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6)
306화.
‘급하긴 하신가 보네.’
서우진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야의 속도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노쇠한 육체를 생각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오이언 경에게 기다리던 사람이 오고 있다고 말 좀 전해줘. 나는 그동안 준비하고 있을게.”
“어, 그래. 알았다.”
서우진의 부탁에 강병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이언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어디 보자…….’
병력과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고, 주변의 경계가 용이한 곳을 찾아봤다.
‘대충 저쯤으로 할까?’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적당한 장소가 있었다.
그쪽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일을 진행하면, 그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우진은 테스테론에게 가서 커다란 천막 하나를 빌려온 뒤, 동료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여기에 치면 됩니까?”
“아, 네. 부탁드릴게요.”
“저만 믿으세요. 이런 건 군대에서 수도 없이 많이 쳐봤으니까.”
구동환이 자신 있다는 미소를 짓고는 천막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진 씨, 그럼 저희는…….”
“손님이 오면, 아까 부탁했던 대로 해주시면 됩니다.”
서우진의 말에 계수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그동안 저희는 조금 쉬고 있으면 되겠군요.”
“다같이 동환 씨를 도와주시면…….”
씨익-
계수지가 미소를 짓는다.
“힘쓰는 건 노예한테나 어울리는 일이죠.”
서우진은 그제야 조금 전 둘이 했던 내기를 떠올렸다.
‘계수지 씨가 이겼구나.’
이지아가 몬스터를 사냥하러 나선 지 벌써 10분이 훌쩍 넘어섰던 것이다.
“동환 씨, 혹시 도움 필요해요?”
“…괜찮습니다.”
구동환은 계수지의 물음에 시선을 피하며 거절했다.
“보셨죠? 혼자서도 가능하시다네요.”
눈웃음을 짓는 그녀의 모습엔 승자의 여유가 가득해 보였다.
“아, 네. 그렇군요.”
왠지 구동환이 조금 불쌍해졌다.
‘그러게 왜 자꾸 이기지도 못할 내기를 해서 고생을 사서 하나.’
조금 안타깝긴 했지만, 자신이 도와줄 순 없었다.
프레이야의 육체를 재구성하기 위해선, 서우진 역시 미리 준비를 해둬야 했기 때문이었다.
구동환의 애처로운 눈빛을 애써 외면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옮겼다.
* * *
“이얍!”
콰아아아아앙-!
가볍게 내지른 주먹질에 스노울 한 마리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뭉개지며 뒤로 날아갔다.
“흐음.”
하지만 이지아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빡! 하면 촤악! 하는 게 더 좋은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녀는 진지했다.
“마력을 조금 더 집중시켜야 하나? 우음, 모르겠네.”
이지아는 지금 스노울을 상대로 기술을 연마하는 중이었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와 비슷한 위력의 공격을 해내고 싶었다.
반 슬레인에게 훈련을 받으며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순 있었지만, 아직 실전에 사용하기엔 조금 부족했다.
“이 정도 몬스터를 상대로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큰일인데.”
이지아는 약간 조급해하는 중이었다.
계수지나 구동환, 그리고 유홍설까지 스킬 없이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A급 중에는 오직 자신만이 계속해서 실패하는 중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물론 동료들에게 질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엔 이지아의 심성이 너무도 바르다.
그녀가 조급해하는 이유는, 훗날 자신이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직까진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지만, 강림 전쟁이 시작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적들이 출몰할 터.
그때도 지금처럼 쉽게 적들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부지런히 성장해야만 했다.
“돌아가면 아저씨한테 물어봐야겠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만약 용사들을 성장시키는 게 쉬웠다면, 강림 전쟁에서 패배할까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지아는, 서우진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일단 남은 녀석들을 다 정리하고…… 어?”
주변을 포위한 채 꼬리를 말고 있던 스노울을 둘러보던 이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강력한 기운들이 빠르게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하나는 익숙한데.’
요즘 질릴 정도로 겪어본 마력이다.
“반 할아버지.”
떠올리는 것만으로 오한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토벌대 소식을 듣고는 최대한 빠르게 지원하기 위해 달려온 듯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었다.
“누구지?”
결코 반 슬레인에 뒤처지지 않는 마력이었다.
아니, 단순한 양으로만 따지자면 그를 넘어서는 듯했다.
반 슬레인과 동행하고 있었으니 적은 아닌 게 확실했는데,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지아는 멀뚱히 서서 그 두 사람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깨개갱-!
스노울 역시 두 사람의 기운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는지,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오줌까지 지릴 정도로 두려움에 휩싸였음에도, 도망은 치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도저히 다리를 움직일 수조차 없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테니까.
‘그냥 죽일까?’
괜히 살려두느니 지금이라도 모조리 사냥을 해두는 게…….
여기까지 생각을 했을 때였다.
파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두 명의 남녀가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아아아악-!
뒤늦게 바람이 불어오며 쌓여 있던 눈이 휘몰아쳤다.
“역시 자네였군.”
반 슬레인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지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 여기서 뵐 줄은 몰랐네요.”
‘웬만하면 오랫동안 안 보길 바랐는데’라는 뒷말은 가까스로 삼킬 수 있었다.
“이곳에 혼자 나와 스노울들을 사냥하고 있다는 건, 대충 사태가 해결되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이지아가 예상했던 것처럼, 그는 토벌대의 구원을 위해 다급히 달려온 듯했다.
“아저씨가 다 해결했어요. 막 쩌적! 하니까 괴물개들이 튀어나와서 다 죽였거든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으음, 그런가?”
반 슬레인이 난감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실로 다행일세. 혹여나 늦지 않을까 걱정했네만.”
“지금은 다 쉬는 중이에요. 피해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부상자들의 치료가 끝나면 돌아갈 예정이라던데요?”
“허허, 참으로 다행이군.”
반 슬레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옆에 할머니는 누구세요?”
이지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그녀에게 항상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분은…….”
“프레이야라 한다, 아이야.”
“아! 아저씨가 말한 분이시구나.”
프레이야란 이름을 들은 이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사람 아닌가.
“안녕하세요. 저는 이지아라고 합니다.”
머리를 꾸벅- 숙이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그래, 나도 반갑구나.”
프레이야는 마치 친할머니처럼 인자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방금 말한 아저씨가 혹시 서우진이란 아이더냐?”
“네! 맞아요!”
이지아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러곤 서우진이 얼마나 강한 용사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프레이야는 관심을 보이며 경청했지만, 이내 지쳐 가는 듯했다.
이 차디찬 설원 한복판에 가만히 서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건, 그녀의 체력으론 무리였던 것이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막 검을 뽑고는 그대로 확! 하고…….”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꾸나.”
프레이야가 힘들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반 슬레인이 슬쩍 끼어들며 말을 끊었다.
“내 정신 좀 봐! 추우셨죠? 얼른 돌아갈까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지아가 호들갑을 떨며 사과하고는 몸을 돌렸다.
“이쪽으로 가면 숙영지가 있어요. 얼마 안 머니까 같이 가요!”
세 사람이라면 몇 분 걸리지도 않아 도착할 것이다.
“아차! 잠시만요. 돌아가기 전에 일단… ‘펠트 블로우’!”
스킬이 발동했다.
동시에 이지아의 주먹이 수십, 수백 개로 분열되며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곽-!
고작해야 열 마리도 남지 않았던 스노울들이 문자 그대로 박살이 났다.
핏방울이 마치 안개처럼 퍼져 나가며, 설원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것을 본 프레이야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대단하구나.”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
아직 초극의 경지에는 닿지 못했지만, 최상급 기사 따위는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머리카락 하나 건드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용사들은 다 이 정도인가?”
프레이야가 물었다.
“저보다 강한 사람도 많아요.”
서우진을 제외하고서라도, 몇 명이 있었다.
구동환, 계수지, 진태성, 박진한, 김태진, 임태은.
그들은 확실히 이지아보다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리 많단 말이더냐?”
“그중 제일은 아저씨고요!”
그녀가 생각하기엔, 모든 용사가 한 번에 달려들어도 서우진은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
“흘흘-”
이지아의 말에 프레이야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 참 기대가 되는구나.”
서우진의 말대로 된다면, 자신은 앞으로 꽤 많은 용사와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로써, 빠르게 자신의 뒤를 추격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게 꽤나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전에 육체의 재구성에 성공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이제 돌아가요!”
왠지 신이 난 이지아가 걸음을 옮기자,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가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마치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 * *
어둠이 내려앉는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했음에도 주변은 마치 밤이 찾아온 것처럼 어두워졌다.
후으으으-
지독하리마치 짙은 마기가 숨결에 섞여 흘러나왔다.
‘힘이 넘친다.’
고작 호흡에 담긴 마기조차 주변의 풍경을 일그러뜨릴 정도의 힘이 있었다.
‘고작해야 5레벨이 올랐을 뿐인데.’
그것도 엄청난 성과이긴 했다.
100레벨이 넘은 상태에서 한 번에 그만큼 레벨 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딴 레벨 따위가 아니었다.
[격의 상승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크라토스의 음성에서 격앙된 감정이 느껴졌다.
‘격의 상승.’
놈의 말대로 백시우는 한 차원 높은 격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그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왔던 일이었다.
“이제야…….”
서우진과 같은 선에 섰다.
그 괴물 같은 놈을 찢어발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었다.
‘아니, 아직은 아니다.’
놈에게는 동료들이 있다.
그중에는 초극의 경지에 이른 이들도 여럿.
그들을 한 번에 모조리 쳐죽이려면 조금 더 성장할 필요가 있었다.
“크라토스.”
백시우가 크라토스를 불렀다.
그러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사도들을 모으도록.”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명령.
크라토스는 잠시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열두 개의 머리를 땅으로 조아리며 대답했다.
[왕의 뜻대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