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시간은 쏜살과도 같이 흘렀다.
프레이야와 오이언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갔고, 반 슬레인 역시 토벌대와 함께 매시브 가디언으로 복귀했다.
수만 명에 달하던 사람들이 모두 되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과 동료들은 여전히 설원에 남아, 새하얀 대지를 붉은 피로 물들여 나가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서우진과 강병규의 감각에 걸려드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사냥했다.
“마경은 마경이네.”
구동환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니,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이 나오는 거죠? 이 척박한 곳에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이지아가 그 말에 동의했다.
“우진 씨가 그렇게 많이 줄였는데도 끝이 안 보이네요.”
서우진의 손에 죽은 몬스터가 수만에 다다른다.
덕분에 동료들은 북방의 몬스터들이 씨가 말랐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몬스터는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화수분에서 쏟아내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달려들었다.
만약 그들이 용사가 아니었다면, 결코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래도 레벨은 착실하게 오르잖아요. 그게 중요하죠, 뭐.”
박민성이 포션을 만들어내며 씨익- 웃었다.
“그건 그런데…….”
계수지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사냥을 시작했을 때의 레벨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
이 정도쯤 되면 1레벨을 올리는데 어마어마한 경험치가 필요했다.
웬만한 몬스터들은 사냥해 봐야 티도 나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만약 아카데미였다면, 레벨 업을 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선 달랐다.
“하루에 1레벨씩 오르는 경험을 어디에서 하겠어요.”
그들의 레벨 업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하루에 하나, 아무리 늦어도 이틀에 하나 정도는 올랐으니까.
덕분에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조금만 더 올리면 100레벨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레벨이에요?”
“음, 보자…….”
계수지가 자신의 ‘상태창’을 불러와 확인하곤 웃으며 대답했다.
“93레벨이네.”
“와! 벌써요?”
이지아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계수지와 구동환은 북방에 왔을 때 이미 80레벨에 도달한 상태였다.
다른 동료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레벨.
당연히 필요 경험치도 늘어나 점차 레벨 업 속도가 느려졌건만, 무려 10레벨 이상을 올린 것이다.
“그럼 전원 90레벨을 찍은 건가?”
동료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우진이 끼어들며 물었다.
“…저는 못 찍었습니다만.”
“아, 그렇지. 너 빼고.”
김우람이 우울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서우진이 픽- 하고 웃었다.
“어쩔 수 없지. 넌 시작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좀 늦었으니까.”
녀석은 중2병에 빠져, 허튼짓을 하느라 다른 용사들에 비해 훨씬 뒤처진 상태였다.
거기에 등급조차 C급에 불과했으니, 현저하게 느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아카데미에 있는 다른 용사들보단 훨씬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무려 86레벨에 도달했으니까.
“하아-”
하지만 김우람은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자괴감에 빠진 듯, 한숨을 내쉬었다.
“좀 더 노력해. 너도 느린 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서우진은 그런 김우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 주었다.
‘이 녀석도 꽤 많이 변했네.’
동료들과 함께 싸우고 성장하며, 철든 것 같았다.
서우진의 눈에는 아직 한참 부족했지만, 이 정도면 한 사람의 몫을 해내기엔 충분할 듯했다.
‘이제 트롤짓은 안하겠지.’
그거면 충분하다.
“이제 우리 어느 쪽으로 가요?”
근방의 몬스터는 모두 토벌한 상태였다.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놈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젠 몬스터의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통 이쯤 되면 다른 구역으로 이동을 했기에, 이지아는 지친 표정으로 서우진에게 물었다.
“힘드냐?”
서우진이 대답 대신 웃으며 반문했다.
“힘들죠. 너무 힘들어요. 따뜻한 물에 목욕도 하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침대에 누워서 늘어지게 잠도 자고 싶어요.”
한 달이란 시간 동안 강행군을 해왔으니, 아무리 인간을 초월한 용사라 한들 힘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레벨을 올리는 재미라도 있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도망을 쳤을 것이다.
다들 같은 마음인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서우진은 그런 동료들을 쳐다보다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좋아. 그럼 이만 돌아가자.”
갑작스러운 선언이었다.
“…네? 정말요?”
이지아가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래, 정말로.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아.”
“와아! 진짜 진짜죠?”
그녀는 김다혜의 손을 붙잡고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이 지긋지긋한 설원에서 벗어나,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가다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우진의 말이 레벨 업을 했을 때보다도 기뻤다.
“그런데 원래 계획은 전원 100레벨에 도달한 뒤에 돌아가기로 했던 거 아닌가요?”
계수지가 조금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그녀도 복귀하는 건 환영이었다.
지치고 힘든 건 모두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100레벨을 목전에 둔 상태다.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100레벨을 찍은 뒤에 돌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쉽게도 이젠 정말 몬스터가 보이지 않아서요.”
찾아보면 있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동선을 생각하면, 그건 낭비였다.
차라리 돌아가서 반 슬레인에게 훈련을 받는 게 훨씬 더 성장할 여지가 클 듯했다.
‘거기에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고.’
한 달 전부터 지속적으로 느껴지던 불안함.
그것이 이제 더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 버렸다.
아쉽긴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돌아가서 미리 대비하고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괜히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안일하게 대처했다가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던가.
“그런가요?”
다행히 동료들은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다.
그들도 이지아의 말처럼 어서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니까.
“그럼 굳이 시간 버릴 필요 없이, 바로 돌아갈까?”
“좋아요!”
“좋음요.”
서우진의 말에 다들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보자…….’
동료들을 둘러봤다.
가장 성장이 더딘 김우람을 제외하면 모두 90레벨을 돌파했다.
‘좋네.’
이제 모두 100레벨을 달성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초극의 경지.
그 정도 실력을 갖추게 되면, 웬만한 위험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을 터.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
서우진은 내심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가자.”
무려 한 달.
제대로 쉬지도 않고 사냥에만 집중했던 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돌아갈 때가 되었다.
* * *
새로운 성왕의 탄생은 대륙에 꽤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 성왕의 정체가 사도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데다, 그로 인해 몇 개나 되는 국가들이 전쟁에 휘말렸으니 말이다.
다행히 사태는 잘 마무리되었지만, 남아 있는 문제는 아직 많았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아이에르의 새로운 왕좌에 누가 앉느냐는 것이었고.
총교단은 매일같이 갑론을박을 벌였으며, 주변국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운 채 아이에르를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오이언이라는 이름의 신성기사가 새로운 성왕으로 추대되었다.
그를 아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모르는 이들은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주교나 추기경도 아니고, 고작해야 기사가 성왕의 자리에 앉았으니까.
오이언에게 정말로 성왕의 자격이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르는 그런 걱정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속전속결로 일을 진행시켰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프레이야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오이언의 뒤를 받쳐 준 덕분이었다.
육체의 재구성을 이루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자가 되어 나타난 그녀는, 반대의견을 철저하게 묵살시켰다.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낭비하느니, 한시라도 빨리 아이에르를 안정시키겠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오이언은 총교단으로 돌아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성왕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불안하더냐?”
프레이야가 물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제가 성왕이라니.”
오이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는지 아십니까?”
“말해보거라.”
“프레이야 경이 제 뒤에 숨어 아이에르를 손에 넣었다 수군거리더군요.”
그 말에 프레이야가 흘흘- 웃었다.
그녀라고 그런 소문을 듣지 못했을까.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프레이야가 그런 삿된 마음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건 자신도 알고, 주신도 아는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구나. 네가 아니라면 이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이가 없으니.”
“그것을 알기에 순순히 프레이야 경의 뜻을 따른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목에 칼이 들어오는 일이 있어도 성왕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데, 이토록 급히 일을 처리해야 할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조금만 더 천천히 진행했더라면 이 정도로 큰 반대에는 부딪히지 않았을 것이다.
불만을 품은 이들도 결국에는 설득이 되었을 테고, 혼란도 조금 더 쉽게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럴 시간이 없었으니라.”
“물론 마왕의 강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진 여유가…….”
“강림 전쟁 때문이 아니다.”
프레이야가 말을 끊자, 오이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혹시 이전에 서우진이 한 말 때문입니까?”
북방에서 헤어지기 전.
분명 서우진은 조만간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했었다.
누가, 언제, 어떤 일을 벌일지는 모른다.
그저 느낌이 그렇다고 했다.
그때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만 여겼는데, 프레이야의 표정을 보니 그냥 넘길 일이 아닌 듯했다.
“나 역시 그 아이가 말했던 불길한 예감이라는 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구나.”
정확히 말하자면, 총교단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느꼈다.
“그래서 조금 억지를 부렸느니라.”
막무가내로 성왕을 추대해 봐야 반발하는 이들만 늘어난다는 것을 그녀라고 왜 모를까.
그런데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르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지금까지 맞닥뜨렸던 것보다도 훨씬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녀의 예감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심각해진 프레이야의 표정을 본 오이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치에 힘쓰거라. 아이에르를 안정시키고, 엉망이 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라.”
성왕의 자리에 앉은 이상, 당연히 그가 해야 할 일들이었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비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프레이야가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적을 막는 것은 내가 하마. 그것이 주신의 첫 번째 검이 해야 할 일이니.”
프레이야는 머릿속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녀석을 불러야겠군.’
혼자서는 힘든 일이라도, 그 아이와 함께라면 능히 이겨낼 수 있을 터.
프레이야는 정보 길드를 이용해 서우진을 부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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