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오셨습니까?”
서우진은 정중하게 반 슬레인을 맞이했다.
“이 아이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다네. 진심으로 고맙네.”
반 슬레인이 허리를 숙였다.
토벌대를 위험에서 구해준 서우진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다.
“안 그러셔도 됩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서우진이 그런 반 슬레인의 몸을 붙잡으며 말렸다.
자신이 병사들을 구한 것은 맞지만, 그건 이런 인사를 받고자 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히 나서서 해야 할 일이었다.
서우진 역시 그들과 함께 싸웠던 전우였으니까.
“허허-”
반 슬레인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자네 정말 많이 변했구먼.”
매시브 가디언에 처음 왔을 때 보았던 것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좋은 쪽으로의 변화였다.
가끔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보이긴 했지만, 자신감 없이 다른 이의 등뒤에 숨어 있는 것보단 훨씬 보기 좋았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고마운 걸세.”
반 슬레인은 기어코 서우진을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
“이거 참…….”
서우진이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는 좀 어색했다.
그래서 재빨리 시선을 돌려, 반 슬레인의 옆에 있는 이를 쳐다봤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프레이야였다.
그녀는 얼마 전에 봤을 때보다도 더욱 쇠약해진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아이에르의 상황을 해결하려 무리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간 듯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이대로 갔다간 1년이 아니라 1개월도 채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프레이야의 상태는 심각했던 것이다.
“네 말을 듣고 곧장 출발했다.”
프레이야가 서우진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늦으시면 어떡하나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좀 서둘렀지.”
서우진의 말에 프레이야가 흘흘-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내 육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반 슬레인 백작님께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게 가능하겠냐는 표정이었다.
무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다섯은 있어야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서우진 홀로 감당하겠다니, 미심쩍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불가능했다면 이곳까지 모시지도 않았을 겁니다.”
서우진은 굳이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별것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을 할 뿐.
하지만 그 모습이 좀 더 신뢰가 갔다.
“그런가?”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이 먼 북방까지 걸음을 했으니, 일단은 한번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나?”
이번엔 반 슬레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습니다. 혼자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래도 둘이 하면 조금 더 나을 터인데…….”
“혼자가 편합니다.”
반 슬레인에게 ‘마왕화’를 한 모습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그라면 다짜고짜 공격을 하거나 하진 않겠지만, 괜히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으니까.
그냥 처음 계획했던 대로, 혼자서 하는 게 마음도 편했다.
서우진의 단호한 음성에 반 슬레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알겠네. 그럼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그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반 슬레인이 이렇게 쉽게 물러선다는 건, 그만큼 서우진을 믿고 있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늙은이는 무얼 하면 되지?”
“장소를 마련해 두었으니,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서우진이 몸을 돌려 한쪽을 가리켰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천막 하나가 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지아야, 수지 씨한테 한번 가봐.”
아직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듣지 못한 이지아를 보내곤, 프레이야와 함께 천막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영주님은 주변의 호위를 좀 부탁드립니다.”
“…지켜보는 것도 안 되는 겐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주시는 게 더 도움이 되실 것 같거든요.”
서우진의 말에 허허-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알겠네. 자네 말을 따르도록 하지.”
서우진과 프레이야를 따라오려던 반 슬레인은 걸음을 멈추곤 몸을 돌렸다.
절대 천막 주변으로는 그 누구도 접근을 시키지 않겠다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저흰 그럼 가죠.”
도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1킬로미터 남짓한 거리였으니, 금세 도착한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서우진은 프레이야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내곤, ‘신룡안’을 펼쳐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
동료들이 천막을 중심으로 넓게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지아 역시 계수지에게 설명을 들었는지, 자신이 맡아야 할 장소로 이동했다.
‘빈틈은 없는 것 같군.’
무려 초극의 강자와 아홉 명의 용사가 둘러싸고 있었다.
누군가 비집고 들어올 만한 허점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시작해도 되겠어.’
주변의 경계태세에 안심한 서우진이 프레이야의 뒤를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에 앉으면 되나?”
천막 한가운데에는 찬 기운을 막아줄 수 있는 두터운 러그가 깔려 있었다.
“편히 앉아서 눈을 감고 계시면 됩니다.”
프레이야가 고개를 끄덕이곤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아프실 수도 있습니다.”
서우진이 그녀의 등 쪽에 서며 말했다.
“흘흘- 내게 고통은 익숙한 감각이니라.”
“지금껏 겪으신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아프실 수도 있어요.”
서우진은 무거운 음성으로 다시 한번 경고를 해주었다.
“아픈 것이 죽는 것보다 낫다, 이 녀석아.”
‘뭐, 그렇긴 하지.’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서, 죽고 싶을 리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본능 아니던가.
그것은 초극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전투할 때처럼 폭발적인 팽창은 아니었다.
그보단 훨씬 조용히, 그리고 잔잔한 흐름이었다.
‘마력회로를 따라 움직인다.’
반 슬레인에게 자세한 방법을 배웠다.
혼자서도 해낼 수 있도록 머릿속에 완벽히 숙지를 해둔 상태였다.
서우진은 망설임 없이 혼돈기를 프레이야의 마력회로에 주입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혼돈기와 마력이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음-’
저항은 거칠었다.
평생을 쌓아온 마력이, 갑자기 몸 안으로 들어온 이질적인 기운을 배척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강제로 길을 뚫지 않았다.
오히려 성질난 아이를 달래듯, 조금씩 보듬어 달랬다.
움찔-
프레이야의 몸이 흔들렸다.
‘조심해야겠군.’
아무리 주의해서 혼돈기를 컨트롤한다고 해도, 그녀의 육체는 너무도 나약했다.
아주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더욱 정밀하게 조절하기 시작했다.
마치 거북이처럼 아주 천천히.
그리고 봄바람처럼 섬세하게.
또르륵- 하고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자신의 기운으로 다른 사람의 기운을 품어 순환시키는 것은, 초극의 경지에 이른 서우진으로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내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마침내…….
‘됐다.’
혼돈기가 프레이야의 체내를 한 바퀴 순환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녀의 마력은 혼돈기를 더는 배척하지 않았다.
물론 받아들인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반발력으로 인한 내상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지금부터야.’
이제야 첫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앞으로 남아 있는 길이 구만리였다.
서우진은 조금 더 빠르게 프레이야의 마력회로를 따라 혼돈기를 움직였다.
‘막힌 곳이 많아.’
나이가 들며, 뻥- 뚫려 있던 마력회로의 대부분이 막혀 있었다.
심지어 너무도 약해진 탓에 아주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뒤틀리고 찢어질 가능성도 높았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이용해 막힌 길을 뚫어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속으로 개수를 세어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막힌 곳이 너무도 많아 80개 이후부터는 더 세지 않았다.
한두 방울씩 흐르던 땀은 이제 비가 내리듯 쏟아지고 있었다.
프레이야 역시 전신을 엄습하는 고통을 감내하느라, 연신 몸을 떨어댔다.
‘조금만 더…….’
흐릿해지는 시야를 부여잡으며 입술을 짓씹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 시간? 두 시간?
모르겠다.
어쩌면 하루가 지났을지도 모른다.
시간 관념이 사라지고, 정신까지 혼미해졌다.
소모된 혼돈기의 양을 보면, 며칠이 흘렀을 수도 있었다.
‘이제 몇 개 안 남았어.’
프레이야의 육체가 노쇠한 만큼, 극도로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던 이의 마력회로를 정상으로 만드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서우진은 해냈다.
이제 남은 건…….
‘한 개.’
마지막 고비다.
서우진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지금까지의 과정도 지난했지만, 눈앞에 마주한 마지막 장애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위험하고, 난해하며, 힘든 작업이었다.
‘여기서 초극의 강자 다섯 명이 필요하지.’
지금까진 혼자의 힘으로도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단계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막혀 있는 이 마력회로를 뚫으려면, 서우진과 같은 경지에 이른 존재가 다섯은 필요하다.
그 정도가 아니면 뚫어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으니까.
서우진이 프레이야를 살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간신히 참아내고 있던 그녀는, 어느새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등에 대고 있는 서우진의 손이 아니었다면, 벌써 옆으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좋아.’
서우진에겐 오히려 다행인 상황.
‘한 번에 간다.’
시간을 끌면 자신과 프레이야 모두에게 위험하다.
서우진은 눈을 강하게 감았다 뜨며 입을 열었다.
“마왕화.”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미증유의 혼돈기가 샘솟는다.
뿔과 날개가 돋아나고, 짧았던 머리가 길게 자라났다.
검은색의 외피가 육체를 뒤덮고, 상상을 초월하는 전능감이 세상에 내려앉았다.
혼미해진 정신이 또렷해졌다.
“좋군.”
처음부터 ‘마왕화’를 해서 끝낼 걸 그랬다.
‘아니, 그랬다면 실패했으려나?’
프레이야의 육체가 이 거대한 혼돈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 나갔을 확률이 높았다.
마지막의 마지막.
지금 사용하는 게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완벽한 ‘마왕’이 된 서우진은 프레이야의 마력회로에 남아 있는 혼돈기를 한 곳에 응축시켰다.
결코 적지 않은 양이었건만, 그것을 모으자 새끼손톱보다 작은 덩어리로 화했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움직였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프레이야의 마력이 깜짝 놀라 막아보려 했지만, 혼돈기는 너무도 쉽게 그것들을 지나쳤다.
점점 속도를 붙이기 시작한 혼돈기가 순식간에 수십 번이나 마력회로를 순환하고는 한곳을 향해 질주했다.
바로 단단히 막혀 있는 장애물을 향해서였다.
쐐애애액-!
마치 총알처럼 날아가는 혼돈기를 향해 서우진이 담담히 명령했다.
“꿰뚫어라.”
꽈아아아아아앙-!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