 쓰러졌다.
“드레이카스를 처리하는 것이 실패했으니, 본진으로 돌아가 방어에 집중해야 해.”
그래야만 병사들을 시간을 더 벌 수 있다.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
“그래도 안 돼.”
제라드는 다시 한번 그의 말을 끊고는 고개를 저었다.
“네 말대로 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우리가 돌아가도 저 빌어먹을 놈들을 막지 않는 이상은 못 버텨.”
제라드의 검이 드레이카스 한 마리를 가리켰다.
“돌아가서 방어에 집중해 봐야, 저놈들이 들이닥치면 전부 끝인 거 너도 알잖아.”
그래서 여기까지 별동대를 구성해서 치러온 거 아닌가?
정곡을 찔린 테스테론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빌어먹을.’
자신의 희생으로 모두를 살려서 돌려보내려 했건만, 저 눈치 빠른 놈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저 망할 놈들을 어떻게 해결할지나 생각해 봐.”
제라드는 쉬지 않고 검과 입을 놀렸다.
그의 몇 개 남지 않은 머리카락과 같은 갈색의 오러가 몬스터들을 도륙했다.
“딱히 생각나는 건 없군.”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움직이는 것밖에 없었다.
“오이언 경!”
테스테론의 말에 제라드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압도적인 실력으로 몬스터들을 몰아내던 오이언이 이쪽을 돌아봤다.
“이번엔 저놈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드레이카스를 가리켰다.
오이언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열어라!”
다시 한번 기사들이 질주를 시작했고, 목표가 된 드레이카스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테스테론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평범한 몬스터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지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길을 가로막고 있는 놈들은 트랑가였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지배자 급인 드레이카스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
그런 놈들을 베어가며 이동하려니, 지칠 수밖에.
“지금!”
한 줌의 마력까지 끌어올리며 검을 휘두른 덕에, 결국 길이 뚫렸다.
동시에 오이언이 날아올랐다.
새하얀 오러가 타오르며 드레이카스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번쩌억-!
놈의 목이 허무하게 떨어졌다.
“아, 안 돼! 오이언 경!”
한 마리를 더 죽였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전.
제라드가 크게 경고했다.
목이 떨어진 드레이카스 주위에 있던 트랑가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수는 무려 여덟.
게다가 조금 떨어져 있던 드레이카스마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돌진했다.
저 정도라면 최상급 기사인 오이언에게도 목숨이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테스테론과 제라드가 몸을 날렸지만, 지친 그들의 육체는 너무도 느렸다.
‘안 된다!’
오이언이 당한다.
그 말은 곧, 2만에 달하는 병사들과 동료들의 희망이 꺼진다는 뜻과 동일했다.
어떻게든 구해내야 했지만, 그의 몸은 의지와 달리 앞으로 다가가질 못했다.
“아…….”
오이언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자, 결국 테스테론의 눈에도 절망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쿠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마치 커다란 포탄이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땅과 충돌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단단하게 얼어 있던 대지가 뒤집히고, 붉게 물들어 있던 눈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화아아아아-
마치 붉은 눈이 내리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잠시 후, 붉은 눈발이 가라앉자, 그 안에 감춰져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덟 마리의 트랑가는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나 주변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10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드레이카스는 누군가에게 짓밟혀 숨이 끊어진 뒤였다.
“다행히 안 늦었네.”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짜증나고 싫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존재.
“서우진?”
“어? 아직 살아 있었네요.”
손을 들어 자신들에게 인사를 건넨 이는, 바로 서우진이었다.
* * *
다급하게 움직이느라 힘 조절을 하지 않았더니, 생각보다 더 큰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덕분에 조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혹여나 테스테론을 비롯한 기사들이 충격파에 휘말렸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멀쩡했다.
‘지쳐 있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네.’
기사들의 속도가 느려 충격파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까지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서우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테스테론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당황했는지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들과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게 아니었으니까.
“너도 괜찮은 거 같고.”
서우진이 돌아서자 드레이카스의 짓뭉개진 사체 옆에 서 있는 오이언이 보였다.
그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서우진의 얼굴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쉴 수 있겠군.”
오이언의 굳어 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서우진이 나타났으니,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저 양반들 데리고 뒤로 빠져 있어. 여긴 나와 내 동료들이 처리할 테니까.”
그 말에 오이언이 주변을 둘러보다, 다른 용사들을 발견했다.
파죽지세로 몬스터들을 압살하고 있는 모습에, 오이언은 순순히 서우진의 말을 들었다.
“알겠소.”
용사의 수는 서우진을 포함해도 겨우 열 명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몬스터는 정확히 몇 마리인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그런데도 서우진의 말이 터무니없다 생각되진 않았다.
그가 아는 ‘검은 존재’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몬스터들을 학살할 수 있었으니까.
오이언이 뒤로 물러나자 서우진 역시 몸을 돌렸다.
“너희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단 말이지.”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웬만하면 나서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동료들에겐 미안하지만, 이번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속에 쌓여 있는 분이 좀 풀릴 듯했다.
혼돈기가 마력회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너무도 거대한 힘을 견뎌내지 못한 공간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후퇴하던 오이언과 기사들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볼 정도로 강대한 혼돈기가 주변을 천천히 짓눌렀다.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에 몬스터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고, 혼돈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극한까지 압축된 혼돈기가 모이자,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무간(無間).”
우지직- 우지지지직-!
땅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대한 진동과 함께 얼음이 깨져 나가며 영구동토층마저 갈라졌다.
흐으으으으으으-
그 안에서 흐느낌이 들려왔다.
듣는 이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일으키는 소리였다.
그르르르르-
인간보다 본능에 충실한 몬스터들이 몸을 움츠리며 굳어졌다.
자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격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흐아아아아아-!!
그리고 잠시 후.
균열에서 여덟 개의 머리와 64개의 눈이 달린 개들이 수도 없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몬스터들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남쪽과는 정반대인 북쪽을 향해.
서로 밟고 밟히며 달렸다.
하지만 지옥에서 올라온 개들은 놈들을 놓치지 않았다.
설원을 떨어 울리는 거대한 포효와 함께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만 마리의 몬스터?
지배자 급의 드레이카스?
그것은 서우진이 소환한 개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될 수 없었다.
놈들은 그저 포식자에게 쫓기는 나약한 사냥감에 불과했다.
사방에서 몬스터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콰드득-! 우적우적-!
그사이로 살을 찢고 뼈를 씹는 소리도 들려왔다.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철저하게 피식자가 되어 잡아먹히는 것이었다.
서우진은 그 광경을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만 봤다.
그렇게 십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남아 있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그 짧은 사이에 모두 잡아먹힌 것이다.
64개의 눈동자가 주변을 훑으며 사냥감을 탐색했지만, 더는 남아 있질 않다는 걸 깨달았다.
크르르르르르르-
서우진을 향해 마치 인사하듯 이빨을 내보인 개들은, 그대로 다시 균열 안쪽으로 돌아갔다.
적막이 흘렀다.
방금 자신들이 본 공포스러운 광경에, 도저히 입을 열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흐음…….’
그것은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스킬일 줄은 몰랐는데.’
그도 처음 사용해 보는 스킬이었다.
지옥의 개를 소환해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좋다는 설명에 써본 것뿐이었는데…….
‘곤란하네.’
서우진은 동료들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