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새벽의 차가운 어스름이 내려앉았다.
어둠이 가시고, 미약한 빛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깨어라!]크라토스가 일갈했다.
쿠웅-!
막대한 양의 마기가 쏟아져 내리며 주변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압박감이었다.
옆에 서 있던 백시우조차도 그 힘을 이겨내기가 힘들어 잠시 비틀거릴 정도의 힘!
‘크윽!’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한 백시우는 이를 악다물며 자신의 마기를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체내로 마기가 순환하기 시작하자, 가까스로 버텨낼 수 있었다.
‘젠장, 젠장!’
크라토스가 강력한 놈인 건 알고 있었다.
일전에 사자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터트려 죽여 버릴 정도였으니까.
거기에 서우진과 싸우는 모습도 직접 보았다.
당연히 강력한 존재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의 실체를 직접 경험해 보니, 상상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섰다.
‘대체 그놈은 어떻게…….’
백시우는 서우진을 떠올렸다.
이런 괴물과 어찌 그런 싸움을 벌일 수 있었던 걸까?
아니, 단순히 싸운 것도 아니다.
시종일관 압도했으며, 크라토스 특유의 초재생력이 없었다면 갈기갈기 찢어놨을 게 분명했다.
‘나와 그놈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자신은 SSS급의 ‘검신’이다.
서우진은 고작해야 D급의 ‘검병’이었고.
둘 사이에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격차가 존재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말이다.
질투심이 치솟았다.
분노가 차올랐다.
온갖 부정적인 악감정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서우진을 찾아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시작되는군.]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드넓은 초원의 한복판에 손톱만 한 균열이 만들어졌다.
찌이익- 찌직-
마치 천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균열이 그 크기를 늘려갔다.
그으으으으.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도 불길하고, 암울하며, 역겨운 소리.
옛 짐승이 토해내는 울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백시우에게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뒤, 검을 뽑았다.
스르르릉-
사자가 준비해 준 검.
그것은 백시우의 마기를 먹고 자란 탓에, 이젠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마검이 되어 있었다.
[‘알로 페쿠스’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려라.]크라토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침착한 모습으로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오히려 두려움에 집어삼켜진 백시우가 몸을 달싹이며 안절부절못했다.
[놈의 약점은 오직 지금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크라토스는 담담한 음성으로 ‘알로 페쿠스’의 약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침의 첫 빛이 놈에게 닿을 때 굳게 닫혀 있던 머리가 열리고, 천지간의 기운을 빨아들인다. 우리가 노려야 할 건 바로 그때다.]“정수리를 노리라는 건가?”
[정확하다.]‘알로 페쿠스’의 가죽은 크라토스가 생채기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중, 놈을 해할 수 있는 존재는 셋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강력한 놈이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오직 지금.
‘알로 페쿠스’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가능할까?’
백시우는 서서히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옛 짐승의 위용에 손이 떨려왔다.
크기는 크라토스와 비슷한 5미터 내외.
거대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은 덩치도 아니다.
전체적으론 포유류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흉포함은 일반 짐승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괜히 최초의 마수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군.’
기지개는 펴는 것조차 전율적이다.
이러한 공포심을 주는 존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서우진도 이 정도는 아니야.’
백시우가 생각하는 가장 강한 존재는 서우진이었다.
하지만 그조차 ‘알로 페쿠스’에는 비하지 못할 것 같았다.
적어도 그가 느끼기엔 그러했다.
[준비해라.]잡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크라토스가 경고가 담긴 음성으로 백시우의 정신을 일깨웠다.
“알고 있어.”
[명심해라. 기회는 한 번뿐이다. 만약 실패하면, 너에게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으리라.]“알고 있다고.”
마기를 검에 담았다.
머릿속에 떠올라 있던 수많은 잡생각들을 조금씩 지워갔다.
남길 것은 오직 ‘알로 페쿠스’를 죽인다는 일념 하나.
어둠이 가시고 태양이 뜨며, 초원을 밝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는 빛은, 어느새 균열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온 ‘알로 페쿠스’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태양빛이 놈의 육체에 닿는 순간.
쩌어어억-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머리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지금!]크라토스가 짧게 외치자 백시우가 위에서 아래로 검을 그었다.
“번천뢰.”
거대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크기의 검은 뇌전 한 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신이 내린 징벌일까?
그것은 번개라기보단, 세상을 꿰뚫기 위해 내리 꽂은 뇌신의 창과도 같았다.
콰과과과과과과광-!!!
하늘이 뒤집어지고, 땅이 터졌다.
사방으로 퍼져 나간 뇌기가 초원을 불태웠으며, 하늘에는 잔류 마기가 어둠을 드리우고 있었다.
비명은 없었다.
아니, 그저 들리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백시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을 노려보았다.
그곳엔 ‘알로 페쿠스’는 머리가 열린 채,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단 한 수.
약점을 노렸다고는 하지만, 최초의 마수라는 이름이 붙은 존재가 단번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성공이다.]크라토스가 선언했고, 백시우의 눈앞에선 수많은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
‘쯧.’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제부터 시작된 찜찜한 불안감이 이제는 극에 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주변을 돌아보기까지 했지만, 걸리는 것은 없었다.
서우진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 같았다.
‘별것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속으로 그렇게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이지아가 옆에 찰싹- 붙으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서우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기엔, 표정이 너무 심각했는데? 무슨 일 있죠? 또 막 큰일이 벌어지고 그런 거예요?”
이지아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질척였다.
“지아야, 우진 씨 너무 괴롭히지 마.”
서우진이 난감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다행히 옆에 있던 계수지가 말려주었다.
“아, 심심한데…….”
그러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심심하면 저쪽에 있는 몬스터나 잡고 와. 4백 미터쯤 떨어져 있는 곳에, 스무 마리 정도 있으니까.”
강병규까지 나서서 말하자, 이지아는 쳇! 하며 혀를 차고는 몸을 돌렸다.
“이쪽이요?”
“그래, 맞아.”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지아가 발을 굴렀다.
콰앙-!
“그럼 다녀올게요!”
마치 쏜살처럼 설원을 가로지르며 멀어졌다.
“…참 기운도 넘치는 애야.”
“그렇지?”
서우진의 말에 강병규가 낄낄- 거리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런데 우린 여기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부상자들도 어느 정도 회복을 했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도 될 것 같은데.”
이번엔 계수지가 물었다.
“저희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사냥도 하지 못했는데, 벌써 돌아갈 순 없죠.”
“음? 그럼 왜 여기에 멈춰 있는 거죠?”
서우진의 말에 계수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는 사냥하지 않고 토벌대와 함께 매시브 가디언으로 복귀할 것이라 생각한 듯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여기에 머물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아니라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을 만나서 할 일이 좀 있으니, 그걸 끝내고 다시 사냥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기다리는 사람?”
강병규가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음, 얼마 전에 생긴 인연인데. 내가 말을 해줘도 잘 모를 거야. 직접 보는 게 낫지. 아참, 그리고 모두에게 부탁할 게 좀 있는데.”
서우진이 말하자, 동료들이 그게 뭐냐는 듯 쳐다봤다.
“그분이 도착하면 내가 뭘 좀 해야 하거든? 그런데 아무도 접근을 해선 안 돼.”
“경계를 서달란 말인가요?”
“맞아요. 천막 주위로 1킬로미터 내에는 절대 그 누구도 들어오게 해서는 안 돼요.”
“1킬로미터라니… 그렇게 넓게?”
강병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하자, 서우진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좀 비밀스럽게 해야 하는 일이라서. 그래도 오이언 경도 도와주기로 했으니, 충분할 거야.”
반경 1킬로미터는 꽤나 넓은 면적이었다.
하지만 용사들과 최상급 기사인 오이언의 인지 능력이라면, 외부의 침입을 막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뭐, 상관없긴 한데. 그 할 일이란 게 뭔데?”
“그것도 나중에 설명해 줄게.”
주변에 듣는 귀가 많다.
차라리 다음에 시간을 내서 한 번에 얘기해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알겠어요. 주변 경계는 저희한테 맡기세요.”
계수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서우진에게 받은 것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일을 해주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아한테도 얘기해 줘야겠어요. 얼마나 걸릴까요?”
“1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구동환이 은근슬쩍 계수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15분 예상해요.”
그러자 계수지 역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반응해 주었고.
그 결과, 결국 두 사람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기에 돌입했다.
“부탁 하나 들어주기, 어때요?”
“그건 너무 약한 것 같은데. 그것보단 하루 동안 노예 되기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요?”
둘은 신이 나서 내기에 대해 떠들더니, 이내 주변 동료들에게 공증까지 받았다.
“저러다 정들겠네.”
강병규가 구동환과 계수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실제로 다른 용사들 중에서는 꽤 많은 수의 커플이 탄생하기도 했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낯선 세계에 떨어졌으니, 서로가 의지하다 사귀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강병규가 아리송한 눈빛으로 둘을 비교하다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남 연애 신경쓸 때가 아니지.”
전투 직업이 아닌 그로선, 연애보다는 생존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급했다.
“그런데, 기다린다는 분은 언제 쯤 도착하신대냐?”
매시브 가디언을 나선 이후, 아직 사냥다운 사냥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고작해야 방금 전의 이지아처럼,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놈들 몇 마리를 처리하는 게 전부였다.
솔직히 얼른 사냥을 시작해서 레벨을 올리고 싶었다.
“양반은 못되네.”
“뭐? 그게 무슨… 아!”
서우진의 뜬금없는 대답에 눈을 끔뻑이던 강병규가 무릎을 쳤다.
“거의 도착한 것 같다.”
토벌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프레이야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