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핏빛 마기가 칼날이 되어 허공을 수놓았다.
서거억-!
가공할 정도의 속도에 놀라 급히 몸을 피했지만, 조금 늦은 모양이었다.
“큭!”
주륵- 하며 뺨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빠르다.’
서우진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레이나가 본래 이렇게 강했던가?’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얕보았다.
레이나가 죽기 전 몇 번이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 적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 서우진은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루었다.
레벨도 100을 넘어서 초극의 경지에 도달했고, 수많은 전투를 통해 경험을 쌓았으니까.
레이나의 부활에 조금 놀라긴 했어도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지금이라면 쉽게 상대하고도 남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레이나는 서우진의 기억보다도 더욱 강했다.
“블러디 쏜즈.”
파바바바바바박-!
피처럼 붉은 가시들이 땅에서 치솟아 오르며 서우진을 노렸다.
“어딜!”
‘카 라니엘’을 뽑아 들고는 재빨리 휘둘렀다.
쩌저저정-!
핏빛 가시가 잘려 나가며 연기처럼 흩어졌다.
‘으으윽!’
공격을 막아낸 서우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손에서 전해지는 충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무리 창졸지간에 펼쳐 낸 불완전한 검격이었다고는 하나, 하마터면 ‘카 라니엘’을 놓칠 뻔했을 정도였다.
“이터널 블레이즈!”
간신히 공격 범위를 벗어난 디아로크가 레이나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거대한 불꽃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주변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서우진조차 뜨거움을 느낄 정도의 위력인 것을 보아, 초고위급 마법이 틀림없었다.
“이노센트 플레임! 파이어 인챈트, 파이어 블래스트!”
어마어마한 마력이 움직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위급 화염마법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화염의 폭풍.
주변의 온도가 순식간에 수백 도 이상 치솟으며, 모든 물질을 태우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훌쩍- 뒤로 몸을 날렸다.
‘엄청나구만.’
디아로크가 강한 건 알고 있다.
어쨌거나 초극의 경지에 든 마법사였으니까.
그래서 힘을 합친다면 꽤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합공은 무리겠다.’
디아로크의 눈이 돌아간 게 보였다.
한번 불길을 보기 시작하자, 불에 미친 마법사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은 좀 자제하는 듯싶더니, 다시 광기가 도진 모양이었다.
‘이러다간 나도 휘말린다.’
그래도 신경쓰긴 하는지 서우진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오진 않았지만,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다.
자칫 잘못했다간 레이나와 함께 사이좋게 불길에 휩쓸릴 것만 같았다.
서우진은 어쩔 수 없이 멀찍이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핵이라도 터진 것 같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대기가 터져 나가듯 뜨거운 열폭풍이 주변을 휩쓸었다.
초고열의 온도에 모든 것이 불타오르며 존재 자체가 소멸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서우진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괴력 하나만을 놓고 보자면 디아로크의 마법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레이나라 해도, 이 정도 위력의 마법을 맨몸으로 받아낸다면 꽤나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쯧, 글렀군.’
‘신룡안’을 사용해 레이나를 살펴보던 서우진이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건 아니다.
디아로크의 마법이 엄청난 위력이 있는 만큼, 레이나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의미한 피해를 입혔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야.’
놀랍게도 레이나의 마기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살기가 짙어진 채로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서우진은 ‘카 라니엘’에 오러를 덧씌우며 빠르게 내리 그었다.
쩌억-!
공간이 갈라지며 거대한 참격이 디아로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와 동시에 핏빛 마기가 휘몰아치며 참격과 충돌했다.
쩌어어어엉-!
귀를 찢는 듯한 소음과 함께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커허억!”
충격파의 힘을 견뎌내지 못한 디아로크가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서우진은 그런 녀석을 스쳐 지나가며 앞으로 쇄도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엄청 강해졌구나?”
웃음기 가득한 음성이 들렸다.
카가가각-!
붉은 손톱과 마주한 ‘카 라니엘’에서 쇠가 긁히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레이나는 서우진의 기억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다.
“죽었다 살아나면 레벨이라도 오르는 모양이지?”
서우진이 비꼬듯 말하자, 레이나가 피식- 웃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란다. 그거랑 조금 비슷하긴 하지.”
레이나의 눈이 번뜩인다.
‘흡!’
서우진이 급히 고개를 비틀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핏줄기가 마치 실처럼 기다랗게 늘어나며 눈을 노린 것이다.
‘혈종?’
그것은 레이나의 피를 이용한 이능, ‘혈종’이었다.
서우진이 일말의 방심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결코 피해내지 못할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거두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레이나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으니 조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왕께서 세계에 강림하셨으니, 그분을 따르는 우리의 힘이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란다.”
“…정말로 마왕이 강림했다는 뜻인가 보군.”
서우진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분명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틀린 듯했다.
“그래서 살아날 수 있었던 건가?”
“그래, 맞아. 그분의 힘 덕분에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단다.”
레이나가 빙긋- 웃으며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그곳엔 실낱보다 가느다란 실선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도 죽기 전의 상흔은 완전히 지우지 못한 듯하군.”
서우진의 말에 레이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목에 난 실선은 반 슬레인에게 머리가 잘려 나가며 생긴 상처였기 때문이었다.
“흔적일 뿐이야. 움직이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렴.”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죽기 전에 입었던 상처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은 무슨.”
‘카 라니엘’을 들어 레이나를 겨눴다.
혼돈기가 휘몰아치며, 검날에 응축되기 시작했다.
“사실 관심도 없어.”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하지. 네가 살아 돌아온 것에 놀랐고, 이전보다 강해진 사실에도 당황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게 전부다.”
프스스스스-
뺨에 난 상처에서 흘러나오던 피가 혼돈기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증발해 모습을 감추었다.
“너는 살아나는 게 너무 늦었어.”
몇 달 전.
서우진이 100레벨을 넘어서기 전에 돌아왔다면 이야기가 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알던 서우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나 다름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늦었다니?”
레이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 설마 지금은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아하하!”
그러다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고작해야 몇 달이란다. 네가 아무리 용사라 하더라도, 그사이에 지금의 나를 능가할 정…….”
핏-!
말하던 레이나의 입에서 핏방울이 튀었다.
‘혈종’ 덕분에 허공으로 치솟은 핏물이 그대로 굳어 움직임을 멈추었다.
“…뭐니?”
레이나가 손을 들어 입가를 매만졌다.
대체 언제 생긴 것일까?
그녀의 입이 길게 찢어져 있었다.
“마왕의 힘 덕분에 강해졌다고?”
서우진이 ‘카 라니엘’에 묻은 레이나의 피를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강해진 것의 몇 배 이상 강해졌거든.”
‘마왕화’나 ‘셀레스티얼 윙’, ‘혼돈 세계’까지는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루덴 가르도’를 소환해서 싸워야 할 정도도 아니었다.
그저 ‘카 라니엘’을 들고 ‘신속’을 사용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막아보던가.”
레이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녀의 힘에 당황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서우진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혼돈기가 체내를 빠르게 순환하며 ‘신속’에 힘을 보탰다.
찰나의 시간을 열 번 쪼갠 것보다 짧은 순간.
‘카 라니엘’이 공간을 뛰어넘어 레이나의 반대쪽 입도 찢었다.
촤아악-!
‘혈종’이 다시 한 번 혈액을 붙잡았다.
레이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안 보였어?”
서우진의 움직임을 놓쳤다.
대체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저 따끔한 통증이 느껴지는 순간엔 이미 육체에 기다란 검흔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레이나의 눈동자에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조소나 살기가 아닌, 두려움.
이해할 수 없는 서우진의 강함에 그녀가 압도되었다는 뜻이다.
“어때? 막을 수 있겠어?”
서우진이 물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만약 이러한 공격이 계속 들어온다면, 그녀의 실력으론 결코 막아낼 수 없었으니까.
서우진은 그런 레이나를 보며 활짝 웃음 지었다.
“어쨌든 반가웠어. 살아 돌아와 줘서 조금 고맙네.”
회색의 오러가 타오르며 주변을 밝게 빛냈다.
“그게 무슨 말이니?”
당황한 레이나가 묻자, 서우진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다시 한 번 경험치를 주려고 이렇게 직접 왔으니까. 고마울 수밖에 없지.”
‘카 라니엘’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너 말고 또 살아 돌아온 놈들이 있을까? 그러면 좋을 텐데.”
“자, 잠깐…….”
레이나가 손을 들어 서우진의 행동을 막아보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뭐, 그건 내가 직접 알아보면 되겠지. 그럼 이만 다시 돌아가렴.”
서우진이 레이나의 말투를 흉내내며 ‘카 라니엘’을 내리그었다.
단순한 검격이 아니었다.
혼돈기와 맞닿은 모든 것이 단절되기 시작했다.
대기, 땅, 빛, 공간, 그리고 시간까지.
‘카 라니엘’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베어버리며 레이나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었음에도, 그녀는 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니, 검날이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게 레이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반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혈종’이 붕괴되는 그녀의 육체를 부여잡으려 애를 써봤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우진의 검격은 ‘혈종’의 이능마저도 그대로 베어버렸으니까.
“안 돼……!”
뒤늦게 레이나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리마저도 집어삼킨 ‘카 라니엘’은 레이나의 육체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렸다.
—-!!!!
[레벨 업 하셨습니다.]눈앞에 레벨이 올랐다는 글자가 몇 번 떠올랐지만, 무시했다.
그저 레이나가 서 있던 장소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을 뿐.
그녀는 다시 살아났던 것이 무색하게도, 아무런 존재의 증거도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무(無)로 돌아가 버렸다.
“이번엔 재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군.”
이젠 다신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서우진이 고개를 돌려 입을 못 다물고 있는 디아로크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으니, 빨리 움직여야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