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숨이 막힐 듯한 마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결코 평범한 마기가 아니었다.
초극의 경지에 닿은 사도들조차 그 위압감 앞에 제대로 서 있는 게 힘들 정도였다.
‘이건 무어냐?’
바론은 등 뒤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끼며 눈알을 굴렸다.
죽음에서 부활한지 고작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마르데타인 밑에 있던 루페라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직까지 그 빌어먹을 땅속에 파묻혀 절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살아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그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서우진의 공격에 너무도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동안은 요양할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소집령이 전해졌다.
사도라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었기에, 바론은 어쩔 수 없이 힘든 몸을 이끌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인간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정말 인간이 맞나?’
은연중이 풍기는 마기조차 경악스러울 정도로 거대했다.
굳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공간을 장악하고, 심령을 억눌렀다.
‘나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도들 역시 바론과 같은 상황이었다.
처음 보는 존재에게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태에서도 감히 누구냐고 묻는 이가 한 명도 없다.
그건 사내에게 압도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의 강자였건만, 숨소리조차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저건…….’
정체불명의 존재 옆에는 거대한 드래곤 한 마리가 서 있었다.
5미터에 달하는 순백의 거체와 열두 개의 머리.
바론은 그 드래곤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크라토스.’
북방의 차디찬 대지에서 잠들어 있어야 할 지상최강의 마수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그것도 고개를 조아린 채.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정확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결코 심상찮은 일이 벌어진 것만은 틀림없었다.
“…누구십니까?”
그때, 누군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바론이 눈동자를 돌려 누구인지 확인했다.
‘아르데토스.’
최강의 사도들 중 한 명이었다.
가진바 무력은 바론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고, 심계 역시 깊어 지략과 계책에 능한 놈.
아르데토스는 두려움이라고는 일절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표정이었다.
“흐음.”
그러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의 입에서 작은 음성이 스며 나왔다.
“무어라 불러야 할까?”
툭- 툭- 툭-
손가락으로 허리에 참 검의 손잡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별 대수롭지 않은 행동이었음에도, 바론은 점점 자신의 어깨가 아래로 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허어-!’
다급히 마기를 끌어올렸다.
그제야 압박감이 조금 가시기 시작했다.
‘놀랍구나!’
고작해야 손가락을 몇 번 까딱이는 것만으로, 자신의 괴물 같은 육체를 강제로 짓눌렀다.
도대체 사내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되지가 않을 정도였다.
‘그놈보다 강할지도 모르겠군.’
바론은 반사적으로 서우진을 떠올렸다.
지금껏 그가 만나고 싸웠던 이들 중 가장 강력한 존재.
어쩌면 눈앞의 사내는 그런 서우진보다도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을지도 몰랐다.
“네 이름은?”
사내가 물었다.
동시에 공간이 떨어 울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크, 크윽!’
갑작스레 엄습하는 통증에 바론은 이를 악다물며 마기를 더욱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른 사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힘 앞에 그들은 젖 먹던 기운까지 쥐어짜 내며 간신히 버텨내는 중이었다.
“아르데토스라 부르시면 됩니다.”
저 잘난 척하는 놈마저도 사색이 된 표정으로 순순히 대답을 할 정도였으니…….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군.”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르데토스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자신의 소개를 했으니, 이제 네 차례다.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사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입에서 나왔다.
[고개를 조아리고 예를 표하라.]우우우우웅-!
열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가공할 마기가 순식간에 영역을 넓히며, 거대한 위용을 뽐냈다.
지상최강의 마수.
그의 힘은 사도들이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크윽!”
“으, 으윽!”
힘을 견뎌내지 못한 사도들이 강제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그나마 버텨낸 것은 바론과 아르데토스, 그리고 유다인.
단 셋에 불과했다.
“누, 누구인지를 알아야……!”
사도 중 한 명이 가까스로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크라토스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인계를 지배할 자이며, 인간의 탈을 벗고 드높은 격에 도달한 존재이다. 그리하여 만마전의 새로운 옥좌에 앉을 자니…….]말이 이어질수록 사도들의 눈이 커졌다.
크라토스가 한 말이 뜻하는 바는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너희의 새로운 왕이니라.]마왕 백시우.
사내의 새로운 신분이었다.
* * *
쿠웅-!
커다란 머리 하나가 땅에 떨어져 내렸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신체보다도 훨씬 커다란 크기.
드레이카스의 머리였다.
“…약속을 지키셨군.”
그것을 확인한 알렉스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드레이카스가 지배자 급의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인간들의 기준일 뿐이다.
지금의 서우진이라면 새끼손가락만으로도 눌러 죽일 수 있었다.
“그런 것치고는 시간이 꽤 걸렸수?”
그 말에 서우진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당장에라도 잡아올 것처럼 말을 해놓곤, 의도치 않게 조금 늦어버렸다.
“중간에 이런저런 일들이 좀 있어서.”
서우진이 뒷머리를 긁적이자, 알렉스는 피식- 웃었다.
“탓하는 게 아니니까 걱정 마슈. 설마 내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를까?”
그는 이미 매시브 가디언 너머에서 벌어진 일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다.
어쩌면 서우진보다도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약속을 지켜주어 고맙수다. 이젠 동생 놈도 맘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지.”
알렉스는 쓰게 웃었다.
드레이카스의 대가리가 동생의 넋을 완전히 달래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생각을 해야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곳으로 갔을 겁니다.”
서우진이 침중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뭐, 그렇겠지. 아무튼 고맙수. 이런 얼토당토않은 부탁을 들어주어서.”
알렉스는 눈가에 희미하게 맺힌 눈물을 슬쩍 닦아내고는, 히죽- 웃었다.
“그럼 이 머리는 어떻게 할 겁니까?”
도로 한복판에 둘 순 없었다.
나름대로 구경거리로 삼을 수 있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흉물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살을 발라 두개골만 남겨서 집무실에 장식을 해둘 생각이우. 이웃들한테 자랑하기엔 안성맞춤이지.”
취향 한번 고약했다.
하지만 굳이 만류할 생각도 들지 않아 대충 고개를 주억였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무려 한 달 만에 돌아왔다.
딱히 지친 것은 아니었지만, 서우진 역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게 절실했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런 서우진을 붙잡았다.
“아참, 그러고 보니 아이에르에서 소식이 하나 날아왔는데 말이오.”
“…아이에르에서요?”
서우진은 돌아가려던 몸을 멈추고는 얼굴을 굳혔다.
헤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정보 길드를 통해 소식을 전해왔다는 건…….
‘설마?’
계속해서 느껴지던 불길함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아이에르의 프레이야 경으로부터.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듯하니, 속히 방문을 요함’이라고 하는군.”
말하는 알렉스의 얼굴도 살짝 무거워져 있었다.
그 역시 요즘 대륙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설명할 순 없었다.
그저 정보를 다루는 이의 직감에 가까웠다.
“…소식 감사합니다.”
“나야 말만 전할 뿐인데.”
“요한에게도 고맙다 전해주십시오.”
“그러겠수.”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우진은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쉬는 건 나중에 해야 할 모양이다.’
프레이야가 이렇게 직접 와달라는 소식을 전할 정도라면,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동료들은 다시 반 슬레인에게 맡기고, 혼자 다녀와야겠군.’
레벨이 오른 만큼,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반 슬레인의 훈련은 성장한 실력을 갈고닦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또 떼어놓고 가는 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아직 동료들은 충분히 강하지 못했으니까.
최소한 100레벨이 될 때까지는 혼자 돌아다니는 게 훨씬 더 편했다.
“곧장 출발해야겠군.”
서우진은 일단 반 슬레인의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평소처럼 마법연구에 매진하고 있던 바르시크는 아주 우연히 한 줄기의 마기를 느꼈다.
너무도 미약한데다 거리까지 멀어 평소였다면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자연 발생한 몬스터나 마수 중 한 마리의 기운을 느낀 것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바르시크는 그 마기에 관심이 향했다.
마법사란 진리의 탐구자이자, 호기심의 노예다.
계속해서 신경을 건드리는 마기의 향기에, 결국 바르시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시종에게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하늘탑을 나선 그는, 이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수도에서 불과 10킬로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작은 숲.
그곳에서 바르시크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를 마주쳤다.
“오선(五線)의 장막!”
마도사 급의 마법사의 손에서, 초고위급의 마법이 펼쳐졌다.
다섯 줄기의 선이 허공에 만들어지며,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바르시크의 허락이 없다면, 그 무엇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절대적인 결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초고위급 마법을 사용한 그의 표정은 당황과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런 미친……!’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대체 어떻게 저놈이 여기에 있단 말인가!’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네놈은 죽지 않았더냐, 게랄드!”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 부패한 육체로 태양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13사도 중 하나이자, 영락한 다크 엘프의 지도자.
분명 검공 다리엘과 크루시엘의 힘에 목이 잘려 죽었다 들었건만!
게랄드는 전신이 썩어문드러진 채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분께서 강림하셨으니, 빛은 힘을 다하고 흑암의 권세가 세상을 집어삼킬 때가 되었도다.”
찢어진 성대에서 역겨운 음성이 흘러 나왔다.
부정하고, 불경한 마기가 휘몰아친다.
“…그분?”
바르시크가 이를 악다물며 물었고, 게랄드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새로운 왕의 강림이시다. 스스로 머리를 잘라 그분의 발아래 바치거라, 하늘탑의 어린 마법사야.”
“헛소리!”
바르시크가 강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게랄드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손에 쥔 거대한 전투도끼를 들어올렸다.
“너 따위의 믿음은 필요치 않느니라.”
쩌어어어억-!
도끼가 휘둘러지고, 오선의 장막이 찢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