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3)
313화.
‘레이나는 죽었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반 슬레인의 검이 그녀의 머리를 잘라내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
심지어 자신이 그 일에 일조하지 않았던가.
레이나는 목이 떨어져 죽었고, 그 덕분에 레벨도 꽤나 올랐었다.
‘그럼 저건 뭐지?’
은발을 휘날리며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너무도 낯이 익었다.
몇 번이나 서우진에게 죽음의 위기를 겪게 만든 존재와 똑같이 생겼다.
“암령.”
디아로크가 소녀를 불렀다.
“…그 이명은 오랜만에 듣네?”
방긋- 하며 웃음 짓는다.
서우진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목소리까지 똑같다.’
얼굴과 음성, 그리고 특유의 불쾌하고 끈적끈적한 마기까지.
서우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소녀는 레이나였다.
도대체 목이 잘려 재가 되어버린 그녀가 어떻게 살아난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들은 게 아마… 검귀에게 목이 잘리기 직전이었지?”
웃으면서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레이나.”
서우진의 딱딱한 음성을 들은 그녀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봤다.
“어머, 오랜만이네?”
마치 반가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한 태도였다.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아, 혹시 모르는 거니?”
레이나는 풋- 하고 웃으며 디아로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변태 마법사는 알고 있을 텐데. 한 번 물어보지 그러니?”
그 말에 서우진이 디아로크를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지금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저게 무슨 뜻이지?”
서우진이 물었다.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레이나의 말대로 뭔가를 알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X발.”
디아로크가 대뜸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곤 입술을 짓씹으며 대답했다.
“죽었던 존재가 저렇게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는 경우는 단 하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경운데?”
서우진은 레이나를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상태로 다시 한번 물었다.
디아로크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마왕이 강림했을 때뿐이지.”
“…뭐?”
순간적으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왕 강림?’
하지만 이내 그 단어가 뜻하는 바를 떠올린 서우진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분명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을 텐데?”
“네 말대로다. 아직 마왕이 강림하기까진 여유가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디아로크는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가 알고 있는 상식이 통째로 박살난 듯한 기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마왕이 강림한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질 않는데……. 저 빌어먹을 모기 년이 죽었던 건 확실한가?”
“확실해. 영주님이 목을 잘랐고, 재가 되어 사라졌었으니까.”
레벨까지 올랐으니 그보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젠장. 그렇다면 정말 마왕이 강림했다는 뜻인데.”
“혹시 다른 가능성은?”
“없다. 오직 마왕이 강림할 때만이 죽은 자들이 지옥의 깊은 곳에서 되살아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다.”
마왕은 그 존재만으로도 이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존재 자체에 스며 있는 격은 차원 간의 경계마저 허물 정도로 강력했다.
“마왕의 힘은 특별하다. 애초에 모든 권능이 ‘파괴’와 ‘종언’에만 집중되어 있는 존재이니까.”
덕분에 인계와 명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죽었던 자들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 정말로 마왕이 강림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들어 계속 느껴지던 불길함의 정체가 마왕이 강림했기 때문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체 언제, 어떻게 강림을 했냐는 것인데…….
‘그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
서우진이 레이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공손하게 서서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은 채, 여전히 미소만 짓고 서 있었다.
“궁금한 건 해결됐어?”
서우진의 시선을 알아차린 레이나가 물어왔다.
“마왕이 강림한 건가?”
“맞아. 마침내 그분이 이 더러운 세상에 직접 내려오셨단다.”
대답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붉은색 기운이 넘실거렸다.
레이나 특유의 마기였다.
“어떻게 된…….”
서우진이 질문을 하려 할 때였다.
갑자기 레이나가 손을 들며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러곤 말했다.
“우리가 사이좋게 서서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니잖니.”
그녀의 미소가 짙어진다.
피보다 더 짙은 잔혹한 미소가.
* * *
스트레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림자로 몸을 뒤덮은 채, 어둠속에 숨어 상황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오선의 장막인가?’
수도 근처에서 벌어진 폭발의 현장.
스트레인은 아그나에게 부탁받아 그곳의 조사를 하고 있었다.
‘마도사 급의 마법. 바르시크가 사용한 게 분명한 것 같군.’
이만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다.
마공을 제외하면 하늘탑에서도 기껏해야 열 명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스트레인은 현장에 남겨져 있는 흔적을 확인하곤, 바르시크가 이곳에 왔을 것이라 확신했다.
‘오선의 장막을 왜 펼쳤을까?’
시전자의 허락이 없다면 그 어떤 것도 통과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결계.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라도 그 결계를 강제로 뚫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의 초고위급 마법이다.
그런 마법을 왜 이런 외딴 숲에서 사용한 것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사도인데.’
이곳에서 사도의 흔적을 발견했고, 놈을 막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꽤 신빙성 높은 가설이었다.
‘사도라면 오선의 장막을 찢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니까.’
문제는 사도 중 누가, 왜 이곳에 나타났냐는 것이다.
스트레인은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흔적을 살펴보았다.
‘날붙이.’
오선의 장막을 찢고 바르시크를 공격한 건 날카로운 날이 달려 있는 무기였다.
‘검은 아니고.’
검흔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거칠었다.
그보단 훨씬 크고, 강력한 힘을 담은 무기.
“도끼인가?”
흔적을 보면 거대한 도끼가 틀림없었다.
“도끼라…….”
사도 중 도끼를 사용하는 이가 누구인지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놈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명 있기는 했다.
“설마?”
스트레인의 눈이 부릅떠진다.
초극의 경지에 든 사도.
도끼를 무기로 사용하는 사도.
그리고 죽은 자가 살아났다는 소문까지.
모든 것을 합치면 결론은 한 가지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게랄드가 살아난 것인가?”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평범한 마왕의 추종자 수백, 수천이 살아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놈이 다리엘의 검에 목숨을 잃긴 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전에 서우진과 대공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으니까.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크루시엘의 도움을 받았다 해도 다리엘 혼자서 놈을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게랄드는 다크 엘프들의 수장이다.
지금이야 놈들이 멸종 수준으로 수가 줄어들었다지만, 게랄드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다시 하나로 뭉치겠지.’
물론 다크 엘프 따위는 자신과 같은 존재들에겐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평범한 병사와 기사에겐 악몽과도 같은 놈들이었다.
그들의 신체 능력과 마기는 그야말로 인간의 천적과도 같았으니까.
‘그전에 놈을 다시 죽여야 한다.’
남아 있는 다크 엘프들이 게랄드의 주변으로 모이기 전에, 놈의 목을 잘라서 도로 지옥에 처박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할 일이 있었다.
“퍼져라.”
스트레인의 말과 동시에 그림자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마치 밤이 찾아오는 듯한 광경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악-!
그림자들은 순식간에 주변을 모두 장악하며 정보들을 끌어모았다.
‘어디 있느냐?’
그가 찾는 건 바르시크였다.
살아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죽었다면 최소한 시체만이라도 찾아야 했다.
‘아무리 게랄드라 해도 마도사 급의 마법사를 쉽게 죽일 순 없다.’
스트레인은 바르시크가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아직 초극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바르시크는 그에 못지않은 강력한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한 존재가 이렇게 쉽게 목숨을 잃을 리가 없었다.
‘어디냐.’
흙 한 톨, 먼지 하나까지 훑는다.
사방에 새겨진 마력과 마기의 흔적들까지 모두 샅샅이 파헤쳤다.
심지어 땅속 10미터 깊이까지 모두 뒤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꿈틀-
스트레인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찾았다.”
생명의 기운이다.
자칫 잘못하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갈 뻔했을 정도로 미약한 기운.
스트레인은 지체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쐐애애애애액-!
빛살과도 같은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생명의 기운이 포착된 곳에 도착했다.
“으음.”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가 찾은 건 바르시크가 맞았다.
하지만 결코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군.”
하반신이 없었다.
바르시크는 상체와 하체가 나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 땅에 반쯤 묻혀 있는 상태였다.
마법으로 지혈을 한 듯했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 주변의 땅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만약 찾는 것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신이 직접 와도 살리지 못했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래도 살아 있으니 됐다.’
스트레인이 손을 뻗어 그림자 사이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액체가 들어 있는 병이었다.
“이것이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겠지.”
마공이 직접 공을 들여 만든 물약이었다.
스트레인조차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막대한 마력을 이용해 만들어진 마법 결정체.
숨만 붙어 있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회복시킬 수 있는 기적의 물건이었다.
바르시크의 상세가 심각하긴 했지만, 이 물약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스트레인은 병의 뚜껑을 열고는 바르시크의 입에 황금빛 액체를 흘려 넣었다.
“지금은 정보가 더 중요하니, 아낄 때가 아니지.”
화아아아아아악-!
빛이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마력이 활활- 타오르며 바르시크의 육체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꺼져 가던 바르시크의 생명력이 마력을 연료로 삼아 다시 그 크기를 키워 나갔다.
잘려 나간 단면이 빠르게 아물고, 심장이 펌프질을 하며 부족한 피를 채워 넣었다.
“쿨럭-!”
기침과 함께 검은 피가 바르시크의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신이 드나?”
스트레인이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물었다.
정신을 차린 바르시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떠졌다.
“여, 여긴……?”
잔뜩 갈라진 음성이 흘러 나왔다.
“수도 외곽의 숲이다.”
설명은 짧았다.
하지만 바르시크는 그 한마디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게, 게랄드입니다.”
스트레인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런데 바르시크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목이 아픈지 잠시 기침을 한 그는, 이내 말을 이었다.
“미쳐 버린 용사.”
“…그게 누구지?”
스트레인은 엄습하는 불안함에 설마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불안함은 적중했다.
“‘성녀’. 그 미친년도…….”
성유라가 살아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