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옆엔 누구냐?”
디아로크가 아샨타를 쳐다보며 물었다.
갑자기 혼자 어딜 가더니,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나타났으니 궁금할만 했다.
“여긴…….”
“아샨타라고 해요. 레닌스탕의 디아로크 공작님이시죠?”
서우진이 대충 설명을 하려는데, 아샨타가 먼저 나서서 자신의 소개를 했다.
“아샨타?”
디아로크가 눈을 끔뻑이며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래서 그게 누구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루운발리로 추정되는 놈이 나타났다. 그래서 그놈을 잡으러 가는데 도움을 줄 사람이야.”
서우진의 말에 디아로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미친 광대 놈?”
불에 미친 마법사가 피에 미친 광대를 혐오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신기했다.
“그래, 그놈.”
“죄다 살아나는군. ‘검은 존재’에게 죽었다더니.”
혀를 찬 디아로크가 남은 커피를 한번에 털어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그쪽 여자는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지? 딱히 강해 보이진 않는데.”
아샨타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이에 비하면 상당한 실력자였다.
마력량만 따지자면 거의 상급에 근접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초극의 경지에 이른 디아로크가 보기엔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이가 대체 루운발리를 잡으러 가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길잡이야.”
“아…….”
서우진의 한 마디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거면 이해가 되는군.”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길잡이로서 충분히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루운발리가 확실한가?”
“아마도.”
서우진은 아샨타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흐음.”
디아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이 화염성애자 역시 분노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미친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상적으로 미친놈이라는 건가?’
어쨌든 상관없었다.
디아로크는 방해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럼 이제 출발하죠.”
서우진이 돌아보며 말하자, 아샨타가 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불었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특별한 아이템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마법이 걸린 물건인 듯했다.
‘역시.’
서우진이 살짝 머리를 주억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를 향해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익숙한 기운.
바로 정보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다가오더니 이내 카페 주위로 퍼져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평범하게 생겼네.’
다른 사람들과 쉽게 섞여야 하는 정보 길드원답게,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얼굴의 사내였다.
그는 곧장 아샨타를 향해 다가오더니 작게 허리를 숙였다.
“찾았어?”
“확실히 로스트 밸리 쪽으로 흔적이 이어져 있습니다.”
“함정일 가능성은?”
아샨타가 묻자, 사내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뗐다.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
고의적으로 남긴 흔적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었다.
루운발리를 향한 분노가 너무도 컸기 때문이었다.
만약 길드원들만 있었다면 망설였을지도 모르지만, 이 자리엔 서우진과 디아로크가 있지 않던가?
“갈까요?”
아샨타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죠.”
서우진이 먼저 카페를 나섰다.
그리고 그 뒤를 디아로크와 아샨타, 길드원들이 뒤따랐다.
목적지는 로스트 밸리.
잊힌 골짜기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깊은 협곡이었다.
* * *
스트레인은 그림자 이동술을 통해 제국의 수도로 향했다.
그는 간신히 살아남은 바르시크를 둘러멘 상태였다.
“조금만 더 참아라.”
그림자 이동술은 공간을 뛰어넘는 기술이었다.
당연히 육체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었다.
온전한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의 바르시크가 견뎌내기엔 너무 부담스러울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걸어서 수도까지 가는 것은 시간낭비였다.
차라리 조금 힘겹더라도 그림자를 통해 움직이는 게, 훨씬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크으윽-!”
바르시크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의 다 왔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십여 초.
그 짧은 시간에도 바르시크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중이었다.
화아아아아악-!
주변의 어둠이 가시고, 마침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도에 도착한 것이다.
“커흑!”
그림자를 빠져나온 바르시크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육체에 가해진 부담 때문에, 회복되고 있던 내상이 도진 탓이었다.
“잘 견뎠다.”
스트레인은 그 피를 피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내곤, 바르시크의 인내심을 칭찬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을 텐데, 그것을 이겨낸 것이다.
“하늘탑에 데려다주지.”
스트레인은 곧장 바르시크를 데리고 하늘탑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그곳으로 향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늘탑 내부에 가득차 있는 비정상적인 마력은 스트레인의 힘을 완벽하게 배척했으니까.
아무리 그의 힘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마공의 영역을 침범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뒤, 걸어서 옮길 수밖에.
하늘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르시크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기에 스트레인은 조금 더 서둘러 움직였다.
“마르테스라면 네 상세를 완벽히 회복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마도사 급의 마법사를 허무하게 잃을 순 없었다.
특히나 바르시크는 마공 이후로 가장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라 알려진 인물.
그런 이를 결코 쉽게 죽게 만들 순 없었기에, 스트레인은 계속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후우우웅-!
바람을 가르며 순식간에 하늘탑 앞에 도착한 스트레인이 입을 열려 할 때였다.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보다 하늘탑의 문이 먼저 열렸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항상 서우진을 맞이했던 그 소년이었다.
녀석은 이미 어떠한 상황인지 언질을 받았는지, 다급하게 두 사람을 하늘탑 안으로 들였다.
스트레인은 망설이지 않고 거대한 탑 안으로 들어갔다.
화아아아악-!
거대한 마력이 몸을 짓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지만, 정말로 경이로울 정도의 힘이었다.
“탑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러니 이쪽으로.”
소년은 문을 닫곤 스트레인을 한쪽에 있는 마법진으로 안내했다.
그 위에 선 소년이 마력을 끌어올리자,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으며 다른 층에 도달했다.
푸르른 하늘과 짙은 녹음이 가득한 숲.
탑 내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기다렸느니라.”
그때, 나무 사이로 앳된 여자아이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마르테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마공 마르테스였다.
그녀는 하늘색의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맨발로 걸어나와 스트레인에게 다가왔다.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구나, 스트레인. 네가 아니었다면 나의 아이를 다신 보지 못할 뻔했으니.”
마르테스는 애잔한 눈으로 그의 어깨에 있는 바르시크를 바라봤다.
“별것 아니오.”
스트레인은 그녀를 향해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는 따로 선물을 준비했으니, 일단은 그 아이의 일부터 해결하자꾸나.”
마력이 한차례 일렁이자, 바르시크의 축 처진 육체가 허공에 떠올라 마르테스에게로 향했다.
“…타, 탑주.”
“괜찮으니 조용히 하거라.”
그녀는 고개를 저어 바르시크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곤 손을 뻗어 훼손된 그의 육체를 어루만지며 시동어를 내뱉었다.
“시간 역행.”
동시에 하늘탑에 가득했던 미증유의 마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도 거대한 힘에,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스트레인의 그림자가 절로 일어나며 그를 보호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말로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시간 역행?’
스트레인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그는 자신이 들은 단어의 뜻을 곱씹으며 불신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 역행이라니!’
그런 마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다.
실제로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그 마법은 전설이나 신화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무리 대마도사 급의 마법사라 한들, 흉내조차 내지 못할 정도의 신화 급 마법.
그런 것이 고작 한 인간의 육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발동되고 있었다.
“허어!”
어이가 없다 못해,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우우우우우우웅-!
주변의 모든 것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너무도 고위급의 마법이 사용된 탓에, 마력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물질들이 분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울창한 나무가 먼지가 되고, 땅이 무너져 내리며, 공간이 붕괴했다.
마력으로 가득찼던 하늘탑 내부에 균열이 생길 정도.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그딴 게 아니었다.
하체가 잘려 나갔던 바르시크의 육체가 천천히 회복하고 있었다.
아니, 회복이 아니다.
마법의 이름대로, 시간을 역행시킨 것이다.
‘이건…….’
마법이라 불리기보단, 기적이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현상이었다.
두 눈으로 마르테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똑똑히 확인한 스트레인은 마른침을 삼켰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서지 않은가?’
수호자라고 해서 모두 동급이 아니다.
자신만 하더라도 대공 브리아니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그런데 마공은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어쩌면 그 녀석도 아직은 마공의 상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군.’
스트레인은 서우진을 떠올렸다.
자신을 패배시킨 용사.
그 짧은 시간에 그토록 강해진 것은 경이로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마공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마르테스조차도 마왕을 이겨낼 방법이 없었고.
스트레인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기억해 냈다.
“고생했느니라. 잠시 쉬고 있거라.”
마르테스가 어느새 완벽히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 바르시크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의 눈이 스르륵- 하고 감겼다.
잠에 빠져든 것이다.
“마공.”
그것을 확인한 스트레인이 그녀를 불렀다.
“이 아이의 육체에 남긴 상흔이 꽤나 익숙한 것이더구나.”
마르테스가 뜬금없는 말을 꺼내더니, 스트레인을 돌아봤다.
“게랄드더냐?”
“…그렇소.”
한 번 본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눈치챈 듯했다.
“그 말은 곧, 정말로 마왕이 강림했다는 뜻이겠고.”
“그 역시 맞는 것 같소.”
마왕이 강림했다.
스트레인은 짙은 절망감이 느껴졌다.
저런 거대한 힘이 있는 마공조차도 마왕에게 대항할 수 없다.
용사들은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으니, 실질적으로 놈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느니라.”
그런데 마르테스의 표정은 전혀 어둡지가 않았다.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소? 놈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우리에겐 없소이다!”
스트레인은 그런 마르테스에게 고함을 쳤다.
자신과는 달리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듯했기에, 조금 짜증이 났던 것이다.
“암공 스트레인.”
마르테스의 무거운 음성이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라. 이번 위기는 쉬이 넘길 수 있으니, 자처하여 절망하기엔 이르느니라.”
마르테스가 스트레인을 스쳐 지나가며 어깨를 두드렸다.
“진실로 걱정해야 할 것은, 그 후에 다가올 종말의 ‘혼돈’이니…….”
말을 하는 그녀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때를 대비함이 옳다.”
오