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세상이 혼돈에 빠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죽었던 이들이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살해당해 죽은 이들이 자신의 복수를 하는 일이 벌어지고, 반대로 살아 돌아온 자들을 언데드로 몰아붙여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들의 부활을 기꺼워하긴 했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혼란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 국가의 운영이 원활히 돌아갈 리가 없었다.
“살아 돌아온 이들을 모두 색출해 격리하라!”
그들은 이 세계에 속한 자들이 아니었다.
마왕의 힘에 의해 되살아난 것일 뿐.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선, 그들이 다시 명계로 돌아가야만 했다.
덕분에 연일 무력의 충돌이 일어났다.
“난리로군.”
서우진은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지켜보다 헛웃음을 내뱉었다.
“대체 살아 돌아오는 기준이 뭐지?”
당연한 말이었지만, 모든 이가 부활한 것은 아니다.
성별과 나이, 죽은 시간과 장소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살아나고, 다른 누군가는 살아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들은 정보를 취합해 보면, 완전한 무작위에 가까운 것 같다.”
디아로크가 말했다.
“뭐, 그런 거 같기는 한데.”
그 어떤 기준도 없었다.
순전히 랜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바로 마기를 지닌 이들은 부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마왕의 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놈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겠지.”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나가 살아서 돌아온 데다 힘까지 강력해진 것만 봐도 그럴 확률이 높았다.
“그럼 다른 놈들도 살아났다고 생각하는 게 낫겠군.”
“아무래도 이럴 땐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편이 뒷일을 생각할 때도 편하지.”
괜히 뒤통수를 맞을 일도 없을 테고.
“일단은 더 정확한 정보들을 좀 파악해야겠다.”
사도들 중 누가 살아났는지, 그리고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미리 파악을 해둬야만 했다.
“그럴 방법은 있고?”
디아로크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만한 정보를 알아내려면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서우진이 아무리 대단한 용사라고는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걸 모두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여기서 기다려라.”
그에게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디아로크에게 구구절절 설명해 주지 않았다.
“또 혼자 어딜 가려는 거냐?”
디아로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정보 알아보러 간다.”
“…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반문했지만, 서우진은 그런 디아로크를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따라오지 마라.”
멈칫-
묵직한 경고에 디아로크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쯧.”
그러곤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저쪽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볼일이 끝나면 거기로 와라.”
“그러던가.”
서우진은 건성으로 손을 흔들어주고는 한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기감을 퍼트렸다.
처음 와보는 도시였지만, 여기에도 요한이 세운 정보 길드의 지부가 있을 게 분명했다.
길드원들의 마력은 대부분 비슷했으니, 그것을 찾을 생각이었다.
“저쪽이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마력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꽤나 큰 도시였기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찾는 게 어렵진 않았다.
서우진은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도 똑같구만.’
목적지에 도착한 서우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 정보 길드에 방문한 게 벌써 세 번째다.
모두 각기 다른 장소에 있었지만, 놀랍게도 건물은 동일한 생김새였다.
크기부터 외형까지.
어쩜 이렇게 똑같이 지은 것인지 신기할 정도였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서우진이 문 앞으로 다가갔다.
쿵쿵-!
노크를 하자 낮게 굵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이내 누군가 밖으로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끼이이익-
녹슨 경첩의 소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들어오세요.”
건물 안에서 나온 사람은 젊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왔고, 햇빛 한 점 보지 못한 듯 피부가 새하얬다.
‘음…….’
살짝 당황했다.
요한이나 알렉스 같은 중년의 사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젊은 여자일 줄 몰랐던 것이다.
“뭐해요? 안 들어오고.”
그녀는 서우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걸음을 재촉했다.
“아, 네.”
서우진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대충 내일쯤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조금 빨리 오셨네요.”
앞장서서 복도를 걷던 여자가 문득 말을 걸었다.
“내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습니까?”
“당연한 것 아니에요? 당신은 우리 길드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니, 그 정도는 미리 체크를 해둬야죠.”
아무래도 그녀는 서우진과 요한 사이에 있었던 거래를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인가?’
매시브 가디언의 알렉스보다도 더 높은 위치인 것 같았다.
‘뭐, 도시 크기부터가 다르니까.’
이곳은 매시브 가디언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큰 도시다.
그런 대도시의 지부를 하급 길드원에게 맡기진 않았겠지.
“이쪽으로.”
건물 내부 역시 동일했기에, 이전에 요한과 대화를 나누었던 것과 같은 방에 도착했다.
다른 것이라면, 이 건물 내에 있는 사람은 아샨타가 유일하다는 것뿐이었다.
“그래, 필요한 정보가 뭐죠?”
여자는 의자에 대충 걸터앉으며,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통성명부터 하는 게 어떻습니까?”
계속해서 여자나 사람이라고 부를 순 없었기에, 이름을 물었다.
“귀찮게…….”
그녀는 작게 투덜거리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아샨타라고 해요. 보다시피 이쪽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지부장이고. 그쪽은 용사 서우진이죠? 만나서 반가워요.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필요한 정보가 뭐죠?”
‘허허-’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성격이 급한 것인지, 아니면 서우진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건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자리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것이었다.
“저도 만나서 반갑네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한 서우진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샨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되살아난 사도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건 아직 정리 중이에요.”
“…네?”
“바로 며칠 전부터 벌어진 일이에요. 그것들을 이런 지부에서 모두 파악하고 있을 리가 없죠. 지금 길드 본부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서 각 지부로 소식을 전하는 중이에요. 아쉽게도 그게 여기엔 아직 도착을 안 했고.”
“으음.”
이런 상황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이 세계에는 전화나 인터넷 같은 초장거리 통신 수단이 없었으니까.
마법을 사용하면 가능하겠지만, 마법사들이 이런 정보 길드를 위해 나서줄 것 같진 않았다.
“그럼 정보가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너무 늦으면 곤란하다.
최대한 빨리 정보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해야 했다.
“일주일은 걸릴 거예요. 워낙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고, 범위도 전 대륙에 걸쳐져 있으니까요. 크루시엘이라 해도 그보다 빠를 순 없을 걸요?”
“일주일이라…….”
시간이 좀 애매했다.
그 정보가 중요하긴 했지만, 다른 일도 그에 못지않게 급했다.
어서 아이에르의 총교단으로 가서 프레이야를 만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나중으로 미루기엔, 그 정보가 가진 중요도가 너무 높았다.
‘어떻게 한다?’
서우진이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을 때였다.
“그래도 아예 정보가 없는 건 아니에요. 이 근방의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쪽이 궁금해하던 정보가 하나 있긴 해요.”
“그게 뭡니까?”
서우진이 빠르게 눈을 뜨며 물었다.
“피에 미친 광대.”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도시 서쪽으로 15킬로미터쯤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학살이 일어났어요. 15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모두 육체가 박살난 상태로 죽어버렸죠.”
말하는 아샨타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아이와 노인 할 것 없이 모두 죽었어요. 살아남은 건 딱 한 명. 고작해야 다섯 살도 채 되지 않은 여자아이였어요.”
까드득-
분노한 것일까?
그녀의 입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는 괜찮습니까?”
서우진이 침울한 음성으로 물었다.
“살아남은 게 전부예요. 그 어린 나이에 미친 학살극을 직접 경험했으니,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겠죠.”
아쉽게도 여자아이는 광증에 빠졌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울다 지쳐 기절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게 뭡니까?”
서우진은 치밀어 오르는 살기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물었다.
듣지 않아도 이미 알 것 같았지만, 확인을 해야만 했다.
“광대가 웃는다.”
15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웃을 수 있는 광대는 그놈밖에 없다.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놈입니까?”
“적어도 길드에선 그렇게 파악을 하고 있어요. 아이에르와 이 주변국들도 그놈을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을 테고요.”
“…루운발리.”
“맞아요. 지금 저희 지부에 있는 길드원들은 그 미친놈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죠.”
어쩐지 건물 내에 아무도 없더라니.
아샨타의 호위도 한 명 없는 게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모두 루운발리의 뒤를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놈의 위치는 찾았습니까?”
서우진이 딱딱한 음성으로 물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단서를 하나 발견하긴 했어요.”
언제 준비한 것일까?
아샨타는 책상 밑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고는, 그것을 바로 서우진에게 넘겼다.
“루운발리의 흔적이 이어진 곳이에요.”
“…로스트 밸리?”
“근방에 있는 협곡이에요.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꽤 깊어서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죠.”
학살당한 마을이 있다는 곳과 10킬로미터쯤 떨어진 장소였다.
“이곳에 있다는 겁니까?”
“말씀드렸다시피, 확실하진 않아요. 하지만…….”
아샨타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는 대답을 이어갔다.
“만약 제가 그 미친놈이라면, 거기에 숨었을 거예요.”
100개의 증거보다 그 말 한마디가 더욱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제가 한번 가보죠.”
서우진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괜찮으시겠어요? 루운발리는 강해요. 비록 ‘검은 존재’에게 패배해 목숨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약하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그건 그 누구보다 서우진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도 그놈 못지않게 강하니까요.”
“그런가요?”
아샨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났다.
“그럼 저도 같이 가죠.”
“…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아샨타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실력에 그렇게 자신 있으시다니 저, 하나쯤은 보호해 줄 수 있을 거 아니에요. 그렇죠?”
헛웃음이 나온다.
“어차피 길안내가 필요할 테니, 같이 가죠. 준비하고 나올게요.”
서우진이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샨타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