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하아암…….”
이지아가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며 하품을 했다.
“오래 걸리네.”
저 천막 안에서 서우진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반 슬레인과 같이 온 할머니에게 젊음을 되찾아주는 작업이라나, 뭐라나.
“그러니까 회춘을 시켜 드린다는 거지?”
정확히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그게 가능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반 슬레인의 반응을 보면 정말 어려운 작업인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서우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었다.
“벌써 나흘짼데.”
아무리 오래 걸려도 네다섯 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여겼다.
서우진의 힘을 생각하면, 그 정도도 정말 길게 잡은 것이었다.
한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질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대로 돌아가면서 경계를 서자고 할 걸.”
설마하니 나흘이 지날 동안 꼼짝 없이 이 설원 한복판에 서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히잉- 하며 울상을 지었다.
밥이야 병사들이 매 끼니때마다 가져다줘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용변은 아니었다.
서로간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용사들의 시야라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이십대 초반의 그녀로선 이 허허벌판에서 엉덩이를 까고 용무를 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어서 끝내요, 아저씨.”
이지아는 울상을 지으며 천막 쪽을 향해 간절히 빌었다.
이대로 기약 없이 계속 시간이 흐른다면, 더는 참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땅이 진동했다.
아니, 땅뿐만이 아니었다.
대기가 떨리고, 이지아의 마력까지 마치 천적을 눈앞에 둔 것처럼 웅크려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눈을 크게 뜨고 진동의 진원지를 쳐다봤다.
당연하게도 그곳은 서우진과 프레이야가 들어간 천막 쪽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서우진 특유의 기운인 혼돈기가 뻗어 나오며 세상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으윽!”
이지아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혼돈기는 자신에게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음에도, 너무도 거대한 위압감에 짓눌린 것이다.
이변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혼돈기에 가려져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던 프레이야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치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순식간에 주변의 혼돈기를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허어업!”
가공하다.
너무도 거대한 마력 앞에, 이지아는 자신의 힘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뒤로 물러서게!”
그때, 옆에서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반 슬레인이 소리쳤다.
그는 이지아에게 천막과의 거리를 벌리라며 손짓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 말을 따라 빠르게 후퇴한 이지아가 반 슬레인의 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성공한 모양이네.”
“어? 정말요?”
이지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가 되었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우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다른 동료들 역시 빠르게 이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구동환이 놀란 표정으로 천막을 가리켰다.
“이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힘인가?”
구동환으로선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겪어왔던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하고 거대한 기운이었다.
“프레이야 경의 힘이네. 막혀 있던 마력회로가 뚫리며, 정체된 마력이 흐르기 시작한 게지.”
설명해 주던 반 슬레인이 허허- 하고 웃었다.
“헌데 내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마력이구먼.”
프레이야는 반 슬레인보다 한 세대 먼저 활약한 기사였다.
그가 초극의 경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은퇴했으니, 정확히 그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결코 자신의 밑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대체 왜 육체의 재구성을 이룩하지 못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저 정도의 힘이라면 진즉에 경지를 뛰어넘었을 터인데.”
반 슬레인이 감탄한 음성으로 말하자, 이지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반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나 강한 거예요? 설마 아저씨보다도 강한 건 아니죠?”
그녀에게 있어 세계최강의 존재는 서우진이었다.
사도든, 수호자든, 마왕이든.
모두 서우진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프레이야의 힘을 직접 피부로 느끼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네.”
반 슬레인이 고개를 저었다.
“이전이었다면 확실히 프레이야 경이 강하다 단언할 수 있었겠네만, 지금은…….”
반 슬레인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는다.
‘대체 저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서우진의 혼돈기는 반 슬레인이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초월했다.
‘이건 ‘셀레스티얼 윙’으로 인한 힘의 증폭 덕분이 아니다.’
처음 서우진이 이 일을 맡겠다고 했을 때,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하면 혼자서도 가능하다고 말을 했었다.
반 슬레인도 그 말에 동의했다.
최대 다섯 배까지 모든 힘을 증폭시켜 주는 마법이라면, 서우진 혼자 다섯 명분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에 따른 반동이 문제였지만, 매시브 가디언에는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고작 ‘셀레스티얼 윙’ 따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섯 배?’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지금 느껴지는 서우진의 기운은, 다섯 배가 아니라 수십 배 이상 커졌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격 자체도 높아졌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지금의 서우진이라면 자신조차 일수에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장난처럼 휘두르는 검에 제대로 된 반응도 하지 못하고 베일 게 분명했다.
전율스러웠다.
‘이래서 혼자 하겠다고 나선 게로구나.’
이 힘의 비밀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반 슬레인은 서우진이 숨기고 있는 것이 궁금했으나, 애써 꾹꾹 눌러 담았다.
자신에게 밝히지 않는 이유가 있으니 감추는 것일 테니 말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말을 해주겠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반 슬레인과 이지아, 그리고 다른 용사들.
그들은 모두 천지를 모두 뒤집어엎을 정도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천막을 쳐다보며, 각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 * *
‘성공이다!’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다.
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단단한 벽이, 단 한 번의 충돌로 허물어졌다.
이것으로 프레이야의 마력회로는 완전히 타통되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섰다.
콰과과과과과-!
마치 비포장도로가 고속도로로 바뀐 것처럼, 마력이 질주했다.
그 속도가 너무도 빨라 서우진조차 감탄할 정도였다.
‘대단한데.’
조심스럽게 남아 있던 혼돈기를 거둬들이며 등에 대고 있던 손을 뗐다.
그 후, ‘마왕화’를 해제하고 프레이야를 살폈다.
쩌적- 쩍-!
그녀의 육신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피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푸석푸석하던 머리카락도 우수수- 뽑히고, 얼마 남지 않았던 치아도 모조리 빠졌다.
그리고 이내,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그녀의 피부가 탈락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드득- 우드드득- 우득-!
프레이야의 골격이 스스로 부러지고, 꺾이며, 자리를 다시 잡았다.
반 슬레인의 말에 따르면, 완벽한 육체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었다.
‘정신을 잃지 않았으면 쇼크사 했을지도 모르겠네.’
전신의 뼈가 모조리 갈려 나가는데, 그 고통을 어떻게 맨 정신으로 버틸까?
그건 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이른 이라도 힘들었다.
다행히 프레이야는 마치 잠이 든 것처럼, 평온한 상태에서 육체의 변화를 겪고 있었다.
‘오, 다시 자란다.’
골격이 완전(完全)한 상태로 변화하는 사이, 빠졌던 머리카락과 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을 빠르게 감는 것처럼, 순식간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새하얗게 세었던 백발은 윤기가 흐르는 흑발로, 살아온 세월만큼 삭았던 치아는 미백을 한 것 같은 새하얀 이로.
우드득-!
그러다 마침내 골격의 조정이 끝났다.
후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주변에 휘몰아치던 마력이 그녀의 몸 안으로 갈무리되었다.
번쩌억-!
프레이야의 눈이 떠졌다.
흐릿해졌던 동공이 제 빛을 찾아 강렬한 기운을 내뿜었다.
“이게…….”
입을 열자, 얼굴을 뒤덮고 있던 허물이 떨어져 내리며 매끈한 피부가 드러났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는, 이제 갓 태어난 아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우수수수-
얼굴을 시작으로 몸 전체에 있던 허물들이 완전히 떨어져 나왔다.
‘와우.’
서우진이 속으로 감탄했다.
더는 노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눈앞의 프레이야는 스무 살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젊어져 있었다.
“어떠십니까?”
“아프지가 않구나.”
서우진의 물음에 프레이야가 대답했다.
“몸을 움직여도 관절이 전혀 아프지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온몸을 움직이며 흘흘- 웃는 그녀의 모습에, 서우진이 실소했다.
프레이야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얻었다.
아마도 반 슬레인과 비견될 정도로 강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첫 감상이 더는 관절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지극히 할머니스러운 반응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이네요.”
정말로 다행이었다.
무사히 성공한 것도 그렇고, 강림 전쟁에서 같이 싸울 수 있는 강자가 늘어난 것도 그렇다.
이번 일은 여러모로 서우진에게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고맙구나.”
한참 동안이나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던 프레이야가 서우진의 손을 붙잡았다.
“내가 설마 이런 힘을 다시 느껴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신성기사단의 단장으로써, 신성기사들을 이끌고 대륙을 질주하던 시절.
그때의 느낌은 오직 추억으로만 회상할 수밖에 없으리라 여겼는데…….
“모두 네 덕분이다. 정말 고맙다.”
진심 어린 인사에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일단 나가시죠.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으니, 변한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흘흘-”
서우진의 말에 프레이야가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래야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먼저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펄럭-!
천막을 열고 나오자,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몰려와 있었다.
서우진의 동료들과 반 슬레인, 오이언, 그리고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까지.
천막 안에서 두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프레이야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오이언을 비롯한 아이에르에서 온 이들은, 성호와 함께 감사 기도를 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주신의 기사가 돌아왔도다.”
아이에르를 수호하는 신성한 검.
주신의 적을 참하는 징벌의 검.
신성기사단장, 프레이야의 귀환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